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71
171화 한마디만 더 하면 죽는다
초국을 떠난 엽현은 강국이 아닌 월국으로 향했다.
한 사람만의 힘으로 초국과 월국을 멸망시키는 일은 불가능했다. 설령 강국이 군사를 일으킨다 하더라도 짧은 시간 안에 두 나라를 멸망시킬 수도 없을뿐더러, 강국의 원기도 심각하게 손상될 것이 뻔했다. 게다가 창목학원과 대운제국의 존재도 잊어선 안 된다.
이런 이유로 지금 출병하는 것은 강국에게 결코 이롭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두 나라를 가만히 두고 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엽현과 육구가는 한 가지 묘안을 내었다.
그것은 바로 두 나라의 국고를 털어 최소 십 년 이상은 군대를 운용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렇게만 된다면 두 나라의 원기는 크게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에 강국은 상대국들에 비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는 창란학원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방법이었다.
학원이 더욱 융성해지려면 돈이 필요하다. 게다가 이제 도병을 만들려 하는 엽현은 큰 금액의 돈이 필요했다. 만약 엽현이 저들의 국고를 털게 되면 당분간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다음 날, 엽현은 월국에 도착했다.
월국은 초국과 마찬가지로 대운제국과 창목학원이 대패한 이후에 강국이 보복을 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초국에서 발생한 소식이 월국에 들려오자마자, 월국 황실에서는 황궁 주변에 경비를 평소보다 배로 늘리도록 했다.
월국 황궁 내, 한 대전.
월국 국주가 용의에 앉아 있고, 그의 발밑에서는 수많은 대신들이 운집해 있었다.
대전 안은 삭막했고, 무거운 공기마저 흘렀다.
이때 월국 국주가 입을 열었다.
“아무도 할 말이 없느냐?”
이에 한 월국 대신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소신 월국과 흥망성쇠를 함께 하겠습니다!”
이때 수많은 대신들이 고개를 숙이며 외쳤다.
“저희들 또한 월국과 흥망성쇠를 함께 하겠습니다!”
그러자 월국 국주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그대들이 초국 대신들 보다야 기개가 있구나! 걱정 말거라.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이니!”
이때 한 병사가 숨을 헐떡이며 대전 안으로 들어왔다.
“보고 드립니다! 엽현이란 자가 황궁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미 백 명 이상의 병사들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엽현! 드디어 왔구나!’
그의 말에 대신들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이에 월국 국주가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
“더 이상 대항하지 말고, 이리로 데려오너라!”
그 말을 들은 병사가 잠시 주저하자 월국 국주가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말고 내 말대로 하거라!”
그러자 병사가 몸을 돌려 전 밖으로 빠져나갔다.
잠시 후, 대전 안에 엽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손에 든 영수검엔 따끈따끈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엽현에게로 향했다.
청주에서 가장 젊은 검주인 엽현이었다.
월국 국주가 엽현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과연 청주에서 가장 젊은 검주, 한눈에 그 풍채를 알아보겠구려.”
이때 엽현이 걸음을 멈췄다. 그와 동시에 장내에 한 명의 남자가 나타났다. 이십여 세 정도로 보이는 외모에 하얀 장포를 입은 남자는 월국 국주의 외모와 상당히 닮아 있었다.
이때, 하얀 장포를 입은 남자 뒤로 청삼을 걸친 젊은 남자가 등장했다. 그는 손에 옥패 하나를 쥐고 있었다.
백의 남자가 월국 국주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부황!”
월국 국주가 짐짓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
“누가 너더러 돌아와도 좋다고 하더냐!”
“나라가 환란에 빠졌는데 어찌 돌아오지 않을 수가 있습니까!”
말과 동시에 백의 남자가 청삼 남자를 향해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청삼 남자가 엽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대는 청주 창란학원 사람이오?”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청삼남이 손에 들고 있던 옥패를 눈앞에 치켜들었다.
“이 패를 알아보겠소?”
창란령(沧澜令)!
엽현이 눈썹이 씰룩거렸다.
이에 청삼남이 엽현의 앞까지 걸어가더니 자못 오만한 태도로 말했다.
“중토신주 창란학원의 수석 제자로서 명령한다. 너는 지금 당장 월국을 떠나…….”
청삼남의 음성이 뚝 끊겼다.
어느새 날아온 한 자루의 검이 그의 미간을 겨누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내가 경악에 가득 찬 가운데 엽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수석 제자? 나는 원장인데 어디다 명함을 내밀어?”
장내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창란학원의 이름도 소용없단 말인가?
장내의 대신들뿐 아니라, 청삼남을 데려온 백의 남자 역시 당황하고 있었다.
백의 남자는 월국의 태자로 줄곧 외부에서 수련해 오고 있었다. 그러던 중 엽현이 창란학원의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는 위기 빠진 월국을 위해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청삼남을 데려왔다.
그런데 저 엽현이란 자는 보아하니 같은 창란학원의 학생마저 안중에 두지 않고 있었다.
백의 남자는 자신의 생각이 처음부터 옳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편, 청삼남은 공포에 질린 눈으로 엽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록 자신이 방심한 탓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하더라도 상대의 일 검을 막을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어쩌면 눈앞의 엽현은 자신의 실력을 초월한 고수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이에 생각이 미친 청삼남이 마음속에 있던 오만한 마음을 접어 두고서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는 같은 창란학원 학생 아닌가?”
그 말에 엽현이 미친 듯이 웃어 젖혔다.
“맞아, 나는 창란학원 사람이야. 하지만 너의 창란학원과는 다른 존재지. 알아들었으면 끼어들지 말고 저리 비켜 있어라.”
청삼남이 소리쳤다.
“너는 본원을 인정하지 않는 것인가!”
“그 반대지. 우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창란학원 본원이었다.”
청삼남이 그 말에 대꾸하려는 찰나 엽현의 검이 움직였다.
푹-!
검이 반 촌(寸)쯤 들어가자 청삼남의 이마에서 피가 새어 나왔다.
이에 놀란 청삼남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한 번만 더 지껄이면 그땐 죽는다.”
청삼남이 엽현의 눈을 바라보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 대전 밖으로 걸어 나갔다.
엽현의 말대로 한마디만 더 했더라면 목숨이 온전치 않았을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감히 입을 열만큼 청삼남은 바보가 아니었다.
이때 백의 남자가 황급히 달려와 청삼남의 앞을 막아섰다.
“고(顧) 형?”
청삼남이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미안하네. 이 일은 내 능력 밖일세.”
말을 마친 청삼남이 자리를 완전히 떠났다.
그리고 장내에는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엽현이 다시 국주를 향해 다가가려 할 때, 몇몇 월국의 신하들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 처음에는 단 몇 사람뿐이었지만, 이내 거의 모든 신하들이 엽현을 막았다.
그들의 눈에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죽고자 하는 각오도 엿보였다.
엽현이 문득 고개를 월국 국주를 향해 돌렸다.
“그대는 바보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어찌하여 이 전쟁을 시작한 것이오?”
월국 국주가 자리에서 일어나 엽현을 향해 걸어왔다.
이때, 백의 남자가 황급히 그의 앞을 막아섰다.
“부황!”
월국 국주가 고개를 저으며 백의 남자를 지나쳐 엽현의 앞까지 나아 왔다.
“우리 월국에겐 창목학원과 대운제국의 말을 거역할 만한 힘이 없네. 물론 강국을 집어삼켜 부강해지고자 하는 내 욕심도 있었지. 하지만 결국 그대를 계산에 넣지 못하는 실수를 저질렀네.”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대가를 치를 준비도 됐소?”
“엽현!”
이때 뒤편에 있던 백의 남자가 엽현의 면전까지 나오더니 흉흉하게 소리쳤다.
“사람을 업신여기는 것도 분수가 있지! 우리 월국은 곧 죽는다 해도 네놈…….”
엽현이 어느 틈에 검을 빼 들고는 백의 남자의 미간 사이를 겨누었다.
바로 이때, 수많은 월국 병사들이 동시에 엽현을 덮쳤다.
순식간에 대전 안은 물론 바깥까지 병사들로 가득 찼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엽현이 왼손을 펼치니 두 개의 검이 날아가 순식간에 이십여 명의 병사들의 목을 베어냈다. 그가 이번에는 손을 뒤편으로 향하니, 그의 뒤에서 덮쳐오던 스무 명의 병사들이 순식간에 쓰러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무인들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엽현이 다시 검을 날리려는 그 순간이었다.
“그만! 월국은 패배를 인정하겠소!”
월국 국주의 외침과 동시에 공중을 날아가던 두 자루의 검이 두 병사의 목젖 부위에서 멈췄다. 순간 두 병사의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엽현이 왼손을 끌어당겨 두 개의 검을 회수한 후, 월국 국주를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우리가 초국에 내건 조건을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이 부분에 이의가 있소?”
월국 국주가 입을 열어 말하려는 순간, 백의 남자가 먼저 선수를 치려고 했다. 그 순간, 그의 이마를 겨누고 있던 검이 손가락 한 마디 가량 전진했다.
푹-!
남자의 이마 사이로 한 줄기 선혈이 흘러내렸다.
엽현이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한마디만 더 하면, 죽는다!”
백의 남자가 여전히 굴복하지 않겠다는 눈빛으로 입을 열려는 순간, 월국 국주가 손을 들어 백의 남자의 뺨을 후려쳤다.
짝-!
월국 국주가 차가운 눈으로 백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이럴 때는 오기 부리는 게 아니다!”
백의 남자가 순간 울컥하며 소리쳤다.
“우리에게 아직 수많은 병사가 있는데 고작 저놈 하나가 두려워서 굴복한단 말입니까?”
월국 국주가 이에 실망한 기색을 보이며 고개를 흔들었다.
엽현이 혼자라면 그가 설령 검주라 할지라도 겁낼 것은 없었다.
하지만 엽현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그의 뒤에는 검선, 강국, 취선루 그리고 저국이 있다.
만약 전면전이 벌어지게 되면 창목학원과 대운제국의 지원이 없는 한 월국은 결코 상대를 이길 수 없다.
당초 초국의 초조한은 이 점을 분명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엽현이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 둔 것이었다.
만약 지금 상황에서 월국이 기어이 강국과 전쟁을 치르고자 한다면, 그 결과는 백이면 백, 월국의 패망으로 끝날 것이 분명했다.
이때 월국 국주가 장내를 향해 소리쳤다.
“오늘부로 현 태자를 폐하고 그 자리에 삼 황자 월명을 앉히도록 하겠다.”
“부, 부황!”
월국 국주가 더 이상 듣기 싫다는 듯 손을 저었다. 백의 남자가 억울한 표정으로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그의 곁에 만법경 강자 한 명이 나타나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태자, 국주께서는 태자의 목숨을 지키고자 하는 것입니다.”
만법경 강자는 태자를 데리고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월국의 병사들은 여전히 엽현을 에워싼 상태였지만, 더 이상 덤벼들지는 못했다.
월국 국주가 복잡한 심경을 담은 눈으로 엽현을 향해 말했다.
“그대와 같은 인물이 태어난 것은 강국에게는 정말 큰 행운이오.”
엽현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월국 국주가 웃으며 말했다.
“하나만 묻겠소. 그대의 다음 목표는 창목학원, 암계 그리고 대운제국이 맞소?”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월국 국주가 그 말을 듣고는 호탕하게 웃으며 용의로 돌아갔다. 용의 위에 털썩 앉은 그가 허리춤에서 금색 비수를 꺼내 들더니, 그대로 자신의 목에 찔러 넣었다.
푹-!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대전을 뒤로한 채 엽현은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