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631
1632화 최강의 갑옷
엽현이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뭐, 나한테 아무리 소리쳐봐야 부질없는 짓이오. 내게는 그만한 능력이 없으니까.”
“사실은 책임지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게 아니오?”
엽현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시인했다.
솔직한 말로 역외허무계니 신옥이니 하는 것은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이지 않은가!
이런 엽현의 반응에 언소소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할 수 없지. 이만 이곳을 떠나도록 하시오!”
“아, 그럼 이만.”
엽현이 막 돌아서려는 찰나, 언소소가 다시 소리쳤다.
“역외허무계가 세상에 나오게 되면 가장 괴로운 것은 바로 그대가 될 것이오!”
“음? 어째서?”
언소소가 엽현을 똑바로 쳐다보며 대답했다.
“방금도 말했듯이 그들을 봉인했던 건 바로 그대였소. 그들은 지금까지 복수의 칼날을 갈아왔을 게 뻔하오. 그대는 나 하나만 잘 먹고 잘살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겠지만, 그 생각 또한 틀렸소! 허무족이 등장하게 되면 우주 전체가 큰 혼란에 휩싸일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대의 지인과 친구들, 이를테면 구유계 또한 그들의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오!”
“…….”
이 말에 엽현은 다시 고민에 빠졌다.
바로 이때, 지청이 언소소를 향해 소리쳤다.
“봉인이 풀렸소!”
“뭐, 뭐? 지금 무어라 했소?”
“말 그대로요! 방금 들어온 소식에 의하면 허무족을 둘러싸고 있던 봉인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하오!”
“어찌 그런 일이… 이건 예상보다 훨씬 이르지 않소?”
“누군가 도움을 준 것이 틀림없소!”
“도움? 감히 누가 그런 짓을?”
“분명 우주법칙일 것이오. 봉인을 이렇게 쉽게 해제할 수 있는 존재는 오직 그들뿐이니까!”
지청이 엽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아무래도 우주법칙은 그들을 이용해 그대를 칠 생각인 것 같소!”
순간, 엽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빌어먹을 우주법칙 같으니… 왜 가만히 있는 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건지….”
이때, 언소소가 엽현에게 말했다.
“아마도 그들은 우주의 질서를 포기하고서라도 그대를 죽이려고 하는 게 틀림없소!
그들은 우주를 지키기 위해 태어났으나, 더 이상 정의로운 수호자라 할 수 없소.
반면, 그대는 우주신정의 창시자로서 우주의 평화를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소!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그대가 발을 빼려 한다면, 내 단언컨대, 우주 전체는 혼돈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말 것이오. 왜냐하면 이미 우주신정은 그들에 대한 통제력을 잃은 상태니까! 그리고 그땐 구유계나 오유계도 이 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오!”
“…….”
엽현이 생각에 잠긴 이때, 무가가 넌지시 말을 건넸다.
“저들의 말이 맞는 것 같아. 만약 허무족의 봉인을 풀어 준 것이 우주법칙이라면, 허무족은 분명 첫 번째로 널 노리려 할 거야. 그때가 되면 너나 네 지인들은 고통을 피할 길이 없어.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네 동생에게 처리를 맡기는 거라고 생각해.”
무가가 언급한 동생은 물론 소복의 여인이었다.
언소소가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무가 소저 말이 맞소! 차라리 그녀를 불러다가 모두 쓸어버리게 하시오!”
이에 엽현이 고개를 내저었다.
“청아는 이미 우주법칙이 현신하지 않는 이상 출수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소.”
이 말에 언소소의 표정이 암담해졌다.
“우주신정의 절정 급 고수는 어느 정도나 있소?”
엽현의 질문에 언소소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역외허무계를 지키는 강자들을 제외하면 여기 있는 우리 둘이 전부요.”
단둘!
엽현은 할 말을 잃었다.
아무리 그래도 천하의 우주신정이 이렇게나 몰락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외부의 강자를 초빙하는 것은 가능하오.”
이 말에 엽현이 의아해하며 언소소를 바라보았다.
“어떤 강자 말이오?”
언소소가 한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소쌍 소저, 이제 나오는 게 어떻소?”
음성이 떨어지자, 공간이 갈라지면서 여인 하나가 걸어 나왔다.
엽현도 익히 아는 얼굴.
여인의 정체는 다름 아닌 대마왕 마소쌍이었다!
마소쌍은 엽현을 향해 웃으며 아는 척을 했다.
“원래대로 이름으로 불러야 할까, 아니면 우주신정 신주라고 해야 할까?”
“…엽현으로 하시오.”
마소쌍은 엽현 앞으로 다가와 섰다.
“그대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우주법칙을 적으로 여기고 있소. 그들에게 어떤 원한이 있는지는 추후에 설명하도록 하겠소.”
“좋소. 그대 쪽의 인원은 어느 정도요?”
“멸범이 여섯, 파범 열둘, 범경이 서른둘이오. 모두 우리 식구들이오.”
엽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생각보다 적은 숫자인데?”
“하하, 그렇긴 하오.”
“아니… 그 병력으로 어찌 우주신정과 싸워왔던 것이오?”
마소쌍이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 역시 정면 대결은 피한 채 철저히 기습 공격만을 해 왔소.”
이때, 마소쌍의 얼굴에서 미소가 점점 사라졌다.
“언 소저의 말대로 우주법칙은 비밀리에 무인들을 배양해 오고 있소. 우리는 이들의 경지가 최소 멸범경 이상이라고 추측하고 있소. 우리가 가진 병력으로는 전혀 승산이 없다고 할 수 있소. 하지만… 그대의 배후가 출현하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오. 예를 들어, 얼마 전의 그 소복의 여인 같은 절대자라면.”
엽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우주법칙이 출현하지 않는 한 그녀는 출수하지 않을 것이오.”
“우주법칙이 나타나지 않으면 그녀도 없다?”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우주법칙이 길러낸 무인들이나 이쪽이나 스스로의 힘만으로 모든 걸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로군!
“음… 듣고 보니 그렇구려. 우주법칙 또한 청아를 의식해 쉽게 출수할 수 없을 테니.”
“상대할 자신은 있소?”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없소. 일단 저들의 병력이 어느 정도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요. 역외허무계의 실력 또한 측정할 길이 없소. 그러니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장담할 수가 없소.”
“음… 아마도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일은 사람을 모으는 것인 듯하오.”
마소쌍이 언소소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유명전과 연락이 닿으시오?”
유명전!
엽현이 언소소를 쳐다보았다. 그 역시 유명전의 이모들을 만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언소소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당장은 그들의 위치를 알 수가 없소.”
이때 지청이 말했다.
“이미 내 부하들이 탐색 중이니 어쩌면 조만간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이오.”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그들을 발견하게 되면 내 이름을 대시오.”
“음? 그들과 아는 사이였소?”
엽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내 사람이오.”
내 사람!
언소소와 지청의 표정이 순식간에 기이하게 변했다.
이때, 마소쌍이 웃으며 말했다.
“이제야 우리에게도 조금은 승산이 보이는군! 우리에게는 불사제족도 있고 게다가… 아마 지령족 또한 엽 공자를 지지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 내 추측이 맞소?”
지령족!
언소소와 지청이 동시에 엽현을 바라보았다. 지령족에 대해서는 이들 역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전투력은 그리 강하지 않지만 그들이 만든 장비는 천군만마 이상의 위력을 지니고 있다는 건 유명한 이야기였다.
이때, 엽현이 어두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지령족이 위험에 빠지길 원치 않소.”
“그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제공한다면 어떻소?”
“음?”
엽현이 지청을 쳐다보자 지청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알기로 지령족은 오래전부터 두 가지를 갈망해 왔소. 하나는 화계(火界)로, 화산과 용암으로 이뤄진 세계요. 풍부한 철광자원을 품고 있는 데다 그 자체로 천연 용광로이기 때문에 지령족에게는 꿈에도 바라마지 않는 땅이라 할 수 있소. 둘째로 진귀한 자원이오. 그들이 필요한 자원 중 일부는 우리 우주신정의 보고에 보관되어 있소. 만약, 협력이 잘 이뤄진다면 서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오.”
“흠….”
잠시 고민하던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조건이라면 괜찮을 것 같소.”
바로 이때, 갑자기 공간을 찢고 나타난 소막이 엽현에게 두루마리 하나를 내밀었다.
“소막, 이게 뭐야?”
“직접 살펴봐.”
두루마리를 받아 든 엽현은 재빨리 내용을 살펴보았다. 그 안에는 복잡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때, 곁에 있던 지청이 소리쳤다.
“그건… ‘어신갑(御神甲)’의 설계도가 아니오!”
“어신갑?”
지청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전, 우주신정 창시자가 고안한 것으로 알려진 물건이오. 그런데 그 설계도를 소막 소저가 가지고 있었을 줄이야…….”
“그게 그렇게나 대단하오?”
엽현이 호기심을 보이자 지청이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소리쳤다.
“당연하오! 인간계 제일의 갑옷이라 불리던 물건이오!”
“음… 그다지 신뢰가 가진 않는데…….”
엽현은 소위 제일이니 무적이니 하는 말을 신뢰하지 않았다.
지령족이 최강의 갑옷이라고 자부하던 전신갑 또한 생명법칙의 일권에 박살나 버리지 않았던가!
지청이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
“정말로 무적이라 불릴만한 물건이오. 방어형 신물 가운데 어신갑보다 단단한 것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오! 때문에 우주신정은 여러 차례 이 물건을 복원해 내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소!”
이때, 엽현 곁으로 다가온 언소소가 두루마리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잠시 후, 그녀가 딱딱해진 표정으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정말로 이걸 재현해 낼 수 있다면 전신갑을 능가하는 물건이 탄생할 것이오! 과연 ‘인간제일갑(人間第一甲)’이란 칭호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요! 물론 이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지령족에게 맡겨야 할 것이오. 그래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겠지만…….”
엽현이 소막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 갑옷이라면 청아의 일검 정도는 막아낼 수 있을까?”
소막은 두 번 생각도 하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우주법칙의 공격은?”
잠시 뜸을 들인 소막은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바로 이때, 작은탑이 등장했다.
“작은 주인, 청아 누님의 검을 막아내려면 뭘 사용해야 하는지 내가 알고 있어.”
“어떻게?”
“히히, 이아 누님의 가죽으로 갑옷을 만드는 거야. 그럼 우주법칙의 공격 따위는 가볍게 막아낼 수 있지!”
“음… 좋은 생각이긴 한데… 이아의 가죽은 누가 벗기지? 네가?”
엽현의 말에 작은 탑이 제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나, 난 그런 짓 안 해! 그냥 의견을 말해 본 거지 진짜 그러자는 게 아니잖아! 그리고 할 거면 네가 쓸 거니까 네가 직접 해야지!”
이에 엽현이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
“그럼 그런 소리는 뭐 하러 해! 좀 실현 가능한 걸 말하란 말이야! 실현 가능한걸!”
이아의 가죽을 벗겨라?
엽현은 작은탑을 쥐어박고 싶은 충동을 겨우 억눌렀다.
도무지 말 같은 소릴 해야 받아주지 않겠는가!
이때 작은탑이 침울한 음성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다른 생각이 있긴 한데… 들어 볼래?”
“또 헛소리하기만 해! 아주 그냥 두 동강을 내 버릴 테니까! 뭔데?”
“이아 누님의 가죽 대신 네 얼굴 가죽을 쓰는 거야. 네 낯가죽이라면 만독불침, 천하무적의 갑옷을 만들 수 있을 거다! 내 이름을 걸고 장담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