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664
1665화 내 아들이오!
두 명의 반보 의경 강자가 당했다!
이는 무변성 입장에서 볼 때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었다.
아무리 무변성이라도 반보 의경 정도의 강자는 손으로 꼽을 만큼 적다.
그런데 단숨에 두 명이 죽어버린 것이다!
아니, 처음에 등장했던 백발노인까지 하면 총 세 명이 될 확률이 높았다.
왜냐하면 백발노인의 목숨은 청삼남의 손안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었다!
이때, 엽현이 청삼남 곁으로 다가왔다.
“아버지, 화나셨습니까?”
청삼남이 슬쩍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 내가 화가 난 줄 아느냐?”
“음… 좋게 말로 해결하려고 했는데 상대가 들어먹질 않아서?”
“하하하! 그런 이유라면 이렇게까지 하진 않았을 거다. 내가 살수를 펼친 이유는 이 성의 주인의 태도가 괘씸하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부터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 왜 그런 줄 아느냐?”
“음… 아버지의 실력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입니까?”
청삼남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명분을 쌓고 있는 거다. 사건을 크게 만들어 명분을 쌓고 소백이를 빼앗을 셈인 거지.”
소백!
엽현이 소백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역시, 소백이야말로 이 사건의 원흉이라 할 수 있었다.
“이상하네요. 아버지 이름만 대면 사람들이 벌벌 떨 줄 알았는데.”
“하하… 최근엔 나도 몸을 사리고 다녔거든.”
“…….”
이때, 성 안쪽에서 음성이 울려 퍼졌다.
“양 종주, 이번 일은 유감이오! 무변성을 대신해 사과드리겠소!”
이에 청삼남이 소리가 난 쪽을 향해 웃으며 대답했다.
“다 시끄럽고, 얌전히 목이나 가져오너라!”
음성이 떨어진 이때, 청삼남의 검이 번뜩였다.
순간, 먼 곳에 있던 대전이 반으로 갈라지면서 피 묻은 머리통이 하늘로 솟구쳤다.
이번에 죽은 이 역시 반보 의경의 강자였다!
초살!
이에 상인들의 표정이 크게 변했다. 저 남자 앞에서 반보 의경은 벌레와 다를 바 없는 존재란 말인가!
이때, 상인들 중 일부가 슬금슬금 자리를 빠져나갔다.
소백이 가져간 물건은 감히 돌려달라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물건은 또 구하면 그만이지만 목숨은 하나뿐이지 않은가!
“다들 제자리에 멈춰!”
청삼남의 외침에 도망치려던 상인들이 걸음을 멈췄다.
이때, 청삼남이 소백을 보며 말했다.
“물건을 돌려줘.”
소백이 눈을 끔뻑이더니 도와달라는 눈빛으로 엽현을 쳐다보았다.
엽현은 황당했다. 이 상황에서 자신에게 뭘 기대한단 말인가!
이때, 청삼남이 웃으며 다시 소백에게 말했다.
“저 상인들은 아무런 잘못도 없다. 그러니 그들의 물건을 가져가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무슨 말인지 알지?”
이에 소백이 우물쭈물하더니 손을 뻗었다.
그러자 한 뭉텅이의 자기가 손바닥 위에 떠올랐다.
자기와 물건을 교환하고 싶어 하는 게 분명했다.
이에 청삼남이 상인 무리들을 향해 말했다.
“저건 홍몽자기로 소백이가 아니라면 구하기 힘든 물건이오. 만약 원한다면 홍몽자기와 물건을 교환해도 좋고 아니면 자기 물건을 찾아가도 좋소!”
교환!
상인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교환을 선택했다.
홍몽자기는 매우 희귀한 것으로 어떤 물건과도 쉽게 거래할 수 있었다. 언제 팔릴지 모르는 물건을 보유하고 있는 것보다 쉽게 거래가 가능한 홍몽지기를 갖는 게 이들로서는 훨씬 더 유리했다.
잠시 후, 홍몽지기를 얻은 상인들은 하나같이 싱글벙글한 모습이었다. 이들에게 주어진 홍몽지기가 원래 있던 물건의 가치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이었다.
이때, 중년인 하나가 청삼남을 향해 포권을 취했다.
“감사합니다, 양 종주!”
이에 다른 상인들도 청삼남에게 공손히 예를 차렸다.
사실, 청삼남이 자기를 주지 않았더라도 이들은 불만을 표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청삼남은 기꺼이 대가를 지불했다. 그것도 원가의 몇 곱절이나 되는 보상을!
그러니 어찌 고마움을 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때, 청삼남이 엽현에게 어깨동무를 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여기 이 아이가 내 아들이오!”
아들!
상인들의 시선이 엽현에게로 향했다.
이들은 청삼남의 말뜻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이때, 한 노인이 청삼남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명심하겠습니다.”
이에 엽현 또한 노인에게 포권을 취하며 예를 차렸다.
상인들이 고개 숙이는 대상은 자신이 아닌 청삼남이었다.
스스로의 힘으로 성사시킨 일이 아닌 이상 이들에게 겸손한 태도를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때, 노인이 엽현을 향해 웃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노부는 남성대륙(南星大陸)의 설호(薛狐)라 하오. 앞으로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기거든 언제든 기별을 주시오. 오늘의 은혜는 결코 잊지 않을 테니!”
설호를 시작으로 나머지 무인들 또한 차례대로 엽현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엽현과의 인연은 청삼남과의 연을 맺는 것이기도 하니 전혀 거리낄 것이 없었다.
어떤 경우에는 하나의 좋은 인연이 천금보다 더 값진 것이다.
잠시 후, 상인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무변성주와 청삼남의 불화가 있는 곳에 머무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
자칫 한쪽의 눈 밖에 나기라도 하면 엄청난 손해가 발생할 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사람들로 북적이던 관도는 순식간에 썰렁한 모습으로 변했다.
청삼남이 고개를 들어 아직 숨이 붙어 있는 백발노인을 바라보았다.
이때의 노인은 아직 죽지는 않았으나 많이 쇠약해진 상태였다.
이때, 청삼남의 시선을 느낀 백발노인이 떨리는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어, 어르신… 부디, 손속에 사정을…….”
물론 그 역시 당당하고 싶었지만 실력이 이를 허락해 주지 않았다.
게다가 이대로 죽는 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이 경지에 이르기 위해 갖은 수고를 다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 건 결코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노인은 삶에 미련이 없다?
틀린 말이다.
사실, 오래 살면 살수록 죽음이 두렵고 삶에 대한 미련이 깊어지기 마련이니까.
이때, 청삼남이 성 깊숙한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무변성주, 언제까지 숨어 있을 생각이지?”
잠시 후, 먼 곳으로부터 여인 하나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여인은 열대여섯 가량으로 한 눈에 봐도 소녀티를 벗지 못한 모습이었다. 더욱이 꽃무늬 치마와 머리 뒤로 곱게 딴 댕기 머리는 소녀의 귀여움을 더해 주었다.
엽현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설마 저 소녀가 무변성주일까?
청삼남 앞까지 나아온 소녀는 배시시 웃으며 말을 건넸다.
“내 소개를 하겠소. 무변성 성주, 화일의(華一依)요.”
이에 청삼남이 막 대꾸하려는 순간, 화일의가 엽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공자에게 딱 어울리는 물건을 선물하고 싶소.”
화일의가 손을 펼치자, 손바닥만 한 인장 하나가 떠올랐다.
인장을 슬쩍 확인한 엽현이 곧장 웃으며 말했다.
“이건 아버지와 그대 사이의 문제요. 그러니 내가 아니라 아버지와 대화를 해야 하는 거 아니오?”
화일의는 전혀 개의치 않고 할 말을 이어갔다.
“시공인(時空印)이라는 것이오. 시공인 안에는 하나의 특수한 세계가 존재하오. 그 안에서의 하루는 바깥세상에서 열흘에 해당하오. 수련 장소로 매우 적합할 것이오.”
이 말을 듣자 엽현의 표정이 달라졌다.
안에서의 하루가 바깥세상의 열흘이라고?
그렇다면 다른 무인에 비해 열 배나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는 셈이 아닌가!
엽현은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 한쪽에 있던 아명이 돌연 소리쳤다.
“시공인이라니!”
화일의가 아명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보아하니, 엽신이 시공인에 대해 말해 준 적이 있는 모양이구려.”
아명이 엽현을 향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조건 받아!”
“…그렇게나 대단한 물건이야?”
아명이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시공인은 다른 세계에서 넘어온 신물이야! 당시 주인도 입이 마르고 닳도록 칭찬할 정도였지! 너무나 대단하다고 여긴 나머지 그는 시공인을 본뜬 모조품을 만들 시도까지 했어! 하필이면 그때 이유인이 등장하는 바람에 완성하지 못하긴 했지만….”
이때 아명이 손을 뻗어 시공인을 낚아챘다.
“이건 내가 보관해 두고 있을게! 네가 간직하기엔 위험하니까!”
눈앞에서 시공인을 빼앗겨 버린 엽현은 어이가 없었다.
이런 식으로 강도 짓을 한단 말인가!
아명이 시공인을 가져가자, 화일의가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고는 이내 청삼남을 향해 돌아서서 공손히 포권을 취했다.
“양 종주, 오늘은 정말로 결례를 범했소. 내 개인적인 욕심으로 벌어진 일이니 벌을 내린다면 달갑게 받겠소.”
순간, 엽현은 화일의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에게 뇌물을 바치고 잘못까지 시인한 자에게 어찌 벌을 내릴 수 있을까?
한마디로 말해 수완이 대단한 여인이었다.
이때 청삼남이 엽현에게 물었다.
“어찌 생각하느냐? 죽이는 게 좋지 않겠느냐?”
죽인다?
엽현은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멍해졌다.
한편, 화일의는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눈동자에는 경계심이 가득 차 있었다.
당사자를 앞에 두고 죽이니 마니 할 수 있다는 건 무변성이 안중에도 없다는 의미가 아닌가!
하지만 함부로 나설 수는 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여전히 청삼남의 기운과 제대로 된 실력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으니까!
화일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어리석은 탐심이 자신을 이렇게까지 곤경에 몰아넣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물론, 최악에 상황에 대한 대비는 해 놓은 상태지만, 그래도 가능한 극단으로 치닫는 것만은 막아야 했다.
“공자, 좋게 좋게 해결할 순 없겠소?”
엽현이 시선을 돌리자, 청삼남이 웃으며 말했다.
“네가 결정하거라.”
결정!
이에 엽현이 진지한 투로 물었다.
“아버지께서는 무변성을 물리칠 능력이 있으십니까?”
“하하! 네 말 한마디면 이곳은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잔잔한 말투였지만, 그의 음성엔 무한한 자신감이 깃들어 있었다.
이 말을 들은 화일의의 표정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이때, 엽현이 다시 물었다.
“아버지, 그럼 제 능력으로도 무변성을 없앨 수 있습니까?”
청삼남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불가능하다.”
그러자 엽현이 웃으며 화일의를 향해 돌아섰다.
“성주, 이번 일은 없던 일로 하도록 하겠소!”
이 말을 들은 화일의가 멈칫하더니 엽현을 향해 포권을 취했다.
“좋게 해결해주셔서 고맙소!”
“하하, 고맙다는 말은 아버지께 하는 게 맞는 것 같소.”
이에 화일의가 이번에는 청삼남을 향해서도 예를 차렸다.
이것으로 그녀는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자칫 전쟁으로 번질 수 있던 일을 이 정도로 종결지었다는 것은 그녀로서는 최상의 결과였다.
청삼남은 흐뭇한 표정으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사실 그는 엽현이 악연을 인연으로 만들 기회를 주었던 것이었다.
동시에 무변성은 엽현에게 큰 빚을 진 셈이 되었다.
이때, 화일의가 안쪽을 향해 소리쳤다.
“끌고 오너라!”
이 말이 떨어지자, 검은 장포를 입은 노인이 여인 하나를 데리고 모습을 드러냈다.
이 여인은 엽현 일행과 마찰이 있었던 그 상인이었다.
어수선한 틈을 타 도망쳤다가 붙잡혀 온 것이었다.
“이 여자에 대한 처리는 그대들에게 맡기겠소.”
이에 청삼남이 여인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그러자 여인이 창백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제발…….”
이 모습을 본 청삼남이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됐소!”
이에 화일의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흑의인을 시켜 여인을 도로 데려가게 했다.
청삼남이 엽현을 향해 웃으며 돌아섰다.
“내가 왜 너를 이곳에 데려온 줄 아느냐? 바로 이 우주의 진정한 강자들과 조우하고 네가 모르는 세상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청삼남이 화일의를 향해 물었다.
“내가 알기로 논도대회(論道大會)가 며칠 후에 열린다는데, 그렇소?”
화일의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소. 삼 일 후면 논도대회요.”
“실례가 안 된다면 몇 자리 마련해 주면 고맙겠소.”
이 말에 화일의가 흥분된 기색을 보였다.
“걱정 마시오! 귀빈석으로 마련해 놓겠소!”
청삼남이 고개를 끄덕이며 무어라 말하려는 이때, 갑자기 거친 웃음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영조는? 영조는 어디 있느냐? 어서 이리 오지 못할까! 하하하하!”
이 소리에 청삼남이 미간을 찌푸리며 한 곳을 응시했다.
한편, 화일의의 표정은 이미 딱딱하게 굳은 상태였다.
“저 미친놈이 왜 하필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