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681
1682화 무슨 꿍꿍이야?
숲속으로 들어서자 컴컴한 어둠이 펼쳐졌다.
주변을 둘러본 엽현은 첫눈에 범상치 않은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나, 처음 와 본 곳이니만큼 각별히 주의해야 했다.
이때, 하늘을 보고 있던 아목렴이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서둘러야겠소.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우리가 설치해 놓은 결계 안에 도착해야만 하오.”
“밤이 되면 뭐가 달라지는 것이오?”
엽현의 물음에 아목렴이 고개를 끄덕였다.
“낮보다 훨씬 위험하오.”
“음… 시간이 없다면 날아서 가는 건 어떻소?”
이에 아목렴이 고개를 저었다.
“비행은 안 되오. 혹시 있을지 모를 적에게 위치를 노출할 수 있으니까.”
“음… 그럼 서두릅시다!”
성지에서의 수련을 통해 엽현은 이전보다 꽤나 많이 강해져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아직 청삼남 같은 무적이 된 것은 아니니까.
일행은 빠르게 움직였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은 이아와 소백이 매우 조용하다는 것이었다.
엽현은 때때로 두 사람의 위치를 확인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보나 마나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결국 참지 못한 엽현이 소백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말 해 봐. 이번엔 또 무슨 꿍꿍이야?”
이에 곁에 있던 이아가 무심코 말을 내뱉었다.
“보물을 찾는 중이야.”
“보물? 찾았어?”
이아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직, 값 나갈 만한 건 못 찾았어.”
엽현은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이아, 너네 그 많은 보물을 찾아서 다 어디다 쓰는 거야?”
“그야, 보관해 두는 거지!”
“단순히 썩혀 둔다고?”
“아, 가끔은 꺼내서 쓰기도 해.”
엽현은 소백의 손가락에 걸려 있는 납계를 응시했다.
보나 마나 지금까지 수집해 온 보물들이 엄청나게 쌓여 있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는 다른 마음을 품진 않았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지켜야 할 선이란 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 필요한 순간이 오면 빌려달라고 부탁을 할망정, 남의 물건에 욕심을 내는 건 성격에 맞지 않는 일이었다.
하늘은 금세 어두워졌고, 일행의 발걸음 또한 바빠졌다.
엽현은 쉴 새 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저 어둠 속 너머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엽현은 이아와 소백을 바라보았다. 둘의 표정은 매우 여유로웠다.
바로 이때였다.
“정지!”
아목렴의 낮은 외침에 일행이 자리에 멈춰 섰다.
엽현은 아목렴이 응시하는 곳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하지만 그곳에는 칠흑과 같은 어둠이 있을 뿐,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무언가를 느낀 것인지 아목렴의 안색은 점점 어둡게 변해가고 있었다.
“뭐가 보이시오?”
엽현의 질문에도 아목렴은 같은 방향을 응시할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무겁게 내려앉은 눈빛은 그녀가 다소 긴장했다는 걸 알게 했다.
이에 엽현이 이아를 향해 소곤거렸다.
“뭐가 보여?”
“…저게 안 보여?”
“…….”
이천화의 표정도 딱딱하게 굳은 걸로 봐선 엽현만 빼고 뭔가를 보고 있는 게 분명했다.
“도대체 뭐가 있는 거야?”
엽현이 재차 묻자 이아가 눈을 깜빡이며 대답했다.
“하얀 옷에 붉은 머리를 한 여자. 지금도 널 지켜보고 있어.”
“…….”
이때, 이아가 작게 소리쳤다.
“갔다!”
이때 아목렴 역시 시선을 거두었다.
엽현은 아목렴이 뭔가 설명해 주길 바라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어두운 표정으로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빠르게 이동합시다!”
아목렴이 앞장서자 나머지 역시 그녀를 쫓아 움직였다.
길을 가는 내내 아목렴은 심각한 표정에 빠진 채 말을 아꼈다.
이아와 소백은 여전히 무덤덤한 얼굴이었다.
이때, 걸음을 빨리한 엽현이 아목렴과 나란히 섰다.
“목렴 소저, 정말 아무 말도 안 해줄 생각이오?”
“…홍녀(紅女).”
“홍녀?”
아목렴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그녀의 정체는 알지 못하오. 다만, 그녀를 본 사람은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모두 죽었다는 것밖에. 우리 개천족 사이에서도 만약 저 여자를 만난다면 즉시 철수하라는 말이 나돌 정도요.”
“그렇게나 무서운 존재라고?”
아목렴이 고개를 끄덕였다.
“더욱 중요한 건 그녀의 목표가 바로 그대였다는 것이오.”
이 말을 들은 순간, 엽현은 거의 소리를 지를 뻔했다.
“왜, 왜? 무슨 이유 때문에?”
아목렴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나도 알 수 없소.”
엽현이 무슨 말을 하려는 이때, 아목렴이 자리에 멈춰 섰다.
“도착했소!”
엽현은 정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돌로 지어진 집으로, 무수히 많은 붉은 부적들이 집 주변을 빼곡하게 에워싸고 있었다.
이때, 아목렴이 수인을 맺더니, 알 수 없는 언어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갑자기 지면이 흔들리더니, 그들 앞을 가로막고 있던 부적들이 양옆으로 갈라져 길을 형성했다.
“갑시다!”
아목렴은 엽현 등과 함께 서둘러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 역시 온통 붉은 부적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그들이 집 안에 들어섰을 때, 하늘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진 상태였다.
바로 이때였다.
“크앙-!”
갑자기 짐승이 포효하는 소리가 바깥에서 울려 퍼졌다.
엽현이 문밖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저건 또 뭐지?”
“나도 모르겠소.”
이에 엽현이 이아를 보며 물었다.
“뭔가 위험한 게 느껴져?”
“음… 전혀!”
이아의 말에 엽현은 안심할 수 있었다.
요수인 이아는 위기 감지 능력이 사람에 비해 현저히 높았다.
만약, 위험한 생명체가 접근한다면 그녀가 알아채지 못할 리가 없다.
하지만 엽현이 한 가지 오해하는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이아가 생각하는 ‘위험’의 개념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이아에게 위협이 될 만한 상대는 세상에 많지 않았다.
그것이 청삼남이나 청아 정도가 아니라면.
바로 이때, 거대한 짐승이 날뛰기라도 하는지 지면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에 창밖을 배꼼 내다 본 아목렴의 안색이 순간 어둡게 변했다.
“그 여자가 또 나타났소!”
엽현 역시 창밖을 내다보았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대를 쫓아 온 게 분명하오!”
이때, 엽현이 갑자기 방문을 열더니 집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을 향해 소리쳤다.
“내게 볼 일이 있으면 당장 모습을 드러내라! 귀신도 아니고 이게 뭐 하는 짓인가!”
말을 마친 이때, 갑작스런 삭풍과 함께 여인 하나가 엽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흰 소복에 붉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여인은 아목렴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을 정도의 미인이었다.
이때, 가만히 엽현을 응시하던 여인이 입을 열었다.
“넌… 그의 아들이로구나!”
이 말에 엽현이 움찔했다.
설마 부친과 아는 사이인 걸까?
“확실해! 그의 냄새가 나!”
“저… 그런데 무슨 볼일이라도 있소? 아까부터 자꾸 쫓아…….”
바로 이때, 여인이 갑작스레 엽현의 목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쾅-!
불의의 일격을 받은 엽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반격하려 했으나 여인은 이미 백 장 밖으로 거리를 벌린 상태였다.
엽현은 황당했다.
부친의 업보가 이런 외진 곳에까지 남아 있단 말인가!
아니나 다를까.
여인의 눈빛은 독기와 원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약속도 지키지 않는 자, 죽어도 마땅하다!”
음성과 동시에 여인이 맹렬하게 일장을 뻗었다.
이에 엽현 또한 황급히 전진하며 주먹을 내질렀다.
쾅-!
장과 권이 부딪친 순간, 엽현은 눈앞이 깜깜해졌다. 정신을 차린 그가 재차 출수하려는 이때, 섬섬옥수가 튀어나와 그의 목을 움켜쥐었다.
엽현은 개의치 않고 여인의 복부에 주먹을 박아 넣었다.
이때, 여인이 엽현을 허공에 들어 올리더니 그대로 지면에 강하게 처박았다.
쾅-!
순간, 그 자리에 커다란 구덩이가 생성됐다.
여인이 재차 출수하려는 이때, 엽현이 벌떡 일어나 여인을 부둥켜안았다. 순간, 한 몸이 돼 쓰러진 두 사람은 지면을 몇 바퀴 구르고서야 떨어졌다.
이 틈에 멀찌감치 벗어난 엽현은 입 주변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여인을 응시했다.
여인 역시 엽현을 차갑게 노려보며 금방이라도 덤벼들 자세를 취했다.
이때, 엽현이 소리쳤다.
“잠깐!”
“…….”
“방금 전에 약속 어쩌구 한 거 같은데, 혹시 아버지가 무슨 잘못이라도 저질렀던 것이오?”
여인이 앙칼진 표정으로 소리쳤다.
“바로 맞췄다! 그 개자식은 날 이곳에서 꺼내 준다고 해 놓고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꺼내줘?
엽현이 의아한 표정으로 이아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이아가 고개를 저었다.
“난 모르는 일이야.”
엽현은 안색이 점차 어두워졌다.
약속을 해 놓고 지키지 않다니…….
물론 그가 약속을 지키건 말건 크게 상관은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자신에게 피해가 왔다는 사실이었다.
엽현은 다시 여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아니, 그렇더라도 당사자를 찾아가 해결할 일이지 왜 내게 폭력을 행사한단 말이오?”
“아비가 빚을 갚지 못하면 자식이 대신 갚는 게 당연한 것 아니더냐!”
“…….”
이때, 한쪽에서 듣고만 있던 아목렴이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소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도 그의 아버지는 함부로 약속을 어길 사람은 아니오. 아마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오. 그렇지 않소?”
“…….”
“그런 강자가 한 번 뱉은 말을 지키지 않는다는 건 쉽게 납득이 가질 않소.”
여인이 아목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었다.
“그는 지금 어디 있지?”
“이곳 밖에 있소.”
여인이 이번에는 엽현에게 물었다.
“네 아비가 널 이곳에 보낸 건가?”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 혼자만 보냈다고?”
이때, 이아가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무슨 투명인간이야? 사람으로도 취급해 주지 않는 건가?”
여인이 이아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대꾸했다.
“네가 사람이라고?”
“음… 겉보기엔 비슷하잖아?”
이아는 곧 사탕을 핥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때, 여인이 엽현을 향해 냉소를 지어 보였다.
“대담하군. 감히 너 혼자 들여보낼 생각을 하다니….”
이 말에 엽현은 뭔가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그게 무슨 뜻이오?”
“무슨 뜻? 설마 네 아비가 지난날에 이곳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는 게냐?”
엽현은 점점 더 불안해졌다.
설마 꼰대가 큰 사고라도 치고 도망쳤던 걸까?
“진정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주겠소?”
“흥! 그 도둑놈은 우리가 애지중지하는 보물을 싹 다 털어 갔었다.”
“…그게 사실이오?”
“너한테 뭐 하러 거짓말을 하겠느냐? 놈은 이곳에 들어온 이후 수련을 핑계로 이곳저곳에 시비를 걸고 다녔다. 싸움에서 승리한 이후에는 꼭 ‘무적이라 외로워’라는 말로 상대의 정신까지 흔들어 놓곤 했지.”
“…….”
“그는 떠나면서 몇 년 후 다시 도전하러 오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 이후로 우리는 복수의 칼을 갈며 미친 듯이 수련에 매진했지. 그런데 자기 대신 아들놈을 보낼 줄이야…….”
자초지종을 들은 엽현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아, 아니… 아버지는 이곳에서 자기 이름을 대면 모두가 날 환영해 줄 거라 했는데…….”
여인이 엽현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하나만 묻자.”
“뭘 말이오?”
“그 사람… 친부가 맞긴 한 거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