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721
1722화 누가 무적이라고?
무인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저 백의 여인은 누구란 말인가?
또, 천행전은 어디서 굴러 들어온 세력이란 말인가!
영생계가 아닌 다른 우주에 저런 강력한 세력이 존재했단 말인가!
엽현 역시 다소 어리둥절한 상태였다.
눈앞의 여인이 풍기는 기운은 결코 엽릉천의 아래가 아니었다.
그런 강자가 자신을 주인이라 부르다니!
천행전!
그러고 보니, 언젠가 공미란 자에게 검맹 외에 천행전이라는 세력이 아버지를 따른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었다.
그때는 전혀 알지 못했다.
검맹과 천행전이 이토록 무시무시한 세력일 줄은!
‘꼰대는 어떻게 이런 강자들을 부하로 삼은 거지?’
이때, 검수 중 하나가 엽현을 향해 웃으며 물었다.
“소주, 검주는 어디 있습니까?”
엽현이 소리가 난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방금 발언한 이는 소복한 무복을 입은 중년 남자였는데, 한 손에는 장검을 쥔 상태였다.
엽현이 말이 없자, 중년인이 옅은 미소를 띠며 포권을 취했다.
“오강(吳江)이라 합니다!”
이에 엽현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차렸다.
“반갑소. 부친께서는 어디로 가셨는지 전혀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요.”
이 말을 듣자, 검수들의 눈빛이 실망감으로 가득 찼다.
모두 이곳으로 오면서 청삼남을 만날 기대를 했으리라.
오강이 웃으며 무어라 말하려는 이때, 한쪽에 있던 백의가 소리쳤다.
“소주, 우리를 부른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것들을 싹 다 죽이면 되는 겁니까?”
멸족!
이 말이 나온 순간, 엽족 무인들 사이에서 큰 동요가 일었다.
엽현이 지원군을 부른다고 했을 때, 대부분은 코웃음을 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일이 닥치고 보니 이는 전혀 웃음이 나올 상황이 아니었다.
우물 안 개구리?
실은 엽족이야말로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했던 것이다!
바로 이때, 엽릉천이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이에 장내 무인들이 일제히 기이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이때, 엽족의 무인들은 모두 엽릉천 쪽에 선 상태였다.
조금 전까지 엽신에게 지지를 보냈던 엽천과 엽간 또한 마찬가지였다.
엽신과 엽릉천 간의 싸움은 부족 내부의 일이지만, 엽현이 외부인을 부른 이상, 상황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말해 엽현은 지금 엽족 전체를 적으로 삼은 것이다.
엽족의 입장에서는 제삼자의 개입은 절대 용인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엽족을 멸하겠다고?”
엽릉천이 백의를 향해 비웃듯 말했다.
“도대체 무슨 자신감이지?”
말을 마친 순간, 엽릉천이 주먹을 꽉 쥐었다.
콰쾅-!
멸천의 기세가 그녀의 체내에서 화산이 폭발하듯 흘러나왔다.
이 순간, 영생계 전체가 요동치면서, 시차원마저 조금씩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무인들은 이 믿을 수 없는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소족 족장과 혁랍족 족장의 표정 역시 예사롭지 않게 변했다.
이들은 벌써부터 와서 자리를 잡고 상황을 주시하는 중이었다.
엽족의 사정은 이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이때, 소족 족장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저 여자가 결국 허무경(虛無境)에 이르렀구려.”
허무경!
무변경 이후에 존재하는 허무경은 시간무계(時間無界)라고도 불리운다.
이때부터는 시공을 뛰어넘는 것이 가능해진다.
조금 전, 엽릉천은 아수를 상대로도 과역시공(跨域時空)을 펼친 바 있었다.
만약, 엽릉천이 진지하게 전투에 임했더라면 십중팔구, 아수는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엽릉천이 무변경이 아닌 허무경이라는 사실은 두 사람에게는 매우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허무경이란 무엇인가?
풀어서 설명하자면 시간을 허무화(虛無化)한다는 의미다.
무변경과 허무경은 이미 개념 자체가 다른 것이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의 경지는 아직 무변경 절정일 뿐이었다.
이들은 그제야 엽릉천이 자신들을 합동 공격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빠져나갈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미 하늘에 위치한 존재이기 때문이었다!
이 생각이 미치자, 두 사람은 쓴웃음을 지었다.
둘이서 저 여자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은 얼마나 어리석었던 것인가!
한편, 백의 등의 눈빛도 예사롭지 않게 변했다.
이들 역시 엽릉천의 경지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허무경.
이는 틀림없이 쉽게 볼 수 없는 경지였다!
한쪽에서는 엽현이 엽릉천을 보며 속으로 욕지거리를 뱉어내고 있었다.
‘제기랄, 이제 보니 완전 변태잖아! 내 비장의 패를 이런 식으로 막아내다니!’
엽현은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자신이 패를 내는 족족 쉽게 막아내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중요한 건 아직 그녀에게 더 많은 패가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엽릉천은 검맹 무인들을 앞에 두고도 시종일관 침착한 모습을 보여 오지 않았던가!
이때, 엽릉천이 웃는 얼굴로 백의를 향해 말했다.
“그럼, 시작할까?”
말을 마치기 무섭게 엽릉천의 모습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에, 백의 역시 꽃잎처럼 날아올랐고, 두 사람은 이내 한 덩이 백광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자, 놀랍게도 사방의 시차원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본 오강이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시차원을 이렇게까지 응용할 수 있다니… 저 여자는 절대 보통이 아닙니다.”
엽현이 물었다.
“그 말은 백의가 위험할 거란 소리요?”
오강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도 보통은 아니지요.”
바로 이때, 백광이 점점 허황되게 변하면서, 엽릉천과 백의의 그림자가 어렴풋이 드러났다.
두 사람의 전투는 이미 사람들의 인식 밖에 존재하는 것으로 극도로 기이한 모습이었다.
“소주, 그런데 검주가 떠나면서 무슨 말이라도 남기진 않았습니까?”
오강이 묻자 모든 검수들이 일제히 엽현을 쳐다보았다.
이에 엽현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별말은 없었소. 살아남으라는 말 밖에는.”
오강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의 질문은 없었다.
이번에는 엽현이 질문했다.
“그런데 그대들은 모두 어디에 있었소?”
“우주 곳곳에 있었습니다.”
오강이 웃으며 대답하자 엽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우주 곳곳?”
오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엽현의 표정이 다소 심각해졌다.
“내가 아는 우주는 원래 있던 곳과 이 영생계요. 이곳 사람들은 영생이 가능하다고 들었소.”
오강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의 영생지기는 확실히 특수한 면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실제로 무한히 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영생불사(永生不死)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엽현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게 무슨 말이오?”
“이미 느끼셨을지 모르지만, 이곳의 사람들은 대부분 노인들입니다. 왜 그렇겠습니까? 바로 노화 때문이지요. 영생지기는 수명을 연장시켜 주지만, 노화까지 막진 못합니다. 간단히 말해 오래 살되 계속해서 늙어가는 겁니다. 물론, 의외의 요인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영생지기를 통해 오랜 시간 생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영생은…….”
오강이 말하는 중간에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오래 사는 것이 꼭 영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요.”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대강 알겠소. 그건 그렇고, 이쪽 우주의 상황을 좀 설명해주시겠소?”
“하하, 물론입니다. 이쪽의 우주는 광대하다는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끝이 없는 공간이지요. 저기 있는 성광이 모이십니까?”
엽현은 오강의 손끝이 가리킨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과연 그곳엔 강렬한 별빛이 자리하고 있었다.
“지금 소주가 보는 성광은 생각보다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전속력으로 날아가도 최소 수십 년은 걸릴 만한 거리지요.”
“…….”
“우리는 원래 우주 각지에서 수련하며 검을 통해 종종 왕래하던 사이였습니다. 그러다 검주를 중심으로 하나의 검수 집단을 형성하게 된 것이지요.”
오강은 말을 하던 도중 옅은 미소를 띠었다.
“그분의 지도 덕에 우리 모두는 검도에 있어 엄청난 발전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엽현은 문득 호기심이 들었다.
“그런데 그대들은 아버지를 어떻게 알게 된 거요?”
오강이 웃으며 대답했다.
“검주께서 저희를 일일이 찾아오셨습니다.”
“도전을 말하는 것이오?”
오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이 말을 듣자 엽현은 당시의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 볼 수 있었다.
부친은 분명 검수들에게 도전하여 승리한 후, 이들을 한패로 끌어들였을 것이다.
이때, 오강이 문득 말을 꺼냈다.
“혹시 기회가 된다면 제천성(諸天城)을 한 번 가 보시지요.”
“제천성?”
오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천성은 수많은 강자가 득실대는 거대한 무도의 장입니다. 소주처럼 혈기 왕성한 젊은 무인들에게 어울리는 곳이지요.”
“음… 내가 과연 그런 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소? 나는 이제 멸신에 불과한걸…….”
멸신!
오강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그럼, 나중에 가는 걸로…….”
“…….”
“하하, 사실 가지 못할 이유도 없습니다. 제천성은 천행전의 본전이 있는 곳입니다. 천행전이 그곳에서 미치는 영향력은 결코 적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검맹에 일원 중 하나인, 선문(禪門)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검주가 제천성의 부성주라는 것이지요.”
엽현이 눈을 끔뻑였다.
“부성주?”
오강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검주께선 별 흥미가 없으셨지만, 워낙 그쪽에서 간곡하게 나오는 바람에 떠밀리듯 맡으신 것입니다. 어쨌든 매우 재밌는 곳이니 기회가 있다면 꼭 한 번 들르시길 바랍니다.”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겠소!”
바로 이때, 갑자기 백광이 폭발해서 갈라지더니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름 아닌 엽릉천과 백의였다.
백의는 입가에 흘리고 있는 반면, 엽릉천은 매우 멀쩡한 모습이었다.
이건, 누가 보아도 엽릉천의 승리가 분명했다.
이때, 오강이 조용히 속삭였다.
“검주께서도 항상 말씀하셨지요. 사람 위에 사람 있고, 하늘 위에 하늘이 있으니, 항상 겸손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과연, 이 말은 틀림이 없군요. 저 여인은 영생계는 물론이거니와, 제천성에 데려다 놓아도 걸출한 인물임에 틀림없습니다.”
엽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엽릉천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실력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이런 실력을 숨겨 왔다는 사실이었다.
이때, 허공에 있던 엽릉천이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찰나의 순간, 갑자기 장내에 있는 모든 무인들의 시차원이 격렬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에 백의가 눈살을 찌푸리며 황급히 소리쳤다.
“소주를 보호해야 하오!”
외침과 동시에 백의가 엽현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엽현 주변의 공간이 다소 견고해졌다. 여기에 강오 등이 일제히 엽현을 향해 손을 뻗자, 수십 개의 강대한 검세가 엽현이 서 있는 공간과 시간을 단단한 벽처럼 둘러쳤다.
잠시 후, 엽현 주변의 성역이 빠르게 안정을 찾더니, 이내 원래의 모습을 회복했다.
이때, 엽릉천이 엽현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다소 소름이 끼칠 정도의 웃음이었다.
“아들아, 보았느냐? 이 어미가 원하지 않는 한 이 세상에서 날 죽일 자가 누구더냐? 네가? 저 여자가?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나는 무적이다!”
무적!
이 한 마디는 천둥처럼 허공에 울려 퍼졌다.
그녀가 전체 우주 공간을 장악하고 있던 까닭에, 그녀의 음성은 아무런 방해 없이 우주 전체로 뻗어 나갔다.
자연히, 주변 성역에 있던 강자들 또한 그녀의 음성을 들을 수 있었다.
이 순간, 무수히 많은 미지의 강자들이 영생계를 향해 눈을 돌렸다.
이들의 표정은 대부분 지극히 어두웠다.
도대체 누가, 얼마나 강하기에 겁도 없이 감히 이런 말을 내뱉는단 말인가!
이 시각.
어느 먼 성역을 지나치던 운백색 장포의 검수도 자리에 멈추고는 영생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누가 무적이라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한 줄기 검광으로 변해 성공을 가르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