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622
1623화 소멸되어 버리다
십이수호자가 엽현을 향해 출수하리라는 것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들은 엽현의 부름을 받고 깨어난 자들이 아니던가!
하지만 다른 무인들은 몰라도 엽현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수호자들이 움직인 순간, 엽현은 이미 시공사화를 발동해 수백 장 뒤로 물러난 상태였다.
동시에 열두 개의 창이 허공을 꿰뚫었다.
수호자들이 엽현을 향해 달려들려는 이때, 여인이 그들 앞을 막아섰다.
여인은 엽현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궁금하구나. 이들이 기습할 거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고 있었던 거지?”
엽현이 여인을 똑바로 바라보며 대꾸했다.
“그야 창시자에게 충성했던 자들은 모두 너희 손에 죽었을 테니까. 그렇지 않은가?”
“하하, 꽤나 똑똑하구나!”
“…….”
눈앞에 여인이 나타난 순간 엽현은 이미 십이수호자에 대한 방비를 마친 상태였다.
만약 십이수호자가 창시자에 대한 충절을 끝까지 굽히지 않았더라면 우주법칙들에게 이미 제거됐을 것이다. 즉, 이들이 살아있다는 것은 바로 창시자를 배신하고 우주법칙들 편에 섰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때, 엽현이 문득 여인을 향해 물었다.
“너는… 무슨 법칙이지?”
“후후, 내가 굳이 알려줘야 할 필요가 있을까?”
이때, 살수 소녀가 대신 대답했다.
“생명법칙이야!”
생명법칙!
엽현의 시선이 다시 여인에게로 향했다.
“생명법칙이라고?”
여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바로 생명법칙이다.”
“그런데… 당시 너희는 왜 창시자를 공격했던 거지?”
“후후, 꼬마. 너와는 굳이 오래 대화를 하고 싶지 않구나.”
말을 마치기 무섭게, 생명법칙이 정면으로 뛰어서 엽현을 향해 일권을 내질렀다.
생명법칙이 출수한 이때, 도와 양족 여인이 동시에 움직였다.
하지만 이들은 곧 십여 명의 무인들에 의해 둘러싸이고 말았다.
그러나 우주신정 무인들은 암수 소녀까지 막을 순 없었다.
그녀가 자리에서 사라진 순간, 한 줄기 차가운 기운이 장내를 뒤덮었다.
쾅-!
엄청난 폭발과 함께, 엄청난 양의 날카로운 기운이 생명법칙을 향해 일제히 날아들었다.
생명법칙이 소녀의 기운에 파묻힌 이때, 목소도의 음성이 엽현의 귀에 울려 퍼졌다.
[빨리 도망쳐!]엽현은 고개를 돌려 목소도를 바라보았다.
[뭘 보고 있어! 빨리 가라니까!]엽현은 목소도를 응시한 채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가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그럴 수가 없었다.
생명법칙은 둘째 치더라도, 장내에는 마흔여덟 명의 멸범경 고수가 존재했다.
아무리 시공사화가 있더라도 이들의 견제를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엽현은 눈앞에 버티고 서 있는 흑의인들과 십이수호자를 보며 무력감을 느꼈다.
전력 차이도 극명한데 수적 열세까지 안고 있으니 도무지 어찌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설령 도망칠 길이 있다 하더라도 그러고 싶진 않았다.
자신이 떠나면 도를 포함한 나머지 사람들은 어찌한단 말인가?
이 사람들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이 많은 무인을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엽현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때, 그가 손을 펼치자 한 자루 검이 손 위에 떠올랐다. 이와 동시에, 등 뒤에는 검갑 하나가 나타났다.
이 순간, 십이수호자들이 동시에 엽현을 향해 출격했다.
십이 인의 멸범경 강자들!
이들의 경지는 엽현에 비해 한참 더 높은 것이었다.
이때, 엽현의 눈가에 한 줄기 난폭한 기운이 번뜩였다.
그가 한 발 앞으로 내미는 순간, 그의 등에 매달려 있던 검갑이 요란하게 진동하더니, 열두 자루의 혈검(血劍)이 하늘로 솟구쳤다.
검이 등장한 이때, 주변 성공 전체가 한 편의 수라지옥으로 변했다.
분노, 원망, 악기, 흉기, 사기 등 지옥에 속한 모든 기운이 모두의 머리 위를 뒤덮었다.
이 순간, 엽현이 다시 한 걸음을 내딛으며 가볍게 일지(一指)를 휘둘렀다.
“참(斬)!”
찰나의 순간, 허공에 머물러 있던 열두 자루의 검이 유성처럼 떨어져 내렸다.
쾅-!
십이수호자 중 가장 앞에 서 있던 일인이 한 줌 혈무로 변해 사라졌다.
이와 동시에, 엽현 역시 정면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이때, 어느 순간부터 그의 곁에는 열 개의 분신이 함께 하고 있었다.
사실 그는 소막과 생명법칙의 분신을 복제하고 싶었으나, 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두 사람의 실력과 경지가 이미 천지현경의 능력 밖에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엽현은 자기 스스로를 복제할 수밖에 없었다.
남은 열한 명의 수호자들을 향해 돌진하며 엽현은 곧바로 풍마혈맥을 개방했다.
찰나의 순간, 엽현의 검이 번뜩였다.
쾅-!
검에 적중된 수호자 하나가 수백 장 밖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이때, 날카로운 창끝이 그의 가슴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그러나 창은 결국 엽현의 전신갑을 뚫지는 못했다.
이를 확인한 순간 엽현의 표정에 환한 미소가 드리웠다.
무가의 말처럼 전신갑을 뚫을 수 있는 무기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다!
전신갑이 뚫리지 않는다는 것은 곧 죽지 않음을 의미했다!
엽현은 다시 한쪽에 있는 수호자를 향해 돌진했다.
이때, 측면에서 창이 날아들었다. 엽현은 돌아보지 않고 창이 몸통을 가격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쾅-!
공격을 감행했던 수호자 하나가 수백 장 밖으로 튕겨 날아갔다.
이때,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창을 쥐고 있던 수호자의 오른팔이 그대로 바스라 져버린 것이 아닌가!
수호자는 넋을 잃고서 팔이 달려 있던 곳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무슨 갑옷이기에 이 정도 반탄력을 지녔단 말인가!
한편, 엽현은 열 개의 분신과 함께 나머지 열 명의 수호자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물론, 분신의 실력은 수호자를 막을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본체의 전투력이 무시무시하다는 점이었다.
특히나, 전신갑의 위력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소막이나 생명법칙 정도의 강자라면 크게 활약할 수 없겠지만, 일반 멸범경 강자를 상대로 전신갑은 무적의 신기나 다름없었다.
멸범경 강자의 실력으로 전신갑에 타격을 입히는 것은 가능했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전신갑의 자가치유 능력은 받은 피해를 순식간에 회복시켰다.
전신갑의 가장 무서운 점은 역시 반격 능력이었다.
받은 피해를 상대에게 고스란히 돌려주는 이 능력은 수호자들로 하여금 함부로 공격에 나설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것보다 훨씬 더 지독한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엽현의 자가치유 능력이었다.
경지는 그리 높지 않지만, 엽현에겐 불사혈맥과 자기가 있었다.
여기에 전신갑의 치유능력까지 더해지니 이건 스스로 죽으려 마음을 먹는다고 해도 죽기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를 무기로 엽현은 방어를 포기한 채 오직 공격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엽현과 같은 방어력이 없는 수호자들은 이런 극단적인 전투방식에 섣불리 대응하기가 어려웠다.
이 덕분에 엽현과 열 개의 분신은 열한 명의 수호자들을 상대로 대적을 할 수가 있었다.
전투가 한창인 상황에서 마의가 곁에 있던 목소도에게 말을 건넸다.
“이제 어쩌지?”
“…어쩌긴, 튀어야지.”
마의가 눈을 크게 뜨고 목소도를 쳐다보았다.
“도망치자고?”
목소도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둘러 마의의 손을 잡아끌었다.
지금 상황에서 목소도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마의의 우주법칙이 마의로 하여금 출수하게 하는 것이었다. 비록 마의의 실력이 부족하긴 하지만, 법칙지력의 힘을 부여받는다면 엽현의 갑옷을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갑옷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엽현은 저 십일 인의 멸범경 강자를 상대하지 못할 게 뻔한 일!
그렇다면 목소도가 엽현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은 바로 마의와 함께 이곳을 떠나, 그에게 닥칠 위협을 하나 줄여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바로 이때, 마의가 자리에 멈추더니 엽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소도, 아무래도 법칙의 힘이 내게 임하는 것 같아!”
“뭐, 뭐?”
목소도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마의가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쾅-!
찰나의 순간, 공중으로부터 한 줄기 신뢰가 떨어졌다.
이 신뢰는 곧바로 마의의 손을 타고 들어가 그녀의 전신에 엄청난 양의 기운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녀의 손바닥 안에 뇌전으로 구성된 한 덩이 불꽃이 생성됐다.
법칙지력!
이 순간, 수호자들과 싸우고 있던 엽현이 갑자기 안색이 변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바로 이때, 목소도의 음성이 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도망쳐!]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의의 손안에 응집되어 있던 화염이 사방으로 뇌광을 내뿜으며 엽현을 향해 날아갔다.
순간, 엽현의 표정이 크게 어두워졌다.
본능적으로 전신갑으로는 막을 수 없다는 걸 알아차렸던 것이다!
절제절명의 순간.
목소도가 한 자루 비도를 들고서 엽현의 앞을 막아섰다.
이 비수는 바로 엽현이 선물한 ‘시신’이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목소도는 정면을 향해 비도를 내리그었다.
비도가 떨어지는 순간, 한 줄기 신비한 기운이 허공을 갈랐다.
법칙지력!
목소도 역시 마찬가지로 자신의 법칙지력을 발동시킨 것이었다!
쾅-!
목소도의 일격에 화염이 허공에 가까스로 멈춰 섰다.
하지만 화염은 여전히 꺼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마의가 목소도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너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어?”
“하하, 물론이지!”
목소도가 가볍게 받아치자, 마의의 표정이 분노로 붉게 물들었다.
“멍청아! 죽는다고!”
“죽긴 내가 왜 죽어? 도망치면 되지!”
바로 이때, 목소도가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더니, 체내로부터 무언가 조금씩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우주법칙의 힘이 소멸하는 것이었다.
이를 알아본 마의가 눈을 부릅떴다.
“소도! 빨리 도망쳐!”
이때, 뒤편에서 수호자들과 싸우고 있던 엽현 또한 황급히 소리쳤다.
“목소도! 나 혼자서 처리할 수 있어! 그러니까 괜한 짓은…….”
순간, 목소도가 엽현과 눈을 마주치며 말을 잘라냈다.
“멍청아, 막긴 뭘 막아? 저 뇌전은 네 갑옷을 충분히 파괴하고도 남는다. 갑옷이 파괴되면 넌 그저 맛좋은 사냥감일 뿐이야. 알아? 그리고…….”
목소도는 다시 먼 성공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건 내가 한 선택이야.”
목소도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녀 몸 안에 존재하던 우주법칙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러자 화염이 비도를 짓이기며 점점 밀려들어 오기 시작했다.
쾅-!
목소도는 화염의 힘을 이기지 못해 미친 듯이 뒤로 밀려났다.
바로 이때, 목소도가 양손으로 비도를 잡은 상태로 맹렬히 힘을 가해 휘둘렀다.
“참신(斬神)!”
젖 먹던 힘까지 끌어모은 최후의 일격이었다.
찰나의 순간,
쾅-!
목소도가 끝까지 쥐고 있던 비도가 천 갈래 만 갈래로 갈라져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와 동시에 신뢰를 담은 화염이 목소도의 몸을 뒤덮었다.
순식간에 그녀의 육신을 불사른 화염은 이내 영혼을 태우기 시작했다.
혈뢰의 화염은 목소도의 영혼을 재물삼아 더욱 맹렬히 타올랐다.
이 장면을 목격한 순간, 엽현의 눈이 붉게 빛났다.
“으아아아악-!”
비명과 함께 엽현의 몸 안에서 풍마지력이 크게 폭발하면서, 순간적으로 그를 에워싸고 있던 수호자들이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곧바로 목소도 앞으로 달려온 엽현은 그녀를 불태우고 있는 화염을 향해 검을 내리쳤다.
쾅-!
혈맥지력을 끝까지 끌어올리고서야 엽현의 검은 화염을 겨우 밀어내는 데 성공했다.
“소혼! 소탑! 지금이야! 빨리 그녀를 구해줘!”
순간, 진혼검이 목소도의 머리 위에 나타나 강력한 영혼지력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작은탑 역시 목소도의 영혼을 향해 엄청난 양의 자기를 뿜어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소도의 영혼은 점점 옅어지기만 했다.
“주, 주인… 제 능력으로는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작은 주인! 틀렸어! 이 힘은 너무나도 기이해서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냐!”
“헛소리하지 말고 빨리 방법을 찾아내!”
엽현이 울부짖듯 소리친 이때, 목소도가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괜히 용쓸 필요 없어. 나는 이미 죽었으니까.”
목소도는 그윽한 눈으로 엽현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너는 내게 비도를 주었고… 대신 나는 목숨을 주었으니… 우리 서로 빚진 거 없는 거다?”
이 말을 끝으로 목소도의 영혼이 완전히 소멸했다.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