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738
1739화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막념의 추측대로라면 세 검수는 언젠가는 결전을 치른다.
물론, 누가 승리하든지 엽현은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세 사람 모두 그에게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강자가 나타나지 않는 한, 전투를 피할 방법은 없었다.
그나마 엽현이 중간에 끼어 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세 사람은 진즉 승부를 보았으리라.
막념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은 추측에 불과하지만, 이런 상황이 현실로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었다.
이때, 도의 음성이 막념을 상념에서 끄집어냈다.
“너는 더 일찍 오유계를 떠나야 했어.”
사실, 막념은 청아와 같은 유형의 무인이었다.
이 둘의 공통점은 연구와 학습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도는 막념의 가장 무서운 점으로 무시무시한 학습능력을 꼽았다.
지금껏 청아를 제외하고 이만한 학구열을 지닌 무인이 존재했던가?
사람들은 청아가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왜 그런 존재가 됐는지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청아와 한 몸이었던 도는 알고 있었다.
청아의 학습능력과 창의력이야말로 그녀를 무적의 위치로 이끌어 준 원동력이었음을!
막념 역시 그런 종류의 사람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오유계에서 지나치게 오래 머물러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배움에 대한 진지한 열망을 억누른 채로.
청삼남이 막념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렸던 것도 바로 이런 부분 때문이었다.
만약, 그녀가 더 일찍 오유계를 떠났더라면 ‘삼검’은 ‘사검’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심지어 도조차 막념에 비하면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물론, 그녀 역시 폐인으로 살면서 인생을 허비한 적이 있긴 하지만.
“이제 가야겠어.”
막념이 웃으며 말했다.
이에 도가 생각을 멈추고 막념을 쳐다보았다.
“오빠를 도우러 가는 게 아니라?”
막념이 씩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순 없어.”
“어째서?”
“그 아이는 스스로 성장해야만 해. 그의 부친도, 청아도, 그걸 기다리고 있는 거야.”
막념은 먼 성공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나는 지금부터 현 체계 안에서 가장 강한 자를 찾으러 갈 거야. 같이 갈래?”
도가 잠시 망설이다 대답했다.
“가지.”
“후, 그럼 슬슬 가 보실까!”
이 대화를 끝으로, 두 여인은 어검을 타고서 솟구쳤다.
곧, 두 사람의 그림자는 어두운 성공 속으로 사라졌다.
* * *
이 시각, 엽현과 일행은 상고천계로 곧장 향하고 있었다.
사실, 엽현은 싸우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한 상태였다.
경지의 안정화 이후, 발검술 중첩 횟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데다, 발검술과 일검정생사를 합친 위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시험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어쨌든 더 이상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는 아닐 것이 분명했다.
사실 이 부분에 있어 엽현은 궁색하게나마 변명할 자격이 있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런 신세가 되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어쨌든, 언제부턴가 그는 자연스럽게 남들이 싸우는 모습을 뒤에 서서 구경하는 ‘깍두기’가 돼 있었다.
그가 약한 것이 아니었다.
다만 적이 지나치게 강했을 뿐.
그리고 지금 엽현은 드디어 깍두기에서 벗어나 청성 시절의 용맹했던 ‘늑대’의 모습으로 돌아갈 기회를 잡은 것이다!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냐! 나 엽현이 죽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마!’
망상의 나래를 펼치는 이때, 임소가 어느새 엽현 곁으로 다가왔다.
“소주,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말 해 보시오.”
임소는 길게 말을 하려는지 헛기침을 두어 번 한 후 입을 열었다.
“상고천계에는 상고천족 외에도 상고천종(上古天宗), 상고현전(上古玄殿) 그리고 상고태교(上古太教)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번에 상대해야 할 것은 오직 상고천족 뿐입니다.”
말투로 보아, 임소는 상고천계 내의 다른 세력과 마찰을 빚는 상황을 염려하는 듯 했다. 검맹 검수들의 성향을 보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하하, 물론이오. 우리의 적은 상고천족 뿐이오. 다른 세력들이 먼저 공격하지 않는 한, 우리가 먼저 건드릴 이유는 없소.”
엽현의 말에 임소가 그제야 안심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상고천계.
한편, 상고천계에서는 이미 전투가 펼쳐지고 있었다.
사대 칠의 대결!
앞서 먼저 상계천계로 쳐들어간 검목 일행은 곧바로 상계천족의 등천경 강자 일곱과 맞닥뜨리게 됐다.
처음엔 상계천족 측도 네 명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곧 자신들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전투력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이에, 세 명의 등천경 강자가 급하게 구원에 나섰으나 여전히 기세는 검수들 쪽이 우세했다.
네 명이 일곱 명을 상대로 우위를 점한 것이다!
지상에서 이를 지켜보는 상고천족 무인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대전 안, 상고천족의 족장 천엽은 옅은 미소를 띤 채 검수들의 활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천군이 자리했다.
천군의 표정은 천엽과는 달리 매우 어두워진 상태였다.
검수들의 전투력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강력했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검수 하나가 거의 등천경 강자 둘을 상대하는 정도라 보아도 무방했다.
‘검맹이 만만치가 않구나!’
바로 이때, 천엽이 웃으며 운을 뗐다.
“검수들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군.”
“…확실히 상상 이상입니다.”
이때, 갑자기 노인 하나가 두 사람 앞으로 다가오더니, 목소리를 낮추고 무언가를 속삭였다.
순간, 천군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게 사실인가? 엽현이 정말로 이리로 쳐들어온다고?”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후면 상고천계에 도착할 것입니다.”
순간, 천군의 눈가에 살기가 번뜩였다.
“감히, 제 주제를 모르고…….”
“재밌군!”
이때, 천엽이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재밌어! 너무나 재밌어! 누군가 상고천족을 공격하러 오는 게 이번이 처음 아닌가? 정말이지 오래 살고 볼 일이구나! 하하하!”
“…천책군을 동원하시겠습니까?”
천군의 말에 천엽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 너무 이르다.”
바로 이때, 전투 중이던 검맹의 검수들이 갑자기 뒤로 빠지더니, 각자 검광으로 변해 한 지점에서 뭉쳤다.
한곳에 모인 이들은 서로 등을 마주한 채, 장검을 자신의 미간에 바짝 붙이더니, 남은 손으로 검결(劍訣)을 맺었다.
콰콰콰쾅…….
찰나의 순간, 무섭고도 강력한 네 개의 검세가 네 사람의 육신으로부터 휘몰아쳐 나왔다.
이를 지켜보던 천군은 순간적으로 안색이 검게 물들었다.
“물러서!”
이 외침에 일곱 명의 등천경 강자들이 재빨리 후퇴하려 했다.
하지만 이때, 검목 등 사인의 검수가 일제히 발을 앞으로 뻗었다.
“참(斬)!”
검수들이 검을 낸 순간, 네 개의 검광이 마치 뇌전처럼 번뜩이며 공간을 가로질렀다. 이 강력한 검광은 이내 상고천족 등천경 강자 한 명에게로 향했다.
표적이 된 등천경 강자는 깜짝 놀라 후퇴하려 했다.
하지만, 검보다 빨리 도착한 검세가 그의 몸을 휘감았다.
결국, 도망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등천경 강자는 재빨리 수비자세로 전환했다.
그가 양손을 하나로 모으자, 다섯 개의 시간장하가 한데 뭉쳐 하나의 거대한 장벽을 형성했다.
이 순간, 네 개의 검광이 한 점에 모였다.
쾅-!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시간장하의 장벽이 허무로 변했다.
이와 함께, 그 자리에 있던 등천경 강자 역시 단숨에 소멸하고 말았다.
검기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곧바로 상고천전을 향해 떨어졌다.
검광이 지나친 곳에는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었다.
상고천전, 상고천족의 자존심과 같은 이 건물이 오늘로 사라지게 되는 걸까?
바로 이때, 갑자기 웬 노인 하나가 상고천전 상공에 나타났다. 흉흉한 눈빛과 함께 한 걸음 내민 그는 오른손으로 정면의 공간을 가볍게 밀었다.
“노위부동(怒威不動)!”
쾅-!
찰나의 순간, 길이 수천 장에 이르는 시간장하가 그의 눈앞에 형성됐다.
이때, 검광이 도착했다.
콰쾅-!
천지가 뒤흔들리는 충격이 이어지더니, 결국 시간장하가 검광을 집어 삼켜버렸다.
이 장면을 본 상고천족의 강자들은 그제야 숨을 쉴 수 있었다.
검광을 막은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만에 하나 상고천전이 파괴됐다면 더 이상 상고천계 내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었으리라!
이때, 선두에 서 있던 검목이 소리쳤다.
“합일(合一)!”
외침과 동시에, 네 검수가 한 덩이 검광이 되어 자리에서 사라졌다.
파파파팟-!
순간, 귀를 찢는 듯한 소리가 들리면서, 네 개의 검광이 시간장하 위를 때렸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이 순간, 노인이 만들어 낸 시간장하가 조금씩 갈라지기 시작했다.
이를 보자, 상고천족 무인들의 표정이 다시 일그러졌다.
노인 역시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려 했다.
바로 이때, 네 줄기 검광이 시간장하 속에서 튀어나와 곧바로 노인을 덮쳤다.
서걱-!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노인의 육신이 네 토막으로 잘려 나갔다.
순살(瞬殺)!
장애물을 제거한 검광은 곧장 상고천전을 파고들었다.
정적이 흐르는 순간,
콰쾅-!
수십만 년 동안 상고천족의 상징으로 자리를 지켰던 상고천전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상고천족 강자들은 경악을 감출 길이 없었다.
이때, 검전이 돌연 웃음을 터트렸다.
“상고천족, 겨우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건가!”
이때, 검목이 검전의 옆구리를 툭 쳤다.
“가만히 좀 있어! 어차피 죽을 놈들한테 이런 말까지 하면 얼마나 약이 오르겠어?”
“하하하! 검목! 네가 제일 나쁜 놈이다!”
한편, 검절은 등 뒤의 검갑을 툭툭 털어내며 지상의 천엽을 바라보았다.
“그대가 상고천족의 족장이오?”
천엽이 검절을 발견하고는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
“대표전으로 할 거면 우리 넷 중 하나를 고르고, 단체전으로 할 거면 상고천족 등천경 강자 전부와 함께 덤비시오.”
다 같이 덤벼라!
순간, 상고천족 강자 전체의 표정이 크게 일그러졌다.
천엽은 오히려 웃고 있었다.
이에 검전이 검목을 보며 속삭였다.
“쟤, 왜 웃는 거지?”
“음, 그냥 어떻게 허세를 떨까 생각 중인 거 같은데?”
“허세? 어떻게?”
검목이 천엽을 흘끔 쳐다보며 대답했다.
“다년간의 경험에 비춰볼 때, 저건 분명 겁먹지 않은 척 연기하기 전에 나오는 표정이야. 어떤 식으로 연기할지는 일단 지켜보자고.”
이때, 지상의 천엽이 웃으며 소리쳤다.
“함께 덤비라고? 우스워서 말이 다 나오지 않는군! 하하하!”
검전이 검목을 향해 속삭였다.
“저게 연기야?”
검목이 고개를 저었다.
“내가 잘못 봤어. 저건 그냥 병신이야.”
검전은 잠시 말이 없었다.
“…등천경씩이나 된 놈이 단어 선정이 그게 뭐냐? 교양 없게 시리.”
“이미 많이 순화한 거야.”
검전은 호기심이 동했다.
“순화하지 않으면? 뭐라고 표현할 건데?”
검목이 천엽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대답했다.
“병신, 머저리. 눈치 없고 상황파악 못 하는 버러지. 다시 태어나도 밥만 축내다 똥통에 빠져 죽을 등신 같은…….”
“잠깐!”
듣다못한 검전이 검목의 말을 끊어냈다.
“그만, 그만해!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상스럽게 해?”
“솔직하게 말하라며?”
“…아무래도 내가 네 수준을 너무 높게 잡은 것 같다. 내가 잘못했다.”
이때, 한쪽에서 말없이 듣고 있던 검행이 검목을 보며 말했다.
“검목, 등신 같은… 그다음은 뭐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