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677
1678화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이 시각.
엽현은 수련에 매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만큼 미친 듯이 수련에 집중하고 있었다.
허영과의 대련과 그의 지도를 통해, 엽현의 반응력과 속도는 엄청난 향상을 이룬 상태였다.
어느 정도 수련에 적응된 엽현은 곧 중급으로 난이도를 올렸다.
그러자, 수련의 강도가 단숨에 열 배 이상으로 상승했다.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반격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두드려 맞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공격을 피하는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물론, 여전히 반격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동굴 밖에서는 아목렴이 엽현의 수련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때, 목로가 그녀 곁으로 다가오더니, 수련 중인 엽현을 향해 섰다.
“보기에 어떤 것 같으냐?”
“대단한 재능입니다.”
아목렴의 대답에 목로가 미소를 지었다.
“양 종주의 의도가 뭔지는 이미 알고 있겠지?”
“…….”
“양 종주가 어떤 사람인 줄 아느냐?”
아목렴은 여전히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바로 검맹의 창사자다.”
검맹!
이 말에, 아목렴은 눈이 튀어나올 듯 커져서 목로를 돌아보았다.
“그게 정말입니까?”
“사실이다.”
아목렴이 숨을 내쉬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어쩐지… 척 보기에도 괴물 같아 보이더라니….”
검맹은 검도연맹의 줄임말로, 검수들로만 조직된 매우 위험한 세력이었다.
게다가 검수들의 실력은 모두 절정 급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들의 출신은 제각각이었고, 출신지 또한 평범하지 않았다. 어떤 이는 한 세계의 제왕이기도 했고, 어떤 이는 한 성역을 제패한 패자이기도 했다.
어땠든, 이들의 실력은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고, 그 영향력 또한 실로 어마어마했다.
개천족 역시 근방에서 비교할 세력이 없었지만, 검맹 앞에서는 그저 어린아이일 뿐이었다.
이러한 배경이 있었기에, 청삼남이 아목렴과 엽현을 이어 줄 뜻을 넌지시 비쳤을 때, 검로는 매우 기뻐했던 것이었다.
만약, 개천족과 검맹이 혼인으로 연결된 사이가 된다면 그건 개천족의 운명을 바꿀 대사건이 될 테니까!
이때, 말없이 엽현을 응시하던 아목렴이 입을 열었다.
“무릇 남녀 간의 감정이란 순수해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 한 마디와 함께 아목렴은 돌아섰다.
목로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아무리 원해봤자, 결국 아목렴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 봐선 그녀는 혼인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목로는 낮게 한숨을 내쉬며 자리를 떠났다.
이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났다.
엽현은 이미 허영을 상대하는 것에 꽤나 익숙해진 상태였다.
그의 반응력과 속도는 전과 비교했을 때, 최소 열 배 이상 늘어나 있었다.
이 정도 속도라면 굳이 발검술을 쓰지 않더라도 평범한 반보 의경 강자 정도는 충분히 제압할 정도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엽현은 최상급 훈련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시작부터 일방적인 폭행이 이뤄졌다.
그래도 어디서 주먹이 날아오는지도 몰랐던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주먹을 종종 피하는 등, 장족의 발전을 이룬 모습이었다.
다시 한 달 후.
엽현은 이미 최상급 난이도의 수련에 완벽히 적응한 모습이었다.
여전히 밀리고 있긴 했지만, 간간이 반격을 할 정도는 됐다.
그의 실력이 이렇게 빠르게 향상될 수 있었던 것은, 허영이 때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단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도왔기 때문이었다.
대련과 동시에 이뤄지는 교육은 이때까지 엽현이 경험한 것 중에선 단연 최고의 수련 방식이었다.
다시, 이주 가량이 지났을 때 엽현은 허영과의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최상급 난이도의 수련에 완전히 적응을 한 것이었다.
수련이 진행되는 동안, 엽현은 육신의 힘을 철저히 배제하려 노력했다.
만약, 이 힘을 이용했더라면 지금의 허영 정도는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반응력과 속도에서 이미 허영에 뒤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엽현은 끝까지 육신의 힘을 배제한 채, 반응과 속도의 우위만으로 상대를 제압하려 노력했다.
이렇게 다시 이 주가 흘렀다.
예상과 달리 엽현은 여전히 허영을 이길 수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점점 힘이 부치는 느낌이 들었다.
엽현은 문득, 허영이 실제로 강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수준이 비슷해지자, 허영 역시 엽현을 상대로 수련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엽현이 다소 허무함을 느끼고 있을 때, 허영이 갑자기 자리에 멈춰 섰다.
그러더니, 엽현에게 포권을 취하고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해하는 이때, 아목렴이 엽현 앞에 나타났다.
“축하하오, 수련 과정을 모두 끝마쳤소.”
“정말이오? 이번에 내가 때려 줄 차례였는데 아쉽게 됐군.”
아목렴이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지금의 그대는 그를 이길 수 없소.”
“어째서?”
“현재 그대의 실력은 절정에 이른 상태로 경지의 돌파가 이뤄지지 않는 한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소. 하지만 상대는 아직 의경 절정까지 한참 남은 상태요. 즉, 그대가 의경이 되지 않는 한, 상대를 이길 수는 없을 것이오.”
“아니, 대도본원이 존재하지 않는데 어떻게 의경이 됐단 말이오?”
엽현이 어이없다는 듯 말하자, 아목렴이 엽현을 똑바로 쳐다보며 대답했다.
“그는 수십만 년 전의 인물이오. 그때는 당연히 대도본원이 존재했소.”
“…….”
“이제 어떤 방면의 수련을 하길 원하시오?”
“음… 육신과 의식 부분을 보완하고 싶소!”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또 다른 허영 하나가 정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대 육신은 이미 충분히 강한 상태라 처음부터 최상급 난이도로 설정했소. 그럼 행운을 빌겠소!”
말을 마친 아목렴은 뒤로 물러났다.
이 순간, 어둠 속에서 허영이 엽현을 향해 날아들었다.
엽현은 머리를 향해 날아드는 주먹을 피하는 대신 상대를 향해 똑같이 주먹을 내질렀다.
쾅-!
사방이 진동하면서 두 사람이 동시에 밀려났다.
하지만 착지하기가 무섭게 허영이 재차 달려들었다.
이 모습을 보자, 엽현의 안색이 다소 어둡게 변했다.
도대체 몸이 얼마나 단단하기에 곧바로 움직일 수 있단 말인가!
의경급인 자신의 육신보다 더 강하단 말인가!
이 순간, 허영이 엽현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에 엽현이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정면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그러나 이때, 허영이 이번에는 재빨리 손을 거뒀다.
후앙-!
엽현의 공격이 허공을 가른 이 순간, 그의 옆구리에 크나큰 충격이 전해졌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엽현은 그대로 쭉 날아갔다.
바로 이때, 상대가 날아가던 엽현의 오른팔을 낚아채더니, 무릎을 복부에 꽂아 넣었다.
푸확-!
엽현이 입으로 선혈을 토해냈다.
이때, 허영의 주먹이 엽현의 목에 도달했다.
퍽-!
엽현의 신형이 순식간에 수만 장 밖으로 날아갔다.
처참하게 너부러진 엽현은 너무나 황당했다.
어떻게 강해도 이렇게나 강할 수 있단 말인가!
이때, 허영의 음성이 엽현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잡념이 너무 많군!]잡념!
이번에도 허영은 엽현에게 깨달음을 주고 있었다.
적을 앞에 두었을 때 잡념은 곧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이리라.
이때, 허영이 또다시 사라졌다.
엽현은 주저하지 않고 즉시 반격에 나섰다.
두 사람의 전투는 서로 한 번씩 주먹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큰 기교는 필요치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순수한 육신의 힘과 의식뿐이었다.
육신의 힘만 놓고 보았을 때, 엽현 또한 상대에게 크게 뒤처지지 않았다.
차이가 나는 부분은 의식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엽현은 최선을 다해 맞받아쳤다.
왠지 기분이 상쾌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정면으로 무식하게 대결을 펼쳐 본 것이 언제였던가!
엽현은 매번 때리고 맞을 때마다 알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
그렇게 두 사람이 피를 튀겨가며 서로의 주먹을 확인하는 동안, 주변의 공간은 쩍쩍 갈라져 나갔다. 하지만 다행히도 금세 원래의 모습을 복구했다.
동굴 밖.
떠난 줄 알았던 아목렴은 다시 동굴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엽현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눈으로 확인할 생각이었다.
이때, 그녀의 곁에 목로가 나타났다.
“목렴, 문족(聞族)의 ‘그자’가 도착했다. 만나 보겠느냐?”
“이렇게 빨리 말입니까?”
“하하! 문족뿐만 아니라, 천족에서도 사람을 보내왔다.”
이때, 목로의 안색이 다소 어두워졌다.
“듣자 하니, 문족의 그 녀석은 제멋대로인 것으로 유명하다고 하던데… 대화가 잘 통할지 모르겠구나.”
“걱정 마십시오.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대화를 마친 아목련은 그대로 자리를 벗어났다.
* * *
이 시각, 천개성의 저작거리.
이아는 소백의 손을 잡고서 미친 듯 거리를 헤집고 있었다.
간만에 얻은 자유를 만끽하느라 두 소녀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수련?
노느라 바쁜 두 사람에게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소백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수련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바로 이때, 이아가 문득 자리에 멈췄다. 그녀의 시선이 닿은 곳은 다름 아닌 술을 파는 객잔이었다.
대낮부터 술잔을 들이키는 주정뱅이들 사이로 술 향기가 은은히 풍겨져 나왔다.
“마셔 볼까?”
이아의 말에 소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아는 곧장 소백과 함께 객잔 안으로 들어섰다.
“어서 옵쇼! 특별히 찾으시는 술이라도 있습니까요?”
점소이의 말에 이아가 자연스레 착석하며 물었다.
“흠… 혹시 사람 고기도 있나?”
“…….”
점소이가 얼어붙은 것을 보자, 소백이 이아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건드렸다. 청삼남이 사람 고기를 금지시킨 것을 상기시키려는 것이었다.
이에 이아가 입맛을 다시며 점소이를 쳐다보았다.
“여기서 제일 맛있는 걸로… 아니, 가게에 있는 거 몽땅 차려와!”
이에 점소이가 이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럼 먼저 계산을…….”
“뭐? 계산? 내가 무전취식이라도 할 것 같이 보이나? 앙!”
“하하… 오해십니다. 그저 우리 가게는 선불이 원칙이라 그렇습니다.”
이에 이아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세상에 돈부터 받는 식당이 어딨어! 그러다가 음식 맛이 없으면? 환불이라도 해 줄 거야?”
순간, 객잔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이아에게로 쏠렸다.
“손님, 여기서 소란을 피우시면 곤란합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점소이의 말이 아직 끝나기도 전, 이아가 영석 하나를 탁자에 탁 내려놓고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점소이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이거면 될까?”
이아가 영석을 쥐고 있던 손을 치운 순간, 객잔 전체가 휘황찬란한 빛으로 뒤덮였다.
순간, 장내에 있던 사람들의 눈빛이 요동쳤다.
무슨 영석이기에 저렇게 정순하단 말인가!
영석을 본 점소이 역시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추, 충분합니다!”
점소이는 누가 볼세라 빠르게 영석을 챙겼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바로 드실 수 있게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이 말을 남기고 점소이가 황급히 퇴장했다.
객잔 안, 사람들의 시선은 여전히 이아에게로 향해 있었다.
호의적인 시선은 결코 아니었다.
이때, 이아가 들고 있던 젓가락으로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놈들이 우리를 상대로 강도질 할 생각인 거 같아.”
이 말에 소백이 양손을 마구 휘저으며 의사를 표현했다.
이에 이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야. 척 봐도 거지들이라 뺐을 것도 없을 거야. 괜히 시간 낭비하지 말자.”
소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주변 사람들에게서 아무런 보물의 냄새를 맡지 못했던 것이다.
한편, 장내의 무인들은 확실히 나쁜 마음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이아의 신분을 알지 못하기에 함부로 출수할 수 없었다.
만에 하나 저 소녀의 내력이 범상치 않다면 자신들이 위험에 처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바로 이때, 객잔 문밖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어라? 정말 영조잖아!”
영조!
이아가 고개를 돌리자, 문밖에 한 여인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몸에 쫙 달라붙는 치마를 입은 여인은 대략 열예닐곱 정도의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그녀의 뒤로는 두 명의 노인이 자리하고 있었다.
소백을 응시하고 있던 여인은 눈을 반짝이며 빠르게 소백에게 접근했다.
이아와 소백 앞에 멈춰 선 여인은 눈에서 탐욕을 숨기지 않았다.
“헤에… 정말 영조잖아!”
이때, 이아가 물었다.
“너도 개천족인가?”
여인이 씩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아니지! 그나저나 여기 이 영조를 내가 데려가고 싶은데… 크게 불만 없겠지?”
“있다면?”
이아가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대답했다.
이에 여인이 뭐가 우스운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거 오랜만에 재밌는 아이를 만났구나! 불만이 있다면 죽으면 돼! 죽은 사람은 아무 의견도 낼 수 없으니까!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