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551
1552화 인정한다!
다시, 막념 일행이 있는 우주 공간.
무변성지의 여인이 천천히 손을 내렸다.
그녀는 이미 자신의 선혈이 무사히 불사제족에게 도착했음을 느낀 상태였다.
이때, 막념이 다급히 물었다.
“어떻게 됐지?”
“…이미 소식이 전해졌다. 그들이 어떻게 나올지는 좀 더 기다려 봐야 알 수 있다. 그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 아이의 위치만이라도 찾아내는 것이겠지.”
자기 할 말을 끝낸 여인은 순식간에 성공 깊은 곳으로 사라졌다.
도는 차가운 눈으로 떠나가는 여인을 응시할 뿐이었다.
이때, 막념이 말했다.
“진정해. 지금 우리의 적은 액난법칙과 그 뒤에 있는 세력이니까.”
“…….”
“우리도 가자고!”
막념이 먼저 잔상을 남기며 자리를 떠났다.
잠시 후, 도 역시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 *
또 다른 성역, 엽현은 여전히 어검에 몸을 맡긴 채, 전력으로 도망치는 중이었다.
엽현은 다소 긴장된 상태였다.
얼마 전부터 신비한 기운이 나타나서는 자신을 맹렬히 추격하는 것이 느껴졌던 것이다.
“액난문, 상대와의 거리가 얼마쯤 되지?”
“매우 가깝다. 지금 당장 자리에 멈춘다면 십 식(十息) 이내에 네 눈앞에 도착할 것이다.”
십 식!
엽현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고작 그 정도 시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단 말인가!
바로 이때, 엽현이 정면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순간, 성공 깊숙한 곳에서 살아 있는 자의 기운이 느껴졌다.
누가 있다!
빠르게 속도를 끌어 올린 엽현은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엽현이 사라진 직후, 한 여인이 그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목소도!
목소도는 엽현이 사라진 방향을 응시하며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도망을 치겠다? 내가 술래잡기를 좋아하는지 어찌 알았느냐? 하하하!”
이 말을 마친 순간, 그녀는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이 시각, 엽현은 생기를 느낀 성역에 도착해 있었다.
바로 이때, 젊은 남자 하나가 그의 앞을 막아서더니 다짜고짜 소리쳤다.
“웬 놈이냐! 감히 겁도 없이 대천계(大千界)에 침입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날카로운 검 끝이 남자의 미간 앞에 멈췄다.
엽현과 눈이 마주친 남자가 당황해하며 양손을 번쩍 들었다.
“하, 항복! 그냥 지나가시오! 못 본 것으로 해 주겠소!”
순간, 엽현은 어이가 없었다.
“무슨 항복이 이렇게 빨라! 남자 맞아?”
“아이고, 형장. 제발 그냥 넘어가 주시오. 오늘이 대천계 수문장으로 임명된 첫날이란 말이오! 내가 이 자리를 얻으려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아시오? 그러니까 제발…….”
“…….”
이때, 액난문의 다급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이제 곧 도착한다!”
이 말에 정신을 번쩍 차린 엽현이 한 줄기 검광으로 변해 황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엽현이 사라진 것을 보자, 남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부임 첫날부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안심도 잠시, 그의 앞에 이번에는 웬 여인이 등장했다.
순간 남자는 대경실색하고 말았다.
여인이 다가올 때까지 어떤 기척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한편, 목소도는 남자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기운이 사라졌다? 이상한 일이로군.”
남자는 한쪽에 얼어붙은 채로 감히 숨소리도 내지 못했다.
“여기가 어디지?”
“대, 대천계올시다!”
“대천계라…….”
목소도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드리웠다.
“네가 어디까지 도망칠 수 있나 보자꾸나!”
목소도가 한 발 내딛는 순간, 그녀의 모습은 이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자리에 홀로 덩그러니 남겨진 남자는 멍하니 허공을 응시할 뿐이었다.
* * *
이 시각 엽현은 어느 이름 모를 성안을 걷고 있었다.
이때의 그는 작은탑과 액난문의 도움을 얻어 기운을 완전히 끌어 내린 상태였다.
다시 말해, 겉보기엔 영락없는 보통 사람으로, 일부러 기운을 드러내지 않는 이상 그 정체를 알아볼 수 없다는 의미였다.
엽현은 문득 작은탑과 액난문이 평범한 존재가 아니란 걸 다시 한번 상기했다.
성안의 엽현은 부지런히 고개를 돌리며 주변을 살폈다.
성의 이름은 알지 못했다.
다만, 이 대천계가 얼마나 거대한지는 이곳에 도착하기 전, 감으로 알 수 있었다. 오유계보다도 훨씬 더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이 우주에서 기운까지 감춘 자신을 찾는 것은 그야말로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만큼 어려우리라.
이때, 액난문이 말했다.
“기억해라. 출수하는 순간 기운이 노출될 것이고, 일단 발각되면 그녀가 반식 안에 네 앞에 도달하리라는 것을.”
“그럼 이대로 계속해서 숨어 지내는 것밖에는 없나?”
“당분간은 그래야 하겠지.”
엽현은 앞으로 걸어 나가면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액난문. 너희 우주신정 안에는 우주법칙과 수호자들밖에 없는 건가?”
“후후, 네가 보기엔 어떨 것 같으냐?”
“음… 그 외에 다른 존재들도 있다는 건가?”
“내가 그걸 말 해 줄 것 같으냐? 순진하군.”
“…….”
“목소도가 널 찾아 왔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 아느냐?”
“뭘 의미하는데?”
“그건 바로 우주법칙 하나가 직접 널 노리고 있다는 말이 된다.”
“…….”
“지금부터는 바짝 엎드려서 지내는 게 좋을 거다. 액체인 너는 무슨 일을 하든지 좋지 않은 인과가 맺어질 수밖에 없을 테니까.”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그렇게 해 보지.”
바로 이때, 엽현이 뭔가 발견했는지 눈을 크게 뜨면서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순간, 그의 발밑으로 강력한 힘이 떨어졌다.
콰쾅-!
이 충격에 엽현의 몸이 붕 떠서 날아갔다.
노출을 의식해 기운을 쓰지 않은 탓에 충격을 몸 전체로 받아 버렸던 것이다. 다행인 점은 그를 공격한 힘이 그리 강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먼지를 뒤집어쓴 채 벌떡 일어난 엽현은 황급히 주변을 살폈다.
도대체 누굴까? 누군가 자신을 알아보고 공격을 한 것이었을까?
이때, 그의 시야에 한 여인이 들어왔다. 약관이 갓 넘은 듯한 외모의 여인은 검은 치마 차림에 긴 머리를 말총머리로 묶어 내린 모습이었는데, 겉으로 보았을 때 상당히 매서운 인상을 주었다.
여인은 웬 노인과 마주 보고 서 있었다.
엽현은 다소 기분이 나빴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싸움에 괜히 불똥이 튀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분명히 말했잖아요! 그 임가(林家)네 샌님에게는 절대 시집가지 않겠다고!”
“방설(方雪)! 이 할애비 말 안 들을 게냐? 허튼소리 하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서 이야기하자!”
방설이라 불린 여인은 콧방귀를 뀌었다.
“집에는 절대 안 가요! 가려면 할아버지 혼자 가세요!”
“어허, 녀석이 그래도…….”
바로 이때, 방설 옆으로 젊은 남자 하나가 다가오더니 웃으며 말을 걸었다.
“설매(雪妹)…….”
“임소(林蘇)! 나를 그런 식으로 부르지 마시오! 다시 한번 말하는데, 나는 이미 사모하는 사람이 있소. 그러니 나와 혼인할 생각은 언감생심 꿈에도 꾸지 마시오!”
임소라 불린 남자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설매, 나를 포기하게 만들려고 거짓말하는 거 다 알고 있소. 아무리 그래도 나 임소는 절대 그대를 놓치지 않을 거요!”
이 말에 방설이 임소를 사납게 노려보았다.
이때, 그녀가 갑자기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막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 있던 엽현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똑똑히 보시오! 이 사람이 바로 내 낭군 될 사람이오! 그러니 제발 귀찮게 굴지 말고 포기하시오!”
이 말에 엽현이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액난문!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이것도 액난지인이 꾸민 상황인 건가?] [멍청이! 누가 너더러 여기 멍하니 서 있으라더냐? 다시 한번 말하지만, 출수하는 순간 바로 기운을 들킬 것이니 잘 처신하도록 해라!] […….]이때, 방설이 엽현에게로 다가와 팔을 와락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약 올리듯 임소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임소, 이래도 믿지 않겠소?”
이 모습을 보자, 임소의 표정이 빠르게 식어갔다.
자신의 약혼녀가 벌건 대낮에 외간 남자의 팔을 껴안고 있는 모습을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때 그의 눈은 이미 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순간, 엽현이 방설을 향해 차갑게 소리쳤다.
“이거 놓으시오!”
이 한 마디에 장내에 있던 자들은 모두 당황했다.
방설 또한 믿을 수가 없었다.
감히 자신에게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엽현이 방설을 보며 말했다.
“낭자, 그대의 이런 행동이 가문에 어떤 누를 끼칠지 모르시오?”
“너, 너… 그게 무슨 말이냐?”
“무슨 말이냐고? 흥! 그대가 저 불쌍한 형장을 좋아하지 않는 건 이해하겠소. 다만 이렇게 수치를 주는 건 아니 될 일이오. 그대의 행동은 임형과 임가를 모욕하는 것뿐만 아니라, 두 가문 사이의 의를 상하게 하는 것이오. 이제 무슨 말인지 알겠소?”
“…네가 감히 본녀를 가르치려 드는 것이냐?”
“하하!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 그대 부친과 임형이 그대가 아무나 붙잡고서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을 것 같소?”
엽현이 임소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임형, 미안한 말이지만 이 여인을 안사람으로 들이는 일은 재고가 필요할 것 같소. 같은 남자로서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오.”
“…그런 말을 하는 그대는 누구요?”
엽현이 웃으며 임소 앞에 한 발 다가왔다.
“사람들은 모두 나를 양씨 집안의 양현이라 부른다오.”
양가(楊家)?
임소의 표정이 다소 기이해졌다. 전혀 처음 듣는 가문이었던 것이다.
엽현이 다시 입을 열려는 이때, 방설이 화가 잔뜩 난 모습으로 엽현 앞을 가로막았다.
“별것도 아닌 주제에 본녀를 능멸하려 하다니! 살고 싶지 않은 것이냐!”
“아, 좀! 제발 좀 떨어지시오! 남녀가 유별하거늘 왜 이리 붙어서 이야기하는 거요?”
엽현은 불쾌함을 드러내며 임소 곁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순간,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엽현이 슬며시 임소의 팔짱을 껴버렸던 것이다!
이 모습을 정면에서 본 방설은 못 볼 것을 본 양,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다른 이들 역시 황당하긴 마찬가지였다.
이 순간, 방설의 눈빛은 이미 살기로 물들어 있었다.
“너… 너 따위가 감히 내게 면박을 줘?”
“참 내. 이래서 계집들은 싫다니까. 역시 호방한 남자가 좋아.”
엽현이 곁에 있는 임소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순간, 그의 눈빛은 방설을 볼 때와는 달리 매우 온화하게 변했다.
남자가 좋다고?!
이 말을 들었을 때 방설의 표정이 썩기 시작했다.
임소 역시 머릿속이 갑자기 멍해졌다.
이때, 방설이 엽현을 보며 눈을 깜빡였다.
“너… 남자를 좋아하는 변태로구나! 그렇지?”
이에 엽현이 눈을 크게 뜨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왜, 그러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나? 사랑에는 국경도 없고 신분도 없다는데, 내가 잘못하기라도 했다는 거야?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이성 간의 사랑은 그저 번식을 위한 행위일 뿐, 진짜 사랑은 동성 간의 사랑인 걸 왜 몰라?”
“이, 이봐 진정해…….”
이때, 정신을 차린 임소가 엽현의 팔을 뿌리치고 도망치듯 뒤로 물러났다.
그의 얼굴은 귀신을 본 것처럼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야, 양 형! 내가 볼일이 있다는 걸 깜빡했구려! 그럼 다음에 봅시, 아니 되도록 보지 맙시다! 으아악-!”
말을 마친 임소는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순식간에 모두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한편, 방설이 엽현 곁으로 다가오더니, 미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처음부터 그렇다고 말을 하지. 그런 줄도 모르고 난… 아, 아무튼 미안하게 됐다. 지금부터라도 응원할게!”
계옥탑 안, 액난문이 엄지를 척 치켜들었다.
“이걸 이런 식으로 피해 버리다니… 넌 역시 난 놈이야! 인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