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716
1717화 내가 더 강하지?
일석이조!
청삼남은 어이가 없었다.
청아 역시 표정 없는 얼굴로 추노를 응시했다.
이때, 청삼남과 청아를 번갈아 보던 노인이 손가락을 까딱이며 말했다.
“시간 없으니 같이 덤비시오!”
이에 청삼남이 웃으며 물었다.
“아니, 이유나 알고 싸웁시다. 내 아들이 또 뭔 짓을 저지른 거요?”
“하! 그것도 모른단 말이오?”
청삼남이 고개를 저었다.
“진짜 모르겠는데? 사고를 하도 많이 쳐 놨어야지.”
“흥, 엽족을 알고 있소?”
“엽족?”
청삼남이 고개를 갸웃했다.
“영생계의 그 엽족 말인가?”
“알고 있소?”
“음… 우연히 들어본 적이 있긴 한데, 그게 뭐 어쨌다는…….”
순간, 청삼남의 머릿속에 뭔가가 번뜩 떠올랐다.
“엽족이라면 엽신의 인과… 그렇다면 그 녀석이 지금 영생계에 있다는 소리요?”
추노가 웃으며 대답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엽족에 있소.”
엽족!
이 말을 듣자 청삼남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원래 이유족을 상대하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차근차근 성장해도 힘겨울 판에 바로 한 단계를 건너뛰어 버렸다고!?”
“후후, 그가 우릴 찾아온 게 아니라, 우리가 그를 찾아낸 것이오.”
“음? 그대들이 찾아냈다고? 그것도 이상한데?”
추노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청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조사 결과 그대들 두 사람이 엽신의 진정한 배후인 걸로 나왔소. 사실이오?”
“아니…….”
“그렇다!”
청삼남에 한발 앞서 청아가 대답했다.
그러자 추노가 청아를 보며 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대는… 초면에 태도가 다소 건방지구려.”
청아는 추노를 무시한 채, 청삼남에게 물었다.
“영생계가 어디 붙어 있지?”
“…….”
순간, 청삼남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청아는 지금 영생계를 지워버리려 하는 것이다!
이때,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느낀 이아가 슬금슬금 청삼남 뒤로 물러났다.
이아 역시 본능적으로 청아가 발작하려 한다는 것을 느낀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청아가 검을 빼 들고는 청삼남을 쳐다보았다.
“어디 있냐니까?”
이에 청삼남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대답했다.
“지금 그 검을 휘두르면 그 녀석까지 죽을 텐데…….”
이 말에 청아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손안의 검을 거둬들였다.
“하하하! 지금 뭣들 하는 거요!”
이때, 추노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방금 영생계를 멸망시키려고 한 거였소? 이거 참 날 웃겨 죽게 할 작정이구만! 하하하하!”
이때, 청아의 시선이 추노에게로 향했다.
“벌레처럼 약한 건 둘째 치더라도… 어떻게 이렇게 추하게 생길 수가 있지?”
순간, 추노의 표정이 살벌하게 변했다.
“못생긴 게 뭐… 이렇게 태어난 게 잘못이란 말이냐!”
이 순간, 청아의 검이 번뜩였다.
푹-!
검끝이 추노의 미간을 뚫고 나오면서 붉은 선혈이 흘러나왔다.
추노는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청아를 바라볼 뿐이었다.
“쯧, 못생긴 건 죽여야지.”
추노의 눈빛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 어째서… 피할 수 없었던 거지…….”
이 순간, 추노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방금 전, 분명 그는 청아의 검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반응하려고 한순간, 검은 이미 미간을 꿰뚫은 상태였다.
즉, 알고도 막을 수 없는 검이었다는 의미였다.
추노는 자신의 판단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엽족 제일의 고수 엽릉천이라도 자신을 이렇게 죽일 수는 없다.
그 말인즉, 눈앞의 여자는 엽릉천보다도 더 강하다는 말이 아닌가!
이때, 청아는 더 이상 추노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청삼남을 향해 돌아선 상태였다.
“난 갈 테니 오빠를 돌봐줘. 알지? 오빠가 죽으면 너희들도 죽는 거.”
말을 마친 청아는 찬바람을 일으키며 돌아섰다.
“아니, 정말로 검맹에 안 들어 올 거요?”
청삼낭믜 말에 청아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꾸했다.
“오빠가 검주가 될 수도 있나?”
“음,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오!”
“좋아, 그럼 그때 가서 얘기하지!”
이 말을 끝으로 청아의 모습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엽현이 검주가 되지 않는 한 검맹에 들어오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한 것이었다.
청삼남은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역시, 쉽게 말이 통하는 인물은 아니었다.
그녀가 흥미를 보이는 것은 단 하나, 엽현뿐이었다.
엽현과 관련되지 않은 일이라면, 아예 대화할 용의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리라!
이때, 청삼남 뒤에 숨어있던 이아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하여간, 재수 없는 여자라니까!”
“하하, 나도 동의한다!”
청삼남은 추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때의 추노는 아직 죽진 않았지만, 이미 넋을 잃은 상태였다.
정확히는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죽다니! 십만 년도 넘게 살아온 내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다니!’
무적이라 여긴 적은 없지만, 그래도 나름 영생계에서 고수 축에 든다고 생각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열 손가락 안에는 꼽힌다고 자부했었다.
그런 자신이 단 일 초만에 죽음을 당했다는 사실은 도무지 믿기지가 않는 일이었다!
그것도 마치 파리 잡듯이 가볍게 날린 일검에…….
이때, 청삼남이 웃으며 말을 건넸다.
“그 녀석은 엽족에서 잘 지내고 있소?”
정신이 든 추노가 청삼남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이때의 그는 여전히 반쯤 넋이 나가 있는 상태였다.
“저 여자는 도대체 누구요…?”
청삼남이 웃으며 대답했다.
“천명이라는 여자요.”
“천명!”
추노의 눈빛이 가볍게 흔들렸다.
“들어 본 적 없는 이름… 영생계 밖에 저렇게 강한 자가 있을 줄이야…….”
“하하, 그럴 수밖에. 우주를 통틀어 나 다음으로 강한 여인이니까.”
청삼남의 말을 들은 순간, 이아와 소백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청삼남을 쳐다보았다.
다소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이때, 청삼남의 말에 놀란 추노가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정말… 그대 다음이란 말이오?”
“그렇소!”
“그렇다면 그대가 더 강하다는…….”
“하하, 같은 말을 왜 반복하게 하시오? 내가 더 강하다니까!”
이아와 소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같은 편이라지만 어찌 이렇게 후안무치할 수 있단 말인가!
‘아주 그냥 부자가 쌍으로 난리구나!’
한편, 추노는 다소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정말로 저 여자보다 강하단 말이오?”
“하하, 아직 믿지 못하나 본데… 직접 한 번 확인 해 보시오.”
말을 하던 도중, 청삼남이 추노의 어깨를 툭 건드렸다.
쾅-!
순간, 한 줄기 검기가 추노의 심맥(心脈)을 감싸더니, 이내 흩어지던 추노의 영혼이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다.
“자, 이제 출수하겠소!”
이 말에 추노가 깜짝 놀라 냅다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망치는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눈 한 번 깜빡 한순간, 이미 성공 끝에 도달한 상태였다.
지금 추노가 해야 할 일은 이곳에서 알아낸 정보를 엽릉천에게 보내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영생계와 통신이 가능한 곳까지 접근해야만 했다.
‘빨리 족장에게 알려야 해! 우리는 절대 저들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바로 이 순간, 추노가 자리에 멈췄다.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 한 자루 검이 미간을 뚫고 나와 있었던 것이다.
이때, 추노 앞에 나타난 청삼남이 씩 웃으며 물었다.
“어떻소? 저 여자와 비교하면 내 검이 더 강하지 않소?”
“…….”
“이만 가자! 소형(逍兄)을 찾아야 하는데 이런 곳에서 시간을 너무 지체했구나! 그나저나 검맹 이 녀석들은 일 처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아직도 소형 같은 실력자를 가입시키지 않고 말야. 에잉, 쯧쯧…….”
말을 마친 청삼남은 일행을 데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때, 이아가 청삼남 곁으로 다가왔다.
“오빠, 저 엽족인지 뭔지 하는 것들, 이참에 멸망시켜버리는 게 낫지 않아?”
이 말에 추노가 움찔거렸다.
청삼남음 이아를 향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신경 쓰지 마. 검주령을 쓰지 않았다는 건 자기가 혼자 알아서 하겠다는 뜻일 테니까.”
“실력 차가 꽤 많이 난다고 하지 않았어? 혼자 상대하기에 벅차면 어떡해?”
이 말에 청삼남이 잠시 고민하더니, 한쪽을 향해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순간, 그의 손가락에서 한 줄기 검광이 빠져나와 어두운 우주 속으로 사라졌다.
손을 거둔 청삼남은 이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이 정도 안전장치라면 충분하겠지. 그럼, 가자!”
“응!”
잠시 후, 청삼남과 그의 일행은 장내에서 모습을 감췄다.
모두가 떠난 자리, 추노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엽족도 이렇게 끝나는구나!”
이 말을 끝으로 추노의 몸이 빠르게 소멸하기 시작했다.
소멸의 마지막 순간, 추노는 천명이라는 여인과 청삼남이 보여준 신위를 떠올렸다.
엽족의 실력으로는 도무지 반항조차 할 수 없는 강함이었다.
이보다 더 나쁜 건, 엽족은 여전히 이 두 사람의 실력을 알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 * *
엽족.
엽현은 작은 방 안에 앉아, 양손을 가지런히 무릎 위에 올려놓은 채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엽족 강자의 지도 아래, 입신경을 돌파하는 일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됐다.
이때, 수신이 엽현에게 말을 걸었다.
“아이야, 노부는 도무지 네 속셈을 모르겠구나.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게냐?”
스르르 눈을 뜬 엽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지켜보시면 압니다.”
“이 여자는 보면 볼수록 보통내기가 아니다. 게다가 엽족에는 강자가 수두룩한데 네가 무슨 수로 엽족을 전복시킬 수 있단 말이냐? 내가 보기에 이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 것 같구나!”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말로 검주령을 사용하지 않을 셈이냐?”
엽현은 검주령을 꺼내서 잠시 응시하더니,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어르신, 제가 왜 이걸 사용하지 않는지 아십니까?”
“왜?”
“이번 만큼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해결해보고 싶어서입니다. 언제까지고 아버지에게 의지하며 살 순 없습니다. 만에 하나, 아버지가 정말로 오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 그땐 어떡합니까?”
“흠….”
“적이 대단히 강한 건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그래도 제힘으로 끝까지 해 보고 싶습니다.”
엽현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오로지 자신에게만 의지한다는 일념이 그의 태도를 대변하고 있었다.
“그 생각이 틀리다는 건 아니다. 이 어지러운 세상에 믿을 건 결국 자기 자신뿐이니까. 하지만 지금 네 실력으로는 승산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때, 엽현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승산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제게도 다 생각이 있다 이 말입니다!”
“음? 무슨 생각?”
“이 영생계에는 엽족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세력들이 존재합니다. 바로 혁랍족과 소족이죠.”
“음, 무슨 생각인지는 알겠다면 그들도 네게 완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지 않는 한은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게다.”
이 말에 엽현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니오! 그들은 반드시 움직이게 돼 있습니다! 충분한 이익 앞에 장사는 없는 법이니까요!”
“이익이라니… 도대체 뭘 꾸미고 있는 게냐?”
엽현의 미소가 점점 기이하게 변해갔다.
“두고 보십시오. 잠시 후면 알게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