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556
1557화 언젠가 사고 칠 줄 알았다
엽현은 자리에 주저앉아 치료를 시작했다.
이때부터 그는 치료를 위해 자기를 사용했다.
이미 진정한 의미의 범검이 되었으니 외물을 사용하는 걸 주저 할 필요는 없었다.
왜냐하면 앞으로는 외물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엽현의 심경은 이미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상태였다.
물론, 목소도 같은 강자를 상대로 외물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한편, 먼저 회복을 시작한 액난문은 이미 칠할 이상 부상을 회복한 상태였다.
“…방금 전엔 왜 날 구해 준 것이냐?”
액난문의 질문에 엽현이 진지하게 대답했다.
“친구잖아. 친구끼리는 돕는 게 당연…….”
“헛소리는 집어치워!”
“…….”
“똑똑히 들어라. 지금 이 상태로는 우리 둘이 힘을 모은다 해도 저 여자를 이길 수 없다. 게다가 그녀가 부른 우주집법자들이 이미 근처에 와 있을 거다.”
“너도 우주신정의 사람이잖아? 그 우주집법자라는 자들이 아무렴 너도 공격할까?”
“네 말이 맞다. 그들이 노리는 건 네 목숨일 것이다.”
이 말에 엽현의 표정이 어둡게 변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지?”
“간단하다. 목소도를 쳐 죽이고, 우주집법자들도 해치운 다음 우주신정을 괴멸시킨다.”
“호오… 좋은 생각이군. 구체적인 계획은?”
이때 액난문이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계획은 얼어 죽을 놈의 계획! 내가 우주신정의 사람이란 걸 또 잊어버린 것이냐! 우주신정을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를 왜 내게 묻느냔 말이다! 나와 그들은 한 편인데!”
이 말에 엽현이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헤헤, 깜빡했지 뭐야.”
액난문이 차가운 눈초리로 엽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잊지 마! 내 임무는 결국 널 죽이는 거라는 것을!”
“좋아.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목소도를 상대할지 의논해 보자. 이건 괜찮지?”
“…이제야 말이 통하는군.”
“하하하! 뭐 좋은 생각이라도 있으면 말 해 봐. 그 여자를 물리칠 수 있는…….”
액난문이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였다.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네 형님을 다시 불러오는 것.”
엽현이 곧장 고개를 저었다.
“그 사람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연락할 방법도 없다. 다음!”
액난문이 손가락으로 자신의 이마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다음 방법은 내 머리에 박혀 있는 금제를 해결해 주는 거다. 내가 정면에서 그 여자를 상대하는 동안 네가 기습을 가한다면 필승이라 할 수 있지.”
“그다음은?”
“그다음은 네가 죽을 차례지.”
“…다음!”
엽현과 액난문 사이의 평화가 유지되는 이유는 단 하나.
그녀의 미간에 남자의 검이 박혀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 금제를 제거하게 되면 그녀가 어떻게 나올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마지막 세 번째 방법은 이대로 계속 도망치는 거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수밖에 없다. 어디로 도망가든 그녀는 결국 널 찾아낼 테니까.”
“흠… 그러지 말고 우리 둘이서 그녀와 싸워 보는 건 어때? 나도 이미 범경이 됐잖아?”
“그건 현실적인 방법이 아니다.”
엽현이 무어라 말하려는 이때, 액난문이 돌연 고개를 치켜들었다.
“왔다!”
액난문이 말하기 무섭게, 허공이 열리고 여인 하나가 튀어 나왔다.
다름 아닌 목소도였다.
이때의 목소도는 기검에 당한 부상을 대부분 회복한 상태였다.
두 사람을 발견한 목소도는 곧장 엽현을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다.
“그 검기… 더 있느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이에 목소도가 엽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더니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 눈은 못 속인다.”
말을 마친 목소도가 곧바로 비도를 꺼내 들고서 엽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에, 엽현이 정면으로 솟구치며 일검을 내질렀다.
겉보기에는 아무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 평범한 검이었다.
쾅-!
순간, 엽현이 수천 장 뒤로 밀려났다.
하지만 다음 순간, 엽현이 목소도 앞에 불쑥 튀어나오더니 맹렬히 검을 휘둘렀다.
이에 목소도가 머리 위로 비도를 치켜들었다.
쾅-!
천지가 요동치면서 엽현이 재차 뒤로 밀려났다.
하지만 이때, 어느새 접근한 십여 개의 검광이 목소도의 요혈을 향해 사방에서 날아들었다.
찰나의 순간, 목소도 주변에 검광이 난무했다.
잠시 후, 서서히 빛이 걷히고 목소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광은 모두 소진됐지만, 목소도는 멀쩡한 상태였다.
이 모습을 보자 엽현으 표정이 다소 어둡게 변했다.
목소도가 씩 웃으며 출수하려는 이때, 한 줄기 혈뢰가 그녀의 미간을 향해 날아들었다.
액난문!
그녀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 엽현이 지면 자신도 죽는다는 것을!
엽현과 협공을 펼쳐야만 그나마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이어갈 수 있으리라!
이때, 목소도가 날아오는 혈뢰를 향해 비도를 날렸다.
쾅-!
혈뢰가 산산이 부서지면서 그 자리에서 허무로 변해 사라졌다.
이 순간, 액난문은 목소도 눈앞으로 이동한 상태였다.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목소도의 머리를 향해 손날을 내리쳤다.
순간, 핏빛 뇌광이 목소도의 머리 위에서 번뜩였다.
이에 목소도가 차가운 시선을 유지한 채, 손안의 비도를 빠르게 휘둘렀다.
쾅-!
순간, 혈광이 폭발하면서 액난문이 만 장 뒤로 튕겨 날아갔다.
목소도가 추격을 하려는 이때, 한 줄기 검광이 그녀의 얼굴 바로 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곧바로 기지를 발휘해 가볍게 고개를 젖히는 것만으로 검을 피해냈다.
이때, 그녀의 정면으로 접근한 엽현이 크게 검을 휘둘렀다.
순간, 목소도의 신형이 흐릿해졌다.
쉭-!
엽현의 검은 그대로 허공을 베고 말았다.
이때, 엽현이 화들짝 놀라며 오른편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쾅-!
무언가와 충돌한 순간, 엽현은 손이 저려옴과 동시에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와 함께, 그의 신형은 수만 장 멀리 튕겨져 날아갔다.
이때, 다시 모습을 드러낸 목소도가 엽현을 향해 손을 뻗었다.
비도 한 자루가 엽현을 향해 벼락처럼 날아갔다.
순간, 주변의 천지가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기필코 죽이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일격이었다.
비도를 본 순간, 엽현의 표정이 진중해졌다.
자칫 방심했다간 죽을 것 같았던 것이다.
‘대단하군!’
이때, 엽현의 눈빛이 오기로 가득 찼다.
뒤이어 그는 후퇴하는 대신 오히려 전진하며 검을 휘둘렀다.
생사일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검과 비도가 공중에서 맞붙은 순간, 비도가 갑자기 격렬히 진동하더니, 한순간 강렬한 폭발이 발생했다.
이에 깜짝 놀란 엽현이 황급히 검역을 펼쳐냈다.
쾅-!
비도로부터 시작된 폭발은 대부분 검역에 의해 흡수됐다.
하지만 비도는 여전히 엽현의 눈앞에 머물러 있었다. 게다가 엽현의 안색 역시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
비도에 담긴 기운을 감당하기가 너무나도 버거웠던 것이다.
이때, 목소도가 손을 펼치자, 그녀의 손안에 투명한 비도가 나타났다.
엽현을 응시하던 목소도가 가볍게 소매를 펄럭였다.
“가랏-!”
음성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녀의 손을 떠난 비도가 엽현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를 본 엽현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한 자루 비도를 막는 것도 버거운 상황에서 또 다른 공격을 막을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바로 이때, 한 줄기 혈광이 날아오던 비도의 옆구리를 들이받았다.
쾅-!
혈뢰가 터지면서 비도가 허공에 잠시 멈췄다.
그러나 이내 방향을 틀어 액난문을 향해 날아들었다.
액난문이 살기를 발산하며, 날아오는 비도를 양손으로 감싸 쥐었다.
쾅-!
순간, 액난문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와 함께 그녀의 주변으로 무수히 많은 혈뢰가 번뜩이면서 그녀의 육신이 점점 소멸되기 시작했다.
현재 그녀의 실력으로 목소도의 도를 감당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던 것이다.
이때, 목소도의 손에 또 다른 비도 한 자루가 나타났다.
“가랏-!”
목소도의 손을 벗어난 비도가 공간을 가르며 액난문을 향해 날아갔다.
이를 본 액난문은 아예 두 눈을 감아버렸다.
봉인이 된 후, 그녀의 실력은 원래의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정상적인 상태로 싸웠어도 이길까 말까 한 목소도를 그런 몸으로 싸우는 것은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버틴 것만으로도 훌륭하다 칭찬할 수 있는 상황!
그녀는 이미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다.
죽음은 두렵지 않았다. 다만, 죽기보다 싫은 것은 자신이 끔찍이도 싫어하는 저 비열한 엽현과 함께 죽는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별 의미가 없었다.
어차피 두 사람 모두 이 일격으로 영혼이 소멸될 것이고 다시는 환생하지 못할 테니까.
어찌 보면 혼자 가는 것보다는 덜 쓸쓸한 길이 되리라!
바로 이때, 엽현이 괴성을 지르더니, 액난문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검역이 흩어지면서 비도가 그의 가슴을 파고들었지만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이윽고 액난문 앞에 도착한 그는 천주검을 들고서 있는 힘을 다해 휘둘렀다.
순간,
쾅-!
천주검이 산산조각이 나면서, 비도가 그대로 엽현의 몸에 박혔다.
쾅-!
엽현은 큰 충격을 입은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때, 그의 육신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한편, 뒤에서 이 장면을 본 액난문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동시에 머릿속이 새하얘져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이때, 엽현을 쓰러지는 것을 본 액난문이 황급히 엽현을 부축해 바닥에 뉘었다.
엽현이 액난문을 향해 무어라 말을 하려 했지만, 피를 토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숨을 가다듬은 엽현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꺼냈다.
“범경이 되면 무적이 될 줄로만 알았는데… 곧바로 저런 괴물을 만나게 되다니… 쿨럭… 하늘도 무심하지, 왜 상대는 꼭 나보다 강한 건지… 재수가 없어도 진짜 없는 건가봐… 컥…….”
엽현은 계속해서 붉은 선혈을 뿜어냈다.
말없이 엽현을 응시하는 액난문의 표정은 다소 복잡했다.
“나… 죽는 건가?”
액난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모습에 엽현이 힘겨운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그래도 널 한 번 구할 수 있었으니… 그걸로 만족해… 하하…….”
잠시 엽현을 응시하던 액난문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평생 살면서 남에게 빚져 본 적이 없다. 네가 날 한 번 살려 줬으니, 이번엔 내 차례다.”
말을 마친 액난문이 자리에서 일어나 목소도를 향해 똑바로 섰다. 뒤이어 그녀가 양손을 하늘로 올리자, 갑자기 사방에서 혈뢰가 난무하기 시작했다.
이때, 액난문의 미간 사이에 ‘厄(액)’이라는 붉은 글씨가 나타났다.
이를 본 순간, 목소도가 눈살을 찌푸렸다.
“소액, 설마 액난법칙이 네게 남겨준 법칙지력을 쓰려는 건가? 그래 뭐 좋다. 그걸 쓰는 건 문제가 없지. 하지만 네 뒤에 있는 남자는 액체다. 네가 액난법칙의 힘을 이용해 그를 지키는 건 액난법칙에 대한 배반, 더 나아가 우주신정 전체에 대한 배반이라는 걸 모르진 않을 테지? 만약 지금 멈추지 않으면 넌 무변신옥(無邊神獄)에 영영 갇히고 말 것이다!”
이에 액난문이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
“이제 다 필요 없어! 어차피 죽을 건데 그딴 거 생각해서 뭐해!”
순간, 액난문의 미간에 새겨져 있던 글자가 허공으로 떨어져 나왔다.
뒤이어 대단히 강력한 기운이 주변 일대를 뒤덮었다.
이때, 액난문이 목소도를 가리키며 분노의 일갈을 터트렸다.
“저 망할 년을 찢어 죽여!”
말을 마친 순간, 허공에 떠 있던 ‘厄(액)’자가 한 줄기 혈뢰로 변해 목소도를 향해 쏘아지듯 날아갔다.
이 모습을 본 목소도가 갑자기 뒤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미친년! 액체를 죽이라고 준 힘으로 액체를 지키려 하다니! 내 언젠가 사고 칠 줄 알았다! 얌전히 무변신옥에 들어갈 준비나 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