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67
167화 아무래도 저놈이 큰 사고를 칠 거 같아
이목에게 비아냥거린 뒤 엽현은 손을 들어 오른편을 가리켰다.
쉭-!
그러자 그의 우측 이십여 장 떨어진 곳에서 검광이 일었다.
서걱-!
스산한 소리와 함께 또다시 초국 병사 십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공중에서 이를 바라보던 이목이 엽현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 두 주먹을 천천히 감아쥐었다.
엽현이 오른손을 뻗자 그의 손아귀로 영수검이 돌아왔다. 이때 흑염군 쪽의 상황은 상당히 진정된 상태였다. 백여 명의 흑염군이 열두 금인을 겹겹이 에워싸고는 있었지만, 금인들의 방어 실력이 너무나 강한 나머지 손끝 하나 건들기 어려웠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를 어쩌지 못한 채 끊임없는 견제만 가할 뿐이었다.
흑염군들의 손발이 묶였다는 것은, 엽현이 자유의 몸이 되었다는 의미였다.
이제부턴 학살의 시간이었다.
엽현은 초국의 장수로 보이는 자들은 모조리 목을 베기 시작했다. 이내 장내에는 초국군에게 명령을 내리는 장수의 모습이 깨끗이 사라졌다.
당연히 초국군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
바로 이때, 어디선가 우렁찬 나팔소리가 하늘에 울려 퍼졌다.
그러자 금인들을 상대하고 있던 흑염군들이 손을 멈추고는 기수를 돌려 후퇴하기 시작했다.
“모두 철수!”
이에 표정이 어두워진 이목이 어딘가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멈춰라!”
그와 동시에 나팔소리가 멈추고, 흑염군들 또한 제자리에 멈춰 섰다.
이목이 고개를 돌려 살기 어린 눈으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이때, 그의 몸으로부터 광포한 기운이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엽현이 웃으며 말했다.
“이번엔 직접 나서려는 건가? 어디 한번 해 보시든가!”
이목이 엽현의 얼굴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마침에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널 죽이지 않으면 나와 창목학원의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 같구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목의 일 장이 엽현에게로 떨어졌다.
정말로 출수하려는 모양이었다.
엽현의 안색이 순간 급격히 어두워졌다. 바로 이때, 한쪽에 서 있던 척발언이 전광석화처럼 엽현 앞에 나타나 팔을 벌렸다. 그러자 전류가 흐르는 검은 방패가 나타나 엽현과 척발언의 앞을 막았다.
이목의 일 장이 떨어지려는 순간 방패에서 한 줄기 강대한 전망(雷芒)이 방출됐다. 하지만 이목의 일 장은 이를 무시한 채 두 사람을 덮쳤다.
쾅-!
척발언의 앞을 가로막던 방패가 산산조각이 나면서 엽현과 척발언의 신형이 수백 장 뒤편으로 날아가 바닥에 심하게 부딪쳤다. 순간 그들이 떨어진 자리를 중심으로 반경 수백 장의 땅이 거미줄처럼 갈라져 나갔다.
땅에 쓰러진 엽현이 입으로 선혈을 토해냈다. 순간 엽현은 온몸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엽현이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아직 쓰러져 있는 척발언을 품에 안았다. 이때 척발언은 입은 물론 오공에서 끊임없이 피를 흘리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엽현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척발언이 무언가 말을 하려 입을 벙긋거렸지만, 그때마다 목구멍에서 피가 터져 나오는 바람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엽현이 떨리는 손으로 척발언의 입가의 피를 닦아내며 마찬가지로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너, 왜 이리 바보같은 짓을 한 거야? 저놈의 경지는 만법경 이상이라고!”
척발언이 엽현의 눈을 바라보았다. 순간, 다시 한번 그녀의 입에서 핏물이 터져 나왔다. 그녀의 앞섬은 이미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도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만법경보다 강한 자의 일격은 정말 공포스러웠다.
척발언을 꼭 끌어안은 엽현의 온몸도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괴로워하는 엽현의 모습을 보자 척발언이 자신의 떨리는 손을 엽현의 얼굴에 갖다 대려 했다. 하지만 이내 다시 힘을 잃고 툭 떨어지고 말았다.
이때 그들의 곁으로 다가온 강구와 묵운기가 이 심각한 상황을 보고는 할 말을 잃었다.
한편, 이목은 더 이상 공격을 하지 않은 채 주위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이목은 지금도 그때 그 소복 차림의 검선을 잊을 수 없었다.
방금 전 출수 할 때는 상대를 죽이고자 하는 마음이 확고했지만, 지금은 어딘가 불안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자신이 출수한 지 한참이 지나도 검선이 나타나지 않자, 이목은 의아함을 느꼈다.
이때 이목이 전신의 긴장을 풀고서는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오지 않아! 하하하하! 그녀는 오지 않아!”
이목이 엽현을 향해 돌연 고개를 돌렸다. 이때 그의 얼굴은 반쯤 광기에 사로잡혀 있었다.
“지금까지 잘도 호가호위(狐假虎威)해 왔군, 그래! 네 사부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올 수 없는 상황인데도 나를 속인 것이었어!”
엽현이 안고 있던 척발언을 조심스레 바닥에 내려놓았다.
“미안해…….”
엽현이 천천히 이목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척발언이 그를 향해 힘겹게 손을 뻗어 보았지만, 이내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녀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
이목을 향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다가가는 엽현의 눈빛은 이상하리만치 평온해 보였다.
이때 이목이 흉악하게 웃으며 말했다.
“날 죽이고 싶겠지?”
이때 엽현이 자신의 가슴에 손을 대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이놈을 죽이고 나면 두 번째 도칙을 찾아 그대를 탑에서 나오게 해 주겠소.”
적막감이 맴돌던 바로 이때, 엽현의 전신이 미친 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뒤이어 그가 눈을 번쩍 뜨자 이전에는 없던 두 개의 눈동자가 보였다.
두 개의 쪽빛 눈동자가!
엽현이 두 눈을 뜬 순간, 그의 기운이 폭발적으로 불어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이목의 기운과 비슷한 수준까지 도달했다.
엽현의 기운을 느낀 이목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마, 말도 안 돼…….”
세상 어딘가에 순간적으로 경지를 끌어 올리는 비법이 있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몇 단계를 한 번에 넘어서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엽현은 무려 세 개의 경지를 단숨에 넘어버린 것이었다.
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눈앞의 엽현은 도저히 설명이 안 됐다.
이목은 이날 하루 동안 엽현 때문에 몇 번이나 놀랐는지 셀 수조차 없었다. 그리고 이번 것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
이때, 각성한 ‘엽현’이 천천히 이목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가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땅이 흔들렸다. 뿐만 아니라 그의 몸에서 흐르는 기운이 끝을 모르는 것처럼 점점 더 강해져 갔다.
이목이 정신 나간 것처럼 웃음을 터트렸다.
“이미 만법경을 뛰어넘었다고? 거짓말! 장난도 정도껏 쳐야지!”
말과 동시에 이목이 손가락을 들어 엽현을 가리켰다.
그러자 엽현 앞의 공간이 심하게 울렁거리더니, 그의 앞에 거대한 손가락 하나가 나타났다.
손가락에 담긴 강대한 역량에 의해 엽현 앞의 공간이 순식간에 뒤틀리기 시작했다.
이때 엽현의 오른손이 구부러지면서 동물의 발 모양을 만들더니, 벼락처럼 정면을 향해 일 조(爪)를 날렸다.
퍽-!
무언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손가락이 그대로 파괴됐다.
동공이 한껏 확대된 이목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 어떻게 이럴 수가…… 불가능해, 어떻게 만법경을 넘어설 수가…….”
이때, 엽현이 기이한 미소를 지었다. 도저히 사람의 것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그의 미소에 병사들은 순간 모골이 송연해졌다.
순간, 엽현이 한 발 내딛더니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는 빠르다고 하기에는 오히려 순간이동에 가까웠다.
이에 안색이 크게 변한 이목이 정면을 향해 주먹을 뻗어 냈다. 그러자 그의 앞의 공간이 격렬하게 흔들었다.
만법경이 되면 만물을 왜곡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이상이 되면 만물로부터 힘을 얻을 수 있다. 이때 이목은 공간의 힘을 빌려 자신의 역량을 더욱 강화한 것이었다.
무인들은 이 경지를 이렇게 부른다.
어법경(禦法境)!
어법(禦法), 어천하만법(禦天下萬法)!
공간의 힘을 빌린 이목의 일 권은 강한 정도를 넘어서 성 하나를 무너뜨릴 정도였다.
하지만 그의 주먹은 맥없이 엽현의 일 조(爪)에 간단히 붙잡히고 말았다.
엽현이 자신의 주먹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보자 이목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때, 이목의 주먹에서 강렬한 힘이 폭발했다. 하지만 그의 주먹은 여전히 엽현의 손아귀에 갇힌 상태였다.
엽현이 그의 주먹을 잡은 채로 손을 비틀었다.
빠직!
이목의 팔이 그대로 부러지면서 피가 튀었다.
이목이 경악하며 발을 신형을 물리고자 했지만, 어느 틈에 나타난 엽현의 손이 그의 목을 붙잡았다.
엽현은 이목의 목을 잡아 공중으로 들어 올린 후, 그대로 이목을 머리부터 거꾸로 지면으로 꽂아 넣었다.
퍽!
수박 깨지는 소리가 나면서 이목의 머리가 지면에 반쯤 박혔다.
엽현이 발을 들어 그의 머리를 강하게 밟았다.
푹-!
그러자 이목의 머리는 이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지면 깊숙이 박혔다. 지면 밖으로 나와 있는 이목의 몸이 마치 사후 경직을 일으키듯 격렬히 떨려왔다.
엽현이 차가운 눈으로 이목을 한 번 바라보더니, 그의 두 발을 잡고 양방향으로 찢어 버렸다.
쩌억-!
소름끼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이목의 몸이 그의 가랑이로부터 두 부분으로 갈라졌다.
이를 본 모든 이들의 등골이 순간 오싹해졌다.
어법경 강자를 반으로 찢어 죽인 것이다.
이때 엽현이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그와 눈이 마주친 병사들이 미친 듯이 뒷걸음질 쳤다. 그중 몇몇은 다리가 후들거려 제대로 걸을 수도 없었다.
엽현이 돌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때 그의 눈엔 어떤 ‘갈망’이 느껴졌다.
자유! 이 얼마 만에 맛보는 자유인가!
그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가 별안간 흑염군이 있는 쪽을 향해 그의 발톱을 휘둘렀다.
쾅-!
흑염군 전체가 이 한 방으로 모두 땅에 쓰러졌다. 잠시 후, 그들의 투구 사이로 붉은 선혈이 흘러나왔다. 백여 명에 달하는 흑염군이 모두 절명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장비는 손상된 부분 없이 거의 멀쩡했다.
엽현이 이번에는 고개를 돌려 척발언을 바라보았다. 그가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키자, 한 줄기 푸른빛이 순식간에 그녀의 몸 안으로 들어갔다.
바로 이때, 엽현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희미한 그림자 하나가 그의 몸에서 빠져나와 하늘로 향했다. 하늘 높이까지 올라간 허영은 이내 구름 속으로 들어가 자취를 감추었다.
그와 동시에 엽현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방금까지 그의 눈을 채웠던 쪽빛 눈동자는 감쪽같이 사라진 상태였다.
잠시 후, 엽현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2층의 존재가 갔구나!’
엽현은 그가 도칙을 갖고 사라진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는 반드시 돌아오게 되어 있었다. 도칙 하나의 힘만으로는 결코 오랜 시간 세상에 머무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의 본신은 아직 2층에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다시 계옥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단지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그는 그렇게 선량한 존재는 아니라는 점이었다. 아니, 어쩌면 미치광이일지도 모른다. 2층의 존재는 엽현에게 이미 여러 번 살의를 드러낸 적이 있었다.
물론 결국 엽현을 죽이진 않았지만, 그것은 아마도 천녀와 계옥탑의 힘을 의식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엽현은 그의 손에 죽어도 벌써 백번은 죽었을 것이다.
‘불안하다… 아무래도 저놈이 큰 사고를 칠 것만 같아…….’
엽현이 고개를 흔들며 이미 사라진 존재에 대한 생각을 떨쳐 냈다. 엽현이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기자 강구가 재빨리 다가와서 그의 팔을 부축했다.
엽현이 강구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는 내게 맡기고, 너는 가서 초국의 패잔병들을 처리하도록 해.”
흑염군이 순식간에 전멸하자 초국 기병들은 분분히 도주하고 있었다. 암계 도병들 역시 이미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도망친 것이 틀림없었다.
엽현이 조금 힘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들이 혼비백산하여 달아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초국의 주력을 괴멸시킬 수 있는 절체절명의 기회야! 만약 이 기회를 놓치면 저들이 재무장을 하게 될 테고, 우리 강국은 다시 번거로워질 수밖에 없어! 그러니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어서 쫓아 가!”
강구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몸조심해!”
말을 마친 강구는 아직 싸울 수 있는 병력을 모아 적군이 후퇴한 쪽으로 추격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