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565
1566화 지금부터는 단체전이다
목소도는 엽현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저 녀석이 왜 갑자기 자기가 이긴 것처럼 행세를 하는 걸까? 고작 일합을 겨뤘을 뿐인데?’
물론, 엽현이 자신의 비도를 막아낸 것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심지어 한 발도 물러나지 않은 걸 보고서 깜짝 놀랐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엽현을 봐줬는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니었다.
조금 전 일격은 그녀 역시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었다.
두 사람 간의 실력 차이를 고려하면 엽현은 지금쯤 쓰러져서 피를 토하고 있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엽현은 공격을 무난히 받아 냈을 뿐만 아니라, 표정에서도 여유가 넘쳐흘렀다.
그녀를 가장 참을 수 없게 만든 것은 엽현의 마지막 한 마디였다.
‘수호자 열 명이 와도 막아 낼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망치기 바빴던 녀석이 갑자기 어디서 저런 패기가 생겨 난 걸까?
바로 이때, 목소도는 우연히 엽현의 손이 떨리는 것을 보았다.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한 가지 의혹이 떠올랐다.
‘혹시 억지로 괜찮은 척하는 건가?’
생각과 동시에 그녀의 손에 비도 한 자루가 나타났다
비도가 손을 떠나면 과연 엽현이 허풍을 떨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으리라.
바로 이때, 엽현이 검을 비스듬히 늘어뜨리더니, 왼손을 허리춤에 가져다 놓았다. 순간, 가벼운 바람이 불고, 엽현의 도포 자락이 춤을 추듯 휘날렸다.
이 장면은 나머지 무인들로 하여금 마치 전설 속의 검선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이때, 엽현의 신지는 이미 정상을 회복한 상태였다.
검령이 그의 정신을 보호하고 있는 이상, 풍마상태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목소도가 막 출수하려는 이때, 엽현이 근엄한 표정으로 꾸짖듯 소리쳤다.
“목소도!”
천둥 같은 음성이 성공 전역을 뒤흔들었다.
이에, 손을 멈춘 목소도가 의혹 가득한 눈으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뭐 하는 거냐?”
“하하하! 그만두어라! 나 엽현의 검은 한낱 수호자 따위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용기를 가상히 여겨 이번 한 번은 살려 주지!”
말을 마친 엽현은 홀연히 자리를 떠났다.
이를 본 무인들은 눈을 깜빡이며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목소도가 진 건가?
아리송한 상황에 무인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볼 뿐이었다.
이때, 불사제족의 무인 중 누군가 소리쳤다.
“소족장 만세!”
“소족장 만세!”
불사제족 무인들의 함성 소리가 다시 한번 성공 전체를 쩌렁쩌렁하게 흔들었다.
한편, 우주신정 무인들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였다.
우주신정의 수호자가 졌단 말인가?
무인들은 확신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째 분위기가 그런 식으로 흘러가는 것만 같았다.
우주신정의 무인들은 해답을 갈구하듯 목소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당사자인 목소도는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내가 진 건가? 아니잖아! 그런데 왜 마치 내가 진 것 같은 분위기지? 이게 맞나?’
이때, 목소도가 자신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정신이 돌아온 그녀는 무리 속으로 사라져가는 엽현을 향해 황급히 손짓했다.
“아니, 아니! 너 이리로 나와! 싸우다 갑자기 이런 식으로 도망치는 놈이 세상에 어디 있나! 빨리 나와!”
목소도는 크게 흥분했다.
이런 뻔뻔한 수는 자신이 최고인 줄로만 알았는데 생각지 못한 곳에서 강적을 만난 것이다!
한편, 엽현은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
순간, 불사혈맥과 자기가 작용하면서 방금 전에 입었던 부상을 빠르게 회복시켰다.
아무 일 없는 척했지만, 사실 두 다리로 서 있는 게 기적일 정도의 심각한 부상이었다.
엽현이 반응을 보이지 않자, 목소도는 더욱 안달이 났다.
“뭐해? 못 들은 척하지 말고 당장 검을 들어!”
말을 마친 순간, 한 자루 비수가 그녀의 손을 떠나 빠르게 엽현을 향해 날아갔다.
이 순간, 엽현의 입꼬리가 실룩였다. 방금 전에는 전력을 다해 겨우 막긴 했지만, 이번 것은 전혀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바로 이때, 엽현 앞에 갑자기 무변성지의 여인이 나타나 일권을 내질렀다.
순간, 그녀의 주먹에서 한 덩이 화염이 쏟아져 나왔다.
쾅-!
결국, 비도는 목표에 이르지 못하고 허공에 멈추고 말았다.
이때, 목소도가 여인을 향해 화를 내며 소리쳤다.
“분명 정정당당한 대결이라 하지 않았느냐!”
여인이 대답하려는 찰나, 조용히 있던 엽현이 눈을 번쩍 뜨더니 대화에 끼어들었다.
“정정당당을 논할 거라면… 먼저 내가 일초를 받아냈으니, 이번에는 네가 내 검을 받을 차례 아닌가?”
목소도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
“그게 무슨 멍청한 소리냐? 약속 비무도 아니고 실전에서 너 한 번 나 한 번 번갈아 가면서 공격하는 법이 어디 있단 말이냐? 설마 내가 모르는 사이에 규칙이 바뀌기라도 했단 말이냐!”
“하하, 조금 전에 나는 전혀 움직이지 않고 네 공격을 버텨 냈다. 이번에는 네가 똑같이 할 차례다!”
“…그건 새로운 규칙이냐?”
“왜 그러냐? 감히 내 검을 받아 낼 자신이 없는 건가?”
엽현이 당당하게 나오자 목소도는 오히려 할 말이 없었다.
이때, 엽현이 그윽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법칙 수호자라는 자조차 내 검을 받아 낼 생각을 하지 못하다니… 역시 무적이란 위치는 너무나도 고독한 것이구나!”
“…….”
무변성지의 여인이 슬쩍 고개를 돌리고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왠지 모를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동리청 역시 엽현을 보며 기이한 표정을 지었다. 목소도의 공격을 막아 낸 것은 대단하다고 쳐도, 무적이란 표현을 쓸 정도까지는 아니지 않은가!
이때, 목소도가 엽현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무적? 지금 무적이라 했느냐?”
이에 엽현이 목소도를 똑바로 응시하며 대꾸했다.
“왜? 못 믿겠나? 그럼 간단히 내 검을 받아 보던가!”
“하하! 내가 그런 뻔한 도발에 넘어갈 것…….”
목소도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순식간에 접근한 엽현이 그녀의 얼굴을 향해 검을 들이밀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목소도가 누구인가?
비록 기습이긴 했지만, 이 정도 공격도 피하지 못할 그녀가 아니었다.
엽현이 검을 빼 든 순간, 그녀는 이미 비도를 빼 들고서 방어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문제는 전혀 없었다.
엽현의 검은 그녀를 위협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조금 전처럼 풍마상태에서 휘두른 검이라면 쉽게 볼 순 없겠지만, 지금은 혈맥이 완전히 활성화된 상태도 아니었다.
고로 목소도가 두려움을 느낄 이유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엽현의 검이 비도 위를 때리는 바로 이 순간, 목소도의 동공이 확장되는 동시에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쾅-!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비도가 산산조각이 나면서, 그녀의 신형이 수만 장 뒤로 날아갔다.
일순, 장내에 정적이 흘렀다.
숨소리조차 내는 이 없었다.
이는 동리청과 무변성지의 여인 또한 마찬가지였다.
엽현이 언제부터 저렇게 강했단 말인가?
두 여인은 서로를 쳐다보았지만, 원하는 대답을 구할 순 없었다.
한편, 멀찌감치 날아간 목소도는 제자리에서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머릿속은 이미 백지가 되어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바로 이때, 뭔가 떠오른 목소도가 엽현을 향해 분노하며 소리쳤다.
“이 사기꾼!”
방금 전 장면을 복기한 그녀는 검이 비도를 강타하기 직전, 어떤 신비한 힘이 자신을 밀쳐 냈던 것을 기억해 냈다.
이 힘은 결단코 엽현의 것이 아니었다.
사기!
이 말에 무인들이 일제히 엽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들이 봐도 방금 전의 검은 터무니없게 느껴졌던 것이다.
이때, 엽현이 천천히 검을 회수하더니, 경멸 섞인 눈으로 목소도를 쳐다보았다.
“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지껄이는군. 너는 내 검에 피를 묻힐 자격도 되지 않는다. 가서 십만 년쯤 더 수련하고 오너라!”
말을 마친 엽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사실은 도망치는 것이었다.
조금 전의 일검은 물론 그의 힘이 아니었다.
그가 사용한 것은 청삼남이 남기고 간 검도의지였다.
자세히 말하자면, 검이 떨어지기 직전, 청삼남의 검도의지를 주입해 그 위력을 더한 것이었다.
일검을 방출한 직후, 청삼남의 검도의지는 소멸하진 않았지만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이 검도의지는 사실은 오래전 청삼남이 방출한 검도의지의 흔적이라 할 수 있었다. 즉, 태생이 잉여물에 불과했기에 사용 횟수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약 청삼남이 남긴 진짜 검도의지였더라면 방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위력을 뿜어냈을 게 분명했다.
한편, 엽현의 마지막 한마디를 들은 순간, 목소도가 갑자기 피를 토해냈다.
‘십만 년 후에 와라!’
너무나 모욕적인 언사에 기혈이 뒤엉켜 버렸던 것이다!
물론, 더 주요한 원인은 조금 전, 검도의지에 당했던 부상 때문이었다.
“놈! 감히 나를 상대로 사기를 치다니!”
목소도의 말에 엽현이 전음으로 대꾸했다.
[사기 친 거 맞아. 그래서 뭐? 억울하면 너도 똑같이 해 보던가?]“…….”
이때, 눈을 뜬 엽현이 엄중한 표정으로 목소도를 꾸짖었다.
“졌으면 졌다고 시인할 것이지, 말도 안 되는 변명이나 늘어놓다니… 정말이지 우주 최강의 철면피가 따로 없구나!”
이 말을 들은 순간, 목소도가 분을 참지 못하고 비도를 꺼내 들었다.
비도가 순식간에 공간을 가른 순간, 이번에도 무변성지의 여인이 나타나 일권을 내질렀다.
쾅-!
굉음과 함께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비도가 공중에 멈추고 말았다.
여인의 주먹에도 깊은 상처가 생겼지만, 불사혈맥의 작용으로 순식간에 피가 멎고 새살이 돋아났다.
목소도는 엽현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녀의 표정은 얼음장보다 더 차가웠다.
그녀는 엽현이 일부러 자신을 도발하고 있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
마음을 다잡은 그녀는 웃으며 엽현에게 말했다.
“네 말 대로 일검을 받아 냈으니, 이젠 내가 공격할 차례다!”
말이 끝남과 함께, 그녀의 손안에 비도 한 자루가 나타났다.
목소도는 이번에야말로 젖 먹던 힘까지 끌어와 엽현을 처단할 생각이었다.
바로 이때, 엽현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만! 더 이상 싸움은 의미 없다!”
이 말에 목소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의미가 없다니, 또 무슨 개수작을 부리려는 게냐!”
“수작이 아니라, 너는 내 상대가 되지 못한다. 너 같은 약자와 왜 싸워야 하는지 모르겠군!”
목소도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질 뻔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저렇게까지 뻔뻔한 자는 처음이었다.
‘나 같은 약자? 상대가 되지 않아?’
목소도는 너무나도 기가 차서 오히려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살면서 약하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 보는구나! 자, 그럼 어디 약자의 일도를 받아 보거라!”
“아니. 승부가 이미 갈렸으니 더는 싸우지 않겠다.”
목소도가 돌아서는 엽현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이리 와! 도망치지 말고 내 도를 막아 봐라!”
목소도가 다시 출수하려는 이때, 무변성지의 여인이 또다시 엽현 앞을 가로막았다.
이를 보자 목소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익…! 중요할 때마다 나타나서 가로막다니, 넌 도대체 뭐냐? 저놈 어미라도 된단 말이냐!”
무변성지의 여인이 표정 없는 얼굴로 대답했다.
“맞다. 내가 바로 저 아이의 못난 어미다.”
“…뭐?”
목소도는 황당해서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엽현은 여인을 흘끔 쳐다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목소도가 여인을 무시하고서 엽현에게 무어라 말하려는 순간, 엽현이 동리청을 향해 말했다.
“족장, 우주신정의 무인들이 이리로 오고 있다 하지 않았습니까?”
동리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는 것이냐?”
이에 엽현이 검 끝으로 목소도를 겨냥하며 대답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일단 지원군이 도착하기 전에 저 여자를 제거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좋다. 지금부터 네가 여기에 있는 무인들을 통솔한다.”
말을 마친 동리청이 성언자를 향해 신형을 날렸다.
엽현이 목소도를 처리하는 동안, 다른 강자들을 견제할 요량이었다.
전권을 이임 받은 엽현은 목소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어때? 다시 정정당당하게 싸워 볼까?”
“…정말인가? 마지막 양심은 남아 있었구나. 그럼 덤벼 보거라!”
이때, 엽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미안,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부터는 단체전이다!”
엽현이 검 끝으로 목소도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명령이다! 지금부터 모든 불사제족 무인들은 우선적으로 저 여인을 제거한다! 출수!”
음성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무리의 불사제족 강자들이 목소도를 향해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