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691
1692화 당장 배우겠습니다
아명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세상에 이렇게나 뻔뻔할 수가!
엽현의 의도는 너무나도 분명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이유인들이 자신의 부친과 여동생을 알아서 찾아가 주는 것이었다!
아명은 엽현의 완벽한 연기를 보며 탄복할 수밖에 없었다.
거짓말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
이때, 이유인이 말했다.
“엽신, 그들을 살리고 싶으면 단 한 가지 방법뿐이다. 자진해라!”
자진!
이유인은 엽신이 각성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듯했다.
이에 엽현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나만 죽으면 그들은 건드리지 않는 건가?”
“그렇다.”
“그 말을 어떻게 믿지?”
이유인이 차갑게 웃으며 대꾸했다.
“믿지 않으면? 달리 선택의 여지가 있나?”
“…그 말을 들으니 더욱 신뢰가 가지 않는군!”
“그럼 할 수 없지. 네 부친과 동생의 시체를 치우게 해주는 수밖에!”
순간, 엽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유인이 고작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건가? 내가 각성할 게 두려워서 가족을 건드린다고?”
“흥!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너 아니면 내가 죽는 상황에서 방법 따위야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비겁하다!”
엽현이 분에 겨워 소리치자, 이유인이 고개를 저었다.
“엽신, 마지막 기회다. 지금이라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면 네 부친과 여동생은 살려주겠다.”
엽현은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마치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아무 말이 없다? 할 수 없지. 기대하거라. 조만간 네 가족의 시체를 보게 될 테니까!”
이 한 마디와 함께 이유인이 사라졌다.
이유인이 떠나자, 요동치던 검은 회오리도 안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엽현의 표정 또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저들이 정말로 네 부친과 동생을 찾아갈까?”
엽현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저렇게 지능이 떨어지는데 무서울 게 뭐가 있겠어?”
“…….”
잠시 후, 세 사람은 자리를 떠났다.
엽현 일행이 대나무 집에 도착하자, 수백 명의 무인들이 일제히 엽현을 향해 몰려들었다.
그 중, 가장 앞에 있던 노인이 예를 갖춰 말했다.
“엽 공자, 여기 있는 모두는 그대를 따르기로 결심했소!”
엽현이 노인과 뒤쪽에 서 있는 무인들을 훑어보더니 웃으며 대답했다.
“급할 것 없으니 시간을 두고 여유 있게 결정하시오.”
말을 마친 엽현은 아명 등과 함께 대나무 집 안으로 들어갔다.
노인 등은 엽현의 태도에 다소 얼떨떨했다.
집 안, 엽현 일행은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막념과 도는 어디 있지?”
엽현의 물음에 시간법칙이 고개를 저었다.
“우리도 몰라.”
엽현이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모른다고?”
“정확히 말하면 오래전에 연락이 끊긴 상태야.”
엽현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걱정할 필요 있어? 이 우주에서 그들을 해칠 수 있는 자는 극소수일 뿐인데.”
“음… 그래도 계속해서 연락을 취해줘.”
시간법칙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참, 지금부터는 사람을 모집해야 해.”
“사람?”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우주에서 가장 강한 자들을 모아 줘. 최소 멸신경 혹은 가짜 의경 강자가 대상이 되겠지.”
“그들이 오려고 할까?”
시간법칙의 말에 엽현이 씩 웃으며 손을 펼쳤다.
그러자, 대도본원 하나가 둥실 떠올랐다.
“이거라면 오지 않고는 못 배기겠지!”
“대도원정? 얼마나 있는데?”
엽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충분할 정도로 있다는 것만 알아 둬.”
“음… 하지만 강자들이 많아지면 그만큼 통제하기도 힘들어질 텐데?”
이 말에 아명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같은 생각이야. 만약, 저 밖에 있는 자들이 모두 의경이 되면 우리에게 반기를 들까 걱정이야. 그렇게 되면 우리는 완전히 망하는 거지.”
이에 엽현이 고개를 돌려 문밖의 무인들을 쳐다보았다.
“그런 거라면… 내게 다 생각이 있어.”
아명이 말없이 엽현을 응시했다.
“아명, 불사제족에게 연락을 취해서 가장 강한 무인들로 보내 달라고 부탁해줘.”
엽현은 불사제족의 존재를 잊지 않고 있었다.
대도원정이라는 귀한 물건을 얻었으니 불사제족을 먼저 챙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리고 나는 지금부터 폐관에 들어갈 거야.”
이때 아명이 말했다.
“잠깐 기다려!”
아명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잠시 후, 그녀는 또 한 명의 여인을 데리고 돌아왔다.
다름 아닌 생명법칙이었다.
이때의 생명법칙은 이미 의경에 도달한 상태였다.
“이 아이를 데려가. 쓸모가 있을 거야.”
엽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엽현은 아명의 생각을 읽고 있었다.
생명법칙을 함께 보내는 것은 밖에 있는 자들이 기습을 했을 때를 대비한 일종의 보험이었다.
하지만 아명이 한 가지 모르는 것이 있었으니, 그건 엽현이 예전에 비해 말도 안 되게 강해졌다는 사실이었다. 실제로 엽현의 발검술은 의경 강자들조차도 감당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물며 가짜 의경 정도는 두부 썰 듯 썰어 버릴 수도 있었다.
물론, 수백 명이 한꺼번에 달려든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겠지만….
잠시 후, 아명과 시간법칙을 내보낸 엽현은 홀로 작은탑 안으로 들어왔다.
최근 들어 등장 횟수가 줄어들었지만, 작은탑은 엽현의 가장 강력한 패 중 하나라 할 수 있었다.
청삼남이 탑을 거두어 가지 않은 것은 엽현에게는 참으로 다행인 일이었다.
탑 내부를 한 바퀴 둘러 본 엽현이 입을 열었다.
“소탑, 아버지하고 같이 가기 싫었던 모양이구나?”
이때, 작은탑의 장난기 섞인 음성이 울려 퍼졌다.
“안 따라간 게 아니라 주인이 네 곁에 남아서 도와주라고 한 거야!”
“네가 뭘 도와줄 수 있는데?”
“작은 주인, 지난 번 일 때문에 그러는 거 같은데… 날 얕보지 마. 이래 봬도 비장의 무기가 남아 있다고!”
“호오? 그게 어떤 거지?”
“그건… 지금은 밝힐 수 없어!”
“…….”
“그 한심하다는 표정은 뭐야? 생각을 해 봐. 그렇게 오랫동안 주인을 따라다닌 난데 숨겨둔 무기 하나 없을 것 같아?”
“그럼 그때 소도에게 끌려간 건 어떻게 된 거야?”
“아, 그건…”
“아까워서 아껴두는 건가?”
“마, 맞아! 진짜 위기가 올 때까진 함부로 쓸 수 없지!”
엽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피식 웃었다. 뒤이어 바닥에 앉은 그가 손을 펼치자, 소백에게서 얻은 수신비가 나타났다.
한참 동안 수신비를 응시한 엽현은 마침내 손끝에 피 한 방울을 내 수신비 위에 떨어뜨렸다.
그러나 수신비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엽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왜 아무런 변화가 없는 걸까? 혹시 피가 부족한 건가?’
엽현이 또 한 방울을 떨어뜨리려는 이때, 수신갑에서 음성이 흘러나왔다.
“쓸데없이 낭비하지 말거라.”
순간, 엽현이 동작을 멈추고 수신비를 쳐다보았다.
“수신 어르신?”
“그래, 나다!”
엽현이 재빨리 수신비를 향해 포권을 취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수신 어르신!”
“지금 네 실력으로는 나와 두 마리 용의 기운을 감당할 수 없다. 억지로 진행하려 한다면 몸이 터져 죽을 것이다.”
“그 정도란 말입니까?”
“내 힘은 말할 것도 없고, 두 마리 용조차… 음, 어쩌면 시도는 해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엽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한번 해 보겠습니다!”
이때, 수신비가 돌연 한 줄기 묵광으로 변해 순식간에 엽현의 팔 안으로 들어왔다.
쾅-!
찰나의 순간, 굉음과 함께 엽현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이 순간 엽현은 팔이 찢겨질 것만 같은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참아라!”
엽현은 어금니를 깨물며 버텼다. 비록 고통스럽긴 했지만, 지난날의 수련을 고려하면 버티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잠시 후, 수신비는 완전히 엽현과 한 몸이 되었다.
“이제 느껴 보거라.”
수신의 말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주먹을 움켜쥐자, 신수비 위에 새겨져 있던 두 마리 용이 엽현 팔 주변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쾅-!
순간, 작은탑 전체가 크게 휘청였다.
엽현은 오른팔로부터 이전에 없던 강력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게 바로 쌍룡의 힘이다. 현재 네 실력으로 발휘할 수 있는 쌍룡의 힘은 오 할가량에 불과하다.”
오 할!
“고작 오 할이란 말씀입니까?”
“별 것 아닌 거 같으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더 강한 힘을 원합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 네 수준에서 오 할의 힘은 이미 엄청난 것이니까. 만약, 쌍용의 힘을 완전히 통제하고자 한다면 적어도 의경 정도는 돼야 할 것이다.”
“그럼 어르신의 힘은 어느 정도나 쓸 수 있습니까?”
“음… 많으면 일 할 정도?”
일 할!
“제 실력이 겨우 그 정도밖에 안 된다는 말씀입니까?”
“하하,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로구나!”
엽현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르신은 이미 의경을 초월하신 겁니까?”
“음, 그렇다고 봐야지.”
엽현은 문득 호기심일 들었다.
“혹시 제 아버지와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
비교 불가!
“네 부친은 매우 강한 사람이다. 나는 물론 너와는 가히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 수 있지.”
“…….”
“하하, 기죽을 것 없다. 너는 아직 젊으니까.”
엽현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화제를 전환했다.
“어르신은 혹시 엽신에 대해 아십니까?”
“만나본 적은 없다. 하지만 그의 대명(大名)은 들어 본 적은 있지.”
“대명?”
엽현이 의아하다는 듯 묻자 수신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만큼 대단한 인물이었다. 당시 의경을 초월한 무인을 일격에 살해했으니, 그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지.”
의경을 초월한 강자를 일격에 살해했다!?
이 말을 듣자 엽현의 입이 떡 벌어졌다. 강한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더욱 두려운 것은 드러난 실력만 이 정도고, 진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우주법칙들 또한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한데, 한 가지 미심쩍은 점이 있다. 그처럼 강한 존재가 어떻게 이유족 따위에게 죽을 수 있었는지… 아직도 이해가 가질 않는구나.”
이 말에 엽현은 도일을 떠올렸다.
공미가 말하길, 엽신이 죽은 세 가지 이유 중 가장 큰 원인이 바로 도일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르신. 어르신은 어째서 이 팔찌 안에 들어가 계셨던 겁니까?”
엽현의 갑작스런 물음에 수신이 당황한 듯 웃음을 터트렸다.
“그건… 아주 하나의 엄청난 비극이었지. 이야기하자면 길어질 테니 지금은 말하지 않겠다.”
“…….”
“그나저나 내게 쓸 만한 공법이 하나 있는데 흥미가 있느냐?”
공법이라는 말에 엽현의 눈이 반짝였다.
“무슨 공법입니까?”
“수신결(獸神決)이라는 것이다.”
“얼마나 대단한 무공입니까?”
이 물음에 수신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럭저럭 쓸 만할 게다. 그래도 네가 쓰기에 이만한 공법은 없다. 가히 체수(體修)를 위해 만들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니까. 게다가 이 수신비와도 합이 굉장히 좋다. 수신결을 운용한 후, 일정 시간 동안 육신의 힘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지.”
“얼마나 증가합니까?”
“별로 안 돼. 한 다섯 배?”
다섯 배!
이 말에 엽현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당장 배우겠습니다!”
엽현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수신결을 배운다면 발검술 중첩 백 번 이상도 더 이상 꿈이 아니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