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670
1671화 날로 먹기의 달인!
대전 안.
무인들의 시선은 단상 위의 엽현에게로 쏠려 있었다.
이들은 모두 엽현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궁금했다.
이때, 엽현이 마침내 미소를 지으며 말을 꺼냈다.
“그대들은 내 부친께서 어떤 경지에 있는지 아시오?”
이 말에 무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청삼남에게로 향했다.
청삼남의 경지?
당연히 너무나도 궁금한 사안이었다.
물론 이들은 마음속으로 저마다 어느 정도 결론에 도달해 있었다.
반보 의경을 가볍게 물리친 검수라면 응당 의경 정도는 되었을 것이리라.
하지만, 완전히 확신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이 의경이라는 것은 우주 전체 역사를 뒤져도 극소수만이 도달한 경지이기 때문이었다.
이때, 엽현이 정색하며 말했다.
“그대들의 생각이 옳소! 아버지는 이미 의경에 도달하셨소!”
의경!
정녕 의경이었단 말인가!
엽현의 입에서 의경이라는 말이 튀어나오자, 청삼남을 바라보는 무인들의 눈빛이 호기심에서 존경심으로 변했다.
비록 이들은 반보 의경이긴 하지만, 의경과의 거리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만큼이라 할 수 있었다.
엽현이 말을 이어갔다.
“궁금하지 않소? 부친이 어떻게 의경이 될 수 있었는지?”
순간, 무인들이 일제히 엽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의경이 되는 법!
이 어찌 궁금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때, 창로가 갑자기 엽현 앞으로 걸어 나오더니 공손히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공자께서 조금의 가르침이라도 내려준다면, 이 늙은이는 죽어서도 은혜를 잊지 않을 것이오!”
이때, 나머지 무인들 또한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엽현에게 고개를 숙였다.
대부분 반보 의경인 이들의 목표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다음 경지인 의경을 밟아보는 것이었다!
엽현은 자신에게 고개를 숙인 무인들을 내려다보며 난처한 듯한 기색을 보였다.
“이거 참… 이러면 곤란한데…….”
“공자! 부디 은혜를 베풀어 주시오!”
“은혜를 베풀어 주시오!”
창로를 포함한 무인들이 재차 고개를 숙여 예를 차렸다.
의경!
의경에 도달한 이는 그 의식이 영원히 소멸하지 않는다고 한다.
즉, 어떤 의미에서 영생에 도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런 의경에 도달할 수만 있다면 머리를 숙이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의경에 도달하기만 하면 수명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자들은 전 우주를 통틀어 가장 오래 산 자들이라 할 수 있었다. 반대로 말하면, 앞으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이들에게 의경은 유일한 희망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때, 엽현이 난처하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바로 이때, 창로가 눈을 반짝이더니, 갑자기 품속을 뒤적여 두꺼운 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공자! 이는 노부의 평생 심득을 정리해 놓은 것이오! 부디 받아주길 바라오!”
엽현은 여전히 난처해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이거 참… 이러면 안 되는데…….”
이때, 창로가 들고 있던 책을 억지로 엽현 손에 쥐여주었다.
이에 엽현이 주변을 슥 돌아보더니, 창로의 귀에 바짝 얼굴을 가져다 댔다.
“일단 자리를 옮기는 게 좋겠소.”
순간, 창로의 얼굴에 희색이 감돌았다.
“물론이오!”
말을 마침과 동시에, 창로가 엽현을 데리고 대전 밖으로 향했다.
바로 이때, 창로 주변으로 강대한 신식이 빽빽하게 몰려들었다.
창로가 눈살을 찌푸리며 자리에 멈춰 선 이때, 흑의인 하나가 엽현과 창로 앞에 나타났다. 흑의인은 곧바로 엽현을 향해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심득이라면 나도 있소이다!”
“내 것도 받아 가시오!”
“내 것도!”
순간, 엽현은 수십 명의 무인들에게 꼼짝없이 에워싸였다.
누군가는 심득을 주겠노라고 했고, 누군가는 독문절기를, 다른 이는 검이나 갑옷 따위를 손에 쥐고 흔들었다.
근엄하던 대전 안은 순식간에 시장바닥으로 변했다.
물론 그 중심에 있는 것은 엽현이었다.
청삼남은 팔짱을 낀 채 이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표정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속으로는 꽤나 놀란 상태였다.
‘저 녀석… 혓바닥 놀리는 게 수준급이군!’
한편, 이아는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뇌물을 받느라 정신이 없는 엽현을 보며 진심으로 감탄했다.
“저놈… 굉장한 걸!”
곁에 있던 소백 역시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저놈 곁에 있으면 떨어지는 게 많겠어! 종종 데리고 다녀야지!”
이아의 말에 소백이 손을 번쩍 들며 찬성의 표시를 했다.
잠시 후, 선물 공세가 끝나고 엽현은 다시 단상 위로 올라갔다.
무인들은 모두 엽현의 입에서 ‘가르침’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엽현이 목청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일단 모두 자리에 돌아가 앉아 주시오.”
이 말에 무인들이 잘 훈련된 병사들처럼 빠르게 원래 자리에 착석했다.
“모두 잘 들으시오. 의경에 도달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소. 첫째는 모두가 알고 있듯 대도본원을 획득하는 것이오. 하지만 우리가 속한 세상에는 더 이상 대도본원이 남아 있지 않소. 이유계로 범위를 넓혀도 마찬가지요. 때문에 대도본원을 이용해 의경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요.”
엽현이 목청을 가다듬으며 말을 이어갔다.
“두 번째 방법은 홍몽자기를 사용하는 것이오.”
홍몽자기!
순간, 소백이 당황한 표정으로 이아를 향해 마구 손을 휘저었다.
이에 이아가 잠시 생각하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 녀석… 설마 우리에게 떠넘길 생각인 건가?”
“…….”
홍몽자기!
무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소백에게로 향했다.
엽현의 말 한마디에 태풍에 눈에 서게 된 것이다!
이때, 엽현이 소백에게 다가가더니, 납계 하나와 사탕 한 알을 그녀의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
“저들에게 자기를 좀 보여줘.”
납계 안을 슬쩍 살펴본 소백은 지체 없이 소매를 펄럭였다. 순간, 한 무더기의 자기가 대전 안을 뒤덮었다. 모두가 똑똑히 볼 수 있을 만큼의 양이었다!
홍몽자기!
자기를 본 순간, 사람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가 싶더니 이내 몹시 흥분한 기색을 보였다.
대도본원과 홍몽자기는 분명 다른 존재였다.
하지만, 대도본원을 본 적이 없는 무인들도 본능적으로 홍몽자기가 대도본원 못지않은 정순한 기운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무인들은 문득 이 홍몽자기라면 정말로 의경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엽현이 웃으며 말했다.
“지금 그대들에게 부족한 것은 노력이 아니오. 이미 그대들의 경지는 세상의 끝에 다다른 상태기 때문이오. 그대들에게 부족한 것은 바로 기연이었소! 그리고 이 홍몽자기라면 충분히 그대들을 의경으로 이끌어 줄 수 있을 것이오. 운이 좋다면 그 이후를 바라볼 수 있을지도 모르오. 즉, 이 홍몽자기만 있다면 그대들은 영생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말이오!”
마치 시장바닥의 약장수를 연상케 하는 엽현의 열변에 창로를 포함한 무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피가 들끓고 있었다.
그들이 그토록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의경, 그리고 영생이 아니던가!
이때, 타오를 듯이 이글거리던 무인들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갑게 식었다.
무한한 생명을 얻기 위해선 의경에 도달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의경이 되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인가?
무인들의 시선은 일제히 소백에게 향했다.
홍몽자기!
이들의 머릿속에 떠오른 불순한 생각은 이내 사라지고 말았다.
그녀의 곁에 청삼남이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진정한 의경으로 의심되는 남자를 해치우고 영조를 차지한다?
이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설령, 모두가 손을 잡는다 하더라도 이기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현실을 깨달은 무인들은 다시 엽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이에, 엽현에 씁쓸한 미소를 보이며 다시 말을 꺼냈다.
“아쉽게도 이 홍몽자기는 정말로 귀중한 물건이라, 아버지께서는 아들인 내게도 겨우 백 가닥 정도를 내주셨을 뿐이오. 백 가닥… 이걸 누구 코에 붙일 수 있겠소?”
순간, 무인들의 표정이 기이하게 변했다.
그래도 친아들인데 겨우 백 가닥밖에 주지 않다니.
이건 지나치게 옹졸한 것 아닌가!
과연 홍몽자기 앞에선 아들도 중요하지 않구나!
이때, 엽현은 청삼남과 눈이 마주쳤다.
청삼남은 엽현을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를 보자 엽현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지만,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그래, 누가 이기나 갈 때까지 가 보자! 아버지고 할아버지고 다 소용없다!’
무인들의 시선은 이제 청삼남에게로 향했다. 청삼남은 미소를 머금고 있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무인들 역시 그저 보기만 할 뿐, 청삼남을 향해 어떤 요구를 할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아들에게도 달랑 백 가닥만 줄 정도로 아끼는 자기를 자신들에게 나눠주려 하겠는가!
교환?
청삼남 정도 되는 자라면 자신들이 제시하는 것이 눈에 찰 리도 없다.
아무런 방법도 떠오르지 않자, 무인들은 그저 씁쓸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는 없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보이던 희망이 한순간에 절망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바로 이때.
“하지만…….”
음성이 울려 퍼지자 모든 무인들의 시선이 다시 엽현에게로 쏠렸다.
엽현이 뜸을 들이자, 곁에 있던 창로가 다급히 소리쳤다.
“공자, 어서 말씀해 보시오! 무슨 말을 하려 했던 거요?”
이에 엽현이 크게 심호흡을 한 뒤 진지한 투로 말했다.
“이제야 밝히는 것이지만, 사실 나는 우주신정의 주인이오.”
우주신정!
이 말에 무인들은 잠시 어리둥절했다.
우주신정의 주인이라면…….
이 순간, 모두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엽신!
저 젊은 검수가 엽신이었단 말인가!
아주 오래전, 이들은 엽신 때문에 큰 곤경에 빠질 뻔했던 적이 있었다.
당연히 우주신정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
지금 엽신은 자신들이 오랫동안 염원하던 것을 이루게 해 줄 유일한 희망인 것이다!
이때, 창로가 엽현을 향해 말했다.
“우주신정이라… 대단한 곳이지… 노부 역시 우주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는 우주신정을 항상 존경해 왔소!”
엽현이 창로를 향해 씩 웃어 보였다.
물론 그 말을 믿는 건 아니었다.
한편, 아명은 어이가 없었다. 그깟 의경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아부를 떤단 말인가!
이때, 다른 무인들 역시 앞다퉈 우주신정을 찬양하기 시작했다.
원래 벌레만도 못했던 우주신정은 한순간에 우주의 평화를 수호하는 정의의 사도로 변했다.
그렇게 칭찬 세례가 끝난 후, 무인들은 긴장하며 엽현이 무슨 말을 하기만을 기다렸다.
잠시 후, 엽현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솔직하게 한마디 하자면, 우리 우주신정에는 당장 일할 사람이 부족하오.”
이 한 마디에 무인들은 엽현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엽현은 우주신정의 일원이 될 것을 종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순간, 장내 분위기가 다소 어수선하게 변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하던 자유인 신분이었다.
하지만 우주신정의 무인이 되면 이런 자유를 포기해야 하는 게 아닌가!
게다가 하나 같이 개성 넘치는 이들이 누군가 자신에게 명령하는 것을 견딜 수 있을까?
이때, 엽현이 가만히 있던 남풍을 돌아보았다.
“남풍, 그대는 나와 삼 년을 함께 하기로 했지 않소?”
남풍이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생각해 보니 급여에 대한 이야기를 빼 먹은 것 같소. 그대에게 한 달에 자기 백 가닥씩 지급하겠소. 음… 계산하기 귀찮으니 일 년 치를 한 번에 계산합시다!”
엽현이 고개를 돌리자, 시선을 받은 소백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소매를 펄럭였다. 순간, 한 뭉텅이의 자기가 남풍 앞에 떨어졌다.
남풍은 주저하지 않고 눈앞의 자기를 순식간에 흡수했다. 홍몽자기가 체내에 들어간 순간, 그의 기운이 말이 되지 않을 정도로 폭증하기 시작했다.
이를 본 무인들의 표정에선 큰 동요가 일었다.
홍몽자기가 정말로 효과가 있다는 걸 똑똑히 알게 된 것이다!
화일의 또한 표정에 큰 변화가 일었다.
비록 홍몽자기가 반보 의경 강자를 의경으로 인도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분명하지만, 최소한 반보 의경 강자에게 효험이 있다는 것은 확실히 밝혀졌다.
그것도 아주 큰 효험이!
이때, 눈을 뜬 남풍이 자신의 몸을 한 번 훑어보더니, 곧바로 엽현에게 다가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와의 내기에 진 것을 완전히 승복하겠다! 대신 기간을 삼 년에서 삼백 년으로 늘려다오! 아니, 오백 년도 좋고, 천 년도 좋다!”
이 말에 엽현이 눈이 커다래졌다.
“삼백 년? 삼 년이 아니고?”
남풍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삼 년을 누구 코에 붙이겠느냐! 적어도 삼백 년은 돼야지! 안 된다는 말은 하지 말거라! 이 남풍, 차라리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네게서 떨어지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참! 나는 원래도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우주신정의 엽신을 꼽던 사람이다. 마침 네가 사람이 필요하다 하니 기쁜 마음으로 우주신정의 일원이 되어 조그만 힘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구나!”
남풍은 엽현이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갑자기 검을 뽑아 들었다.
“천지신명께 맹세하오니, 나 남풍, 지금 이 순간부로 우주신정과 생사존망을 함께 하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