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692
1693화 너도 평범하지는 않잖아
엽현의 발검술 최대 중첩 횟수는 대략 백 회였다.
백 회 정도면 의경 강자가 충분히 위협을 느낄 만한 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
엽현의 계산에 의하면, 의경 강자를 일검에 죽이려면 대략 백 삼십 번의 중첩이 필요했다.
지금까지 이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으나, 수신결이 있다면 발검술 백삼십 회 중첩 정도는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가 된다.
게다가 필요하다면 수신비의 힘을 차용하는 것도 가능했다.
수신결과 수신비 모두 발검술을 강화하는데 매우 적합하다고 할 수 있었다.
엽현은 그 길로 수신결을 익히기 시작했다.
수신의 지도가 있었기에 습득 속도는 매우 빠를 수밖에 없었다.
헌데, 수신결을 익힐수록 엽현은 매우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수신결 자체가 매우 패도한 무공이었던 것이다.
그가 느끼기에 수신결은 절대 사람을 위해 탄생한 무공은 아니었다.
“어르신, 제가 수신결을 익혀도 괜찮은 겁니까?”
“상관없다.”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무공이 아닌 것 같은데… 아닙니까?”
“음, 확실히 그렇긴 하지.”
“그렇다면…….”
“하지만 너 역시 평범한 사람은 아니지 않느냐!”
“………”
엽현은 더 이상 의문을 품지 않고 수련에 집중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자 엽현은 수신결을 완전히 습득할 수 있었다.
“자, 이제 실전이다. 수신결을 운용 해 보거라!”
수신의 말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천천히 눈을 감는 이 순간, 전신의 혈맥이 마구 요동치기 시작하더니, 한 줄기 강대한 기운이 마치 화산이 폭발하듯 공중으로 솟구쳤다.
이와 동시에 작은탑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이때, 작은탑의 앙칼진 음성이 울려 퍼졌다.
“소주(小主)! 살살 좀 해! 날 작살낼 작정이야?”
“…….”
이때, 수신이 물어왔다.
“기분이 어떠냐?”
엽현이 양손을 멍하니 바라보며 대답했다.
“온몸에서 기운이 솟구치는 것 같습니다.”
“수신비와 함께 사용하게 되면 그 위력이 곱절로 늘어날 게다.”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팔을 살폈다.
이 정도 힘이라면 충분히 이아와도 겨뤄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기진 못하겠지만.
그가 아는 한 이아의 육신은 이 우주에서 가장 강한 것이었다.
단순히 육신의 힘과 강도만 놓고 따졌을 때, 눈앞에 있는 수신 또한 그녀의 상대가 될 순 없으리라!
할 일을 마친 엽현은 곧장 탑을 떠났다.
잠시 후, 엽현이 나타난 곳은 어느 적막한 우주 공간이었다.
생기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이곳엔 오직 죽은 별들만 외롭게 떠다닐 뿐이었다.
잠시 주변을 둘러본 엽현이 손을 펼치자 검 한 자루가 나타났다.
검령!
청삼남이 떠날 당시 엽현에게 남겨 준 것이었다.
검령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엽현은 돌연 수신결을 운용했다.
그리고는 주저하지 않고 검을 크게 휘둘렀다.
윙-!
청명한 검명 소리가 죽어 있는 성역을 깨우는 순간,
쾅-!
엽현을 중심으로 성역 전체가 반으로 쪼개졌다.
엽현의 검은 이곳에 존재하던 시차원마저 파괴했다.
하지만 엽현은 몸을 가눌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마치 조금 전의 일검이 그의 기력 전부를 뺏어 가 버린 듯했다.
이때 수신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꽤나 강력한 검기로구나…!”
엽현이 힘겹게 웃으며 대답했다.
“제가 직접 고안한 기술입니다. 그럭저럭 쓸 만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네가 직접 만든 거라고?”
수신의 음성에는 경악이 묻어났다.
이에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거짓이 아님을 확인해 주었다.
“허! 내가 널 너무 가볍게 생각했나 보구나!”
“하하…….”
“방금 전에 수신비의 힘도 쓰지 않은 것 아닌가?”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옳은 선택이다. 수신비를 활용하면 검의 위력은 더 강해지겠지만, 네 육신과 영혼이 버티지 못할 게다.”
“음… 사실 제가 우려하는 것도 바로 그 부분입니다. 어떻게 하면 육신과 영혼을 강화할 수 있겠습니까?”
수신이 생각 끝에 대답했다.
“어려운 문제다. 너는 이미 이아 그 계집의 피로 육신을 제련한 상태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 아이보다 더 강한 요수의 피를 흡수해야하는데 이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흠… 간단히 말해 정체 상황이란 것이군요.”
“그렇지. 지금 상황에서 네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강한 상대와의 전투를 통해 한계를 끌어올리는 것뿐이다.”
강한 상대!
잠시 골몰하던 엽현은 얼마 후 자리를 떠났다.
* * *
호숫가의 대나무 집.
호숫가에 내려선 엽현은 의외의 인물과 조우하게 됐다.
그는 바로 동리청이었다.
동리청을 보자 엽현의 표정이 밝아졌다.
“족장!”
동리청은 엽현을 스윽 훑어보고는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이미 네 경지를 꿰뚫어 볼 수조차 없구나.”
“하하… 몇 명이나 데려 오셨습니까?”
“여섯!”
엽현이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더니 대도원정 열두 알을 꺼내 동리청에게 내밀었다.
불사제족 무인들의 경지는 낮은 편에 속하기에, 의경이 되기 위해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동리청은 아무 말 없이 엽현이 내민 대도원정을 받아 들었다.
“족장, 저 대나무 집은 엽신이 거처로 쓰던 곳입니다. 저 안에 무도에 관한 많은 서적과 해설이 있으니 한동안은 여기 머물면서 수련하는 게 좋을 것입니다. 혹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아명등에게 물어보면 될 것입니다.”
동리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마.”
이때, 노인 하나가 엽현에게로 다가왔다.
엽현 앞에 선 노인은 공손히 예를 차리며 운을 뗐다.
“엽 공자, 우리는 이미 마음의 결정을 마쳤소! 모두가 엽 공자를 따르기를 원하고 있소!”
엽현이 웃으며 물었다.
“정말 잘 생각한 것 맞소?”
“무, 물론이오! 번복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니 전혀 염려할 필요 없소!”
엽현은 고개를 들어 노인의 뒤를 바라보았다. 이때, 그와 눈이 마주친 나머지 무인들이 황급히 고개를 조아렸다.
엽현은 무인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쳐다보며 말했다.
“진정으로 날 따르기로 결심했다면, 나 역시 최선을 다해 그대들이 의경이 될 수 있도록… 아니, 그 이상도 노려보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오. 다만, 나중에 딴 소리를 하는 자는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요. 모두 알아들었소?”
“무, 물론이오!”
노인을 포함해 수백 명의 가짜 의경 강자들이 황급히 고개를 숙여 엽현의 말에 동의했다.
이 모습을 보자 엽현이 마침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모두, 우주신정의 식구가 된 걸 환영하오!”
이 말을 하는 순간, 엽현의 손바닥 위로 수백 개의 대도원정이 떠올랐다.
대도원정이 나타나자 무인들의 눈빛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뒤이어 엽현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대도원정들이 각 무인들을 향해 날아갔다.
“그럼, 하루빨리 성과를 내길 바라오!”
가짜 의경 강자들은 엽현을 향해 황송한 표정으로 재차 고개를 숙였다.
“엽 공자, 고맙소!”
“이 은혜는 잊지 않으리다!”
이때, 엽현의 귓가에 생명법칙의 전음이 흘러들어 왔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거야? 좀 걱정스러운데?]엽현이 생명법칙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걱정할 필요 없어.] [하지만 저들이 의경이 된 후에 똘똘 뭉치려 한다면 통제하기 어려울 거야!] [의경은 무적도 아니고 무의 끝은 더더욱 아니야.] [만약 배신하면 어떻게 할 건데?]엽현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주인을 무는 개는 죽여야지.]생명법칙은 말없이 엽현을 바라보았다.
문득 그녀는 깊은 심연을 마주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청삼남과 한동안 시간을 보낸 이후로 엽현의 실력은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강해져 있던 것이다!
엽현은 고개를 들어 먼 성공을 바라보았다.
“이유인들이 아버지와 청아를 찾았을까 모르겠네….”
“설마 그렇게까지 멍청할까?”
“하하, 무엇을 상상하든 항상 그 이상의 것들이 나타나곤 하지.”
이때, 엽현이 문득 생명법칙을 향해 물었다.
“말이 나왔으니 이유계나 한 번 다녀올까?”
이 말에 생명법칙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어리석은 생각 하지 마!”
“하하, 어차피 언젠가는 맞붙어야 할 상대잖아. 안 그래?”
생명법칙이 무어라 대답하려는 찰나, 엽현이 그녀의 손목을 잡아챘다.
“일단 가 보자!”
이 말과 함께, 엽현은 생명법칙을 데리고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졌다.
잠시 후, 두 사람은 검은 회오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봉인은 지난번에 왔을 때보다 훨씬 더 옅어진 상태였다.
얼마 후면, 완전히 소멸될 것이 확실했다.
검은 회오리 앞에 선 엽현이 웃으며 물었다.
“무서워?”
“…전혀!”
“하하! 그럼 어디 가 보실까!”
엽현은 생명법칙과 함께 검은 회오리 안으로 발을 디뎠다.
회오리 안으로 들어선 순간, 엽현과 생명법칙은 어느 기이한 전송진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엽현은 신기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바빴다.
“이유계로 가는 통로는 오래 전에 이유인들이 직접 만든 거야.”
“이유인과 만난 적 있어?”
생명법칙이 고개를 저었다.
“주인은 이유인들과 여러 번 왕래를 했었어. 그리고… 도일도 있고.”
도일!
엽현은 통로 끝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가 이유계로 온 이유 중 하나는 도일의 소식을 얻기 위함이었다.
도일의 운명이 이런 식으로 끝나선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곧, 두 사람은 통로 끝을 향해 빠르게 사라졌다.
어느 미지의 성역 한복판.
모든 것이 죽어 있는 듯한 이곳은 엽현이 있던 우주와는 다른 공간이었다.
이때, 성공이 갑자기 진동하더니, 이내 물이 끓듯이 마구 요동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성공 가운데 여러 개의 허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유인!
시차원을 뚫고 나온 이들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눈 깜빡할 사이, 수십 개의 성역을 지나쳐 어느 공간에 멈춰 섰다.
이들의 시선 끝에는 흰 소복을 입은 여인이 고고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이 여인이 바로 허영들이 찾고자 하는 목표였다.
오래전의 경험을 통해 이유인들은 엽신이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의 주변인들을 이용해 엽신을 협박하려는 속셈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봉인이 풀리기 전에 이유인들은 엽현이 속한 우주로 넘어갈 수 없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 여인은 제 발로 우주를 빠져나온 상태였다. 덕분에 이렇게 그녀 앞까지 찾아올 수 있었던 것이다.
허영들은 자신들에게 천운이 따랐다고 생각했다.
이때,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절대 약한 존재는 아닐 것이다. 모두 방심하지 말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