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745
1746화 미쳐버리겠네!
선조 소환!
엽현의 말에 이도연의 안색이 검게 물들었다.
사실 그 역시 선조를 소환하고 싶었다.
하지만 생각을 섣불리 행동으로 옮길 순 없었다.
소환한 선조가 검주를 모르면 다행이지만, 혹시라도 서로 아는 사이라면 난처해질 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교어의 죽음을 본 후로, 그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다.
때문에 엽현의 도발에도 이도연은 함부로 선조를 소환할 수가 없었다.
상고천족 측 무인들 역시 걱정스런 표정으로 이도연을 응시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이도연이 가만히 있기만 해도 다행이라 여기고 있었다.
만에 하나 신궁의 선조 또한 엽현 편에 붙어버린다면 그땐 더는 돌이킬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이때, 엽현이 웃음을 터트렸다.
“부를 생각이 없다면 됐소.”
엽현은 천엽을 향해 돌아섰다.
“일단 너는 죽어야겠지?”
엽현이 이 말을 한순간 천행전의 선조가 갑자기 천엽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녀가 손아귀에 힘을 준 순간, 천엽 주변의 공간이 희미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보자 천엽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여인의 실력은 엽현보다도 더 강했던 것이다!
여인이 출수한 순간, 천엽 뿐 아니라, 장내에 있는 모든 무인들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엽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이 순간, 모든 무인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저 여자는 진짜다!’
여인이 출수하는 것을 본 면구의 여인은 황급히 검은 부적 한 장을 꺼내 허공에 날렸다.
쾅-!
순간, 검은빛이 폭발적으로 흘러나왔고, 천행전의 조사는 어쩔 수 없이 손을 거두고 한 발 뒤로 물러났다.
모두의 시선이 쏠린 이때, 묵광이 사라지면서 웬 중년 남자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영혼체!
상고천족이 결국 조사를 소환하고 만 것이다!
상고천족으로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지금 당장 그들 중에서 천행전의 조사를 막을 만한 무인은 없었다.
엽현만 해도 강력한데 여기에 천행전의 조사까지 합세한다면 상고천족에게는 일말의 승산도 남지 않을 게 분명했다.
결국, 상고천족이 조사를 소환한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중년인은 출현 직후, 천행전 조사에게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소주, 조심하십시오.”
말을 마치기 무섭게, 천행전 조사는 한 줄기 시간장하를 남긴 채 순식간에 사라졌다.
중년인 역시 마찬가지로 어딘가로 사라졌다.
두 사람은 시간장하를 전장으로 택한 것이었다.
양측 선조들이 사라짐과 함께, 양측의 전력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이때, 엽현이 천행전 무인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대들은 어쩔 셈이오?”
천행전 무인들의 표정이 일순 딱딱하게 굳었다.
선조가 이미 엽현을 위해 싸우고 있는데 무엇을 더 생각한단 말인가?
이때, 천행전 무인 중 하나가 조심스레 말했다.
“우리 천행전은… 소주를 따르겠습니다!”
“소주를 따르겠습니다!”
나머지 천행전 무인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선조가 엽현의 편이 된 이상 그들에게는 결정권이 없었다.
엽현을 위해 싸우는 수밖에!
엽현은 근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천엽을 향해 다시 시선을 가져갔다.
“그럼… 나머지는 다 죽이시오!”
죽여라!
엽현의 명령이 떨어지자, 가장 먼저 검절 등이 검을 들고 달려 나갔다.
눈 깜짝할 사이, 네 검수가 적진 한복판에 떨어졌다.
이에 천책군 무인 몇 명이 검절 일행을 막아섰다.
전투력이 가장 높은 축에 드는 이 네 명을 막지 않으면 진영이 붕괴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터였다.
상고천족이 이 네 검수에게 느끼는 공포심은 엽현 다음가는 것이었다.
검절 등이 출수하자, 나머지 검수들이 그 뒤를 따랐다.
곧, 상고천계 하늘 아래 또 한 번의 대전이 펼쳐졌다.
이때, 천엽이 엽현을 향해 노발대발 소리쳤다.
“왜 자꾸 나만 노리는 거냐!”
천엽은 정말이지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이 중에서 가장 강한 엽현이 시종일관 자신을 노리니, 천엽이 받는 압박감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엽현은 천엽 곁에 있는 면구의 여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에 여인이 움찔하며 천엽을 가리켰다.
“그대가 노리는 건 저놈이 아니었소?”
천엽이 이 말을 듣자, 경악에 찬 표정으로 면구의 여인을 쳐다보았다.
“하하! 뭘 싸우고 그럽니까? 공평하게 같이 가면 될 일 아니오!”
엽현이 이 한 마디를 남긴 채, 자리에서 사라졌다.
엽현이 사라진 자리를 채운 것은 한 줄기 검광이었다. 이 검광은 이내 모든 것을 가르며 천엽과 여인을 향해 날아갔다.
이를 보자 두 사람의 표정이 하얗게 변했다. 엽현의 이 공격을 도무지 막아 낼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마, 막아라!”
천엽이 소리치자, 여섯 명의 등천경 강자가 엽현 앞을 막아섰다.
엽현은 이를 보고도 전혀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여섯 무인이 출수한 순간, 엽현 정면의 공간이 그대로 시차원에 파묻혔다.
이들이 평생을 수련해서 만들어 낸 시차원이었다.
이때, 엽현이 검을 빼 들었다.
일대 육의 전투!
검이 공간을 속에서 번뜩인 순간,
쾅-!
엽현 정면에 존재하던 시차원이 한순간에 허무로 변해 사라졌다.
하지만 이때, 검은 그림자 여러 개가 엽현을 향해 날아들었다.
콰콰콰쾅-!
하늘을 뒤흔드는 충격과 함께 그림자 하나가 뒤로 튕겨 나갔다.
다름 아닌 엽현이었다.
엽현이 밀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천엽과 면구의 여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엽현은 강하긴 해도 무적인 것은 아니었다.
전투 중인 두 선조를 제외하면, 장내에서 개인전으로 엽현을 이길 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때가 어느 때인데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본단 말인가?
지금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머릿수였다!
엽현은 빠르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검절 등은 이미 등천경 강자들에게 가로막혀 있는 상태.
등천경의 숫자는 여전히 상고천족 쪽이 더 많았다.
하지만 무인 개개인의 능력은 이쪽이 더 우세한 상황.
버티다 보면 엽현 측에도 기회가 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엽현이 이 여섯 명의 등천경 강자들을 묶어 놔야만 했다.
그리고 혼자서 등천경 여섯을 상대하는 것은 엽현으로서도 다소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이때, 천엽이 소리쳤다.
“죽여라!”
음성이 울려 퍼짐과 동시에, 육인의 등천경 강자가 엽현을 향해 돌진했다.
이를 본 순간, 엽현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찰나의 순간, 엽현이 혈맥지력을 개방함과 동시에 앞으로 달려 나갔다.
일대 육의 전투!
엽현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들의 발을 묶어 놓아야만 했다. 만약, 이 여섯 명의 등천경 강자가 전장에 투입된다면, 전세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기울고 말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여섯 명의 무인 또한 반드시 엽현을 막아야 할 의무가 있었다.
엽현의 무시무시한 살상력은 상고천족 무인의 입장에서는 재앙이나 다를 바 없었다.
양측 모두 반드시 상대를 막아야 할 이유가 분명했다.
전투가 시작되자, 선기를 잡은 것은 상고천족 쪽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엽현은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밀리기만 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발검정생사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꼽을 수 있었다. 발검정생사는 한 번 사용할 때마다 소모가 큰 데다, 어쩌다 검을 한 번 휘두를라치면 다른 무인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방해를 하니, 도무지 틈이 나질 않았다.
상고천족 강자들도 엽현의 발검정생사를 매우 경계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전투가 거듭될수록 천엽과 면구 여인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져 갔다.
여섯 강자의 합격이 엽현을 꽁꽁 틀어막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결국 죽일 순 없다는 걸 알아차렸던 것이다.
등천경 강자 여섯이 나서고도 엽현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심지어 혈맥지력을 발동한 후로, 엽현의 전투력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기까지 했다.
‘저건 도대체 무슨 괴물이란 말인가!’
천엽과 면구 여인은 호흡이 가빠져 왔다.
특히, 천엽은 뼛속 깊이 후회하고 있었다.
진즉 엽현에 대해 철저히 조사했어야만 했다.
엽현의 실력과 배후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지금 이 상황까지 올 이유가 없었다.
면구의 여인은 천엽을 향해 차가운 눈길을 보냈다.
“장하다! 아주 대단한 일을 해냈구나!”
면구 여인은 처음부터 다소 화가 난 상태였다.
상고천족이 이 전쟁을 일으켜서 얻는 이익이 있었던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설령,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하더라도,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하물며, 지금은 많은 수의 등천경 강자가 목숨을 잃었으니, 상고천족 입장에서는 엄청난 피해라 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피눈물을 흘릴만한 타격이었다.
만에 하나, 더 이상의 피해 없이 전쟁을 마친다 하더라도, 상고천족의 전력에 균열이 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아니, 심지어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였다.
왜냐하면 상고천계에는 이들 외에도 다른 강대 세력들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다수의 등천경 강자를 잃은 상고천족이 어찌 이들과 경쟁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이 전쟁은 승패를 떠나 상고천족에게 손해만 안겨 줄 뿐이었다.
여인은 한참 동안 천엽을 노려보더니,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화를 낸다고 해서 돌이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물론, 가주로서 아무런 이익도 없는 전쟁을 일으키고, 부족에 막대한 손해를 안긴 점은 질책을 받아야 마땅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시기가 아니었다.
지금 당장 가주를 갈아 치운다면 상고천족 무인들의 사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때, 엽현이 갑자기 큰 충격을 받고 뒤로 날아갔다. 그가 천 장 밖에 멈춰 선 순간, 시차원이 깃든 권인이 공간을 뚫고 갑자기 튀어 나왔다.
이에 엽현이 이를 악물면서 황급히 검을 휘둘렀다.
쉭-!
이 일검이 지나가자 시차원의 권인이 그대로 터져 나갔다. 하지만 이때, 또 다른 권인이 날아들었다.
엽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재빨리 검을 세웠다.
콰쾅-!
검광이 흩어지면서 엽현이 또다시 뒤로 밀려났다.
엽현이 날아가는 이 순간, 여섯 명의 등천경 강자가 일제히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번에야말로 엽현의 목숨을 끊어버리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이들은 모두 엽현의 기운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다.
만약, 이대로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전세가 역전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지금 죽여야 해!’
엽현은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드는 여섯 강자들을 보자 분을 이기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
“이 빌어먹을 놈들아! 비겁하게 떼로 덤비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보자! 한참 어린 무인을 상대로 너무한 거 아니냐!”
이때, 멀리서 구경하던 천엽이 차갑게 웃으며 대꾸했다.
“엽현, 억울해 하지 마라! 꼬우면 너도 사람을 부르면 될 거 아니냐!”
이 순간, 엽현이 잔상을 남기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여섯 무인의 공격은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겨우 탈출에 성공한 엽현은 임소와 언진경을 향해 소리쳤다.
“그대들도 불러낼 선조가 있지 않소?”
이에 임소와 언진경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물론, 이들 역시 선조를 부를 순 있었다.
하지만 선조 소환은 그들이 가진 가장 큰 패였다.
멸족의 위기가 아니라면 함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때, 엽현이 작심하고 소리쳤다.
“나중에 아버지께 말씀드려서 그대들에게 아버지의 분신 하나씩을 남기도록 하겠소!”
검주의 분신!
이 말을 듣자, 두 사람의 눈빛이 번뜩였다.
임소는 주저하지 않고 검은 부적 하나를 꺼내 하늘로 날렸다.
쾅-!
순간, 강대한 기운이 하늘로부터 진동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곁에 있던 언진경이 고서 하나를 꺼내 들더니, 의미를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순간, 고서 안에 있던 글자들이 책 밖으로 흘러나오더니, 허공에 하나의 형상으로 응집돼 갔다.
두 명의 선조!
천엽의 표정은 경악으로 가득 찼다.
한편, 엽현을 상대하던 여섯 명의 등천경 강자들은 원망 가득한 시선으로 천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때, 이들 중 노인 하나가 참지 못하고 천엽에게 소리쳤다.
“이 머저리 같은 놈아!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나 가지! 왜 자꾸 일을 키우는 거냐! 도대체 왜!”
“…….”
이때, 노인 곁에 있던 중년인이 조심스레 속삭였다.
“이봐, 그래도 저 사람이 우리 가주야.”
이에 노인이 머리를 쥐어짜며 포효했다.
“나도 알아! 그래서 더 미쳐버릴 거 같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