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649
1650화 이 모든 것이 진짜인가?
노인은 중년인을 밀치고는 다짜고짜 엽현을 데리고 대전 안으로 들어섰다.
장내에 들어선 순간, 엽현은 아주 익숙한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묵운기!
묵운기는 한 손에 책 한 권을 든 채로 십여 명의 젊은 무인들에게 강의를 하던 중이었다.
엽현을 본 순간, 묵운기는 돌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장로가 나서서 무어라 말하려는 순간, 묵운기가 바람처럼 달려와 엽현의 가슴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하지만 전혀 힘이 실리지 않은 일격이었다.
“하하하! 엽 강도! 네가… 네가 살아 돌아오다니… 이게 꿈이냐 생시냐…….”
엽 강도!
묵운기의 돌발행동에 장로와 학생들은 어리둥절했다.
한편, 옛 친구를 만난 엽현은 가슴이 뭉클해졌다.
“운기… 가벼운 건 여전하구나!”
“하하하! 다시는 못 보는 줄 알았지 뭐야! 왜 이제야 나타난 거냐! 그냥 거기서 확 뒈져버리지!”
“저, 부원장… 이분은…….”
장로가 궁금해하며 묻자 묵운기가 웃으며 대답했다.
“장로는 처음 보겠구려! 인사하시오. 이 남자가 바로 우리 창란학원의 원장, 엽현이오!”
원장!
순간, 장로의 눈빛이 어지러워지면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
“…난 망했다.”
바로 이때, 거한의 남자가 문을 부수며 대전 안으로 들어왔다.
남자는 엽현을 보자마자 두 팔을 벌리며 엽현에게 달려들었다.
“엽 강도!”
남자는 다름 아닌 백택이었다!
엽현을 번쩍 들었다 놓은 백택은 엽현의 명치에 주먹을 한 방 꽂아 넣었다.
이때, 그의 눈시울은 이미 붉게 변한 상태였다.
“이놈아! 벌써 우릴 잊어버린 줄 알았다!”
“하하, 내가 어떻게 너희를 잊을 수 있겠냐!”
이때, 이번에는 여인 하나가 들이닥쳤다.
큼지막한 닭 다리를 입에 물고 있는 여인, 다름 아닌 기안지였다!
엽현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기안지가 닭 다리를 쏙 빼면서 말했다.
“오늘 저녁… 기대해도 되겠지?”
순간, 장내에 한바탕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물론이지! 내게 맡겨!”
“하하하하!”
어스름이 짙게 깔린 달밤.
식당 안, 엽현이 크게 불을 피우고 요리 중이다.
그 옆에서 기안지가 간을 보는 척하며 한 점씩 집어 먹는데, 그 양이 결코 적지 않았다.
묵운기는 채소를 씻었고, 백택은 장작 담당이었다.
척발언은 이들이 요리하는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이때, 식당 문이 삐걱 걸리며 열렸다.
“숟가락 하나 더 놔도 되지?”
엽현이 고개를 돌리자, 문 앞에 아주 익숙한 얼굴이 그를 향해 웃고 있는 게 보였다.
강구!
여전히 먼지 하나 묻지 않은 백색 갑옷을 입고 있는 강구였다.
엽현이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강구가 웃으며 엽현에게로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맡긴 거 잘 가지고 있는지 보자!”
이에 엽현이 은색 도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
잠시 은도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강구는 이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좋아! 용서해줄게!”
“고마워!”
이때, 문밖에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이런 자리에 내가 빠질 수 없지!”
마찬가지로 익숙한 목소리.
엽현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막사였다.
막사!
“엽 형! 오랜만이야!”
“막 형! 그동안 잘 지냈어?”
막사가 활짝 웃으며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엽현이 막 팔을 벌려 막사를 안으려는 순간, 대문이 완전히 박살 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안으로 몰려들었다.
갑작스런 등장에 엽현은 들고 있던 국자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안란수, 연만리, 소칠, 장문수, 소도, 간자재, 이층 존재, 구층 주민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여든 것이다!
이들을 본 엽현은 마치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었다.
“모두… 날 잊지 않고 있었구나!”
이 순간, 엽현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이때, 구층 존재가 웃으며 엽현에게 다가왔다.
“이런 식으로 만나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사실 네가 나보다 한참 더 강해진 걸 알고서는 잠시 망설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예전처럼 놀려먹질 못하지 않느냐!”
“하하, 아주 그냥 혼쭐을 내줄 거요!”
“하하하! 그럼 조금 있다 한잔해!”
“물론이오!”
엽현의 어깨를 툭툭 건드린 구층 존재가 뒤로 물러나고 이층 존재가 앞으로 나왔다.
“얼굴이 좋아 보이는군.”
“하하, 널 떠난 후로는 아주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그래? 그러지 않아도 사람을 시켜 찾아본 적이 있었는데….”
이층 존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어. 단지, 그땐 너와 나의 격차가 이미 많이 벌어진 상태라 도움을 줄 수 없었을 뿐이야.”
“하지만 오래전, 날 도와주었던 기억은 영원히 잊지 못할 거야.”
“그럼 나도 도움이 필요할 때 찾아가도 될까?”
“당연하지!”
“하하, 그냥 하는 말 아닌 거 알지?”
엽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이니까, 제발 찾아와서 귀찮게 해 줘!”
“알겠다. 그럼… 뒤에 줄 서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니 일단 빠져주지.”
이층 존재가 물러나자마자 장문수가 엽현 앞으로 다가왔다.
“문수…….”
“솔직하게 말해! 여기 있는 여자 중에 같이 잔 게 몇 명이야?”
“…….”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던 환영 인사 끝에 마침내 엽현과 친구들은 큰 상을 두고 한자리에 모여 앉았다.
이날, 엽현이 솜씨를 발휘해 올린 음식만 무려 삼십여 가지였다.
기안지가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숟가락을 든 이때, 청량한 음성이 문밖에서 울려 퍼졌다.
“오빠!”
오빠?
이 목소리에 엽현이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문 앞에는 꿈에서도 그리워하던 한 소녀가 서 있었다.
엽령!
“어떻게 나 빼고 시작할 수가 있어!”
“령아!”
엽현은 자리를 박차고 달려가 엽령을 힘껏 끌어안았다.
이 순간, 엽현은 무척이나 행복했다. 동시에 두렵기도 했다.
이 모든 게 한 편의 꿈일까 무서웠던 것이다.
너무도 믿기 힘든 상황에 엽현은 검역까지 펼쳤다.
결과는 물론 현실!
모든 것이 진짜였다.
엽령을 포함해서!
잠시 후, 엽령을 껴안고 빙글빙글 돌던 엽현이 그녀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령아, 어째 키가 좀 큰 거 같은데?”
“오빠도 원래보다 좀 늙은 거 같아!”
“그럴 리가! 오빠는 영원히 오빠인데!”
엽현이 엽령의 코를 가볍게 쥐고 흔들자, 엽령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오빠, 보고 싶었어.”
이 말에 엽현이 울컥하며 엽령을 끌어안았다.
“나도 보고 싶었어. 하지만 괜히 널 찾아갔다가 곤경에 빠뜨릴까 봐 그러질 못했어. 네가 고통받는 건 절대 보고 싶지 않으니까……”
엽령이 마찬가지로 엽현을 꼭 끌어안으며 대답했다.
“이번에는 헤어지기 없기야! 죽더라도 같이 죽는 거야! 알았지?”
“그래! 우리 남매 죽더라도 절대 떨어지지 말자!”
바로 이때, 문밖에 또 하나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림자의 정체를 알아본 순간, 엽현은 자신도 모르게 굵은 눈물을 쏟고 말았다.
동리청!
죽었다고 생각한 불사제족의 족장 동리청이었던 것이다!
동리청은 멍하니 있는 엽현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나만 대표로 온 걸 이해하거라.”
“조, 족장… 어떻게…….”
동리청이 대전 안으로 걸음을 옮기며 대답했다.
“멀리서 오느라 배가 고프구나. 먹으면서 이야기할까?”
엽현은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너무나 많은 생각이 동시에 떠오른 탓에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일단 먹고 보자!’
곧,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 식사가 시작되었다.
엽현은 계속해서 술잔을 부딪치며 웃고 또 웃었다.
멈출 수가 없었다.
모두가 한자리에 모이는 이날을 얼마나 꿈꿔 왔던가!
동리청이 살아있다는 것은 다른 부족원들 또한 생존해 있다는 의미였다.
이로써 그의 어깨를 짓누르던 죄책감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렇게 깊은 밤이 되었다.
엽현은 식당을 나서 건물 지붕 위로 올라왔다.
그곳에는 한 여인이 달빛을 받으며 서 있었다.
도일!
도일에게 다가간 엽현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지금… 내가 꿈을 꾸는 건 아니지?”
도일이 달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옅은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말거라. 모두 진짜니까.”
“불사제족도? 그들도 죽은 게 아니었나?”
“내 입에서 살아있다는 말이 나오길 바라느냐?”
엽현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모두 살아있다.”
“하지만, 그들이 자폭하는 걸 눈앞에서 봤는데? 그건 어떻게 된 거지?”
“훗, 지난번에 내가 한 말을 기억하느냐?”
“무슨 말?”
이에 도일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엽현을 쳐다보았다.
“기억 못 하면 됐다! 그 대화가 생각나면 자연히 그들이 왜 살아있는지도 알게 될 거다.”
엽현이 무어라 따져 물으려는 이때, 도일이 술병을 꺼내 엽현이 쥐고 있던 술잔에 부딪쳤다.
뒤이어 도일이 웃으며 말했다.
“주인, 생일 축하해.”
생일?
엽현이 도일을 쳐다보며 눈을 깜빡였다.
생일이라니?
오늘이 자신의 생일이었단 말인가?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생일축하를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왜냐하면 태어난 날을 모르기 때문이다!
엽현과 도일이 지붕 위에 나란히 앉았다.
엽현은 고개를 들어 환하게 빛나는 만월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비현실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곧, 날이 밝을 거다.”
“그럼 나도 꿈에서 깨어나는 건가?”
“하하, 지금 상황이 꿈인 것 같으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도일이 엽현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컥….”
“어때, 아픈가?”
“당연히 아프지!”
도일은 인상을 쓰며 소리치는 엽현을 보자 깔깔거리며 웃더니 밝은 달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세상의 큰 도리에 대해 말하려 하는데, 들어 보겠느냐?”
“얼마든지!”
도일이 웃으며 운을 뗐다.
“잃어버린 자만이 가진 것의 소중함을 알 수 있다. 사람은 보통 눈앞에 있는 것에 대해서는 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거든. 너도 한 번쯤 이런 말을 들어보긴 했겠지만, 잃어본 적이 없었다면 체감하지 못했을 거다.”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이번에는 쓴소리를 좀 하려는데 괜찮을까?”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좀 따끔할 수 있다?”
“상관없어!”
도일이 웃으며 잔을 들자, 엽현 역시 잔을 들어 올렸다.
가볍게 잔을 마주친 두 사람은 단숨에 술잔을 비웠다.
도일은 그대로 뒤로 벌렁 누워 다리를 꼰 상태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문득,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일전에 너와 네 부친에 대해 조사한 적이 있었다. 그 결과 둘 사이에 큰 차이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됐지. 그게 뭔지 아느냐?”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그가 너와 가장 다른 부분은 절대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다가 누구와 타협하지도, 심지어 운명을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물론 고통과 고생의 나날이었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모든 걸 헤쳐나갔다. 물론, 그 역시 처음부터 무적인 것은 아니었다.
패배했고, 좌절했으며 죽을 뻔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이를 악물고 억척같이 살아남은 덕에 평범한 검수였던 그는 결국 최강에 자리에 이를 수 있었지.
이 과정에서 그는 그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았다. 물론 의지할 사람이 없기도 했지. 어쨌든 이런 과정을 걸치며 그의 마음은 강철석보다 더 단단해질 수 있었던 거다. 내가 만나 본 그 어떤 무인도 그보다 거칠고 엄격한 이는 없었다. 적에게는 자비가 없었고, 자신에게는 더더욱 모질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