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720
1721화 소주
누가 검주령을 사용했는가!
목소리는 영생계 전체에 울려 퍼졌다.
무인들은 일제히 상공을 쳐다보았다.
그들의 눈에 비친 것은 엽족 상공에서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백의의 검수였다.
삼십 대가량으로 보이는 남자는 탄탄한 몸매와 날카로운 눈매를 갖춘 준수한 외모의 소유자였다.
남자가 쥐고 있는 검은 길이 약 삼척이었다.
너비는 손가락 두 마디가량으로, 검 끝은 날카롭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 순간, 엽릉천의 얼굴에서 미소가 서서히 지워졌다.
다른 무인들 또한, 표정이 굳어가기는 마찬가지였다.
겉보기에도 무척이나 강한 인상의 검수!
저 검수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이때, 엽릉천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엽현을 향해 희미한 미소를 건넸다.
“방심했군…….”
엽현은 엽릉천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공중의 남자를 향해 소리쳤다.
“내가 검주령을 발동했소!”
윙-!
검이 우는 소리와 함께, 엽현의 바로 앞에 한 줄기 검광이 떨어졌다.
빛이 걷히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바로 백의 남자였다.
엽현을 정면에서 대한 남자는 다소 놀라는 듯하더니 빠른 속도로 엽현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너는…….”
이때, 엽현이 고의로 풍마혈맥을 발동했다.
혈맥지력을 느낀 남자는 그제야 뭔가를 깨달은 듯, 환하기 미소를 지었다.
“소주(少主)!”
소주!
이 말이 울려 퍼지자, 엽족 강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엽현에게 향했다.
엽현이 백의인을 향해 가볍게 포권을 취하며 예를 차렸다.
“그대는…….”
“아수(阿修)라 합니다! 검맹 사람이지요.”
검맹!
“아수, 와 줘서 고맙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신세를 좀 져야 할 것 같소!”
아수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슥 둘러보았다.
이내, 엽족 무인들을 지나친 그의 시선이 엽릉천에게서 멈췄다.
눈이 마주친 엽릉천이 살짝 웃어 보였다.
“아수… 무변경(無邊境)인 건가?”
무변경!
무인들의 얼굴에서 경악의 기색이 떠올랐다.
무변경은 무려 임계경보다도 한 단계 높은 경지가 아닌가!
영생계를 통틀어 무변경의 반열에 오른 자는 양손에 꼽을 정도.
하지만 이 중에 검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무변경의 검수가 나타날 줄이야!
아수가 엽릉천을 쳐다보며 말했다.
“한 수 배워 보지.”
말을 마치기 무섭게 아수가 검을 빼 들었다.
윙-!
검명 소리가 다시 한번 하늘 끝까지 울려 퍼졌다.
반대편, 엽릉천의 입가엔 여전히 미소가 맺혀 있었다.
손대면 얼어붙을 것 같은 차가운 미소.
엽릉천은 냉기를 흩날리며 과감히 전진했다.
쾅-!
충돌의 순간, 조사동 전체가 잿더미가 되어 무너졌다. 동시에 주변에 있던 무인들은 사방으로 튕겨져 나갔다.
바로 이때,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검광이 연쇄적으로 폭발을 일으켰다.
이 충격으로 반경 수만 리 이내의 공간이 조각으로 변해 무너져 내렸다.
죽지 않으려면 빠르게 후퇴해야만 했다.
엽현 역시 재빨리 뒤로 신형을 물렸다.
이때의 엽현은 황당할 뿐이었다.
아수의 실력이 이렇게나 광포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엽릉천이 이 공격을 견뎌냈다는 사실이었다.
‘저 여자는 내 상대가 아니었구나!’
바로 이때, 공중에 있던 엽릉천이 그림자로 변해 자리에서 사라졌다.
다음 순간, 무수히 많은 수의 엽릉천이 홀연히 하늘을 뒤덮었다.
이를 본 아수는 천천히 눈을 감으며 검을 들어 올렸다. 검 끝이 뱀의 꼬리처럼 진동한 순간, 수만 자루의 기검이 뒤쪽에 나타났다.
마침내, 아수가 한 발을 내딛으며 마치 병사에게 호령하듯 검을 가볍게 내리쳤다.
“참(斬)!”
참!
음성이 떨어진 순간, 뒤쪽에 도열 해 있던 기검들이 칼날비처럼 쏘아져 나갔다.
파파파파팟…….
일순간, 하늘이 사정없이 갈라지고, 그 사이로 휘황찬란한 검광이 불꽃처럼 사방에서 번뜩였다.
바로 이때, 엽릉천이 아수 앞에 나타났다.
아수는 알고 있었다는 듯 부드럽게 검을 휘둘렀다.
엽릉천의 손가락이 검 끝에 닿은 순간, 시간장하가 두 사람을 휘감았다.
콰쾅-!
하늘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면서 두 사람이 동시에 폭퇴했다.
먼저 자리에 멈춰선 이는 엽릉천이었다.
엽릉천은 여전히 미끄러지듯 밀려나는 아수를 바라보며 가볍게 손바닥을 뒤집었다.
“시공역전(時空倒轉)!”
순간, 기이한 장면이 연출 됐다.
저 멀리 떨어져 있던 아수가 갑자기 엽릉천 앞에 나타난 게 아닌가!
이때, 엽릉천의 일지는 이미 아수의 미간을 향하고 있었다.
절제절명의 순간, 아수의 검이 미끄러지듯 검집을 빠져나왔다.
윙-!
검명이 울려 퍼진 순간, 검 끝이 엽릉천의 손가락과 맞닿았다.
콰쾅-!
천지를 두 동강 낼 것 같은 굉음과 함께, 아수가 빠르게 뒤로 밀려났다.
수만 장을 날아가고서야 겨우 자리에 멈춘 아수는 고개를 들어 엽릉천을 찾았다.
엽릉천의 입가엔 미소가 만연했다.
“겨우 이 정도인가?”
이때, 엽현의 머릿속에 엽신의 음성이 들려왔다.
[어머니의 경지는 이미 무변경을 넘은 상태요. 어쩐지… 소족 족장과 혁랍족 족장의 협공이 통하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었소.]무변경을 초월한 경지!
엽현의 안색이 검게 물들었다.
그 말은 아수의 경지보다 더 높다는 의미 아닌가!
이때, 아수가 갑자기 한 발을 내딛으면서 검으로 인(印)을 맺었다.
쾅-!
순간, 한 줄기 검세가 엽릉천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검세에 실린 기운은 마치 거대한 파도와 같이 둘 사이에 있는 모든 것을 쓸어 내버렸다.
검세가 출현한 순간, 무인들은 모두 무형의 압력을 느꼈다.
시선은 아수에게로 모아졌다.
아수 역시 더 높은 경지의 무인과 싸울 자격이 충분한 강자였다!
이때, 엽릉천이 가볍게 소매를 펄럭여 아수가 쏘아낸 검세를 여유 있게 튕겨냈다.
이때, 아수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쉭-!
엽릉천의 눈앞으로 불쑥 튀어나온 한 자루 검!
이 일검은 패도 넘치는 극한의 검세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회심의 일격은 애꿎은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엽릉천은 이미 그 자리에서 사라진 상황!
순간, 모두의 눈빛이 흔들렸다.
엽현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햇다.
이 여자가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이때, 엽현의 귀에 또 다리 엽신의 음성이 들려왔다.
[시차원에 대한 이해도에 큰 차이가 있소. 아무래도 검수 친구가 위험할 것 같구려…….]이 순간, 허공에 있던 아수가 눈을 부릅뜨더니, 맹렬히 돌아서며 검을 휘둘렀다.
쉭-!
날카롭게 뿜어져 나간 검광은 하늘과 땅을 양분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엽릉천은 그 자리에 없었다.
바로 이때, 아수가 갑자기 뒤로 미친 듯이 미끄러졌다. 이 과정에서 그의 몸을 휘감고 있던 검망이 조금씩 사라져갔다.
이 장면을 보자, 엽현의 안색이 잿빛으로 물들었다.
이때, 엽신의 음성이 들려왔다.
[시차원의 격차 때문에 어쩔 수… 음?]이때, 밀려나던 아수가 갑자기 손을 뻗자, 손아귀에 한 자루 검이 들어왔다. 아수는 주저하지 않고 그대로 맹렬히 검을 휘둘렀다.
팟-!
검이 지나간 곳의 하늘이 무너져 내리면서 검은 속살을 드러냈다.
콰쾅-!
굉음과 함께, 찢겨져 나간 공간에 여인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엽릉천이었다.
다시 시야에 드러난 엽릉천은 여유 있는 표정으로 아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점파면(以點破面)… 쓸 만하군.”
“이번에는 제대로 붙어보지!”
음성이 떨어진 순간, 아수가 자리에서 사라졌다.
쉭-!
검광이 관통하자 다시 한번 공간이 검게 물들었다.
공간을 가르며 날아드는 검광을 앞에 둔 엽릉천은 비웃음을 머금은 표정으로 가볍게 한 손을 내밀었다.
쾅-!
그녀의 손아귀에 아수의 검이 붙잡혔다.
이 순간, 두 사람 주변의 공간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동시에 점점 소멸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소멸하는 가운데 멀쩡한 것은 엽릉천과 아수뿐이었다.
엽릉천은 아수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대단하긴 하군! 하지만… 내 승리다!”
엽릉천이 외침과 동시에 검을 쥔 손을 비틀었다.
콰쾅-!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아수가 천 장 밖으로 튕겨져 날아갔다.
힘겹게 자리에 멈춘 아수는 검에 의지해 자세를 바로 잡았다.
이때, 뒤편으로 수많은 기검이 군집했다.
엽릉천은 시간을 주지 않았다.
“시간적멸(時間寂滅)!”
엽릉천이 한 발을 크게 내딛은 순간, 아수를 둘러싼 공간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이에 아수가 미간을 찌푸리며 검으로 인을 만들었다. 순간, 무수한 기검이 마치 그를 호위하듯 주변을 겹겹이 에워쌌다.
하지만, 기검들은 점점 옅어졌고, 더러는 소멸하고 말았다.
이를 보는 아수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이때, 엽릉천이 지상의 엽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하하하! 혹시 벌써 절망한 건 아니겠지?”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조금 놀란 것뿐입니다.”
“훗, 저자가 날 죽일 수 있을 줄 알았느냐?”
“음… 처음엔 그런 기대를 하긴 했습니다.”
“후후… 아쉽지만 네가 바라는 대로는 되지 않을 것 같구나.”
이때, 엽릉천이 엽현 앞으로 내려와서는 엽현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어디, 다른 자가 있으면 더 데려와 보거라!”
더 데려와라!
패기!
이 순간, 엽릉천을 지지하는 무인들 사이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이때, 누군가 소리쳤다.
“더 데려와라!”
“몽땅 데려와라!”
점점 더 많은 이들이 도발하듯 엽현을 향해 소리쳤다.
이때, 작은탑이 고소하다는 듯 말했다.
“지금까지 지원군을 부르지 말라는 사람만 있었는데, 역으로 더 데려오라고 하니, 기분이 어때?”
“…….”
이때, 엽릉천이 다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
“사람을 부르라고 기회를 줬는데 뭐 하고 있는 게냐? 아꼈다가 똥 된다는 말도 모르느냐?”
엽현이 무어라 대꾸하려는 이때, 하늘에서 별안간 검명음이 울려 퍼졌다.
이 소리에 모두가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이때, 등에 장검을 짊어진 노인이 천천히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노인이 등장한 순간, 엽족 무인들의 표정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이번에도 무변경이었던 것이다!
노인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을 꺼냈다.
“누가 검주령을 사용했지?”
검주령!
무인들의 시선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일제히 엽현에게 향했다.
노인 역시 엽현을 발견하고는 천천히 그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단 한 발을 디뎠을 뿐이지만, 이미 엽현 바로 앞에 도달해 있었다.
엽현을 앞에 둔 순간, 노인의 눈빛이 기이하게 번뜩였다.
“소주?”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바로 그대의 작은 주인이오.”
이 말에 노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마침내 소주를 뵙는 날이 왔군요.”
한편, 엽현 곁에 있던 엽릉천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두 명의 무변경 검수라… 좋아, 이 정도는 돼야 나도 좀 흥이 나지!”
바로 이때, 먼 우주로부터 또 다른 검명이 울려 퍼졌다.
아니, 하나가 아니었다.
각기 다른 수십 개의 검명과 함께, 검광들이 빠른 속도로 영생계를 향해 날아들었다.
잠시 후, 장내가 대낮처럼 환해지더니, 엽족 상공에 육십여 명의 검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의 경지 또한 무변경이었다!
이 위용을 본 순간, 엽족 강자들의 안색이 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엽릉천의 얼굴에도 이제는 여유 대신 당혹감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하늘이 반으로 쪼개지면서,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만큼 거대한 검은 전각 하나가 모두의 머리 위에 내려앉았다.
뒤이어, 하얀 옷을 입은 여인이 대전 밖으로 걸어 나왔다.
콰쾅-!
여인이 밖으로 발을 내딛은 순간, 영생계 전체가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여인은 무변경을 초월한 강자였다!
이때, 여인 뒤로 스무 명의 백갑을 입은 무인들이 나타났다.
전부 다 무변경 강자였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볼 것만 같은 여인의 시선은 엽현의 얼굴에서 멈췄다.
이때, 여인이 엽현 앞에 나타나 가볍게 양손을 모았다.
“천행전(天行殿)의 백의(白衣)가 소주께 문안드립니다.”
이 순간, 장내 분위기가 무덤가처럼 고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