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695
1696화 부족을 위해서!
엽현은 도일과 함께 가는 대신 이곳에 남기로 결정했다.
이유족 강자들이 이미 근처에 도착한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도일을 이곳에서 무사히 탈출시키려면 누군가는 이유인을 막아야 했다.
그 일을 할 사람은 단 한 사람, 엽현 자신뿐이었다.
이때, 엽현의 시야 끝에서 하늘이 쩍 갈라지더니 노인 하나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은 얼굴에 주름마저 가득해 나이를 전혀 가늠할 수가 없었다.
[수신 어르신, 설마 의경을 초월한 존재는 아니겠지요?] [음… 다행히 그렇게 보이진 않는구나. 하지만 이길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왜 그리 말씀하십니까?] [일단 붙어보면 알게 될 게다.]이 말에 엽현이 씩 웃었다.
[내기라도 하시겠습니까?] [음? 무슨 내기?]엽현이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노인을 응시하며 대답했다.
[내가 이기면 뭘 해 주시겠습니까?] [그건 내가 할 질문 같은데? 네가 지면 무엇을 걸겠느냐?] [어르신이 시키는 건 뭐든 다 하겠습니다. 물론, 능력이 닿는 한에서.] [진심이냐?] [진심입니다!] [하하하! 좋다! 네가 이기면 나 역시 마찬가지로 소원 하나를 들어주지!] [좋습니다!]엽현은 웃으며 백발노인을 향해 정신을 집중했다.
하지만 노인의 기운을 제대로 파악할 순 없었다.
노인은 같은 의경 중에서도 최강자 급에 속하는 고수였다.
이때, 노인이 엽현에게서 백여 장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
“엽신?”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백발노인이 무어라 말을 이어나가려는 순간, 엽현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에 노인이 미간을 찌푸리는 동시에 손을 내밀었다.
순간, 그의 손가락 끝에 엽현의 검이 걸렸다.
쾅-!
순간, 강력한 폭발과 함께 사방의 공간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도 노인은 밀려나기는커녕, 같은 자리에서 엽현의 검에 담긴 힘을 막아내고 있었다.
엽현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번 공격은 백 번의 검을 중첩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때, 노인이 엽현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엽신, 예전과 비교하면… 형편없이 약해졌군!”
외침과 함께 노인이 손가락을 빙글 회전시켰다.
쾅-!
엽현은 검을 쥔 채로 수백 장 밖으로 튕겨 날아갔다.
노인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이런 강력한 육신이라니….”
한편, 엽현은 쥐고 있는 검을 흘끔 쳐다보며 속으로 소리쳤다.
[저 늙은이… 엄청나게 강합니다!] [지금 네가 어찌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수신의 말에 엽현의 입가가 실룩였다.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알겠지요!]외침과 함께 엽현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멀리, 백발노인이 곧바로 한 걸음 나아가면서 일권을 내질렀다.
이에 맞서, 엽현은 이번에도 발검술이었다.
다만, 발검의 중첩 횟수가 백 번을 넘어 무려 백삼십 번에 달했다.
수신비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전신에 쌍룡의 기운이 응집된 상태로 휘두른 검은 반경 수만 장 이내의 공간을 완전히 괴멸시켰다.
말 그대로 멸천의 검!
이를 본 노인은 눈에 의아한 기색이 떠오르긴 했지만, 주먹을 거두진 않았다.
쾅-!
검광이 노인의 주먹 위에서 폭발을 일으킨 순간, 강대한 폭발과 함께 주변에 있던 이유인들이 주르륵 뒤로 밀려났다.
한편, 노인은 여전히 그 자리에 버티고 서 있었지만, 그의 육신은 미친 듯이 요동치고 있었다. 검에 담긴 힘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바로 이 순간, 노인이 돌연 눈을 감았다.
이를 본 엽현은 불길한 느낌에 뒤로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공간은 이미 기이한 변형을 일으킨 상태였다. 엽현이 미간을 찌푸리는 이때, 노인의 주먹이 예상치 못한 각도로 날아들었다.
쾅-!
순간, 엽현이 엄청난 속도로 뒤로 날아갔다.
만 장 가까이 가서야 겨우 멈춘 엽현은 자리에서 일어선 순간 붉은 선혈을 토해냈다.
엽현은 고개를 들어 노인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의 그 상황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어르신, 방금 전의 그건 무슨 비술이었습니까?]수신이 웃으며 대답했다.
[비술 따위가 아니라, 시차원을 이용해 시간을 역행한 것이다. 쉽게 말해서, 상대는 영원히 너보다 한발 앞서 존재한다. 그의 시차원을 파괴하거나 시간에 대한 조예가 그보다 더 높은 수준에 있지 않은 이상 승산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영원히 한 발 앞에 존재한다!
엽현은 안색이 매우 어두워졌다.
만약, 육신의 강도가 약했더라면 방금 전 일격에 목숨을 잃었을 상황이었다.
이때, 백발노인이 천천히 엽현을 향해 다가왔다. 엽현은 그가 움직일 때마다 노인 주변의 시공(时空)이 점점 사라짐을 발견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주변에서 무언가가 소멸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엽현은 정신을 집중해 노인을 응시했다.
이때의 노인은 계속해서 희미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바로 이때, 엽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육신이 갑자기 분열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이때, 수신이 말했다.
[저자는 시공간을 이용해 네 육신을 분해할 작정이다!]이때, 엽현이 돌연 눈을 감았다.
[또 뭘 하려는 게냐! 미리 경고하는데, 설령 수신결을 운용한다 해도 네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도망치는 게…….]바로 이때, 엽현이 번쩍 눈을 떴다. 이때 그의 눈동자는 온통 붉게 변해 있었다.
혈맥지력!
혈맥지력을 동원한 엽현은 곧장 수신결까지 운용하기 시작했다.
쾅-!
엽현이 있던 공간이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의 기운을 버티지 못했던 것이다.
뒤이어, 엽현은 아무런 말도 없이 검을 뽑아 휘둘렀다.
중첩 발검술!
검이 번쩍인 순간, 반경 수만 장 이내의 시간과 공간이 무자비하게 잘려 나갔다.
백발노인은 그대로 수만 장 뒤로 날아갔다. 이 과정에서 그의 육신은 모조리 찢어졌고, 자리에 섰을 땐 영혼만 남은 상태였다.
이때, 엽현이 노인을 향해 손을 뻗더니 허공을 쥐었다.
쾅-!
노인의 영혼이 비틀거리며 다시 뒤로 튕겨 나갔다.
영혼공격!
이는 엽현이 개천족에서 배운 것으로 영혼이 약한 자들을 상대할 때는 매우 효과적인 공격이었다.
노인은 일검에 육신이 박살 나고 영혼까지 타격을 입은 상태였기에, 영혼공격을 막아낼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엽현은 노인을 죽이는 대신 그의 영혼을 거둬들였다.
이 장면을 본 이유인들은 정신이 혼미해졌다.
‘의경 절정의 강자가 이렇게 허무하게 패했단 말인가!’
[네 녀석의 혈맥지력은 도대체… 괴물이 따로 없구나.]수신의 말에 엽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수신결 덕분이었습니다. 수신결 없이 혈맥지력만으로는 제압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흠… 사실 시차원은 이유인들의 강점이지만, 반대로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시차원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그것만 제거할 수 있다면 보통 무인이나 다름없으니까.]엽현이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 수 겨뤄 본 결과 이유인들의 실력은 크게 두려워할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전제는 시차원을 제거한다는 것이었지만.
엽현은 더 이상 머무르지 않고 자리를 빠져나갔다.
당장의 급선무는 전쟁이 아니라 도일을 구하는 것이니까!
바로 이때, 먼 성공에 황금색 물체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 쪽으로 빠르게 날아오는 물체를 본 순간, 엽현이 안색이 어둡게 변했다.
물체의 정체는 다름 아닌 작은탑이었던 것이다!
엽현이 손을 뻗자, 작은탑이 빠르게 그의 손안으로 빨려 들어왔다.
“소탑!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도일을 데리고 떠나라고 했잖아!”
“하하… 네 모습이 눈에 밟혀서 두고 갈 수가 있어야지.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헛소리하지 말고 똑바로 말해! 무슨 일이야!”
엽현이 불같이 화를 내자 그제야 작은탑이 실토했다.
“제길… 떠날 수가 없었어. 우리가 왔던 길이 사라졌다고!”
길이 사라졌다?
이때, 생명법칙과 도일이 엽현 앞에 나타났다.
도일이 엽현을 보며 말했다.
“이유족이 반대쪽 우주로 나가는 통로를 이동시켰어. 지금 상황에서는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없어!”
“…….”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엽현은 아무 말 없이 손을 펼쳤다. 그러자 백발노인의 영혼이 손 위에 떠올랐다. 노인의 의식은 이미 완전히 제거된 상태로, 이는 순수한 영혼의 결정체라 할 수 있었다.
엽현이 영혼을 도일에게 내밀었다.
“자, 일단 흡수해.”
이에 도일이 엽현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대꾸했다.
“안 하면 안 될까?”
“왜? 네 부족 사람이라서 꺼림칙해?”
도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멍청이!”
엽현이 갑자기 고함을 치자 생명법칙이 깜짝 놀라 엽현을 쳐다보았다.
도일은 그런 엽현을 보며 말이 없었다.
엽현의 화는 식을 줄 몰랐다.
“너나 엽신이나 둘 다 병신같아!”
이때, 작은탑이 조심스레 중얼거렸다.
“엽신은 바로 너잖아….”
“상관없어! 둘 다 욕을 먹어야 돼! 아니, 엽신이 눈앞에 있었으면 흠씬 후드려 패줬을 거야!”
말을 하며, 엽현은 정말로 자신의 뺨을 후려쳤다.
순간, 경쾌한 타구성이 장내에 울려 퍼졌다.
이에 작은탑이 당황해하며 엽현을 말렸다.
“이봐, 진정해… 갑자기 왜 미쳐버린 거야?”
이때, 도일이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그를 욕하지 마.”
순간, 엽현의 눈에서 다시 한번 불꽃이 튀었다.
“욕을 먹어도 싸지! 아냐? 천하무적의 실력이 있으면서 도대체 왜 죽음을 택한 거냐고! 왜 이 빌어먹을 이유인들을 작살내지 않은 거냐고! 실력이 부족해서? 아니! 그는 충분히 그럴만한 실력이 있었어! 그럼에도 차라리 죽기를 택했지! 왜? 바로 너 때문에! 그 멍청이는 죽는 순간까지 그걸 사랑이라고 착각한 거지!”
“…….”
“그리고 도일 너 또한 마찬가지야! 동생과 부족을 위해 엽신을 배신했으면, 그 후로는 잘 먹고 잘 살면 될 일이지 왜 또 나 때문에 부족을 배신한 거야? 정신이 제대로 박혀 있는 게 맞아? 아니면 인생이 따분해져서 뭔가 짜릿한 기분을 느끼고 싶었나? 제발 좀 진득하니 한쪽에만 붙어 있으면 어디 병이라도 나는 거야? 네가 이러면 이유족이나 나나 둘 다 헷갈린다고! 알아?”
“…….”
엽현은 손안의 영혼을 바라보고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도일, 내가 여길 왜 왔다고 생각해? 놀러? 아니, 난 목숨을 걸고 널 구하러 온 거야. 그런 나를 앞에 두고 ‘같은 부족을 흡수할 순 없어’ 따위의 말이나 하고 있으니… 이게 정말 맞는 거니?”
“…….”
엽현은 갑자기 품 안에서 비수를 한 자루 꺼내더니 말없이 서 있는 도일에게 내밀었다.
“그래, 아직도 네가 이유족이라고 생각한다면 이걸로 날 찔러. 이유족의 적인 나를 죽이고 부족의 원수를 갚는 거야. 이것 이상으로 부족을 위한 일이 있을까?”
도일은 몸을 떨기 시작했다.
“자, 어서! 뭐 하고 있어? 그때 엽신을 죽였던 것처럼 내게도 똑같이 하란 말야! 네 부족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