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739
1740화 그럴 자격이 있나?
무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검목에게로 향했다.
오만하구나!
상고천족의 입장에서는 오만하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는 대화 내용이었다.
이때, 천엽이 검목을 지목해 소리쳤다.
“대표전으로 하자고 했지? 좋다! 저자와 싸우겠다!”
검목은 천엽의 미움을 산 게 분명했다.
이에 검절이 검목에게 물었다.
“괜찮겠어?”
검목이 웃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안 괜찮을 것 같아?”
대답을 마치기 무섭게, 검목이 한 줄기 검광으로 변해 지상으로 떨어졌다.
이를 보자, 천엽이 차가운 눈빛을 흘리며 순식간에 하늘로 솟구쳤다.
쾅-!
순간, 상고천계의 하늘에 검광의 파편이 흩날리면서, 검목이 수만 장 밖으로 튕겨 나갔다.
첫 번째 교전의 승자는 천엽인 듯했다.
“어떻게 된 거지?”
검절이 의아해하자 곁에 있던 검전이 대답했다.
“저자는 이미 등천경 절정인 것 같다.”
이에 검절이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은밀한 기운이 느껴져. 마음의 준비를 해 놓는 게 좋겠군.”
검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검행이 갑자기 말했다.
“검치와 소주가 이리로 온 것 같군.”
검절이 미간을 찌푸렸다.
“여기 상고천계로?”
검행이 고개를 끄덕였다.
“흠, 검행 네가 가서 이리로 데려오는 게 좋겠군.”
“알았어.”
고개를 끄덕인 검행은 검광과 함께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 순간, 주변에서 느껴지던 강한 기운의 숫자가 점점 더 늘어났다.
검전의 눈동자가 바쁘게 굴러갔다.
“등천경이 최소 열다섯이군.”
검절이 고개를 끄덕였다.
“각각 다섯씩 맡으면 되겠지. 문제 있나?”
“나머지 세 명은 어떻게 하지?”
“음… 내가 맡도록 하지.”
이 말에 검전이 고개를 저었다.
“안 돼! 너 혼자만 재미 보게 할 순 없어! 내게 두 놈을 줘!”
검절이 검전을 진지하게 바라보며 물었다.
“아니면 네가 세 명 다 맡을래?”
“…뭐라고?”
“세 명 다 맡겠냐고.”
“아니, 그 전에 한 말!”
“…내가 다 맡는다?”
검전이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네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하지!”
“…….”
* * *
엽현은 일행을 이끌고 빠르게 상고천계로 진입했다.
이때, 젊은 무인 하나가 그들을 막아 세웠다.
스무 살쯤 돼 보이는 남자는 화려한 장포 차림에, 허리춤에 한 자루 도를 차고 있었다.
겉보기엔 검수처럼 여겨졌다.
소년이 엽현을 향해 먼저 웃으며 말을 걸었다.
“상고천계로 진입하려는 게요?”
엽현이 반문했다.
“…상고천족이오?”
“그렇다면 그대가 엽현이겠구려?”
“아 글쎄, 상고천족이냐니까?”
각자가 하고픈 말이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아갔다.
결국 남자가 한발 물러섰다.
“나는 상고천종의 내문제자(內門弟子) 진현지(陈玄之)요.”
상고천종!
원하는 대답을 듣자 엽현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진 소협, 우리는 상고천족으로 가려 하오. 길을 좀 내주겠소?”
“그럴 수 없소.”
“어째서?”
진현지가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아는지 모르겠지만, 상고천계는 외부인의 출입을 금하고 있소. 부디 양해해 주길 바라오.”
“혹시, 상고천종이 상고천족의 편을 드는 것이오?”
진현지가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저 종문의 명을 받아 이곳을 지키고 있을 뿐, 그 외의 것은 알지 못하오.”
“후후,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비켜 주시오. 상고천종과 적이 될 생각은 없으니까.”
진현지가 엽현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대꾸했다.
“엽 형, 부탁이니 날 곤란하게 만들지 마시오.”
“만약 강행해서 지나가겠다면?”
엽현이 태도를 꺾지 않은 모습을 보자, 진현지가 어깨를 가볍게 으쓱였다.
“배짱이 있다면 어디 내 시체를 밝고 지나가 보시던가.”
순간, 엽현이 검을 뽑아 들었다.
서걱-!
진현지는 반응조차 제대로 해 보지 못하고, 목이 잘려 주고 말았다.
순살(瞬殺)!
엽현은 진현지의 시체 앞에 멈추고는 작게 중얼거렸다.
“원하는 대로 해 드렸소.”
이 말과 함께, 엽현은 진현지의 시체를 밝고 넘어갔다.
이를 본 임소가 돌연 제천부 무인들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다들 똑똑히 봤겠지? 실력도 없으면서 까불면 저 꼴이 나는 거다! 애매하다고 느껴지면 차라리 바보인 척을 해라!”
“…….”
이후로 엽현 일행은 순풍에 돛단 듯 상고천계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바로 이때, 웬 노인 하나가 이들을 막아섰다.
노인의 시선은 곧장 엽현에게로 향했다.
“엽현, 참으로 대담하구나!”
노인의 말에 엽현이 웃으며 응대했다.
“보아하니, 상고천종의 무인인가 보구려?”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하여 곧바로 살수를 펼치다니, 보통 대담한 게 아니로구나!”
“우리는 그저 상고천족으로 가려 했을 뿐이오.”
노인의 눈빛이 점점 차갑게 변했다.
“하지만 우리 상고천종의 무인을 죽였으니, 이대로 넘어갈 수가 없구나!”
엽현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서 뭐, 설교라도 할 셈이오? 그럼 좋소, 어디 하고 싶은 대로 해 보시오!”
엽현이 갑자기 검치를 향해 빙글 돌아섰다.
“상고천종으로 갑시다!”
상고천종!
이 말에 노인이 황당해서 눈을 깜빡였다.
검치 역시 제대로 들은 것인지 확인이 필요했다.
“상고천종… 진심입니까?”
“물론이오! 내키진 않지만 먼저 시비를 걸어온다면 받아주는 게 인지상정이지!”
엽현은 다시 노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대로 넘어갈 수 없다고 하지 않았소? 좋소! 그대가 원하는 대로 해 드리리다! 지금부로 검맹은 상고천종에 대해 전쟁을 선포하는 바요! 검맹의 소검주가 명령한다! 전군 상고천종으로!”
명령!
순간, 검맹 무인 전체가 상고천종을 향해 빠르게 신형을 날렸다.
이에, 노인의 안색은 검게 타들어 갔다.
너무나도 황당해서 말이 나오지 않을 지경이었다.
무슨 전쟁을 이렇게 쉽게 결정한단 말인가!
그거 한마디 했다고 전쟁을 선포하다니!
‘저놈은 미쳤어!’
하지만 엽현은 미쳤을지는 몰라도 말을 주워 담진 않았다.
상고천종을 향해 빠르게 날아가는 검수들을 보며 노인은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물론 검맹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 시점에서 전쟁을 하는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
검맹과 상고천종 사이에 싸움이 벌어진다면 상고천족만 좋은 일을 하는 게 아닌가!
엽현 일행이 막 노인의 시야에서 사라지려는 이때, 웬 중년인 하나가 그들을 막아 세웠다.
중년인을 본 순간, 노인이 황급히 날아와 정중하게 예를 차려 말했다.
“종주!”
중년인은 바로 상고천종의 종주, 막청연(莫青然)이었다.
막청연은 엽현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엽 공자,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소.”
엽현이 마찬가지로 미소로 대꾸했다.
“내가 볼 때 이건 결코 오해 따위가 아니오. 상고천종의 내문제자씩이나 되는 자가 이렇게 멍청할 리 있겠소? 내가 보기에 상부의 지시가 있었거나, 제 삼의 인물에게 이용을 당한 것이 틀림없소. 우리 검맹과 상고천종 간에 마찰을 원하는 세력 말이오! 만약 전자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싸워 줄 용의가 있소. 하지만 후자라면 종주께서는 세세하게 조사해봄이 좋을 것이오.”
엽현이 막청연 곁에 있는 노인을 슬쩍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저자 역시 뭔가 꺼림칙하오.”
이 말을 듣자, 노인의 표정이 갑자기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막청연이 웃으며 대꾸했다.
“엽 공자, 무슨 말인지 알겠소. 다만, 당분간은 우리 상고천종이 검종과 상고천족 사이의 일에 끼어들 일은 없을 것이오.”
당분간!
“하하, 오해였다니 그리 알겠소. 그럼 다음에 봅시다!”
이 말을 끝으로 엽현은 검수들을 이끌고 퇴장했다.
막청연 역시 이들을 막지 않았다.
이때, 막청연 곁에 있던 노인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종주, 저 엽현은 보통 분수를 모르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제가…….”
막청연이 돌연 빙글 돌아 노인의 뺨을 후려쳤다.
쩌억-!
노인이 채 반응하기도 전, 그의 육신은 이미 파괴돼 있었다.
순간 노인은 정신이 멍해졌다.
이때, 막청연이 노인을 노려보며 엄하게 꾸짖었다.
“진현지는 그렇다 쳐도 너는 왜 그리 멍청한 게냐!”
“…….”
“상고천종이 검맹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왜 굳이 나서야 한단 말이냐? 이유를 대보거라!”
노인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놈이 우리 무인을 죽였습니다.”
“멍청하긴! 그가 왜 그런 짓을 했겠느냐? 우리가 먼저 시비를 걸어 왔기 때문이 아니냐! 지금부터는 오만한 마음을 내려놓고 현실을 제대로 보길 바란다. 상고천계 외부의 세력이라고 모두 연약한 건 아니다! 특히, 저 검맹의 실력은 결코 만만치 않다!”
노인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한바탕 쏟아부은 막청연은 다시 정면을 향해 서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명심해라. 강한 적보다 더 두려운 건 멍청한 아군이라는 걸.”
“…….”
* * *
“소주, 방금 상고천종과 전쟁을 치르겠다고 하셨는데, 진심이었습니까?”
이동 중, 임소가 엽현에게로 다가와 물었다.
이에 엽현이 웃으며 대꾸했다.
“그대 생각에 어떨 것 같소?”
임소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었다.
“전혀 모르겠습니다.”
만약 같은 말을 검치가 했더라면 분명 진심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엽현은 이들 검수들처럼 단순하진 않았다.
아마도 뱃속에 능구렁이가 천 마리쯤 들어 있다고 해야 옳은 표현일 것이다.
즉, 엽현이 그런 말을 했다고 해서, 진짜 전쟁이 일어날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임소, 진현지와 그 늙은이가 어떻게 그리 오만할 수 있었는지 아시오?”
엽현이 웃으며 물었다.
“그야…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감히 자신들을 공격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겠지요.”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답이오! 만약 우리가 한 걸음 물러났다면, 저들은 더 오만하게 굴었을 것이오. 세상 이치가 그렇소. 약할수록 강하게 나오고, 강하게 나갈수록 물러나게 돼 있소. 우리가 어떻게 대화로 해결해보려 했다면, 저들은 분명 우리를 얕잡아 보았을 것이오. 저런 간사한 자들을 상대할 땐, 대화보다는 수틀리면 목을 쳐버린다는 의지를 보여 주는 게 효과적이오. 사람은 자기 목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야만 자발적으로 대화를 시도하게 돼 있소.”
“그러다 저들이 정말로 전쟁을 선택하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그럴 리 없소.”
엽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우리와 전쟁을 해서 저들이 얻는 게 뭐가 있겠소? 덩치가 큰 세력일수록 이익을 따질 수밖에 없소. 이익이 없다면 절대 뛰어들지 않을 것이오.”
임소가 반문했다.
“정말로 체면 때문에 싸우려 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엽현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그럼 그렇게 하라지! 어쨌든 존중이란 주먹에서 나오는 법이니까!”
임소는 엽현을 응시하며 더 이상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이때, 검광 하나가 엽현 일행 앞으로 날아왔다.
검광이 흩어지고 나타난 이는 다름 아닌 검행이었다.
“어찌 되어가고 있소?”
엽현이 황급히 물었다.
“검목과 상고천족 족장이 막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검목이 이길 수 있겠소?”
“현재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음, 갑시다! 이런 좋은 구경을 놓칠 수야 없지!”
엽현 일행은 서둘러 상고천족의 영역으로 향했다.
검을 타고 날아가는 중, 엽현이 문득 말을 꺼냈다.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저런 세력들은 불리해지면 반드시 조사를 부르게 돼 있소. 이에 대한 대비라도 있소?”
엽현의 말에 검행이 칼같이 대답했다.
“대비는 없습니다! 조사도 죽여 버리면 됩니다!”
“…….”
이때, 임소가 끼어들었다.
“그런데 검맹에도 부를 조사가 있습니까?”
엽현이 검치를 바라보았다. 그 역시 궁금했다.
최악의 상황이 왔을 때 검맹은 어떤 비장의 무기가 있을까?
검치가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오히려 엽현을 향해 물었다.
“시도라도 한번 해 보시겠습니까?”
“부르라고? 아버지를?”
문득, 엽현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떠올랐다.
“저들이 그럴 자격이 있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