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634
1635화 처음부터 비기를 꺼내다
칭찬해 줘!
엽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어째서 작은탑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해지는 걸까?
이때, 소막이 소리쳤다.
“빨리 떠나!”
떠나!
정신이 든 엽현은 곧바로 자리를 빠져나갈 채비를 했다.
소막이 저런 반응을 보일 정도라면 분명 만만한 상대가 아닐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행이 막 도망치려는 이때, 뒤쪽에 있던 언소소는 등 뒤로 어떤 날카로운 기운이 엄습해 오는 것을 느꼈다.
언소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찰나의 순간, 죽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그녀의 실력으로는 도저히 막아낼 수 없는 강대한 힘이었다!
바로 이때, 그녀의 등 뒤로 또 다른 기운이 날아들었다.
쾅-!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림자 하나가 멀리 떨어져 나갔다.
이와 동시에, 소막이 언소소 곁에 나타났다.
그녀에 의해 튕겨 나간 그림자는 어느새 자취도 없이 사라진 상태.
“살수다!”
언소소의 외침에 엽현이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야겠소!”
엽현 일행은 즉시 퇴각을 감행했다.
이때, 그들의 주변으로 무수히 많은 그림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림자들은 마치 이 세상 존재가 아닌 것처럼 기이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기운이 적어도 멸범 이상이라는 사실이었다.
소막은 한 손에 비수를 든 채, 그림자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하지만, 결코 출수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자리를 비우는 순간, 엽현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전신갑과 여타 신물로 무장한 엽현은 쉽게 죽을 수 있는 몸이 아니었다.
정말로 위험한 것은 무장을 하지 않은 언소소와 지청이었다.
“빨리 탈출해야 하오!”
마소쌍이 소리쳤지만, 엽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미 늦었소.”
이때, 엽현의 등 뒤에서 검갑 하나가 출현했다.
다음 순간, 열두 자루의 검이 하늘을 날았다.
쉭-!
열두 개의 검광이 마치 벼락처럼 빠르게 날아갔지만, 모두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목표였던 그림자들은 이미 그 자리에서 사라진 후였기 때문이었다.
이 장면에 엽현의 안색이 점점 어둡게 변했다.
멸범경 강자는 두렵지 않다.
하지만 멸범경의 살수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다르다!
바로 이때, 엽현의 동공이 크게 확장됐다.
“안 돼! 저들은 그저 우리를 붙잡아 둘 생각인 거야! 구유계가 위험해!”
순간, 언소소 등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엽현이 막 탈출을 시도하려는 이때, 그림자 하나가 그의 앞으로 날아들었다. 그림자의 공격은 소막에 의해 막히긴 했지만, 뒤이어 여러 개의 그림자가 일제히 출수했다.
이 그림자들은 극히 빠를 뿐 아니라, 기운도 거의 느껴지지 않아 움직임을 감지하는 것이 극히 어려웠다.
엽현 일행은 수동적으로 방어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살수들이 출수를 하는 순간에만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소막! 잠시만 버텨줘!”
엽현은 재빨리 시공사화를 가동시켰다. 이내, 그의 발밑 공간에 잔물결이 일면서 엽현의 모습이 사라졌다.
우주의를 발동시킬 시간은 없었다.
살수들이 우주의를 사용하게 두고 볼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엽현이 사라진 순간, 사방의 공간이 파도처럼 일렁였다. 누군가 엽현을 따라나선 것이었다.
이때, 소막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파파파파팟-!
반경 수만 장 이내의 공간에 차가운 기운이 소리 없이 번뜩이기 시작했다.
소리만 들릴 뿐, 사람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때, 언소소가 마소쌍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소쌍 소저, 그대 무인들에게 연락을 취해야 할 것 같소!”
마소쌍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통지해 두었소. 내 부하들이 이미 전력으로 구유계로 향하고 있소.”
언소소는 고개를 끄덕이며 끊임없이 섬광이 번뜩이는 주변을 살폈다.
“우리도 이 틈에 빠져나가야 하오!”
일부 살수는 이미 엽현을 쫓고 있고, 나머지는 소막에 의해 막힌 상태였다. 자신들은 소막을 도울 수 있는 상태도 아니니, 짐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곳을 떠나는 게 옳은 판단이었다.
세 여인은 곧장 장내를 빠져나갔다.
이 시각, 엽현은 어느 미지의 성역에 도착한 상태였다. 막 우주의를 꺼내 들고 시동을 걸려는 이때, 엽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뒤편으로 검을 휘둘렀다.
쉭-!
검이 허공을 갈랐지만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작은 탑! 탐지를 부탁해!”
“…탐지 불가! 탐지 불가!”
“…….”
바로 이 순간, 엽현이 눈을 부릅뜨며 사선으로 검을 그었다.
쾅-!
검광이 폭발하면서 엽현의 신형이 천 장 뒤로 밀려났다.
하지만 그의 앞에는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재빨리 자세를 잡은 엽현은 연신 주변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어둠뿐이었다.
“히히히….”
이때, 기이한 웃음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이 웃음소리는 마치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고막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어떻게 좀 해 봐!”
“제기랄! 나더러 어쩌라고! 나는 연약한 탑에 불과하다고!”
이때, 엽현이 작은 탑을 꺼내 들고는 앞으로 내밀었다.
쾅-!
무언가와 부딪친 작은 탑이 수천 장 밖으로 힘없이 날아갔다.
“이 자식아!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작은 탑이 분노하며 외치자, 엽현이 무덤덤하게 대꾸했다.
“우리는 공동운명체. 고통은 나눌수록 줄어드는 거 아니겠어?”
“억지 부리지 마! 왜 내가 그런 부담을 져야 하는데!”
“시끄러! 그런 말 할 동안에 어떻게 하면 저 살수를 따돌릴지나 생각해!”
“내가 무슨 수로! 그런 방법이 있었으면 진작 써먹었지!”
“아하! 이건 어때? 네가 미끼가 되는 동안 나는 도망치는 거지. 좋은 생각이지 않아?”
작은 탑이 제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파렴치한 주인 놈! 그게 사람이 할 말이냐!”
“할 수 없어! 난 당장 구유계로 돌아가야만 해!”
엽현은 구유계가 걱정됐다.
살수들이 자신들을 막고 있는 동안, 구유계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을지 전혀 알지 못했던 것이다.
이때, 작은 탑이 소리쳤다.
“소우! 나와서 여기 좀 도와줘!”
잠시 후, 탑 안에서 소우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소우 잔다.”
“…….”
엽현의 안색이 순간 검게 물들었다.
잠을 자면서 대답은 도대체 어떻게 한 거냐!
이때, 소우의 음성이 다시 울려 퍼졌다.
“제발 날 내버려 둬. 나는 그저 한 마리 소에 불과하다고…….”
“…….”
엽현은 고개를 들어 사방을 둘러보았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자, 엽현은 조심스레 우주의를 꺼내 들었다.
그가 막 우주의를 발동하려는 순간, 그림자 하나가 빠르게 접근해왔다.
이때, 엽현이 기다렸다는 듯 검을 휘둘렀다.
쉭-!
검은 또 다시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상대가 사라진 순간, 엽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고 말았다.
이것으로 엽현은 한 가지 사실을 알아냈다.
상대의 목적은 자신을 죽이는 것보다 구유계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이었다.
엽현은 이번에는 공간사화를 작동시켰다. 찰나의 순간, 엽현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순식간에 수천 장 밖에 모습을 드러낸 엽현은 곧바로 우주의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때, 등 뒤에서 강대한 권인이 날아들었다.
엽현은 할 수 없이 다시 검을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쾅-!
엽현은 다시 천 장 밖으로 튕겨 날아갔다. 그가 막 자리에 멈췄을 때, 조금 전의 웃음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이때, 엽현이 다시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번엔 방금 전과 다른 형식의 은신이었다.
은갑(隱甲)!
은갑이 활성화된 순간, 엽현의 육신은 어느 미지의 세계로 진입했다.
그의 주변은 마치 깊은 바다에 들어온 것처럼 고요할 뿐이었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엽현은 우주의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우주의는 작동하지 않았다.
이에 엽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이쪽과 저쪽은 같은 세상이 아니란 말인가?”
엽현은 다시 여러 차례 시도해 보았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에 엽현의 속은 타들어가기만 했다.
엽현은 고개를 돌려 바깥세상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비친 우주의 모습은 고요하기만 했다.
하지만 그곳 어딘가에 살수가 숨어있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상황에서 밖으로 나가는 것은 매우 위험한 시도였다.
엽현은 고개를 돌려, 반대쪽 공간을 바라보았다.
시선의 끝에는 여전히 하얀 점들이 존재했다.
문득 호기심이 동했다.
저 신비한 점들은 얼핏 보면 전송진인 것 같기도 했다.
저 전송진은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소탑, 저기 한 번 다녀와 볼래?”
“…작은 주인. 요즘 뭐 섭섭한 거 있어? 왜 자꾸 날 사지로 몰아넣으려는 거야?”
“하하, 우주 최강의 탑께서 뭘 그리 두려워하는 걸까?”
“날 무시하지마. 겉보기에 쓸모없는 것처럼 보여도, 헛소리를 구분할 정도의 지능은 있다고!”
“…….”
바로 이때, 그의 머릿속에 누군가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구유계가 위험하오! 빨리 복귀하시오!]지청의 음성이었다.
조금해진 엽현은 곧바로 신비한 세계를 빠져 나왔다.
원래의 우주로 돌아온 순간, 그 기이한 웃음소리가 다시 고막을 울렸다.
바로 이때,
“빨리 가 봐! 여기는 내가 막을 테니!”
갑자기 들려온 음성에 엽현은 처음에는 당황하다가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엽현은 주저하지 않고 곧장 우주의를 작동시켰다. 예상대로, 그림자가 이를 방해하려는 순간, 거대한 꼬리가 엽현 바로 앞의 공간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쾅-!
공간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그림자 하나가 수천 장 밖으로 튕겨져 날아갔다.
이때, 엽현의 모습은 이미 그 자리에 남아있지 않았다.
엽현이 사라진 자리에는 거대한 용 한 마리가 산처럼 서 있었다.
궁기!
궁기는 날카로운 눈으로 정면의 검은 그림자를 노려보았다.
순간, 그림자가 잔상을 남기며 사라졌다.
그러자, 궁기가 꼬리를 들고서 자리에서 빙글 돌았다.
쾅-!
반경 십여만 리 이내의 공간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그림자 하나가 또 다시 튕겨 날아갔다.
* * *
구유계, 불사계.
이 날, 불사계 상공에 백의를 입은 여인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인의 미간 사이에는 자그마한 주사(硃砂)가 박혀 있었다.
여인과 마주하고 있는 것은 불사제족의 족장, 동리청이었다.
“내가 누군지 알고 있나?”
“…허무족이겠지.”
여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허무심(虛無心), 내 이름이다.”
“허무심… 불사제족을 멸하러 왔나?”
허무심이 웃으며 대답했다.
“멸하려는 건 아니고… 다만, 불사제족의 혈맥을 흡수하고자 한다.”
이 말을 뱉은 순간, 허무심의 뒤편의 공간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불사계의 공간을 흡수하는 것이었다.
이를 본 동리청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너 역시 특수한 혈맥을 지니고 있군.”
“하하하! 눈썰미가 좋은 편이군! 불사혈맥의 우수성은 익히 들어왔다. 너희의 혈맥을 흡수하면 우리 허무족의 실력이 더욱 강해질 뿐 아니라, 불사지력도 얻을 수 있겠지!”
이때, 동리청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조사동을 열어라. 선조들의 영혼을 모두 소환한다.”
순간, 불사족 중앙에 위치한 조사동의 대문이 활짝 열리면서 영혼체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불사제족의 선조들의 영혼이었다.
이들이야말로 불사제족의 최강의 그리고 최후의 비기라 할 수 있었다.
동리청은 허무족을 상대로 처음부터 비장의 무기를 꺼내 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