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743
1744화 선조 소환!
상고천족 전체가 경악에 휩싸였다.
저들은 또 누구란 말인가?
구름 위에서 지켜보던 막청연과 태유 역시 놀람을 금치 못했다.
새로 나타난 무인들은 척 봐도 매우 비범한 존재들이었던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아무도 이들의 정체를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이때, 막청연이 어두운 표정으로 나직이 중얼거렸다.
“엽현 저놈… 정말로 엄청난 배경을 지니고 있는 건 아닐까?”
“…….”
천엽 등 역시 갑자기 나타난 강대한 기운을 알아차린 상태였다. 천엽은 상공을 응시하며 잔뜩 미간을 찌푸렸다.
‘제기랄, 엽현 쪽 무인들은 아니겠지?’
바로 이때, 한 무리의 허영들이 상고천계 하늘에 나타났다.
이들을 보자 천엽이 먼저 포권을 취하며 말을 걸어보려 했다. 하지만 허영들은 곧바로 엽현에게로 다가갔다.
그중에서 우두머리로 보이는 무인 하나가 엽현에게 포권을 취하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
“유령족의 선수(禪修)가 소주를 뵙습니다!”
뒤에 있던 무인들 역시 이에 맞춰 일제히 예를 차렸다.
이 모습을 보자, 천엽의 표정이 기이하게 뒤틀렸다.
엽현이 입가의 피를 닦아내며 되물었다.
“유령족?”
“그렇습니다.”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로부터 들은 적이 있소.”
이 말에 선수가 황급히 물었다.
“검주가 무어라 하셨습니까?”
“음… 그대들을 칭찬하며 시간이 되면 한 번쯤 방문하라 하셨소. 그러면서 그대들은 마음이 아주 넓으니 필요한 게 있다면 얼마든지 요청하라고 하셨소. 예를 들어, 전설적인 무공이나 사용하지는 않지만 매우 귀중한 신물 같은…….”
엽현의 몸 안에 있던 계옥탑이 이 말을 듣고 눈을 부릅떴다.
과연 인간의 뻔뻔함은 어디까지가 한계일까!
선수는 다소 당황해하긴 했지만, 얼른 대답했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일이 끝나면 바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때, 천엽이 소리쳤다.
“그대들은 정녕 우리 상고천족을 적으로 삼으려 하는 것인가?”
선수가 천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이군. 상고천족 따위가 소주를 핍박하는 건가?”
“흥! 저런 핏덩어리를 위해 전쟁에 뛰어들다니. 그만한 가치가 있나?”
선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하다!”
“…….”
이때, 엽현이 천책군을 가리켰다.
“일단 저놈들부터 다 죽여 놓으시오!”
엽현은 조금 전 천책군 무인들에게 죽을 뻔한 사실을 잊지 않고 있었다.
지원군이 왔으니, 이제 복수할 시간이었다.
선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존명!”
이 한 마디와 함께, 선수가 자신의 무인들과 함께 삼십육인의 천책군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천엽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 순간, 엽현이 천엽을 가만히 쳐다보더니,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를 본 천엽이 움찔하는 이때, 그의 곁을 지키던 면구의 여인이 자리를 박차고 나섰다.
엽현의 검이 검집을 빠져나왔다.
목표는 다름 아닌 정면의 면구 여인이었다.
천엽을 죽이기 위해서는 먼저 이 여인부터 처리해야만 한다!
엽현의 검이 허공을 가르며 지나갔다. 자비라고는 전혀 없는 일검이었다.
면구 여인 역시 피하지 않고 검 끝을 향해 손가락을 내밀었다.
승부!
콰쾅-!
검끝과 손가락 끝이 닿은 순간, 검광이 폭발하면서 면구 여인이 천 장 밖으로 튕겨 나갔다. 그녀가 지나간 공간은 와르르 무너져 칠흑과 같은 어둠으로 변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여인을 죽일 수는 없었다.
엽현은 저 멀리서 툭툭 털고 일어나는 여인을 보며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혼신의 힘을 다한 일격이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한편, 자세를 바로잡은 여인은 몸이 반쯤 투명해져 있었다.
비록 죽진 않았지만, 중상을 입은 것이 틀림없었다.
바로 이때, 여인이 불현듯 고개를 들었다. 순간, 그녀의 눈앞으로 천책군의 시체 한 구가 떨어졌다. 장내에 남은 천책군의 숫자는 겨우 서른둘 뿐이었다.
이쪽에서 일합을 겨룰 동안 네 명이나 죽은 것이다.
이이 면구 여인이 어두운 표정으로 천엽을 쳐다보았다.
“지금 당장 천책군 전부를 불러들이고, 폐관 중인 장로들도 모두 소환해라!”
여인은 이미 상황이 매우 불리해졌음을 알고 있었다.
특히, 엽현의 전투력은 끔찍할 정도였다.
누군가 그를 막아 세우지 않는다면, 이곳의 등천경 강자들은 지옥을 경험할 게 분명했다.
더욱이 면구 여인도 이미 어느 정도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
방금 전과 같은 공격에 한 번 더 노출되면 더 이상 목숨을 장담할 수 없었다.
간단히 말해 상고천족은 멸족의 위기에 처한 셈이었다.
면구 여인의 말을 듣자마자, 천엽이 영패 하나를 꺼내 들었다.
쾅-!
그의 손을 벗어난 영패는 허공 한복판에서 큰 폭발을 일으켰다.
이때, 상고천계 전역에서 강대한 기운들이 상고천족을 향해 몰려들었다.
산, 들, 바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대기 중이던 천책군의 강자들도 여기에 포함됐다.
모두 합쳐 스물여덟 명의 무인이었다.
이들 중에 등천경 강자는 무려 십 인이나 됐다.
이들 외에도, 상고천족 내에서 폐관 중이던 장로들이 문을 박차고 나섰다.
상고천족의 모든 전력이 등장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상고천족으로서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엽현 측의 전력은 정말로 상고천족을 멸족시키기에 충분한 정도이기 때문이었다.
특히, 새로 등장한 유령족의 실력은 보통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이밖에도 검수들의 기세는 여전히 맹렬했다.
이들의 손에 목숨을 잃은 상고천족 무인만 해도 족히 백 명은 넘은 상태였다.
이 중에서도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은 단연 엽현이었다.
등천경 강자를 쉽게 죽일 수 있는 엽현이야말로 최대의 위협이 아닐 수 없었다.
정면 대결로는 엽현을 막을 수 있는 무인이 부재한 상황.
간단히 말해, 엽현이 원하는 자는 죽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 등천경 강자의 숫자마저 줄어든다면, 상고천족이 무너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때문에 천엽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강자를 불러내야만 했던 것이다.
천엽의 동원령 이후, 장내에는 점점 더 많은 무인들이 몰려들었다.
주변을 둘러보는 엽현의 안색은 평온했다.
이때, 검절이 엽현 곁으로 다가왔다.
끈적한 피가 검신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엽현이 고개를 들자, 잘려나간 머리 하나가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검절에게 죽은 등천경 강자였다.
“검절, 대단한 솜씨요!”
엽현이 웃으며 말하자, 검절이 고개를 저었다.
“제가 대단한 게 아닙니다.”
검절이 상고천족의 등천경 강자들을 응시하며 대답했다.
“적들이 너무 허약한 것뿐입니다.”
“…….”
바로 이때, 또 다른 천책군 스무 명이 장내에 나타났다.
이 중에 열은 등천경으로 삼엄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밖에도, 노인들도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등천경은 여섯이었다.
이들은 상고천족의 전대고수들로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 아는 이조차 드물었다.
새로운 병력이 투입되자, 엽현 측이 다소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다. 유령족이 활약하는 데다, 엽현 측 등천경 강자의 실력이 더 좋기 때문이었다.
특히, 검절 등 네 검수는 혼자서도 능히 등천경 강자 둘이나 셋을 상대할 수 있을 정도였다.
실로 어마어마한 전투력이었다.
중요한 사실은 엽현이 건재하다는 것이었다.
엽현은 이 전장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를 견제하기 위해선 상고천족 등천경 강자 다섯은 필요했다.
만약, 견제에 실패한다면 상고천족은 엄청난 손실을 볼 게 분명했다.
천엽 곁에 있던 면구 여인이 엽현을 향해 소리쳤다.
“엽 공자!”
엽현이 시선을 돌리자 여인이 말했다.
“지금까지 일은 모두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오. 이대로 계속 싸우다간 양측 모두 손해가 막심할 게 분명하오. 그러니 이쯤에서 멈추는 게 어떻겠소?”
여인은 화친의 의사를 밝힌 것이었다.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이대로는 양패구상을 면할 수 없는 형국이었다.
설령 한쪽이 이기더라도 치명적인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상태.
이에 여인은 화친을 제안했던 것이다.
엽현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그만두다니, 그게 무슨 말이오? 처음에 그대들이 날 찾아왔을 때, 나는 엽신의 인과와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었소. 하지만 그때 어떻게 말했소? 꿈도 꾸지 말라고 하지 않았소?”
엽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싸우자면 싸우고, 그만하자면 그만하고… 나 엽현이 그리 만만한 사람으로 보였소?”
“엽 공자, 그대들의 피해도 적지 않을 것이오.”
엽현이 슬쩍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확실히 검맹과 제천부, 언가 무인의 숫자가 상당히 줄어 있었다.
“엽 공자, 지금 그만두는 게 모두에게 이득이오!”
엽현은 침묵에 잠겼다.
마음 같아선 끝장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계속 싸우다간 자신을 지원하러 온 무인들이 죽어 나갈 것이 분명했다.
자신들이 압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특히, 상고천족의 패는 이것이 끝이 아닐 가능성이 높기에, 지속적인 전투는 더 많은 희생을 야기할 뿐이었다.
엽현은 자신을 위해 이 많은 무인들이 죽는 것을 원치 않았다.
게다가 제천부와 언가는 검맹과 달리,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은 기색이 역력했다.
바로 이때, 천행전 전주, 교어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소저, 정말로 여기서 그만둘 셈이오?”
이 말에 모두의 시선이 교어에게로 향했다.
“저자의 자질로 보아 더 강해지면 강해졌지 약해지진 않을 거요. 그때 가서 복수를 하려 들면 감당할 수 있겠소?”
교어는 필사적이었다.
그는 두 진영이 화해하는 것을 결코 원치 않았다.
만약 이대로 상황이 종료되면 천행전은 어떻게 될까?
천행전은 이미 제천성에서 쫓겨난 상태.
상고천족이 천행전에게 계속해서 장소를 제공하고 영생원천을 나눠주려 할까?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상고천족에게 천행전이 흡수되지나 않으면 다행이리라.
때문에, 천행전의 입장에서는 싸움이 이대로 종료되는 것을 절대 찬성할 수 없었다.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교어는 더더욱 열변을 토해냈다.
“엽현은 이제 겨우 약관에 불과하지만 등천경을 쉽게 제거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소. 만약 여기서 한 단계만 더 성장한다 해도 상고천계에서 대적할 이를 찾기 어려울 것이오! 게다가 조사에 의하면 놈은 사소한 원한도 반드시 갚는 것으로 밝혀졌소. 설령 지금은 이렇게 물러나더라도 언젠가 반드시 복수하려 들 게 분명하오!”
면구 여인은 아무 대답도 없었다.
이때, 곁에 있던 천엽이 속삭였다.
“둘째 누님, 교어의 말이 일리가 있습니다. 지금 놈을 놓아주면, 훗날 더 큰 골칫거리로 돌아올 것입니다.”
면구 여인의 표정이 점점 심각해졌다.
사실 그녀 역시 이 부분을 염려하긴 마찬가지였다.
천엽의 말대로 엽현이 복수를 결심한다면, 상고천족은 지금보다 더 큰 위기에 봉착할 게 분명했다.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여인은 고개를 들어 엽현을 바라보았다.
순간, 그녀의 눈동자에 살기가 감돌았다.
하지만, 여전히 주저하고 있었다.
이때, 교어가 말했다.
“정 그렇다면 우리 천행전이 한몫 거들겠소!”
말을 마친 교어가 손을 펼치자, 검은 영패 하나가 하늘 높이 솟구쳤다.
선조 소환!
쾅-!
강대한 기운이 폭풍처럼 휘몰아치자, 상고천계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순간, 무인들은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이는 분명 등천경 이상의 기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