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563
1564화 소족장을 뵈옵니다!
엽현이 갑자기 어딘가로 사라졌다.
잠시 후, 그가 나타난 곳은 조금 전까지 혈투를 펼쳤던 전장이었다.
불사제족의 시신을 잠시 응시하던 그는 최선을 다해 시신들을 안장했다. 마지막으로 큰절까지 올린 엽현은 다시 구유계 장벽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엽현을 본 동리청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들 내 뒤를 따르시오!”
이 말과 함께 동리청이 먼저 장벽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바로 이때, 한 자루 비도가 공간을 가르면서 그녀를 향해 날아들었다.
이를 본 동리청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대로 주먹을 휘둘렀다.
쾅-!
주먹에 막힌 비도가 허공에 멈췄다.
하지만 이때, 또 다른 비도가 날아들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무변성지의 여인이 나섰다. 그녀가 한 발 내딛으며 일장을 펼치자, 시뻘건 화염이 쏟아졌다.
쾅-!
두 번째 비도마저 화염에 가로막혀 더 이상 전진하지 못했다.
이때, 두 여인이 재차 출수했다.
콰쾅-!
비도가 튕겨 나가고, 모두의 시선 속에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상대는 다름 아닌 목소도였다.
“짜잔, 내가 돌아왔다!”
동리청은 장난스러운 표정의 목소도를 보며 천천히 주먹을 움켜쥐었다.
이때, 목소도가 손을 내밀자, 그녀의 손안에 새로운 비도 한 자루가 나타났다. 목소도가 웃으며 동리청을 향해 말했다.
“축하한다. 오늘부로 불사제족은 멸족(滅族)이 결정됐다.”
“흥! 고작 너 하나로 말이냐?”
동리청의 말에, 목소도가 손가락으로 머리 위를 가리켰다.
모두의 시선이 그녀의 손끝을 향한 순간,
쾅-!
목소도 위쪽 공간에 거대한 구멍이 생기면서 중년 남자 하나가 걸어 나왔다.
검은 장삼을 걸친 중년인은 걸음걸이나 옷차림에서 문인의 풍모를 풍기고 있었다.
목수(牧修)!
그는 우주집법자 전체를 통솔하는 총사령관이었다.
목수의 뒤로는 어느새 열 명의 흑의인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각각 한 자루의 비수를 쥐고 있는 흑의인들은 마치 유령처럼 존재를 느끼기 어려웠다.
뒤이어, 네 명의 중년인이 또다시 등장했는데, 이들 중 둘은 다름 아닌 염마와 막산이었다.
나머지 둘 역시 이들과 마찬가지로 사령관의 신분이었다.
이들의 뒤로 백이십여 명의 무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우주집법자들이었다.
이미 죽어버린 자들을 제외하고, 우주신정의 모든 우주집법자들이 한 곳에 모여든 것이었다!
바로 이때, 목수의 오른편.
백 장가량 떨어진 공간이 갈라지면서 노인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노인은 흰 장포 차림에 한 손에는 검은 책을 들고 있었다. 책의 표지에는 커다란 글씨로 두 글자가 적혀 있었다.
: 신술(神術).
성언자(聖言者)!
우주신정의 무인들 중, 비술 등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이들이 바로 성언자였다.
이들은 우주의 가장 오래된 비술과 술법을 통달한 두려운 존재들이었다.
성언자들 역시 실력에 따라 등급이 나뉘었다.
이 자리에 등장한 자는 비록 최상급의 성언자는 아니었지만, 꽤나 실력자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었다. 성언자 위로는 신언사(神言師)가 있는데, 이들은 우주신정 전체를 통틀어 두 명밖에 없을 정도로 고귀한 존재였다.
노인의 뒤쪽에는 대략 삼십 대로 보이는 남자와 여자가 서 있었다.
두 사람은 모두 허리춤에 검집을 찬 상태였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목소도의 오른쪽에서 수백 장 떨어진 공간에 쩍 갈라지면서, 남자 하나가 출현했다. 티끌 하나 묻지 않은 순백의 장포를 착용한 남자는 한 손에 매우 평범해 보이는 창을 쥐고 있었다.
이들의 위용을 확인한 순간, 엽현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극강의 고수였던 것이다!
우주신정, 우주에서 가장 오래되고 신비한 세력의 실체가 드디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장내를 살피던 총사령관 목수가 목소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목 소저, 우리가 뭘 하면 되는 것이오?”
목소도가 엽현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저 녀석은 내가 맡을 테니 나머지를 부탁한다.”
“…….”
잠시 엽현 측 무인들을 살펴보던 목수는 표정이 점점 딱딱하게 굳어갔다.
자신들 중 가장 강한 여자가 제일 만만해 보이는 자를 막겠다니…….
과연, 소문대로 우주신정 최강의 철면피가 틀림없었다!
이때,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백의인이 목소도에게 말했다.
“목 소저, 그대가 가장 강하니 불사제족의 족장을 맡아 주는 게 어떻겠소?”
목소도가 가차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여자랑은 안 싸운다!”
동리청이 두려운 게 아니었다.
단지, 죽이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불사혈맥의 변태 같은 회복력을 고려하면 단숨에 목숨을 끊어야 하는데, 이는 여기 있는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목소도의 대답을 들은 백의인은 어이가 없었지만,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여섯 우주법칙 수호자 중, 저 목소도의 뻔뻔함은 우주신정 내에서도 매우 유명했다.
게다가 그녀에게 동료애를 바라는 것은 해가 서쪽에서 뜨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
싸워서 이기지 못할 것 같으면 누구보다 앞장서서 도망치는 게 바로 목소도였다.
물론, 이런 일이 빈번하진 않았다.
왜냐하면 역설적이게도 그녀는 무지막지하게 강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우주신정 내에서 그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일은 매우 드물게 일어났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음흉한 일을 꾸미는 데에도 매우 능했기 때문이었다.
목소도가 백의인 등을 향해 소리쳤다.
“왜 멀뚱히 서 있어? 안 싸울 거면 간다?”
이 말에 무인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이때, 성언자가 모두를 대신해 나섰다.
“됐소. 불사족 족장은 내가 맡겠소.”
이에 백의인이 도를 가리켰다.
“그럼 나는 저 여자를 맡겠소.”
바로 이때, 이 말을 들은 도가 백의인을 향해 달려들며 검을 뿌렸다.
이를 본 남자가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생각보다 강한 자였군!”
말과 동시에 백의인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쾅-!
찰나의 순간, 둘 사이의 공간이 와르르 무너졌다.
칠흑 같이 어두운 우주 공간 속, 도와 백의인의 격전이 펼쳐졌다.
비록 기세 측면에서 도가 우위를 보였지만, 백의인 역시 쉽게 무너질 것 같은 모습은 절대 아니었다.
이때, 목수가 막념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럼 내 상대는 바로 그대로군!”
말을 마치기 무섭게, 목수가 자리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이를 보자, 막념이 검을 뽑아 들었다.
윙-!
청아한 검명을 시작으로 두 사람의 전투가 펼쳐졌다. 이들도 마찬가지로 막념쪽이 다소 우세한 모습을 보였지만, 목수 역시 만만치 않았다.
이때, 목소도가 성언자 곁에 있던 여검수를 향해 명령조로 말했다.
“네가 가서 저 불사족 계집을 맡아!”
목소도가 말한 여인은 바로 북두였다.
이때, 북두가 여인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시선이 마주친 순간, 두 여인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각자 무기를 뽑아 들고 신형을 날렸다.
쾅-!
성공 한 복판에서 검광과 도광이 뒤엉켜 큰 폭발을 일으켰다.
이때, 목소도가 나머지 집법자들을 향해 소리쳤다.
“너희는 나와 함께 저 액체놈을 친다!”
이 말에 엽현이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약자를 괴롭히는 것도 모자라 떼로 덤비겠다는 건가!
자기 하나를 죽이기 위해 백 이십에 달하는 집법자와 네 명의 사령관, 거기에 열 명에 달하는 신비인까지 동원하겠다니.
저 여인은 도대체 양심이란 게 있는 걸까?
이때, 한쪽에 있던 동리청이 차가운 음성으로 소리쳤다.
“쪽수로 밀어붙이겠다고? 지금 어디에 와 있는지 까먹었나 보군!”
그녀의 말이 끝난 순간, 사방에 수많은 강자들이 출현했다.
정확한 숫자는 셀 수 없었지만, 족히 만 명은 돼 보이는 대군이었다.
팔유계의 절정 고수들이 동리청의 부름을 받고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비록 하나하나의 실력은 집법자들에 미치지 못했지만, 머릿수만큼은 압도적이었다.
이와 동시에 팔유계 전역에서 엄청난 수의 진법이 빠르게 펼쳐지기 시작했다. 진법들이 겨냥한 것은 다름 아닌 우주집법자들이었다.
아직 끝이 아니었다.
구유계 쪽 우주에 커다란 공간이 생성되더니, 강대한 기운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잠시 후, 갑옷과 장창으로 무장한 한 무리의 무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도병(道兵)!
불사제족이 심혈을 기울여 길러낸 무인들로 그 수가 무려 삼 만에 달했다.
이들을 이끄는 것은 한 중년인이었다.
동리정(東里亭)!
도병 사령관!
동리정은 곧바로 엽현을 가리키며 명령을 내렸다.
“대형을 유지하고 소족장을 보호한다!”
말을 마친 동리정이 엽현을 향해 한쪽 무릎을 꿇으며 소리쳤다.
“목숨을 바쳐 소족장을 지키겠습니다!”
뒤이어 삼 만의 병사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목숨을 바쳐 소족장을 지키겠습니다!”
엽현이 무어라 대답하려는 이때, 그의 뒤편에 소리소문없이 열아홉 개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이 그림자들은 각자 방위를 점하고서 엽현을 철통같이 지키기 시작했다.
이들의 기운은 심지어 집법자들보다도 강한 것이었다.
순간, 엽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조차 이들이 언제 나타났는지 전혀 알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놀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구유계로 통하는 통로 안쪽에서 갑자기 용의 울음소리와 함께 강대한 기운이 장내로 불어 닥쳤다.
그 기세만으로 숨 쉬는 것조차 어려울 지경이었다.
이때, 창과 갑옷으로 무장한 한 무리의 병사들이 거룡을 타고서 나타났다.
불사혈기(不死血騎)!
불사혈기는 불사제족 내에서 최정예로 꼽히는 기병대로, 그 수는 대략 천기에 달했다.
숫자는 비록 많지 않지만, 불사혈기가 한 번 출동할 때면 그 기세만으로 땅이 갈라지고 하늘이 무너졌다.
불사혈기의 출현과 동시에 장내 모든 무인들은 엄청난 위압감을 느꼈다.
엽현조차 이 압력을 감당하기 버거워 검역을 운용해야만 했다.
이때, 불사혈기의 사령관이 엽현을 발견하고는 창을 꼿꼿이 세운 채 고개를 숙였다.
“소족장을 뵙습니다!”
“소족장을 뵙습니다!”
천 기의 불사혈기가 일제히 엽현을 향해 예를 차렸다.
이때, 천 마리의 거룡 또한 머리를 낮춰 엽현에 대한 복종을 표했다.
엽현은 갑자기 벌어지는 상황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바로 이때, 구유계의 공간통로가 또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번에는 방금 전보다 진동이 강렬했다.
한편, 자신을 향해 무릎을 꿇고 있는 무인들을 본 엽현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작은탑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한숨이야?”
엽현이 허공을 응시하며 대답했다.
“그냥… 내가 구유계의 위면지자라고 했을 때 아무도 안 믿던 게 생각나서…….”
“…….”
공간통로가 요동치고, 곧 수천 명에 달하는 무인들이 쏟아져 나왔다.
은색 갑옷과 깃이 달린 투구를 착용한 이들은 모두 등에 장궁을 매달고 있었다.
삼천육백 기에 달하는 궁수들.
우신위(羽神衛)!
이들은 불사혈기와 마찬가지로 불사제족이 심혈을 기울여 길러낸 궁수들이었다.
사람들은 보통 군대의 병사들은 무도를 익힌 무인의 먹잇감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이와 같은 말은 구유계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이들 병사들은 하나하나가 이미 절정의 실력을 지닌 무인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사제족은 왜 이리 강한 걸까?
물론 강한 혈맥을 물려받은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지만, 더 큰 원인은 따로 있었다.
그건 바로 그들이 세 개의 고차원 우주를 선점해 놓은 상태기 때문이었다.
쉽게 말해, 이들 우주 안의 자원과 인재는 모두 불사제족의 통제 아래 있었다. 그러니, 가장 좋은 수련자원과 훌륭한 인재들이 모두 불사제족에게 쏠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불사제족은 이를 바탕으로 천재들만 골라 군대를 조직했고, 그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바로 이 점이 불사제족의 군대를 강하게 한 원인이었다.
우신위 개개인의 실력은 집법자들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상태.
여기에 인원수까지 많으니 이미 전투는 성립이 되지 않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때, 우신위 궁수들이 한 손을 가슴에 올리며 엽현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소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