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579
1580화 누가 더 셀 것인가?!
곧, 소백의 손에 상자 하나가 들렸다.
하지만, 성전기사단은 이미 그녀 머리 바로 위에 도착한 상황이었다.
소백은 재빨리 상자를 열어젖혔다.
순간,
쾅-!
강대한 기운이 상자 안에서 휘몰아쳐 나왔다.
이 기운은 호기롭게 달려들던 성전기사단을 자리에 멈추게 만들었다.
말을 타고 돌진하는 성전기사단의 위력은 가히 무시무시하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자에서 나온 기운은 이를 너무나도 쉽게 막아내 버렸던 것이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신언사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모두가 경악에 찬 표정으로 상자를 바라보는 이때였다.
상자 안에서 검은 그림자 하나가 홀연히 흘러나오더니, 점점 사람의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윽고, 어려 보이는 소녀 하나가 소백 앞에 나타났다.
소녀의 머리에는 두 개의 뿔이 달려있고, 엉덩이 쪽에는 꼬리도 있었다.
소녀가 등장하자, 소백은 씩 웃으며 사탕 한 알을 소녀에게 건넸다.
소녀는 익숙하게 사탕을 받아 입안에 오물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성단기사단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 순간, 소녀가 살기를 드러내며 갑작스레 자리에서 솟구쳤다.
이때, 성전기사단장 이도염이 소녀를 향해 들고 있던 창을 찔러 넣었다.
하지만 소녀는 피할 생각도 없이 가볍게 주먹을 휘둘렀다.
쾅-!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창이 박살 나면서 이도염은 그대로 뒤로 날아갔다.
반면 소녀는 조금도 물러나지 않은 상태였다.
이 광경을 지켜본 무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게 무슨 괴력이란 말인가!
신언사 역시 심각해진 표정으로 소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어디서 저런 괴물이 나타난 걸까?
바로 이때, 이도염이 소리쳤다.
“돌격!”
명령이 떨어지자, 성전기사단이 일제히 소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소녀는 떼로 몰려드는 기사단을 보자, 슬며시 미소를 짓더니, 갑자기 짐승처럼 포효했다.
쾅-!
그녀의 사자후 한 번에 성공 전역에 균열이 일었다.
이때, 성전기사단이 자리에 멈췄다.
아니, 그들이 멈춘 게 아니라, 타고 있던 전수들이 겁을 먹고서 멈췄던 것이다.
전수들은 아예 무릎을 꿇더니 벌벌 떨며 머리를 조아리기까지 했다.
혈맥압제(血脈壓制)!
이 모습을 보자, 성전기사단은 얼떨떨했다.
이들 전수들은 우주신정에서 심혈을 기울여 배양해 낸 최강의 요수들이었다.
혈맥 또한 간단치 않아서 제아무리 신수(神獸)라 할지라도 혈맥을 앞세워 이들을 제압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런 전수들이 저 어린 소녀 앞에 겁먹은 강아지처럼 벌벌 떨고 있는 것이다!
신언사 역시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저 소녀는 도대체 어떤 존재란 말인가!
한편, 다른 쪽에서 전투를 펼치고 있던 막념이 검을 거뒀다.
이미 마지막 한 명의 언사까지 모두 죽인 상태였다.
막념은 고개를 돌려 신언사를 찾았다.
이때, 신언사와 천도는 싸움을 멈춘 상태였다.
사실, 천도의 입장에서는 싸움을 이어 갈 이유가 없었다.
신언사에 비해 실력이 모자라기도 했고, 굳이 우주신정과 원한을 맺고 싶지도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막념은 달랐다.
같은 천도라도 그녀는 전혀 거리낄 것이 없었다.
찰나의 순간, 막념이 사라짐과 동시에 한 줄기 검광이 신언사를 향해 날아갔다.
이때, 신언사 앞에 나타난 이도염이 검광을 향해 창을 깊게 찔러 넣었다.
쾅-!
검광과 창망(槍芒)이 폭발하면서 순간적으로 장내를 환히 밝혔다.
이도염이 고개를 돌려 신언사를 쳐다보았다.
“이대로는 좋지 않소!”
말을 마침과 동시에 이도염은 막념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신언사는 고개를 돌려 주변 상황을 살폈다.
겉보기에 교착상태에 접어든 것 같지만 사실 형세가 조금씩 자신들에게 불리해지고 있었다.
그 주된 원인은 바로 영조와 새로 나타난 저 소녀였다.
소백의 등장 이후 언사들은 이미 완전히 전멸했고, 성전기사단 역시 소녀 이아에 의해 발이 묶인 상태였다.
말을 사용할 수 없는 기사단은 제 실력의 절반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주수호자 마의와 목소도 역시 동리청과 도의 견제에 몸을 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현재로서는 단시간 내 승부를 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신언사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 전투를 끝내기 위해선 지금 가진 병력만으로는 부족했다.
가장 큰 눈엣가시는 단연 소백과 이아였다.
저 두 존재만 제거할 수 있다면 승기를 다시 가져오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주신정은 여전히 천 이백 기의 성전기사단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대기 중인 성전기사단이 전투에 투입된다면 불사제족의 무인들을 곧바로 벼랑 끝으로 몰아넣을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지금만 해도 어신위는 전전과 전부 무인들에 의해 밀리는 상황이었으니까.
결국, 승부는 소백과 이아를 해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생각을 마친 신언사는 고개를 들어 깊은 성공을 바라보았다.
뒤이어 그는 천천히 눈을 감으며 무언가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분위기로 보아 비술보다는 무언가를 소환하는 모양새였다.
이 장면을 보고 있던 소백이 신언사를 가리키며 이아에게 눈짓을 했다.
이아는 별일 없다는 듯 그저 사탕을 오물거릴 뿐이었다.
“웅, 죽기 전에 유언이라도 남기는 걸까?”
“…….”
바로 이때, 이아 위쪽의 공간이 쩍 갈라지더니 거대한 거울 하나가 순간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 거울의 등장과 함께 주변 성역이 요동치면서, 갑자기 엄청난 양의 성신지력이 거울을 향해 몰려들었다.
신조경(神照鏡)!
잘 알려지지 않은 우주신정의 신물이었다!
전투가 벌어지는 우주 전체로부터 성신지력이 신조경을 향해 날아들었다.
뿐만 아니라, 주변의 우주의 성신지력 역시 대열에 합류했다.
한편, 이아는 별생각이 없는 표정으로 신조경을 바라보며 사탕 핥기에 열중했다.
소백 역시 비슷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신조경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딘가 조금 달랐다. 마치, 커다란 사탕을 대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바로 이때, 신조경 한복판에서 한 줄기 성신광주(星辰光柱)가 뿜어져 나왔다. 길이가 무려 천 장에 이르는 광주의 목표는 다름 아닌 소백과 이아였다.
이아는 우선 사탕을 혓바닥 아래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킨 후,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이때, 소백이 이아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더니, 손가락으로 자기 자신을 가리켰다.
자기가 처리하겠다는 신호였다.
이아는 크게 고민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광주에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소백이 광주를 향해 새처럼 날아올랐다.
이때, 그녀의 표정은 긴장감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잔뜩 흥분된 기색이 가득했다.
사실, 소백과 이아도 본체가 아닌 분신이었다. 분신은 주어진 기운을 모두 소모하면 저절로 사라지게 된다.
좀 더 오래 남아 있고 싶다면 방법은 한 가지.
외부로부터 기운을 흡수하는 것뿐이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다른 이의 기운을 흡수하는 일은 좀처럼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는 우주의 균형을 깨뜨리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소백이 마음먹고 심호흡을 하면 한 우주의 영기가 텅 비어버릴 것이고, 그 안에 살아가는 생령들은 떼죽음을 당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처럼 알아서 입안으로 날아오는 기운은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소백은 행복한 표정으로 성신광주 안으로 쏙 들어갔다.
잠시 후, 찬란하게 빛나던 광주가 빠르게 옅어지더니, 이내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이윽고, 그 자리에는 소백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의 소백은 조금 전보다 어딘지 모르게 단단해진 모습이었다.
성신광주를 흡수했다!
신언사 등은 눈앞의 광경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그렇게나 강한 기운을 이렇게 쉽게 흡수해 버릴 수 있단 말인가!
신언사의 안색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영조에 대해 그가 아는 것은 많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주신정에는 이런 존재가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보자면 영조의 특성은 모든 기운에 면역이 된다는 분석이 가능했다.
아니, 면역을 넘어 흡수까지도 문제없었다.
이때, 소백이 신조경을 바라보며 가볍게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러자 오들오들 떨던 신조경이 한 줄기 빛으로 변해 소백 앞으로 다가왔다.
소백은 그대로 신조경을 잡고서 자신의 납계 안에 집어넣었다.
그러다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쏠려 있다는 걸 눈치채고는 마치 도둑질을 들킨 것처럼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부끄러워했다.
“…….”
이때, 소백이 다시 신조경을 꺼내 들고는 신언사를 향해 웃으며 흔들어 보였다.
이 모습은 마치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는 듯했다.
이를 보자, 신언사는 피를 토할 뻔했다.
남의 물건을 훔쳐 가 놓고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인사까지 하다니!
바로 이때, 성전기사단이 무슨 명령이라도 받은 양, 갑자기 엽현을 향해 일제히 돌격했다.
엽현 등은 대낫을 든 무인들과 격렬한 일전을 벌이고 있었는데, 이들 성전기사단이 합류한다면 위험한 상황에 처해질 게 분명했다.
바로 이때, 엽현이 소리쳤다.
“후퇴!”
그의 음성이 떨어지자, 백여 명의 불사제족 무인들이 소백과 이아의 뒤편으로 후퇴했다.
엽현 역시 재빨리 두 사람 곁으로 신형을 옮겼다.
이아가 무어라 말하려는 이때, 엽현이 사탕 한 알을 꺼내 내밀었다.
“친구, 일단 이거 하나 먹고 해!”
이아는 눈을 두어 번 깜빡이더니, 진지한 투로 대꾸했다.
“우리 사이에 뭘 이런 걸 다.”
말과는 달리 이아는 사탕을 순식간에 낚아챘다.
“…….”
이 순간, 성전기사단은 이미 지척에 이른 상태였다.
엽현이 성전기사단을 가리키며 물었다.
“막을 수 있어?”
이아가 고개를 저었다.
이 모습에 엽현은 표정이 난처해졌다.
지금 기댈 것은 이 두 아이뿐이었던 것이다.
이때, 이아가 사탕을 입안에 쏙 넣으며 말했다.
“소백, 잠깐 막고 있을 테니까 지원을 요청해.”
말을 마치기 무섭게 이아가 자리에서 사라졌다.
쾅-!
이아가 출수한 순간, 선두에 있던 아홉 명의 성전기사단이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엽현은 놀라움을 뒤로한 채, 소백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때 소백이 천천히 눈을 감더니 두 손을 치켜들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본 순간, 신언사의 안색이 새파랗게 변했다.
“막아라! 원군을 부르려 한다!”
신언사의 목소리는 매우 다급했다.
소백이 부르는 사람이라면 보통 무인일 리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신언사의 명령이 떨어지자, 사방에 있던 수많은 무인들이 소백을 향해 돌진했다.
엽현은 이에 맞서 백여 명의 불사제족 천재들을 이끌고 나섰다.
소백이 지원군을 부를 동안 반드시 시간을 끌어야만 했다.
엽현은 어렴풋이 우주신정의 실력이 불사제족 이상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소백과 이아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패색이 짙어질 게 분명했다.
이때, 소백이 갑자기 무언가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사람의 말이 아니었다!
이는 요수의 언어였다!
이때, 신언사가 잔뜩 찌푸린 얼굴로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윽고 그의 입에서 고대 범어가 튀어 나왔다.
잠시 후, 그의 뒤쪽에서 신비한 흑동 하나가 출현했다. 어디로 연결되어 있는지 모를 이 흑동 안쪽에서 강렬하고도 뜨거운 기운이 천천히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양측 진영 모두 지원군을 부르는 상황!
이제 승부는 누구의 원군이 더 강한지에 달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