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704
1705화 도저히 못 참겠다
이유족?
수신의 입장에서는 이유족 역시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누구 편에 서야 하는지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건 바로 엽현이었다.
다른 이는 모를 수 있겠지만, 수신은 잘 알고 있었다.
엽현의 부친이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를.
설령 이유족 같은 세력이 열 개가 있다 하더라도 그 남자의 상대가 될 순 없다!
물론, 청삼남이 앞으로 엽현의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말하긴 했지만, 과연 엽현의 목숨이 위태로울 때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있을까?
절대 그럴 리 없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수신은 그동안 엽현의 곁을 지켜왔던 것이었다.
청삼남과 같은 존재와 연을 맺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지만, 그의 아들을 통해서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엽현은 현재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
청삼남과 인연을 맺을 수 있는데 이유족 따위와 적이 되는 것이 뭐가 두렵겠는가!
이유족과 적이 되는 것을 감수할 만큼 엽현이 가치가 있냐고?
당연하다!
지금의 엽현은 이 우주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한편, 수신의 대답을 들은 이시신은 표정이 다소 진중해졌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천요국의 수신씩이나 되는 자가 엽현을 지지한단 말인가?
자신이 알지 못하는 뭔가가 있나?
혹시 엽현의 배후에 있다는 두 강자 때문일까?
고개를 돌려 엽현을 바라보던 이시신은 문득 사경이 떠올랐다.
이시신은 뭔가 결정한 듯이 손을 들어 엽현을 향해 막 달려들려던 이유족 강자들을 멈춰 세웠다.
이유족 무인들은 즉강 이시신의 뒤편으로 물러났고, 이시신은 엽현과 얼굴을 마주하게 됐다.
“보아하니, 엽 공자에 대한 이해가 다소 부족했던 것 같소.”
갑작스런 이시신의 태도 변화에 엽현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난 그저 평범한 무인일 뿐이오.”
잠시, 말없이 엽현을 바라보던 이시신의 모습이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주변의 이유인 강자들도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이 모습을 보자, 엽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시차원으로 몸을 숨기는 것이다.”
수신의 말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후후, 별말씀을.”
할 일을 마친 수신은 다시 수신비 안으로 돌아갔다.
마지막으로 장내를 둘러 본 엽현은 검은 회오리를 등지고서 돌아섰다.
“우리도 일단 돌아가자!”
이 말을 끝으로, 엽현 일행은 자리에서 사라졌다.
* * *
어느 시차원.
“그날 사경이 살해된 경위를 소상히 말 해 보거라!”
이시신의 말에 그의 앞에 있던 허영이 설명을 시작했다.
“그 백발여인이 사경을 죽이는데 단 일 초밖에 사용하지 않았다고?”
허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시신은 잠시 침묵에 빠졌다.
이때, 곁에 있던 월야가 말했다.
“그 여인의 신분은 전혀 밝혀낼 수 없었습니다.”
이에 이시신이 고개를 저었다.
“백발여인이 사경을 죽인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그녀가 소복의 여인에게 보인 태도다.”
월야가 허영을 향해 물었다.
“둘 사이의 관계가 어땠지?”
“백발여인은 소복의 여인에 대해 매우 정중히 예를 차리는 모습이었습니다. 또한, 소복의 여인은 시종일관 대장로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습니다.”
이 말을 듣자 월야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이때, 심각하게 있던 이시신이 말했다.
“백발여인이 존경심을 표했다는 건, 소복의 여인이 그녀보다 강하다는 의미겠지. 또한, 소복의 여인이 사경을 쳐다보지도 않았다는 건 그만큼 사경을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는 뜻이다. 어찌 됐든 그 두 여인의 실력은 우리가 함부로 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닐 것이다.”
월야가 눈썹을 치켜세웠다.
“함부로 볼 수 없는 수준이라 함은…….”
“어쩌면 우리보다 강할 수 있다는 말이다.”
“…….”
이시신은 먼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조금 전 나와 겨루었던 요수는 비록 영혼 상태이기는 하나 나를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았다. 그 정도 실력이라면 천요국에서의 지위도 결코 낮지 않을 터! 그런 자가 엽현을 위해 싸운다는 것은…”
이시신이 천천히 눈을 감으며 말을 이어갔다.
“어쩌면 엽현의 배후는 우리가 상대할 만한 자들이 아닐지도 모르겠구나.”
“족장… 그럼 대도본원과 이 우주를 포기하겠다는 말씀입니까?”
이시신이 고개를 돌려 월야를 쳐다보았다.
“목숨보다 중요한 게 있더냐?”
이 말에 월야는 고개를 숙인 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선 네가 직접 엽현의 부친과 여동생에 대해 조사 해 보거라. 하나도 빠짐없이!”
“예!”
고개를 끄덕인 월야는 그대로 자리에서 사라졌다.
다시 먼 곳을 바라보는 이시신의 표정은 매우 복잡했다.
“그때는 엽신이 이번에는 엽현이… 이건 하늘이 내리는 벌이란 말인가?”
오래전, 이유계가 보유한 영기과 대도본원은 대단히 풍부했다.
이유족은 강해지기 위해서 영기를 흥청망청 써 버렸고, 그 결과 대도본원이 완전히 사라지고 만 것이다.
그 덕분에 이유족은 강해지긴 했지만, 이유계 내의 다른 부족은 전멸하고 말았다.
현재 이유계는 점점 생존할 수 없는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만약, 영기가 있는 다른 세계를 흡수하지 못한다면 이유족은 자신들이 멸망시킨 다른 부족들처럼 최후를 맞이하는 것이다.
잠시 후, 이시신은 무거운 발걸음을 뒤로 한 채 자리를 떠났다.
* * *
호숫가의 대나무집.
엽현 등의 표정이 무겁다.
먼저 침묵을 깬 것은 도일이었다.
“그들은 아마 너에 대해 새롭게 조사하려 할 거야.”
“그다음엔?”
도일이 엽현을 쳐다보며 대답했다.
“혼자서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다면, 엽족과 접촉하겠지. 그들을 자극해 너와 네 배후를 상대하도록. 뜻대로만 된다면 이유족은 가만히 앉아서 어부지리를 취할 수 있어. 물론, 대도지체는 포기해야 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전력 손실이 없는 상태에서 이쪽 우주를 차지할 가능성은 커지게 될 테니까. 결론적으로 이유족은 엽족에게 네 정체를 알릴 수밖에 없을 거야.”
엽족에게 정체를 알린다!
“흠… 그럼 적이 이유족에서 엽족으로 바뀌는 건가?”
도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이유족이 얼마나 욕심을 부리는지, 얼마나 멍청한지를 지켜봐야겠지. 다만, 내가 아는 이유족 족장은 멍청한 인간은 아니야. 그가 갑작스레 물러난 건 분명 뭔가를 눈치채고 너에 대해 새롭게 조사를 할 생각인 게 틀림없어. 조사 결과 계속 싸우는 것이 불리하다 판단되면 주저 없이 엽족에게 정보를 넘길 거야. 즉, 우리는 이와 같은 상황에도 대비를 해야 한다는 거지.”
엽현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계획을 세워야겠어.”
이때, 목성도자가 끼어들었다.
“주군, 제가 엽족에 주군을 따르는 자가 남아 있는지 확인해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별 소득 없을 거요. 엽족 족장의 성정으로 보건대 엽신을 따르던 이는 깨끗하게 정리했을 게 틀림없소. 설령 아직 살아 있더라도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충정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오. 게다가 나는 아직 완전하게 각성한 것도 아니지 않소? 그러니 그대들이 엽족에 가는 건 상당히 위험한 일이 될 것이오.”
“주군, 무슨 말인지는 알겠습니다. 허나, 주군이 엽족에 미쳤던 영향은 절대 과소평가해선 안 됩니다.”
엽현이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목성, 시간이 지나면 뭐든 변하게 돼 있소. 특히 사람의 마음은 더더욱! 엽신의 전성기 때에도 족장에게 패배한 경험이 있는 자들이오. 엽신이 죽은 줄 아는 지금도 충정을 지키고 있을 리가 없지. 설령 있다손 치더라도 족장의 손에 일찌감치 모두 죽었을 거요.”
“…그럼 어쩌실 작정입니까? 앉아서 죽을 날만 기다려야 하는 겁니까?”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기대려면 차라리 내 아버지에게 기대는 게 낫소. 지금 가장 믿을만한 패는 그래도 우리 꼰대뿐이니까.”
이때, 소탑이 흥분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봐! 혹시 검주령을 사용하려는 거야?”
엽현이 한숨을 쉬며 검주령을 꺼내 들었다.
잠시 검주령을 바라보던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말이지 이걸 사용하고 싶지는 않아.”
“그거… 네 부친이 네게 남긴 건가?”
도일이 묻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사용할 수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는 거야?”
엽현이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웬만해선 쓰고 싶지 않아. 물론 엽족이 지독하게 나온다면… 그땐 심각하게 고려해볼 수 있겠지.”
정황상 엽족의 실력은 엽현이 감히 대항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만약, 최악의 상황이 닥친다면 검주령이든 뭐든 어쩔 수 없이 사용할 수밖에 없으리라.
더 이상 자신의 사람이 다치는 건 용납할 수 없으니까!
“주군, 그 영패로 엽족과 대항할 수 있단 말입니까?”
목성도자의 물음에 엽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마 충분할 거요.”
“주군… 어쩌면 주군은 여전히 엽족을 과소평가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음? 그게 무슨 말이오?”
“이유족이 강하긴 하지만, 엽족에 비하면 별 볼 일 없는 세력일 뿐입니다. 이제는 영생계 최강의 자리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여전히 그 어떤 세력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강자입니다. 더욱이 영생계 밖이라면 거의 무적에 가깝습니다.”
이때, 작은탑이 불쑥 나타나더니 목성도자 앞에서 방방 뛰며 소리쳤다.
“너 지금 우리 주인 무시함?”
“…그런 게 아니다. 다만, 주군께 엽족이 얼마나 간단치 않은 세력인지 알려드리고 싶었을 뿐이다. 아마 저 검주령이란 걸 사용해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헛소리!”
작은탑이 길길이 날뛰며 소리쳤다.
“이 무식한 여자야! 엽족은 우리 주인이 방구만 껴도 다 죽어 나자빠질 거다! 아니, 주인이 굳이 나설 필요도 없이 검주령만 발동해도 너희 엽족은 다 죽은 목숨이라고!”
“후후… 너는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허풍이 심한 아이로구나.”
“뭐, 뭐라고? 허풍이라고? 이이… 아이고 내가 말을 말아야지!”
목성도자는 다시 엽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직 기억이 돌아오지 않았으니 엽족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는 게 당연합니다. 그러나 다른 자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영생계 안의 세력과 밖의 세력은 그 실력이 하늘과 땅 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생지기가 존재하는 영생계 안에서 무인들의 수명은 수십만 년에 이릅니다. 이런 자들의 실력이 어찌 외부인들과 비교가 되겠습니까?”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무슨 말인지 알겠소.”
“그래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별거 없소. 나 혼자 해결할 수 있으면 혼자 하고, 그렇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다른 이의 도움을 구하려 하오.”
이 말에 목성이 쓴웃음을 지었다.
“주군, 내 말을 믿으십시오. 사람을 부른다 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엽족의 실력은 정말이지… 하아…….”
이때, 듣고 있던 아비도검자가 대신 말을 이어갔다.
“주군, 목성은 주군께 겁을 주거나 부친을 무시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엽족의 강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설령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한다 해도 그건 괜한 목숨을 버리게 하는 행위…….”
이때, 작은탑이 폭발했다.
“도저히 못 참겠다!”
엽현 눈앞으로 날아온 작은탑은 검주령 위에서 펄쩍펄쩍 뛰기 시작했다.
“검주령을 발동한다! 지금 당장 사람을 불러와!”
잠시 후, 갑자기 한 줄기 빛이 작은탑을 휘감았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는 검주령 안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주인이나 그의 혈통이 아닌 자는 검주령을 발동할 수 없다. 그러니… 당장 내 위에서 꺼져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