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705
1706화 내 귀여운 아들아
꺼져!
작은탑은 너무나 황당했다.
감히 자신에게 꺼지라고 하다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작은탑은 급기야 검주령에게 몸통박치기를 시전했다.
퍽-!
곧, 검주령과 작은탑의 격렬한 몸싸움이 시작됐다.
엽현은 멍한 표정으로 검주령을 바라보았다. 다소 기이한 점은 검주령이 사람의 말을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는 즉, 검주령에도 영이 있다는 의미였다.
이때, 작은탑이 엽현 앞으로 펄쩍 뛰며 다가왔다.
“자, 작은 주인! 쟤가 나 때려!”
“…너도 때리면 되잖아. 왜 맞고만 있어?”
“그게… 지금 보니까 나보다 더 강한 거 같아.”
“…….”
이때, 검주령이 날아오더니 마치 관찰을 하듯 엽현의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엽현은 빙글빙글 도는 검주령을 아무 말 없이 바라보았다.
잠시 후, 검주령이 동작을 멈추고는 엽현의 손바닥 안에 천천히 내려섰다.
엽현의 신분을 인정한 것이리라.
엽현은 손안의 검주령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검맹!
아버지를 따르는 검수들!
엽현은 궁금했다.
부친이 만든 이 검도연맹이 과연 엽족보다 강할까?
사실 그리 믿음이 가진 않았다.
물론, 부친의 실력에 대해서는 의심할 바가 없지만, 두목이 강하다고 그 부하가 반드시 강하리라는 법은 없는 거니까!
한숨을 쉬며 검주령을 갈무리한 엽현은 밖으로 나와 호숫가를 걷기 시작했다.
이때의 엽현은 다소 의기소침한 상태였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적은 항상 강해지니 마치 제자리걸음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엽현의 심정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이때, 엽현 곁으로 다가온 도일이 웃으며 말을 걸었다.
“어렵지?”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도일이 엽현의 손을 조심스레 붙잡았다.
“걱정하지 마. 내가 있잖아.”
엽현이 웃으며 도일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괜찮겠어? 죽을 수도 있는데?”
“죽는 거? 내가 그런 걸 무서워할 거 같아?”
도일의 당돌한 표정을 본 엽현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죽음이 두렵지 않기는 나도 마찬가지야! 그래도 이대로 죽는 건 억울해!”
“그럼 뭐가 걱정이야? 엽족이든 뭐든 쳐부수면 그만이지!”
“하하하! 그래 맞아! 날 막는 건 다 쳐부수면 되지!”
한편, 뒤쪽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목성도자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엽족을 쳐부순다?
사실 그녀는 지금이라도 엽현의 당돌한 결정을 뜯어말리고 싶었다.
사백여 명의 의경 강자들?
이 정도 경지는 엽족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당시 의경이었던 자신조차 엽족 사람이 될 자격조차 얻지 못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떻게 엽족을 쳐부순단 말인가!
혹시, 그 옛날 최강의 세력이라 여겨졌던 마가신족(摩柯神族) 정도라면 상대가 될지 모르겠으나, 그들은 이미 멸망하지 않았던가!
이때, 엽현이 뒤로 돌아섰다.
“액난, 혹시 막념 누님을 찾았나?”
이에 액난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 못 찾았어.”
“아직도?”
엽현이 미간을 찌푸리자, 액난의 표정 역시 덩달아 심각해졌다.
“아무래도 이 우주에 없는 것 같아.”
“그럼 다른 우주로 갔다는 소리야?”
액난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이 우주에 있었다면 벌써 찾고도 남았을 거야. 하지만 지금까지 단서 하나 발견하지 못했다는 건 이미 먼 곳으로 떠났다는 의미겠지.”
“누님과 도가 내게 인사도 없이 떠날 리 없어. 무슨 급한 일이 생긴 게 아니라면…….”
이때, 도일이 불쑥 끼어들었다.
“혹시 네 부친이 데려간 건 아닐까?”
“음? 무슨 말이야?”
“네 부친이 검맹이란 세력을 만들었다며? 그 두 사람 역시 검을 사용하니, 네 부친이 그들을 검맹으로 데려간 건 아닐까? 물론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지만.”
“음… 그랬을지도 모르겠군.”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였다.
청삼남은 이미 도와 아는 사이인 데다가 그녀를 꽤나 존경하고 있었으니까.
바로 이때, 여인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름 아닌 시간법칙이었다.
“새로운 소식을 가져왔어. 이유족이 공간통로를 재건하고 있어.”
이 말에 엽현의 표정이 어둡게 변했다.
“혹시 병력을 계속 충원할 셈일까?”
곁에 있던 도일이 대꾸했다.
“어쩌면 이유계로 철수하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지.”
도일은 고개를 들어 먼 성역을 바라보았다.
“만약 퇴각을 결정한 거라면, 그건 곧 엽족에게 통보하겠다는 의미일 거야. 그러니…….”
도일이 다시 엽현을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
“최악의 경우를 대비할 시간이야!”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겠어.”
바로 이때, 허공이 일렁이더니 허영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름 아닌 이유족의 족장, 이시신이었다.
이시신은 엽현을 내려다보며 말을 꺼냈다.
“엽 공자, 아무래도 우리가 그대의 배후를 얕잡아 본 것 같소.”
이시신이 주변을 훑어보더니 다시 엽현을 바라보았다.
“과연 영기가 충만한 곳이지만… 잠시 우리와는 인연이 없을 것 같군. 엽 공자, 그럼 새로운 적을 맞이할 준비를 하시오!”
말을 마친 이시신은 점점 흐릿하게 변해갔다.
“잠깐! 기다려! 계속 싸웁시다! 난 그대들과 싸우는 게 즐겁소!”
“…….”
이시신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이에 엽현은 마음속으로 천불이 일었다.
‘제기랄! 왜 점점 적들이 똑똑해지는 것 같지?’
확실한 승산이 없으면 물러나서 기회를 엿본다!
이와 같은 전략은 이전의 상대에게서는 전혀 발견할 수 없지 않았나!
이러는 사이 이시신은 완전히 자리에서 사라졌다.
엽족!
엽현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져만 갔다.
“아비도, 목성! 엽족에 대해 상세히 알려 주시오!”
목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엽족은 영생계 최강의 세력 중 하나로…….”
“잠깐! 그런 거 말고! 의경은 엽족 내에서 어느 정도 급에 속하는 것이오?”
이 질문에 목성이 엽현을 똑바로 쳐다보며 대답했다.
“그저 마당이나 쓰는 돌쇠 정도일 뿐이지요.”
이 말을 들은 엽현은 그대로 발라당 뒤로 눕더니 두 눈을 감아버렸다.
“후… 됐소. 나중에 듣겠소.”
엽현은 생명법칙의 손을 끌어당겨 자신의 이마를 짚게 했다.
“나 좀 어떻게 해 줘 봐. 머리가 너무 아파 죽겠어.”
“…….”
* * *
어느 성공 중.
이유인 하나가 끊임없이 성공을 누비고 있다.
대략 하루의 시간이 지났을 때, 이유인은 마침내 어느 죽은 듯 고요한 성공에 도착했다.
이 적막한 공간에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수의 시체가 부유하고 있어, 발 디딜 틈조차 찾기 힘들었다.
게다가 이곳의 사기는 너무나도 지독해 의경쯤 되는 강자라 할지라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유인은 조심스레 사기가 적은 곳을 찾아 천천히 앞으로 전진했다.
대략 반 시진쯤 후, 그는 기이한 흰색 돌문 앞에 도착했다.
영생문(永生門)!
통과하면 전설의 영생계로 통한다는 신비의 통로였다.
그래서인지, 이곳 주변에는 더욱더 많은 시체가 깔려 있었다.
이들의 경지는 최소 의경이고, 심지어 주경(宙境) 또한 부지기수였다.
모두 영생계로 향하기 원했으나 결국 이곳에 남게 된 가련한 무인들이었다.
영생계!
영생계에 존재하는 영생지기(永生之氣)를 얻는 것은 무인이라면 꿈에 그리는 일이었다.
이유족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그들의 실력으로는 언감생심, 감히 시도할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바로 이때, 영생문이 갑자기 떨리더니, 남자 하나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는 싸늘한 표정으로 허영을 내려다보았다.
이에 이유인이 황급히 고개를 숙여 예를 차렸다.
“이유계에서 급히 엽족에 보고드릴 일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말하라.”
“엽족의 배신자 엽신이 돌아왔습니다!”
이 말을 들은 순간 남자의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바로 이때, 이유인 주변 공간에 갑자기 검은 회오리가 생성되더니, 이유인을 품고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잠시 일그러진 얼굴로 자리를 지키던 남자는 이내 영생문 안으로 돌아갔다.
한편, 사라진 이유인은 어느 대전 안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전 안은 무덤처럼 매우 고요했다.
이유인이 고개를 들자, 멀리 상석에 앉아 있는 한 여인이 시선에 들어왔다. 여인은 대략 삼십 전후의 용모로 검은 치마를 차림에 미간에는 기이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순간 이유인은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알아차렸다.
“엽족 족장을 뵙습니다!”
이유인이 머리를 조아린 상대는 다름 아닌 엽족의 족장, 엽릉천(葉凌天)이었다.
동시에 그녀는 영생계에서 가장 강한 네 명 중 일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엽릉천은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손안의 보고서를 읽는데 열중할 뿐이었다.
이유인은 그렇게 대전 가운데 머리를 조아리고 서서 감히 기척조차 내지 못했다.
스스로도 의경급의 강자였지만, 이 여인 앞에서는 마치 개미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한참이 지난 후, 엽릉천은 마침내 보고서를 내려놓고는 이유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래, 아직 살아 있다고?”
“그, 그렇습니다!”
이유인이 떨리는 음성으로 대답했다.
이때, 엽릉천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유인을 향해 다가갔다. 순간, 거대한 산이 전신을 짓눌러오는 느낌을 받은 이유인은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기 시작했다.
엽릉천이 이유인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물었다.
“환생한 것인가?”
이유인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대답을 들은 엽릉천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나와라.”
그녀의 음성이 대전 안에 울려 퍼진 이때, 여섯 명의 흑의인이 여인 앞에 나타나 곧바로 오체투지로 예를 차렸다.
“설명해 보거라.”
엽릉천이 차가운 음성으로 묻자, 그중 한 노인이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
“족장, 여기 있는 우리 모두가 그때 그 여자가 엽신을 죽이는 장면을 똑똑히 보았…….”
이때, 엽릉천의 시선이 노인에게로 향했다.
“확실히 처리한 건가?”
“그, 그게…….”
노인은 목소리를 심하게 떨고 있었다.
“확실히 처리하지 않은 모양이군.”
순간, 흑의인이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족장! 한 번만 만회할 기회를 주십시오! 이번에는 반드시 깨끗하게 처리하겠습니다! 제발 한 번만 기회를…….”
“끌고 가서 개 먹이로 주거라!”
엽릉천은 대전 입구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조, 족장!”
바로 이때, 반쯤 투명한 거대한 손이 대전 안에 나타나 순식간에 여섯 명의 흑의인을 쓸어 담고는 어딘가로 사라졌다.
이 모습을 본 이유인은 몸을 가눌 길이 없었다.
‘주경의 강자를 이렇게 쉽게…!?’
한편, 대전 입구에 멈춰 선 엽릉천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이날의 하늘은 푸르렀고 군데군데 백운이 떠다니고 있었다.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했다.
그녀의 뒤에서 이유인은 여전히 감히 기침 소리 한 번 내지 못했다.
잠시 후.
“승겁(僧劫)!”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엽릉천 앞에 중년인 하나가 나타나 머리를 조아렸다.
“족장!”
“내가 뭘 원하는지 알겠지?”
승겁이라 불린 중년인이 가볍게 머리를 끄덕였다.
“곧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승겁은 곧바로 자리를 떠나려 했다.
바로 이때,
“잠깐!”
엽릉천의 부름에 승겁이 다시 그녀를 향해 돌아섰다.
“족장, 하명하십시오!”
“이 상황은 분명 혁랍족의 계집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일을 처리함에 있어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알겠느냐?”
승겁이 고개를 숙였다.
“예, 족장!”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을 제거하라. 다시는 그 이름을 듣고 싶지 않으니!”
승겁은 다시 한번 예를 차린 후 자리에서 물러났다.
승겁이 물러난 후, 엽릉천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내 귀여운 아들아… 어째서 이 어미를 이다지도 불편하게 한단 말이냐. 그때 깔끔하게 죽었으면 모두가 좋았을 것을…….”
부드러운 음성 중, 서늘한 살기가 허공에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