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593
1594화 노예근성
엽현은 다소 황당했다.
우주집법자들이 마계 소계주에게 저렇게 깍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정말이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곁에 있는 목소도 역시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이때, 창명이 미친 사람처럼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잠시 후, 겨우 웃음을 그친 그가 목소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기수, 널 부른 자는 내가 아니라 저 여인이다!”
그제야 기수가 목소도를 돌아보았다.
목소도를 발견한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누구신지…?”
엽현이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설마, 이 사람을 모르는 것이오?”
“…처음 보는 아가씨인데?”
아가씨!
엽현이 엄지를 척 들이밀었다.
“굉장하군! 우주집법자가 법칙 수호자도 못 알아보다니!”
법칙 수호자!
이 말을 들은 순간, 기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곧 목소도를 향해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정녕 우주법칙의 수호자입니까?”
“우주집법자는 너희가 전부인가?”
기수가 고개를 저었다.
“대장은 오지 않았습니다.”
이때, 멀리서 창명이 웃으며 말했다.
“우주법칙 수호자라고? 이거 상황이 재밌게 흘러가는구나!”
목소도가 차가운 표정으로 창명을 돌아보았다.
“너는 이게 지금 재미있다고 생각하느냐?”
“후훗, 이제 슬슬 시작할까?”
이때, 기수가 소리쳤다.
“자, 잠깐! 두 분 다 고정하십시오!”
기수는 목소도를 바라보며 애걸복걸하기 시작했다.
“지, 지금이라도 소계주에게 용서를 빌어야 합니다!”
이 모습을 본 엽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중얼거렸다.
“제기랄… 적일 때는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던 자들이 왜 같은 편일 땐 저렇게 비리비리한 거냐고…….”
엽현은 아직도 구유계에서 전투를 치를 당시, 우주집법자들의 그 용맹한 모습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그들의 눈빛은 마치 먹이 사냥에 나선 맹수와 같지 않았던가!
“용서?”
목소도의 말에 기수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곳 집법관들에게 큰 부담이 될…….”
기수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의 목에 어느 틈엔가 날카로운 비수가 박혀있기 때문이었다.
목소도를 바라보는 기수의 눈동자가 크게 확장됐다.
“커, 커헉… 어째서…….”
목소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정말이지 내가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 도대체 여기서 뭘 어찌했기에 이 지경이 돼 버린 게냐?”
말과 동시에 목소도가 일장을 뻗었다.
퍽-!
뒤로 멀찌감치 튕겨 나간 기수는 이 과정에서 육신이 완전히 부서지고 영혼만 남게 됐다.
이 모습을 보자 다른 집법자들의 표정이 경악으로 가득 찼다.
기수 역시 황당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목소도는 말없이 창명등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때, 갑자기 옛 기억이 떠오른 엽현이 다급히 목소도에게 물었다.
“이, 이봐… 지금 혹시 도망치려고 머리 굴리고 있는 건 아니지?”
원래 그런 사람 아니었는가!
조금이라도 위험해질라치면 언제나 일등으로 도망치던 목소도였다.
만약 그녀가 도망쳐버리면 엽현 혼자서 저 많은 무인을 상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에 목소도가 한심하다는 눈으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내가 그런 사람으로 보여?”
“하하…….”
엽현은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뻔뻔해야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바로 이때, 창명이 웃으며 소리쳤다.
“법칙 수호자, 아직 부를 사람이 더 있나? 무릎 꿇고 빈다면 특별히 아량을 보여 줄 수도 있다만?”
“…너희 같은 조무래기들은 나 혼자서도 충분해.”
말을 마침과 동시에 한 자루 비도가 목소도의 손을 떠났다.
스팟-!
한 줄기 도광이 번뜩이는 순간, 창명이 다급히 일권을 내질렀다.
쾅-!
충격을 받은 창명이 그 자리에서 주르륵 밀려났다.
창명이 겨우 자리에 멈춘 이때, 그의 오른팔이 몸통에서 툭 떨어졌다.
잠시 멍하니 바닥에 떨어진 팔을 보고 있던 창명이 돌연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소리쳤다.
“저년을 죽여!”
음성이 떨어지자, 그녀 곁에 있던 강자들이 일제히 목소도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때, 목소도가 손을 펴자, 한 자루 비도가 그녀 손안에 나타났다.
뒤이어, 목소도가 천천히 눈을 감자, 그녀 머리 위에 반쯤 투명한 비도가 출현했다.
이와 거의 동시에 목소도의 영혼이 육신에서 탈피하여 투명한 비도를 손에 쥐었다.
이 장면을 보고 있던 엽현은 흠칫 몸을 떨었다.
지난번, 똑같은 초식에 당할 뻔했던 기억이 떠올랐던 것이다.
‘큰 거 온다!’
이때, 목소도의 손 안에 있던 비도가 반원을 그리며 떨어졌다.
“참신(斩神)!”
순간, 한 자루 비도가 고요하게 그러나 공간을 처참하게 무너뜨리며 빠르게 뻗어 나갔다.
앞쪽에 있던 십여 명의 마인들은 순식간에 영혼과 육신이 소멸했다.
뒤따라 오던 자들 역시 뒤로 형편없이 튕겨져 나갔다.
이때, 목소도 손안에 또 다른 비도가 나타났다.
쉭-!
도광이 번뜩임과 함께 마인 하나의 머리가 떨어졌다.
이 순간, 또 다른 비도가 그녀의 손을 벗어났다.
푸확-!
이런 식으로 도광이 번뜩일 때마다 무인들의 머리가 피를 뿜으며 허공을 날았다.
전투가 아니라 그야말로 학살에 가까웠다.
마인들은 대부분 천미경의 강자였지만, 범경인 목소도 앞에서 경지 따위는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상대 또한 그 수가 많은지라, 십여 명의 마인이 이내 목소도 근처로 접근해왔다.
하지만 이때, 엽현이 길목을 막아서며 주먹을 휘둘렀다.
쾅-!
가장 앞에 있던 마인이 튕겨져 나갔다. 하지만, 나머지 마인들은 여전히 거리를 좁히며 달려들고 있었다. 엽현이 황급히 다음 공격을 준비하는 이때, 한 자루 비도가 마인 하나의 관자놀이를 뚫고 지나갔다.
퍽-!
마인의 머리가 수박처럼 산산조각이 나며 흩어졌다.
“정말 그 사람이 네 친부는 맞는 거냐? 애비는 그렇게 강한데 너는 왜 이 모양이냐!”
목소도의 말에 엽현의 표정이 순간 침울해졌다.
“어쩌면 주워온 자식일지도…….”
이때, 막 출수하려던 엽현과 목소도가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 순간, 두 줄기의 백광이 각각의 눈앞으로 날아들었다.
엽현은 황급히 양손을 교차했고, 목소도는 비도를 휘둘렀다.
쾅-!
백광이 폭발하면서 두 사람이 그 즉시 수백 장 뒤로 밀려났다.
자리에 멈춘 두 사람은 상황을 파악하자 황당함을 금할 수 없었다.
그들을 공격한 것은 마인이 아니라, 성벽 위에 있던 인간들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성에 설치된 진법을 공격용으로 사용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어느새 임담과 소녀를 포위하고서 그들의 목에 비수를 겨누고 있었다.
성벽 위에서는 한몽이 엽현과 목소도를 차갑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소계주, 우리 인계는 마계를 도와 저들을 척살하고자 합니다!”
말을 마친 순간, 성벽 표면에 기이한 문자가 나타나더니, 뒤이어 신비한 기운이 성벽 전체를 뒤덮었다.
진법!
이에 엽현이 한몽을 향해 거칠게 소리쳤다.
“진짜로 미친 거 아냐? 우리 둘의 실력을 보고도 저들의 편을 든다고!?”
“흥! 멍청한 건 바로 네놈들이다! 만약 소계주가 너희들에게 상처라도 입게 된다면 여기 있는 인간들은 모두 죽는다! 너희가 죽고 우리가 사는 게 맞지 않느냐!”
한몽의 말에 엽현이 재차 반박했다.
“내가 누군지 꼭 밝혀야 하나? 나는 우주신정의 창시자다! 우주법칙이 모두 내 손에서 만들어졌…….”
이때 엽현이 갑자기 말을 멈췄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곁에 목소도가 있다는 것을 깜빡했던 것이다.
민망한 감정이 드는 이때, 목소도가 엽현을 향해 눈빛을 보냈다.
“왜? 계속하지? 잘하고 있었는데?”
“…….”
이때, 한몽이 비웃음 섞인 음성으로 말했다.
“우주신정? 그건 또 무슨 쓰레기지? 감히 마계와 비교할 정도가 된단 말인가?”
“…….”
목소도의 시선이 한몽을 향한 순간, 그녀 손안에 있던 비도가 사라졌다.
이를 본 한몽이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진법!”
음성이 떨어진 순간, 거대한 빛줄기가 성벽으로부터 튀어나왔다.
쾅-!
목소도의 비도가 빛줄기에 가로막혔다.
하지만 이때, 또 한 자루의 비도가 날아들었다.
쾅-!
빛줄기가 폭발한 이때, 목소도가 한몽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뒤이어 목소도는 한몽이 반응하지 못할 속도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휘어잡고는 그대로 성벽에 내리쳤다.
퍽-!
한몽의 아름다운 얼굴이 박살 나면서 성벽 근처로 선혈이 튀었다.
하지만 목숨은 아직 붙어 있는 상태였다.
목소도는 쓰러져 꿈틀대는 한몽의 가슴을 발로 짓뭉갰다.
“가슴은 조그만 년이 간덩이는 어찌 그리 큰 게냐?”
한몽이 표독스런 얼굴로 소리쳤다.
“감히 날 때리다니, 우리 아버지가 알면 가만있을 줄 알아?”
이에 목소도가 웃는 얼굴로 한몽의 얼굴을 밟았다.
퍽-!
가뜩이나 망가져 있던 한몽의 얼굴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뒤틀렸다.
“악! 이 미천한 년이 감히 내게 이런 수모를 줘? 용서하지 않을 거다! 으아악-!”
목소도는 발광하는 한몽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같은 인간에게는 이렇게나 대담하면서 어찌 마인의 개가 되어 살아가는지 이해할 수가 없군.”
“이이… 닥쳐!”
목소도가 재차 한몽의 얼굴을 밟았다.
퍽-!
이번에는 한몽의 이빨이 옥수수처럼 우수수 떨어져 나왔다.
“억울해? 억울하면 이겨 보던가!”
퍽-!
한몽의 얼굴은 더 이상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하하! 어디 또 떠들어 보거라! 잘난 주둥이가 갑자기 왜 이리 조용해진 거냐!”
“쿨럭-!”
한몽은 반항하고자 했지만 그저 선혈을 토해낼 뿐이었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엽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깔끔하게 죽이면 될 것을 굳이 저렇게 잔인하게 대해야 했을까?
이때, 목소도가 한몽의 머리카락을 붙들고서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다.
“더 지껄여 봐! 더 지껄여 보라고! 왜 갑자기 벙어리가 된 게냐? 하하하!”
한몽은 거의 떠지지 않는 눈 사이로 여전히 독기를 내뿜고 있었다.
“마인… 들이 널 가만 두지 않을 거다…….”
엽현은 한몽이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목소도 앞에서는 저렇게 기개가 있으면서 마인들에게는 어찌 기르는 개처럼 행동한단 말인가? 오히려 반대로 되어야 정상 아닌가?
물론 어딜 가나 이런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집안 식구에게는 사납게 굴면서 외부인에게는 살갑다 못해 주인을 만난 개처럼 떠받드는…….
한몽의 행태는 바로 이런 노예근성의 표본이라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