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652
1653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게냐
“도일! 여긴 어디야?”
“우주에서 가장 추운 지역이지!”
“가장 추운 곳?”
도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 그 어디에도 여기보다 추운 곳은 없어! 초신경 급 강자라 해도 방심하면 얼어 죽는 곳이지!”
이 말에 엽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하, 겁먹었나?”
“어, 음… 아주 조금?”
“위험한 만큼 단련하기도 제격인 곳이지!”
엽현이 조심스레 물었다.
“설마 날 얼려버리려는 생각은 아니겠지?”
이때, 도일이 걸음을 멈추고 엽현을 돌아보았다.
“심법을 하나 알려 줄 거야. 심법을 운용하면서 전진하기만 하면 돼. 한 가지 기억할 건 깊은 곳으로 갈수록 수확은 커진다는 거지. 만약,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순간이 오면 포기해도 돼. 강요는 하지 않는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못하겠으면 그만둬.”
말을 마친 도일이 손가락으로 엽현의 미간을 가리켰다.
쾅-!
찰나의 순간, 무수한 신호와 정보가 머릿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잠시 후, 도일이 손을 거두었다.
“준비됐으면 시작하지.”
엽현은 정면의 성공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분간할 수 없는 끝없는 어둠뿐이었다.
깊게 숨을 들이켠 엽현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도일은 말없이 엽현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엽현은 앞으로 나아갈수록 점점 추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대략 한 시진쯤 흐르자 엽현은 자신도 모르게 이빨을 딱딱거리기 시작했다.
‘얼어 죽겠다!’
엽현은 깨달았다. 이건 평범한 추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엽현이 뒤를 돌아보자, 도일이 씩 웃으며 소리쳤다.
“포기하려면 해도 돼! 언제든지!”
“퉤! 누구 마음대로!”
엽현은 오히려 걸음을 더 빨리하기 시작했다.
처음 속도와 비교하면 거의 달리는 수준이었다.
이러면서 엽현의 영혼 곳곳에 서리가 끼기 시작했다.
점점, 엽현은 몸에 감각이 사라지는 동시에 의식이 혼미해짐을 느꼈다.
하지만 엽현은 멈추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그에게 후퇴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퇴로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그의 움직임은 점점 둔화됐다.
달리기를 방불케 하던 속도는 어느새 아기 걸음마 수준으로 느려져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말 그대로 천근 같았다.
가장 중요한 건, 그의 영혼이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대로 계속 가다간 소멸해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한편, 도일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엽현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포기해도 된다고 말하긴 했지만, 정말로 포기하진 않을지 염려스러웠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인내고, 가장 쉬운 것은 포기가 아니던가!
그가 엽현에게 가르쳐 준 심법에는 두 가지 기능이 있었다.
하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원기를 흡수하여 영혼을 강화시키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영혼을 보호하는 작용이었다.
심법을 제대로 운용한다면 영혼이 소멸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고통의 강도는 심법이 있으나 없으나 별반 차이는 없다.
엽현이 더 깊은 곳에 도달하면, 더 많은 원기를 얻게 될 것이고 이는 영혼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포기한다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되는 것은 물론, 심경이 무너질 가능성도 높다.
한 번 포기한 사람은 그다음은 더 쉽게 포기하는 법이니까.
만약, 엽현이 여기서 포기한다면 도일이 이곳에 있는 의미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도일은 달팽이보다 더 느리게 전진하는 엽현을 보며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주인… 난 주인을 믿어…….”
한편, 엽현은 비록 느리게 전진하긴 했지만, 그 눈빛만큼은 정확히 어둠 속 한가운데를 응시하고 있었다.
움직일 수 있는 한 끝까지 걸어가겠다는 일념만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살아있는 한은 움직여야만 했다.
움직이는 것이 곧 살아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니까.
엽현은 악착같이 걸음을 옮겼다.
그의 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있었다.
한 시진에 겨우 한 발 뗄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여전히 움직이고는 있었다.
이렇게 사흘이 지났다.
이 시간 동안 엽현이 움직인 거리는 고작 열 걸음 남짓.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이 남아 있었다.
‘끝까지 걸어야 해!’
다시 열흘이 지났다.
이때 그는 삼 일 전과 똑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삼 일 동안 한 걸음도 떼지 못했던 것이다.
한편, 엽현의 뒤편에서는 도일이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 역시 단 한순간도 자리를 벗어나지 않은 상태였다.
엽현의 움직임이 둔해질수록 긴장감은 더욱더 심해졌다.
다시 열흘이 지났을 때, 엽현은 여전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여기서 또 삼 일이 지나고서야 엽현은 겨우 한 발을 옮길 수 있었다.
이때, 도일이 참지 못하고 엽현에게 다가갔다.
이 이상은 무리라 판단한 것이었다.
바로 이때, 엽현이 또 한 발을 움직였다.
이 순간, 엽현의 영혼이 갑자기 풍랑처럼 들끓기 시작하더니, 강대한 영혼력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이 모습에 도일이 자리에 멈춰 섰다.
도일은 기를 쓰고 움직이려는 엽현을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엽현의 모습이 성공 깊은 곳으로 사라졌다.
도대체 얼마나 걸었을까?
엽현은 한계를 느낌과 동시에 자리에 그대로 쓰러졌다.
일어나려 했으나 더 이상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이때, 도일이 엽현 곁에 나타났다.
“힘든가?”
엽현은 웃으며 자신을 내려다보는 도일을 향해 씩 웃어 보였다.
“전혀…….”
“축하해. 성공했다.”
“서, 성공?”
도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가 바로 이 성역의 중심부이자 세상에서 가장 추운 곳이다. 초신경 강자라 할지라도 불굴의 의지가 없는 한 한순간에 얼어 죽는 곳이지.”
“불굴의… 의지?”
“무인에게는 육신과 영혼 외에도 의지 또한 중요하다. 너는 처음부터 강한 의지의 소유자였지만, 한계를 돌파해본 적은 없었지. 그리고 조금 전, 그 선을 넘은 것이다. 네가 더 이상 춥지 않은 건 강화된 의지가 영혼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지.”
이때, 엽현이 벌떡 일어나더니 검을 꺼내 들었다.
순간, 손안의 검이 이전과는 달라진 것을 느꼈다.
정확히 설명할 순 없지만, 확실히 그 차이를 알 수 있었다.
“검기 하나를 만들어 보거라.”
엽현이 조심스레 검을 휘두르자, 한 줄기 검기가 생성됐다.
이 검기는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에 존재했다.
“네 부친이 남겼던 검기들을 기억하나?”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 검기가 왜 수만 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지 알고 있나?”
“검도의지?”
도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췄다! 네가 만든 이 검기는 최소 십만 년은 사라지지 않을 거다. 외력이 작용하지 않으면 그보다 더 오래 존재할 수도 있겠지.”
“그럼 나… 강해진 건가?”
“하하하! 그걸 말이라고 하나? 말도 안 되는 경지 차이가 아니라면 어떤 무인도 네가 만든 검기를 쉽게 파괴할 수 없을 거다.”
“하하… 이 개념을 미리 알았더라면 진작 이곳을 찾아 왔을 텐데.”
도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핵심은 얼마나 자신을 몰아붙일 수 있느냐는 거지. 불굴의 의지를 지닌 사람은 어디에 있든 충분히 강해질 수 있다.”
“그렇군.”
도일이 주변을 돌아보며 말했다.
“영혼은 이쯤 하면 된 것 같고, 슬슬 육신 강화를 해야 할 시간인 것 같군. 이미 불굴의 의지를 갖춘 상태이니 육신 수련은 한결 수월할 거다.”
“처음부터 영혼이 아니라 의지의 강화가 목적이었나?”
도일이 웃으며 대답했다.
“전혀 아니다. 처음부터 단순히 영혼을 단련시킬 생각이었다. 다만, 네가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뜻하지 않게 의지가 새로운 경지에 이르게 된 것이지. 일거양득이라고나 할까?”
“그랬군! 그럼 바로 시작하지!”
도일이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손짓했다. 순간, 두 사람의 모습이 자취를 감췄다.
잠시 후.
두 사람이 나타난 곳은 어느 기이한 공간 한 가운데였다.
주변을 둘러본 엽현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어디선가 본 풍경…….
은갑을 운용할 때 볼 수 있었던 그 세상과 매우 흡사했던 것이다!
“이곳은 주인이 이유인의 세상을 모방해 만든 공간이다. 실제 이유계와 비교하면 한참 떨어지지만, 그래도 일반 무인에게는 충분히 위협적인 곳이지.”
엽현이 고개를 들자, 멀리 하얀색 광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저것들은 이유계로 통하는 전송진이다. 아명과 몇몇 자매들이 저 너머에 있지.”
“음… 전부터 느끼는 거지만 너희들끼리 사이가 썩 좋아 보이진 않아. 정말 그런가?”
도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기만 해도 경기를 일으킬 정도지.”
“그럼 나에 대한 저들의 태도는 어떻지?”
이 질문에 도일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걱정하지마. 저들은 널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아, 그럼 다행이군!”
도일이 다시 정면의 우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이 공간은 이 우주에서 가장 한계와 가까운 곳이라 할 수 있지. 지금부터는 이곳에서 네 육신을 단련할 거다.”
“어떻게?”
도일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이 공간을 모두 집어삼켜라!”
“…….”
공간을 집어삼켜라?!
이 말을 들은 엽현은 황당했다.
엽현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모습을 보자, 도일이 웃으며 말했다.
“쉽게 말하자면 이 차원과 육신을 하나로 융합하란 뜻이다.”
“이 차원을 흡수해 버리면 외부 세계에는 영향이 없을까?”
도일이 고개를 저었다.
“전혀 상관없다. 이곳은 이유계로 향하는 통로일 뿐, 우리가 사는 우주와는 별개의 공간이다. 다만, 이유인들이 결계를 파괴하면 우리 쪽 우주로 단번에 진입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지만, 그건 이 공간이 있어도 마찬가지다.”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지난번에 내가 보라고 한 책들은 다 읽었겠지?”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육신 수련과 상관이 있나?”
“물론이지! 많은 도움이 될 거다.”
말을 마친 도일이 손가락을 엽현의 미간에 갖다 댔다.
순간,
쾅-!
엽현이 입고 있던 옷이 순식간에 불타 없어졌다.
한순간에 알몸이 되어버린 엽현!
갑자기 아랫도리가 휑해진 엽현은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하하, 지금부터는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 고통은 있겠지만, 잘 따라 하면 문제는 없을 거다!”
“좋아! 시작하지!”
엽현이 손을 공손히 모은 자세로 고개를 끄덕였다.
엽현은 곧바로 차원의 육신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그를 둘러싼 사방의 공간이 요동쳤다.
도일은 엽현에게 수련 방법을 알려주고서 자리를 떠났다.
* * *
불사계 상공.
공간이 갈라지더니 도일이 밖으로 튀어 나왔다.
불사계는 언제 전쟁이 있었냐는 듯 원래의 모습을 간직한 상태였다.
이때, 동리청이 도일 앞에 나타났다.
동리청은 도일을 보자마자 냅다 소리부터 질렀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한 거지?”
그녀는 아직 자신들이 어떻게 되살아났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도일이 웃으며 대답했다.
“설명하면 길다.”
“혹시 이 모든 게 엽현 그 아이 때문이었나?”
“후후… 그를 좀 더 성숙한 남자로 만들 필요가 있었다.”
“내가 알기로 처음엔 정말로 그를 죽이려 했던 것 같은데… 내 말이 틀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