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577
1578화 너나 죽어!
장내 분위기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 엽현은 상자를 열어젖히고 말았다.
엽현이 상자를 연 순간, 온몸에 하얀 털이 뽀송뽀송하게 나 있는 작은 아이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작은 아이가 기어서 상자 밖으로 나오는 이때, 주변에 있던 영기들이 그녀를 향해 몰려들었다. 이 모습은 기이하기 그지없었다.
한편, 무인들의 눈은 일제히 이 하얀 아이에게로 향했다. 그들의 표정에는 호기심이 가득 차 있었다. 도대체 저건 또 어떤 존재일까?
이때, 갑자기 작은탑이 나타나 하얀 아이 앞에서 껑충껑충 뛰며 아는 척을 했다.
“소백아!”
게슴츠레 눈을 뜬 소백은 작은탑을 보자 가볍게 웃으며 탑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이때, 소백이 엽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 순간, 엽현은 번개처럼 빠르게 미리 준비해 둔 사탕을 소백에게 내밀었다. 사탕을 보자 표정이 밝아진 소백은 그대로 사탕을 받아 입에 넣고 오물오물 단맛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한편, 하얀 아이를 본 신언사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영조…?”
신언사의 표정은 점점 굳어져 갔다.
이때, 엽현이 소백을 향해 말했다.
“소백, 한 번만 싸워주면 안 될까?”
“…….”
소백이 말없이 엽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에 엽현이 서둘러 사탕 한 알을 더 꺼내 들었다.
이에 소백이 씩 웃으며 사탕을 낚아채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저놈들이야! 저놈들이 제일 나쁜 놈들이야!”
엽현이 성언사 무리가 있는 쪽을 가리켰다.
그러자 소백이 성언사들을 흘끗 바라보더니,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쾅-!
찰나의 순간, 성공 중에 난무하던 뇌전과 화염, 폭풍 따위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 장면에 무인들은 순간 넋을 잃고 말았다.
이때, 정신을 차린 언사들이 다시 진법을 정비했다.
그러자 강력한 원소력(元素力)이 성공 한복판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때, 소백이 손톱으로 허공을 가볍게 긁었다.
쾅-!
응집되어가던 원소력이 폭음과 함께 사방으로 흩어졌다.
또다시 주문이 방해를 받자 언사들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소백은 사탕을 빨면서 언사들을 향해 씩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치 ‘너희는 주문을 외워라, 나는 파괴 할 테니’라고 말하는 듯했다.
이에 언사들이 다시 주문을 외우려 할 때, 신언사가 나서서 그들을 막아 세웠다.
신언사는 소백을 응시하며 말을 건넸다.
“모든 영(靈)의 조상인 영조께서 어찌 액체의 편에 선 것입니까?”
이 말을 들은 소백은 손가락으로 엽현을 가리킨 후, 다시 자기 자신을 가리켰다.
아마도 엽현과 자신은 한 편이라 말하려는 듯했다.
이에 신언사가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저자는 액체, 우주에 피해를 끼친 죄인입니다!”
소백은 사탕을 오물거리며 눈을 두어 번 깜빡였다.
마치 신언사가 무슨 말을 하는지 통 모르겠다는 것 같았다.
액체? 죄인? 먹는 건가?
신언사의 표정은 이미 검게 그을린 상태였다.
영조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파악했던 것이다.
바로 이때, 언사들에게 발이 묶여 있던 불사제족 강자들이 대행왕조 무인들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지금도 팽팽한 상황에서 이들이 합류하게 되면 대행왕조 무인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목천이 다급한 표정으로 신언사를 찾았다.
이때, 신언사가 한 발을 크게 내딛으며 한 손으로 가볍게 지면을 내리눌렀다.
순간, 아무것도 없던 성공에 뇌전이 맺히더니, 아래쪽으로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찰나의 순간, 엄청난 위압이 장내에 휘몰아치면서 성공 전체가 금방이라도 터져 나갈 것처럼 격렬하게 흔들렸다.
이에 엽현이 재빨리 검을 뽑아 들고 출수할 준비를 했다.
바로 이때, 소백이 코로 가볍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자 모든 걸 박살 낼 기세로 떨어지던 뇌전이 갑자기 투명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완전히 소멸했다.
순간, 엽현의 눈이 커다래졌다.
사라졌다!?
반대편의 신언사 역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신의 공격이 이런 식으로 가볍게 막혀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한편, 소백은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 사탕을 핥아먹는데 열중할 뿐이었다.
이때, 대행왕조 병사들은 이미 크게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었다.
불사제족 측의 인원수가 대행왕조와 신종을 압도할 정도로 많기 때문이었다.
이에 목천이 신언사를 향해 날카롭게 소리쳤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오!”
목천은 알고 있었다. 우주신정의 실력이 고작 이 정도일리 없다는 것을.
신언사가 고개를 돌려 마의를 바라보았다.
신언사의 눈빛을 본 마의는 곧장 소백을 향해 날아갔다.
지금 상황에서는 소백을 견제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언사들은 꿔다놓은 보릿자루나 다름없을 테니까.
마의가 출수한 순간, 엽현이 검을 뽑아 들었다.
윙-!
청아한 검명이 성공에 울려 퍼진 이때, 마의가 일장을 뻗어냈다.
쾅-!
한 줄기 검광이 터져 나가면서 엽현이 원래 있던 자리까지 튕겨져 날아갔다.
이 충격으로 엽현의 육신이 군데군데 갈라졌지만, 소백이 가볍게 소매를 펄럭이자, 한 움큼의 자기가 날아와 엽현을 순식간에 원래 상태로 되돌려 놓았다.
하지만 이때, 마의는 이미 엽현과 소백 바로 앞까지 접근한 상태였다.
마의가 소백을 향해 출수하려는 순간, 그림자 하나가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쾅-!
공간이 무너지면서 마의가 뒤로 십여 장가량 밀려났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이는 다름 아닌 불사제족 족장, 동리정이었다.
동리정은 마의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네 상대는 여기 있다.”
말을 마친 순간, 동리정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이때, 마의가 정면을 향해 정권을 내질렀다.
이 주먹이 날아가는 순간, 성역 전체에 있는 생명체의 움직임이 일순 느리게 흘러갔다.
역(域)!
이것은 무역(武域), 그것도 일반 무역이 아니었다.
무역 안, 동리정이 눈을 부릅뜨며 주먹을 쥐었다.
순간, 체내의 불사혈맥이 들끓기 시작하면서 혈맥지력이 전신을 휘감았다.
이때, 혈맥지력을 담은 일권이 동리정에게서 펼쳐졌다.
콰쾅-!
하늘이 무너지는 굉음과 함께 두 여인이 동시에 뒤로 물러났다.
이 순간, 잔상 하나가 갑작스레 동리정을 앞에 나타났다.
암전 전주!
그는 벌써부터 동리정을 암살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만약 불사제족 족장을 암살할 수 있다면, 불사제족의 사기는 크게 꺾이리라!
하지만 전주가 손을 쓰려는 이때, 또 다른 그림자 하나가 소리 소문 없이 그의 뒤에 나타났다.
그림자의 정체는 바로 영자위의 사령관이었다.
사실 그는 줄곧 암전 전주를 주시하고 있었다.
영자위 사령관이 출현함과 동시에 암전 전주의 모습이 갑자기 사라졌다.
이와 함께 영자위 사령관도 홀연히 어딘가로 사라졌다.
이 모든 과정은 눈 깜빡할 사이에 이뤄져, 일반 무인의 눈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동리정은 마의를 응시하며 천천히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녀의 몸 안에서 불사혈맥이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불사혈맥을 보유한 자를 상대하려면 폭발적인 힘으로 단숨에 찍어 누르는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엄청난 장기전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바로 이때, 성공 한쪽이 갈라지더니, 두 개의 검광이 밖으로 튀어 나왔다.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막념과 도였는데, 그녀들은 각각 피투성이의 머리 하나씩을 손에 쥐고 있었다.
다름 아닌 신종 종주와 태상장로의 머리였다.
결국, 이곳에서 시간이 끌리는 동안 두 사람은 살해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 모습을 보자, 신종 무인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막념은 돌연 마의를 향해 시선을 돌리더니, 곧바로 자리에서 사라졌다.
바로 이때, 신언사가 수인을 맺으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찰나의 순간, 무수히 많은 핏빛 부적들이 막념 주변에 나타났다.
막념이 곧바로 검을 휘둘렀다.
쾅-!
부적들은 한순간에 잘려 나갔다. 하지만 이때, 한 줄기 뇌전이 그녀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막념은 허둥대지 않고 곧장 발을 쿵 구르며 허공으로 솟구쳤다.
신언사가 연속해서 주문을 외우려는 이때, 아래쪽의 엽현이 갑자기 소리쳤다.
“소백아! 도와줘!”
소백이 눈을 깜빡이며 신언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순간, 신언사 주변에 있던 영기가 완전히 사라지면서, 그의 비술도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신언사는 당황했다.
비술을 부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그건 바로 영기가 아니던가!
하지만 이미 그의 주변에 있던 영기는 완전히 사라진 상태!
뿐만 아니라, 영기와 더불어 비술 재료로 중요한 원소지력까지 더 이상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이때, 신언사에 눈에 문득 자신을 향해 씩 웃고 있는 소백의 얼굴이 들어왔다.
‘웃어?’
신언사는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 가뜩이나 화가 난 상태인데 자신을 향해 비웃기까지 한단 말인가!
바로 이때, 막념이 신언사 앞에 나타났다. 이에 정신이 번쩍 든 신언사가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한 걸음을 내딛었을 뿐인데, 그의 신형은 이미 천 장 뒤로 이동한 상태였다.
쉭-!
신언사가 도망치자 막념의 검은 허공을 베었다.
“누님! 언사들을 맡아 주시오!”
엽현의 말을 들은 막념은 곧장 방향을 바꿔 언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에 언사들이 황급히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이때, 소백이 가볍게 소매를 펄럭이자, 언사들을 중심으로 반경 수천 장 이내의 공간에서 영기와 각종 원소지력이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이와 더불어, 비술 또한 완전히 무효화 되고 말았다.
언사들이 황당해하는 이때, 막념이 무리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찰나의 순간, 다섯 명의 언사들이 막념의 검에 목이 잘려 죽었다.
비술을 사용할 수 없게 된 언사들은 일반 무인보다도 못한 존재였다.
언사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자, 신언사는 다급해졌다.
“이 우주의 천도는 모습을 드러내라!”
천도!
영기를 관장하는 것은 각 우주의 천도다. 천도만 있으면 흩어진 영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고, 그때부터는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반격에 나설 수 있다.
때문에 신언사는 급히 천도를 소환한 것이었다.
우주의 질서를 수호하는 우주신정이니만큼, 천도들 역시 협조적으로 나오는 게 당연했다.
쾅-!
큰 소리와 함께 성공 한복판에 강대한 기운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이 기운은 점점 실체를 갖추더니, 이내 사람의 형상으로 변화했다.
천도!
바로 이쪽 우주를 지키는 천도였다. 기운으로 보았을 때, 천도는 아주 강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약하지도 않은 정도였다.
아래쪽의 소백은 천도를 보며 가볍게 입맛을 다셨다.
한 끼 식사 거리로는 그럭저럭 충분해 보였다.
이때, 신언사가 천도를 향해 신령(神令)을 치켜들며 소리쳤다.
“신정의 이름으로 명한다! 당장 이 우주의 영기들을 끌어다가 우리에게 보충 하거라!”
한편, 천도는 신언사의 말은 듣지도 않은 채, 아래쪽의 소백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멍하니 소백을 응시하던 천도가 갑자기 신언사를 향해 버럭 화를 냈다.
“영기는 얼어 죽을 영기! 그냥 나가 뒤져, 이 머저리 같은 놈아!”
말을 마치기 무섭게 천도가 자리에서 사라졌다.
천도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사람을 봐 가면서 싸움을 걸어야지, 감히 영조를 상대로 싸우고 있었단 말인가?
영기 보충?
영조가 숨 한 번 들이키면 영기는 말할 것도 없고 천도라 할지라도 집어 삼켜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영기를 보충하라고?
우주신정이 단체로 머리가 어떻게 돼 버린 걸까!?
일개 천도가 모든 영들의 조상인 영조를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걸까?
“죽으려면 너나 죽어, 이 멍청이들아!”
천도의 울분에 받힌 한 마디가 성공 전체에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