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668
1669화 네가 너무 부럽다
흑의인의 기사회생 방법은 수많은 사람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순식간에 십여 명의 사람이 그에게로 몰려갔다.
하지만 그 중 몇몇은 금방 실망한 표정으로 자리로 돌아왔다.
아마도, 그들이 대가로 제시한 심득이 흑의인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리라.
이때, 한 여인이 단상 위에 올라왔다.
하얀 치마를 입은 여인은 긴 머리가 매우 잘 어울리는 미녀였다.
한눈에 보기에 선녀와 같은 인상을 주었다.
여인은 아무 말 없이 손을 펼쳤다. 그러자 손바닥 위로 사과 만한 크기의 청색 구슬이 떠올랐다.
순간, 모든 이들의 시선이 신비한 구슬로 쏠렸다.
심지어 화일의 역시 눈빛이 기이하게 반짝였다.
엽현이 홀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화일의가 웃으며 설명했다.
“성신이오.”
“서, 성신? 별?”
화일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 구슬 안에는 무궁무진한 성신지력이 담겨 있소.”
성신지력!
화일의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을 이어갔다.
“만에 하나 저 여인이 나쁜 마음을 품고 성신지력을 폭발시킨다면, 반보 의경의 강자라 할지라도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 것이오. 즉, 이 대전 안에 있는 무인 상당수가 죽을 수 있다는 뜻이오.”
“그래서 저 여인은 왜 저러고 있는 것이오? 힘을 과시하려고?”
“하하,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단순히 저 구슬을 거래할 사람을 찾으러 온 것일 가능성도 있소.”
엽현이 고개를 돌려 청삼남을 바라보았다.
“아버지가 보시기에 어떻습니까? 대단한 물건인 것 같습니까?”
이에 청삼남이 되물었다.
“네가 보기엔 어떤 것 같으냐?”
“음… 굉장히 강력해 보입니다.”
엽현의 대답에 청삼남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눈을 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에 엽현이 조심스레 물었다.
“왜 아무 말도 없으십니까?”
“우리 부자지간에 수준 차이가 너무 심해서 딱히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지가 않구나.”
“…….”
“하하하!”
파일의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으나, 이내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곁에서 듣고 있던 아명 역시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최근 들어 계속해서 창삼남의 공격을 받는 엽현이 다소 딱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쉽게도 엽현으로서는 달리 반격할 패가 없어 보였다.
이때, 단상 위에 있던 여인이 퇴장했다.
그러자 한 노인이 그녀를 향해 접근했다.
노인 역시 성신지력에 관심이 있거나 정통한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여인은 노인을 그대로 지나치더니 엽현 일행이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여인의 시선은 태평하게 사탕을 우물거리는 이아와 소백을 지나쳐 청삼남에게 멈췄다.
“양 종주, 방금 본녀가 보여 준 것에 흥미를 느꼈는지 궁금하오.”
여인이 웃으며 묻자, 청삼남이 똑같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럭저럭 쓸 만한 능력인 것 같구려.”
“그럼 혹시 자기와 교환이 가능하겠소?”
여인이 원하는 것은 다름 아닌 소백의 자기였다.
이에 청삼남이 엽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배워 볼 마음이 있느냐?”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그는 성신지력 같은 것에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이때, 여인이 엽현을 향해 웃으며 말을 건넸다.
“공자의 육신은 평범한 것이 아니구려.”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체수(體修)라 그렇소.”
“네가 왜 체수냐? 검수지!”
청삼남의 말에 엽현이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검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외공수련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도 너는 검수다! 왜 굳이 스스로를 낮추는 게냐?”
“아니, 검도 검이지만 육신의 수행도 그만큼 중요한 거 아닙니까?”
“그래서? 그 몸뚱이가 내 검을 견디기라도 한단 말이냐?”
엽현은 말문이 턱 막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 됐습니다. 아버지 말이 다 옳습니다.”
“진작 그리 말할 것이지! 하하하!”
“…….”
이때, 듣고 있던 여인이 미소를 머금으며 다시 말을 꺼냈다.
“공자, 성신지력은 능히 육신을 강화시킬 수 있소.”
이 말에 드디어 엽현이 관심을 보였다.
“성신지력으로 육신을 담금질하는 것이오?”
여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성신의 힘을 육신에 집중시키면 성신지체(星辰之體)를 만들 수 있소. 수련을 완료하기만 한다면 공자의 육신은 더 높은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것이오.”
엽현이 여인의 몸을 눈으로 가볍게 훑으며 말했다.
“그대도 성신지체요?”
“그렇소.”
이에 엽현이 이아를 슬쩍 쳐다보더니, 다시 웃으며 여인에게 말했다.
“그럼 이 친구의 주먹으로 시험해 봐도 되겠소?”
시험!
여인의 시선이 이아에게로 향했다. 순간, 그녀의 눈빛이 진중하게 변했다.
그녀는 한눈에 이아가 사람이 아닌 요수라는 것을 알아냈다.
그것도 보통 요수가 아니었다.
이아에게서 매우 위험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때, 이아가 여인을 향해 씩 웃어 보였다.
“잘 생각해. 죽어도 내 책임 아니니까!”
“…….”
이아의 도발에 여인이 여유 있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상관없소. 괜찮으니 마음 놓고 한 번 쳐 보시오!”
여인이 갑자기 가볍게 손을 뻗었다. 순간, 그녀와 이아 그리고 엽현 주변의 공간이 미지의 성역으로 바뀌었다.
엽현은 속으로 헛숨을 들이켰다.
일념만으로 주변 공간을 가상의 세계로 바꾸다니.
과연 이곳에 모인 인물들은 만만히 볼 자들이 하나도 없었다.
당장 엽현 자신과 비교 해 봐도 수준 차이가 결코 적지 않았다.
여인이 이아를 향해 손짓했다.
“그럼 출수하시오.”
이 순간, 이아가 지체하지 않고 달려들면서 여인의 복부에 강렬한 일권을 꽂아 넣었다.
쾅-!
순간, 여인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안색이 급속도로 창백해졌다.
하지만 여인은 기어이 자리에서 단 한 발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때, 여인의 체내에서 엄청난 양의 성신지력이 흘러나오더니, 허공에 흩어져 사라졌다.
이를 보자 엽현은 더더욱 구미가 당겼다.
동시에 성신지체란 건 생각보다 재미난 물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이아는 여인을 응시할 뿐 더 이상 출수하지 않았다.
이때, 여인이 이아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정말이지 대단한 육신의 힘이로구려. 좋은 경험 했소!”
여인은 곧바로 엽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럼 실례했소!”
말을 마친 여인은 곧바로 돌아섰다.
이때, 엽현이 황급히 그녀를 불러 세웠다.
“이대로 가는 것이오? 더 이상 자기를 원하지 않는 거요?”
이에 자리에 멈춰 선 여인이 씁쓸한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성신지체는 이미 저 여인에 의해 파괴됐소.”
파괴!
엽현은 비명을 지를 뻔했다.
“아니, 아무 일도 없었던 게 아니었소?”
“성신지체는 확실히 소저의 공격을 완전히 막아냈소. 하지만 이는 일회성에 불과하오.”
일회성!
엽현은 잠시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자기가 얼마나 필요하시오?”
“…이백 가닥!”
“잠시만 기다려 주시오.”
말과 동시에 엽현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잠시 후, 다시 나타난 그는 여인에게 삼백 가닥의 자기를 내밀었다.
이에 여인이 의아한 듯 엽현을 쳐다보았다.
“정말로 거래를 원하는 것이오?”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후회하지 않을 수 있겠소?”
“하하, 전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니 걱정 마시오!”
그제야 여인이 웃으며 자기를 받아들었다. 이윽고, 그녀가 손가락으로 엽현을 가리키자, 한 줄기 별빛이 엽현의 미간 사이로 빨려 들어갔다.
곧, 방대한 양의 정보가 엽현의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이제 그대는 성신지법(星辰之法)에 대한 이해와 성신지체의 운용방법을 알게 됐소.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오.”
이에 엽현이 가볍게 예를 차렸다.
“고맙소, 소저!”
“별말씀을. 기회가 되면 또 봅시다!”
이렇게 여인은 뒤돌아서 떠나갔다.
여인이 사라짐과 함께, 가상의 공간이 점점 희미해지면서, 엽현과 이아가 대전 안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엽현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확실히 그는 성신지법에 대해 큰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파괴되긴 했으나, 이아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냈다는 점에서 성신지체의 효용은 엄청나다고 볼 수 있었다.
물론, 이아도 십성의 공력을 쏟아부은 건 아니겠지만.
또한, 엽현은 성신지력 자체에 대해서도 제대로 이해해보고 싶었다. 성신지력은 현기와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기운이기 때문이었다.
이때, 청삼남이 웃으며 물었다.
“관심이 있는 게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다.”
“아버지, 우리가 시유계에 정통하게 되면 그때부터 이유인과의 전쟁은 개인 기량이 승부를 가르는 것 아닙니까?”
청삼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하다. 지금 당장은 힘 한 번 제대로 써 보지 못하고 당하겠지만, 시유계에 대한 이해가 생긴다면 그때부터는 동등한 입장에서 싸울 수 있다고 봐야겠지.”
“이유족의 무도 수준은 이쪽 우주보다 한참 더 높은 차원인 것입니까?”
이때, 아명이 대답했다.
“그렇지도 않아.”
엽현이 고개를 돌리자, 아명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시차원에 대한 우세가 사라진다면, 그쪽이나 우리나 별반 차이가 없게 돼 버려. 이게 바로 이곳의 강자들이 이유인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지.”
“음, 무슨 말인지 알겠어.”
이때, 한 남자가 단상 위에 올라섰다.
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한번 훑어본 남자는 검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
검수?
검을 보자 엽현은 또다시 흥미를 느꼈다.
검은 대략 삼척 정도의 길이로 평범한 검과 비교해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또, 남자에게서는 검수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때, 남자가 입꼬리를 올리며 소리쳤다.
“가랏-!”
남자가 외친 순간, 모든 이의 머리 위에 똑같이 생긴 검이 나타났다.
다만, 청삼남은 예외였다.
순간, 장내에 있던 강자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화일의 역시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머리 위의 검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검이 등장하고 나서야 검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만약, 상대가 살심을 품었더라면, 어쩌면 검은 자신의 목을 베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순간, 화일의는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이때, 남자가 다시 한번 소리쳤다.
“돌아와!”
찰나의 순간, 수십 개의 검이 한 군데로 몰려들더니, 하나의 평범한 검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검을 갈무리한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탐토검도(探討劍道)에 관심 있는 사람은 나를 찾아오길 바라오.”
청삼남을 흘끔 쳐다본 남자는 씩 웃으며 퇴장했다.
이에 엽현이 팔꿈치로 청삼남의 팔을 건드렸다.
“아버지와 할 말이 있는 것 같네요.”
이에 청삼남은 웃기만 할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버지, 방금 전 아버지 머리 위에는 왜 검이 나타나지 않은 겁니까?”
“흐음… 글쎄다. 내가 너무나 강해서 그랬던 걸까?”
이때, 청삼남이 엽현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갑자기 한숨을 토해냈다.
“넌 항상 사는 게 힘들다며 신세 한탄만 하는데 이 애비는 오히려 네가 부럽다. 알고 있느냐?”
“예? 뭐가 부럽다는 겁니까?”
청삼남이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약하다는 것이 부럽다. 강함을 느끼기 위해선 상대보다 약해야 하거든. 하지만 나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더 강하니…….”
청삼남이 다시 한번 한숨을 토해냈다.
“무적이란 건 참 따분한 일이야. 나도 너처럼 허약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약했던 시절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니… 하… 통재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