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555
1556화 넌 양심도 없냐?
비도에 가슴을 관통당한 액난문은 그대로 천 장 뒤로 날아갔다.
자리에 멈춰 선 그녀의 입가에선 진득한 피가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이때, 그녀의 가슴 부분엔 도상(刀傷)이 남아 있었는데, 이 부분으로부터 흘러나온 신비한 기운이 그녀의 생기를 분해해 나가고 있었다.
액난문은 서둘러 이 기운을 제압하려 혼신의 힘을 다했다.
멀리, 목소도가 손을 뻗자, 임무를 마친 비도가 그녀의 손안으로 날아들었다.
“네게 기회를 줄 생각은 없다.”
말을 마침과 함께, 손안의 비도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액난문은 자신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는 비도를 바라보며 절망에 빠졌다.
저 공격을 막으려면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순식간에 생기가 사라져 죽음에 이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죽는 건가…….’
죽음을 감지한 액난문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죽음은 두렵지 않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억울했다.
왜냐하면 온전한 상태로 싸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대로 운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바로 이때, 액난문이 번쩍 떴다.
그녀의 앞에는 어느새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다름 아닌 엽현이었다.
엽현이 자신을 구하려는 모습을 보자 액난문은 다소 어리둥절했다.
바로 이때, 작은탑이 둥실 떠오르더니 액난문의 몸 안으로 빠르게 자기를 투입하기 시작했다.
이때, 엽현이 소리쳤다.
“빨리 회복해! 이번만큼은 어찌 막아 볼 테니까!”
말을 마친 엽현이 비도를 향해 돌진했다.
목소도를 당해낼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해내야만 했다.
액난문이 죽어버린다면 그다음은 바로 엽현 자신의 차례일 테니까.
그럴 바에야, 액난문을 살리고 둘이서 힘을 합치는 것이 목숨을 부지할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높이는 방법이 되리라!
엽현이 검을 뽑아 든 순간, 검역과 생사일검이 동시에 펼쳐졌다.
이 순간, 그가 펼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검기였다.
검 끝이 공간을 가르며 날아간 이때,
쾅-!
엽현의 바로 앞에서 검광이 폭발하면서, 엽현의 신형이 수천 장 뒤로 날아갔다.
이때, ‘퍽’ 소리와 함께 천주검에 균열이 일었고, 그의 전신 또한 메마른 논처럼 여기저기 갈라져 나가면서 붉은 선혈을 뿜어냈다.
단 일격에 육신은 물론 영혼까지 잃을 뻔했던 것이다!
엽현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왜 등장하는 여자마다 이런 괴물들뿐인 걸까?
이때, 목소도가 놀랍다는 표정으로 엽현을 쳐다보았다.
“범검? 재밌구나!”
만약 방금 전의 초식이 범검이 아니었더라면 엽현은 무조건 죽었을 게 분명했다.
엽현은 피를 닦아내며 액난문을 슬쩍 쳐다보았다.
순조롭게 자기를 흡수한 그녀는 빠르게 부상을 회복하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완전히 회복하기 위해선 여전히 조금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하하! 정말이지 감동적인 장면이로구나. 어디 이것도 한 번 받아 보거라!”
목소도가 손을 펼치자, 비도가 허공을 가르며 날아들었다.
순간, 고요한 와중에 공간이 찢기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날아오는 비도를 본 순간, 엽현의 표정이 크게 변했다.
‘이건 막을 수 없다!’
도망쳐야 할까?
막 이 생각이 든 순간, 엽현의 표정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도망은 무슨!
죽더라도 선 채로 죽는 게 검수가 아니던가!
엽현은 그대로 앞으로 달려들면서 검을 휘둘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생사일검이었다.
검을 방출한 순간, 엽현의 머릿속에서 생사에 관한 관념이 거품처럼 사라졌다.
삶이든 죽음이든 이 일검에 결정이 나는 것이다!
이때, 비도가 도착했다.
쾅-!
엽현 정면에서 검광과 도광이 폭발을 일으키더니, 주변의 공간이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폭발이 끝난 후, 목소도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예상과는 다르게 엽현이 두 다리로 그 자리에 버티고 서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미 반쯤 박살이 난 천주검으로!
이때의 엽현은 매우 평온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천주검은 크게 진동하고 있었다.
이때, 목소도가 소리쳤다.
“범경(凡境)!”
범검과 범경.
이 둘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라 할 만큼 엄청난 것이었다.
범경에 들어선 엽현에게 도경을 포함한 기존의 무도체계는 완전히 무의미했다.
그야말로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인 셈인 것이다!
“믿을 수 없어!”
이때, 목소도가 도를 휘둘렀다.
쾅-!
엽현이 피를 토하며 수천 장 멀리 튕겨져 나갔다.
하지만 그의 눈은 웃고 있었다.
범경!
이 얼마나 고대했던 경지란 말인가!
이때, 목소도가 웃으며 엽현에게 말을 걸었다.
“즐거워 보이는구나?”
엽현이 피를 닦아내며 대답했다.
“즐겁지 않을 이유가 있나?”
“고작 범경에 이른 것으로 기뻐하는 것이라면… 나는 이미 십만 년도 더 전에 그 경지를 이뤘다고 말 해 주고 싶군.”
이에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니! 그것 때문에 좋아하는 게 아냐!”
“음? 그럼 대체 뭐란 말이냐?”
“하하하! 내가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제부터 외물을 쓸 수 있기 때문이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엽현이 손을 펼쳤다.
순간, 엄청난 양의 검기가 그의 체내에서 빠져나왔다.
이는 엽현의 것이 아닌, 수만 년 전에 청삼남이 남겨 놓았던 잔존검기들이었다.
검기들이 비처럼 쏟아지는 장면을 보자, 목소도가 재빨리 비검을 날렸다.
비검이 번뜩이자, 그녀 정면의 공간이 날카롭게 잘려 나갔다.
하지만 끝도 없이 밀려드는 검기를 모두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목소도가 미간을 찌푸리며 재빨리 뒤로 신형을 물렸다. 이때에도 손가락을 튕겨 비도를 날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쉭-!
그녀의 비도가 검기의 비를 향해 정면으로 날아갔다.
바로 이때, 검기 하나가 비도를 강제로 막아 세웠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또 하나의 검기가 비도를 강하게 때렸다.
쾅-!
폭발과 함께 비도가 튕겨 나갔다.
하지만 목소도는 이미 엽현 과의 거리를 만 장 가까이 벌린 상태였다.
그녀가 손을 펼치자, 비도가 그녀의 손안으로 돌아왔다. 허나, 비도는 이미 크게 파손된 상태였다.
바로 이때, 엽현이 포효하듯 소리쳤다.
“응(凝)!”
음성이 떨어진 순간, 잔존검기들이 순식간에 한데 뭉치더니, 하나의 기검을 만들어 냈다.
실제 검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 검이었다.
엽현은 곧바로 손가락으로 한 점을 가리켰다.
“참(斬)!”
쉭-!
엽현이 소리친 순간, 기검이 공간을 파괴하며 빠르게 날아갔다.
기검에 담긴 위력을 느낀 순간, 목소도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물러나는 대신 오히려 한 발 앞으로 나아가며, 양손으로 잡은 비도를 종으로 휘둘렀다.
“파창궁(破蒼穹)!”
순간, 무려 백 장에 달하는 도기(刀氣)가 하늘을 뒤덮으며 떨어졌다.
빠각-!
찰나의 순간, 도기에 의해 사방의 천지가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창궁을 파괴하는 초식이었다!
대천계 전역을 뒤흔들며 펼쳐진 도기는 그대로 기검 위로 떨어졌다.
순간, 허공이 격동하며 반경 수십만 리 이내의 공간이 일순 허무로 변해 사라졌다.
이때, 무언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이내 기검이 목소도를 향해 똑바로 날아들었다.
목소도는 살기를 드러낸 채, 재빨리 손을 뻗었다.
“참신(斬神)!”
순간, 그녀의 손바닥에서 또 다른 비도 한 자루가 차가운 기운을 흩날리며 방출됐다.
비도는 곧바로 정면의 기검과 충돌했다.
쾅-!
비도가 파괴되면서 엄청난 기운이 장내를 휩쓸었다. 뒤이어 백만 장 이내의 공간이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이 크게 요동쳤다.
한편, 비도를 물리친 기검은 곧바로 목소도를 향해 날아들었다.
이에, 목소도가 비장한 표정으로 천천히 눈을 감았다.
순간, 그녀의 머리 위에 반쯤 투명한 도 한 자루가 응집됐다.
이 투명한 도가 나타나자 주변의 공간이 빠르게 소멸하기 시작했다.
목소도가 소환한 도가 대천계의 본원에 손상을 입혔던 것이다.
바로 이때, 목소도가 두 눈을 번쩍 뜨며 날카롭게 소리쳤다.
“신합(神合)!”
음성이 떨어진 순간, 그녀의 영혼이 육신으로부터 분리됐다. 이 영혼은 곧바로 허공에 떠 있던 도를 잡고서 정면으로 맹렬히 휘둘렀다.
도가 허공을 가른 순간, 대천계의 본원이 눈에 보일 정도의 속도로 사라져갔다.
이와 함께, 그녀가 서 있는 공간이 바짝 말라버린 고목처럼 빠르게 무너져 내렸다.
그녀의 도 앞에서는 그 어떤 것도 존재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한편, 엽현은 기검을 날린 순간, 이미 액난문을 들쳐업고서 도망친 상태였다.
목소도가 방어에 성공했을 때, 더 이상 싸울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한편, 목소도 역시 기검을 막기 위해 최강의 패를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녀가 이 초식을 쓰는 일은 흔한 경우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주변의 본원과 천지를 파괴해 버릴 정도로 지나치게 강력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평범한 초식으로 막아내기에는 청삼남의 기검은 너무나도 강력했다.
결국, 목소도의 도는 기검을 멈춰 세우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내 그녀의 표정이 다시 어둡게 변했다. 손안에 있던 도가 조금씩 소멸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걸로도 부족하단 말인가!’
순간, 목소도의 눈에서 흉흉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혼귀참신(魂歸斬神)!”
음성과 동시에 목소도의 영혼은 육신으로 복귀했다.
그러자 그녀의 영혼이 붙들고 있던 비도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방해물이 사라지자, 기검이 거침없이 목소도를 향해 날아들었다.
바로 이때, 목소도가 기검을 향해 손날을 휘둘렀다.
“파(破)!”
쾅-!
순간, 그녀의 오른팔이 폭발하면서, 엄청난 기운이 그녀를 장장 만 장 멀리까지 튕겨내 버렸다. 그녀가 자리에 멈춰 섰을 때, 한 자루 기검이 연기를 뚫고서 그녀 앞으로 날아들었다.
이 모습을 보자 그녀의 얼굴에 처음으로 어둡게 변했다.
바로 이때, 전광석화처럼 날아오던 기검이 목소도 눈앞에 멈춰 섰다.
그러더니, 천천히 소멸하기 시작했다.
목소도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때, 그녀의 미간 앞에는 어떤 신비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이 기운이 결국 기검을 막아냈던 것이다.
임무를 다한 신비한 기운은 기검과 함께 안개가 되어 허공에 흩어졌다.
잠시 후, 숨을 고른 목소도가 눈을 뜨고서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서는 더 이상 여유를 찾아볼 수 없었다.
기검이 엽현의 것이 아니었다는 건 그녀도 알고 있었다. 중요한 건 누구의 것인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목소도는 문득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오른팔은 이미 자취를 감춘 상태.
다시 눈을 감은 목소도는 한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 * *
한편, 액난문을 들쳐업고서 도망치던 엽현은 뒤쪽에서 발생한 엄청난 폭발을 느꼈다.
“끝났다. 멈춰도 된다.”
액난문의 말에 엽현이 자리에 멈추고는 그녀를 내려놓았다.
“혹시 죽었을까?”
액난문이 먼 성공을 응시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목소도가 섬기는 법칙이 그녀를 구했다.”
이 말에 엽현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망할! 걸핏하면 남의 도움이나 받으려고 하고 말이야! 요즘 무인들은 도대체가 기개가 없어, 기개가!”
이에, 액난문이 엽현을 지그시 바라보며 한 마디를 툭 던졌다.
“너는… 도대체 양심이란 것도 없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