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570
1571화 엄청난 존재감
금산(禁山).
이곳은 불사계내에서 금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일반인은 들어올 수 없는 장소였다.
동리청은 엽현을 데리고서 어느 평평한 절벽 앞에 섰다.
뒤이어 그녀가 손을 뻗자, 한 덩이 신비한 기운이 넘실넘실 춤을 추듯 절벽으로 다가가 그 안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절벽에 가벼운 진동이 일어남과 함께 그 자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광막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익숙한 남자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청삼남!
이때, 계옥탑에 있던 작은탑이 밖으로 빠져나오더니 펄쩍펄쩍 뛰기 시작했다.
“주인, 주인이야! 저기 주인이 있어!”
작은탑은 매우 흥분한 모습이었다.
엽현은 가볍게 미소를 짓고는 광막 속의 화면에 집중했다.
이때의 청삼남은 공간을 가르며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역시나 익숙한 장소.
바로 육유계였다.
이때의 청삼남은 표정이 극히 차가웠고, 두 눈은 붉게 변해 있었으며, 전신에서는 무자비한 살기와 적의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엽현은 화면 속의 상황이 과거인 것을 알고 있음에도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살면서 이렇게 지독한 살의는 겪어 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광막 안.
청삼남이 갑자기 신형을 멈춰 세웠다. 이때, 그의 정면에 노인 하나가 나타나더니 근엄한 얼굴로 호통을 쳤다.
“감히 칠유계를 무단으로 통과하려 하다니, 참으로 건방진…….”
푸확-!
말이 끝나기도 전, 노인의 머리가 사방에 피를 흩뿌리며 솟구쳤다.
청삼남은 지체 없이 칠유계에 진입했다. 그가 우주 공간 안에 발을 디딘 순간, 수많은 무인들이 사방에서 몰려들었다.
청삼남이 또 검을 휘둘렀다.
윙-!
차가운 검명이 울려 퍼진 후, 십여만 개의 머리가 마치 소나기처럼 그의 발밑으로 후드득 떨어졌다.
칠흑 같았던 우주 공간은 삽시간에 붉게 물들었다.
청삼남은 어느 순간 팔유계로 향하는 우주 장벽으로 이동해 있었다.
역시나 그는 다짜고짜 검을 휘둘렀다.
쾅-!
팔유계의 우주 장벽이 종이처럼 찢겨져 나갔다.
팔유계 안으로 들어선 청삼남은 이번에도 아무 말 없이 검부터 휘둘렀다.
쉭-!
검광이 번뜩인 순간, 반경 수만 리 이내에 있던 무인들의 머리가 일제히 허공으로 솟구쳤다. 선혈이 성공을 가리며 쏟아지니, 이내 팔유계 전체가 한 편의 피바다로 변했다.
이 한 번의 공격으로 최소 수십만 명 이상의 절정 고수들이 목숨을 일었다.
이들은 모두 불사제족에 속한 무인들이었다.
청삼남이 가볍게 한 걸음을 내딛자 그의 신형이 순식간에 구유계 우주 장벽 앞으로 이동했다.
청삼남의 검이 또 한 번 번뜩였다.
쾅-!
세인에 의해 ‘절망의 벽’이라 불리던 구유계의 우주 장벽이 단 한 번의 손짓에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청삼남은 곧바로 구유계 우주를 밟았다.
이때, 그의 머리 위쪽에 신비한 기운 하나가 출현했다.
구유계 천도!
그녀가 나타난 이유는 간단했다.
청삼남의 살의와 적의가 구유계의 본원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불사제족조차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본원을 갑자기 나타난 남자가 해치고 있으니 어찌 참을 수 있겠는가!
순간, 강대한 기운이 청삼남을 향해 태풍처럼 밀려들었다.
이때, 청삼남이 위쪽을 흘끔 쳐다보고는 무심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꺼져.”
말이 떨어진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어쩐 존재가 우주 공간 안에서 사라졌다. 이와 함께 청삼남을 향해 밀려오던 위압도 순식간에 눈 녹듯 사라졌다.
한눈에 건드려서는 안 될 존재라는 것을 알아차렸던 것이다.
그렇게 천도는 올 때처럼 갈 때 역시 빠르게 사라졌다.
이후, 청삼남은 한달음에 불사계에 도착했다.
그가 막 경계 안으로 들어서려는 이때, 정면에 한 노인이 나타났다.
노인은 청삼남을 향해 공손히 포권을 취하며 말을 걸어왔다.
“양…….”
애석하게도 노인은 단 한 마디도 뱉지 못하고 머리가 잘려나갔다.
육신은 물론 한 줌의 영혼조차 남기지 못하고 죽었다.
청삼남은 검을 아래쪽으로 늘어뜨린 채, 깊은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두 눈은 맹수의 그것처럼 붉은색을 띠었고, 안면은 흉악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내 아들을 건드리다니… 불사제족이 언제부터 이렇게 담이 컸지?”
“건방진 놈! 감히 내 불사계에서 입을 함부로 놀린단 말이냐!”
노기 띤 음성이 울려 퍼지고, 노인 하나가 청삼남 정면에 나타났다.
하지만 등장하자마자 청삼남의 검이 그의 미간을 꿰뚫고 지나갔다.
노인은 불신이 가득한 표정으로 눈을 부릅떴다.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초살(秒殺)!
불사제족 강자들은 일제히 경악했다.
도대체 저 남자는 누구란 말인가!
이 순간, 불사제족 강자들은 모두 똑같은 의문에 잠겼다.
바로 이때, 백발노인이 장내에 모습을 드러냈다.
동리오(東里傲)!
당시 불사제족의 족장이었다.
동리오가 청삼남을 향해 무어라 말하려는 이때, 청삼남이 동리오 눈앞에 나타났다.
이에 놀란 동리오가 황급히 일권을 내질렀다.
순간, 강렬한 권인이 그의 주먹을 통해 뻗어 나갔다. 심지어 권인은 시뻘건 화염에 휩싸여 있었다.
혈맥지력(血脈之力)!
이때, 청삼남의 검이 똑바로 날아들었다.
그의 검은 권인을 꿰뚫고 뒤이어 동리오의 미간마저 뚫고 지나갔다.
순간, 장내가 무덤가처럼 고요해졌다.
누군가 침을 삼키는 소리마저 천둥소리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불사제족의 족장이 이런 식으로 패배한다?
그것도 단 일격에?
이를 지켜보던 무인들의 표정엔 불신이 가득했다.
이건 분명 꿈이 분명했다.
바로 이때, 여인의 날카로운 음성이 울려 퍼졌다.
“양엽(楊葉)!”
말을 한 사람은 다름 아닌 무변성지의 여인, 엽현의 모친이었다.
여인은 멀리서 청삼남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양엽… 그 사람은 내 아버지예요…….”
이때, 청삼남이 여인을 향해 고개를 휙 돌리더니 매섭게 소리쳤다.
“남자가 일하는데 어딜 여자가 끼어들어!”
말과 동시에 청삼남이 거칠게 검을 뽑아냈다.
푸확-!
동리오의 육신이 위아래로 길게 갈라지면서 피와 내장이 후드득 쏟아졌다.
일순, 불사계 전역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감히 숨조차 쉴 수 없었다.
자신들이 무적이라 여겨왔던 족장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쓰러지다니.
그것도 단 일검에!
심지어 그는 죽기 전에 한마디 말조차 내뱉지 못했다.
불사제족 역사상 가장 허무하고 억울한 죽음이 아닐 수 없었다!
한편, 한쪽에 서 있던 여인 또한 머리가 텅 비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비록 미워하는 사이긴 했지만, 눈앞에서 부친이 죽은 것은 그야말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청삼남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청삼남이 오른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곳엔 수십 명의 불사제족 장로들이 멍하니 서 있었다.
모두, 불사제족 최상급의 고수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청삼남이 휘두른 일검에 마치 닭 모가지가 날아가듯 허무하게 머리를 잃고 말았다.
역시나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반격은커녕, 반응조차 할 수 없었다.
이 순간, 불사제족 무인들은 절망감에 휩싸였다.
청삼남 앞에서 머릿수는 중요한 것이 아니란 걸 깨닫는 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때, 불사계 깊은 곳에서 음성이 울려 퍼졌다.
“환조(喚祖)!”
“환조!”
장내에 있던 불사제족 전원이 일제히 복창했다.
족장이 죽은 지금 조사는 그들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불사제족의 조사!
불사혈맥을 소유한 최초의 무인!
이 순간, 모두의 시선 속에 한 명의 노인이 불사계 상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장포를 입은 노인이 등장한 순간, 불사제족의 모든 무인들이 자신도 모르게 무릎이 꿇려졌다.
혈맥압제(血脈壓制)!
이는 혈맥 가장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일종의 금제였다. 불사혈맥을 이어받는다는 것은 엄청난 특혜였다. 다만, 한 가지 단점을 꼽으라면 그 혈맥이 조사에 의해 통제된다는 것이었다.
노인은 곧바로 청삼남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순간, 그의 눈동자가 잔뜩 움츠러들었다.
‘이건 위험하다!’
잠재된 본능이 보내는 신호였다.
노인이 막 무슨 말을 하려는 이때, 청삼남이 정면을 향해 검 끝을 찔러 넣었다.
이에 노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주먹을 내질렀다.
가장 단순한 검과 단순한 주먹이 허공에서 조우한 순간,
푹-!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검이 노인의 주먹을 관통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팔, 어깨를 지나친 검은 그대로 노인의 목구멍 뚫고서야 자리에 멈췄다.
초살(秒殺)!
마지막 희망이었던 것이 무너지고, 불사제족 무인들은 곧 절망감에 빠져들었다.
조사마저 간단히 죽인 자를 무엇으로 상대한단 말인가!
한편, 동리청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유구한 역사의 불사제족이 이렇게 허망하게 사라지는 걸까?
이때, 청삼남이 고개를 돌려 동리청을 바라보았다.
이에 동리청 역시 청삼남을 똑바로 노려보았다. 그녀의 표정은 이미 죽음을 각오한 상태였다.
불사제족은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설령 멸족을 당할지라도 투항은 없다!
청삼남이 출수하려는 이때, 엽현의 모친이 동리청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고는 청삼남을 향해 애원하기 시작했다.
“이쯤 하면 됐잖아요! 이제 그만 해!”
청삼남은 아랑곳하지 않고 검을 치켜들었다.
그의 눈은 이미 이성을 잃은 사람처럼 붉게 변해 있었다. 바로 이때!
“그만 하세요.”
어딘가에서 들려온 음성에 청삼남이 곧바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엔 푸른 치마를 입은 여인이 청삼남을 향해 서 있었다.
그녀를 본 순간, 청삼남의 육신을 지배하던 살의와 적의는 순식간에 눈 녹듯 사라져, 정상인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청시(青詩)가 그만하라면 그만해야지.”
청삼남은 여인의 손을 잡고 아무 일 없다는 듯 먼 하늘을 향해 나아갔다.
여인이 주변에 가득한 시체를 보더니 나무라듯 말했다.
“앞으로는 성질 좀 죽여요.”
“그, 그럼! 물론이지!”
“이런 적의도 아무 데나 흘리고 다니지도 말고요. 사람들이 얼마나 무서워하겠어요?”
청삼남이 순한 강아지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앞으로는 안 그럴게…….”
“정말이죠?”
“정말로!”
청삼남이 진심 어린 표정으로 대답하자 여인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손을 잡아끌었다.
곧, 두 사람의 모습은 구름 너머로 완전히 사라졌다.
* * *
절벽 앞.
두 사람이 사라진 것을 끝으로 화면은 멈췄다.
엽현은 입을 꾹 닫은 채 무언가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그날의 사건으로 불사제족은 원기에 큰 손상을 입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마땅한 천적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예전의 모습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었지.”
동리청이 엽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너는 불사제족의 소족장이니만큼, 앞으로 이 은원을 잘 처리해야만 한다.”
엽현이 말없이 쓴웃음을 지었다.
처리? 어떻게 처리하란 말인가?
청삼남과 자신의 실력은 하늘과 땅 차이인 것을!
설마 청아와 형님을 불러서 푸닥거리라도 해야 한단 말인가?
그럴 수만 있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야기였다.
이때, 동리청이 다시 말을 꺼냈다.
“너는 이미 범경에 이르렀다. 만약 더 강해지고자 한다면 범경의 상위 단계로 넘어가야만 한다.”
“우선 육신을 강화하는 것부터 해야 합니다.”
엽현의 말에 동리청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래, 네 육신이 쓸만했다는 걸 잊고 있었군. 혹시 필요한 것이라도 있느냐?”
“이전의 육신을 재건하는 건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불사제족에 더 나은 수련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도체 말이냐?”
순간, 엽현의 눈빛이 반짝였다.
“족장 역시 도체를 알고 계십니까?”
“하하, 물론이다. 도경의 주인이었던 자는 대단한 인물이었다. 칠유계와 팔유계를 돌파한 것도 모자라, 단숨에 구유계까지 넘어오려 했으니까. 물론, 나에게 가로막혀 뜻을 이루진 못했지만.”
“그, 그가 구유계까지 왔었단 말입니까?”
“음… 정확히 말하자면 이곳에 들어오진 못했다. 호의로 초대하려 했지만, 그가 거절했지. 그 남자가 여기까지 온 것도 그저 가벼운 호기심에 불과했었다. 훗날 사람을 시켜 알아보니, 마역(魔域)으로 향했다고 하더구나.”
“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