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759
1760화 대놓고 뻔뻔하네!
일검(一劍)!
전투는 단 일합 만에 끝이 났다.
지켜보던 무인들의 표정은 모두 굳어 있었다.
누가 이런 결과를 예상했을까?
원휴는 허무경이지만 등천경 강자를 살해할 만한 능력이 있었다.
그런 원휴를 엽현은 단 일검 만에 제압한 것이다!
무인들은 문득 엽현이 괴물처럼 보였다.
괴물!
이 젊은 검수에게 전혀 부족하지 않은 표현이었다.
이때, 엽현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고개를 들어 원구를 찾은 엽현은 가볍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원 족장, 영생원천을 주는 걸 잊지 마시오!”
원구는 말없이 엽현을 쳐다볼 뿐이었다.
그의 마음은 경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원휴의 실력은 원구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젊은 무인 중에 적수가 거의 없는 원구를 일검에 패퇴시키다니.
도대체 정체가 뭐란 말인가!
한편, 원휴는 반쯤 혼이 나간 상태였다.
조금 전 출수 할 당시 전력을 다한 것은 아니었다.
엽현의 실력이 어떤지 조금은 간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 엽현의 검이 단번에 자신을 쓰러뜨릴 줄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원휴는 갑자기 생각이 많아졌다.
조금 전 엽현의 공격이 최선을 다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대충 휘두른 것이었는지 가늠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패배한 지금, 궁색한 변명은 의미가 없었다.
원휴는 원구를 향해 시선을 돌리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족장, 졌습니다.”
이 순간, 원휴의 몸에 불길이 치솟았다.
약속대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것이었다.
원휴는 성계 영생원천이 원족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영생원천에 비하면 자신의 목숨은 아무것도 아니란 사실 또한.
바로 이때, 갑자기 나타난 원염이 원휴의 어깨를 툭 건드렸다.
쾅-!
순간, 맹렬히 타오르던 불길이 꺼지고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왔다.
“…무인에게 승패는 항상 있는 일이거늘, 한 번의 패배로 목숨을 끊을 것까지 있겠느냐?”
원휴가 원염을 쳐다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영생원천이…….”
“네 가치는 영생원천보다 훨씬 크다. 영생원천 열 개라 하더라도 너 하나만 못하다.”
원염이 원휴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순간, 원휴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때, 절벽 위의 원구가 두 사람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원염 말이 맞다. 영생원천 열 개라 하더라도 너와는 바꿀 수 없다. 싸움은 때때로 질 수도, 이길 수도 있는 것. 게다가 강자와의 비무에서 패한 것은 절대 나쁜 일이 아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알겠습니다.”
패배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 순간, 원휴는 자신 안에 가득 차 있던 뭔가가 비워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비워진 것은 그동안 그를 구성하고 있던 자존심, 오만함 등이었다.
무인에게 있어 ‘비워진 상태’는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다시 새로운 ‘좋은 것’을 채울 수 있는 상태가 됐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지금의 원휴는 새롭게 태어난 셈이었다.
내면이 강한 자는 실패를 두려워하는 법이 없다.
실패는 오직 그를 더 강하게 단련시킬 뿐!
이때, 원염이 멀찌감치 떨어진 엽현을 향해 소리쳤다.
“엽 공자!”
엽현이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그리고는 원염을 향해 환하게 웃어 보였다.
“승부에 불복하는 것이오?”
“…원휴의 패배는 인정하오. 하지만 원족에는 아직 나 원염이 남아 있소!”
엽현이 웃으며 손가락 두 개를 펼쳐 보였다.
“영생원천 두 개!”
영생원천 두 개!
순간, 무인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엽현은 원족의 나머지 영생원천도 털어 갈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이다!
이때, 원구 등의 표정이 심각하게 가라앉았다.
원염 역시 엽현이 판을 이렇게까지 크게 키울 줄은 예상하지 못한 바였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걸까?
원염이 무슨 말을 하려는 이때, 조용히 있던 원청이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나와 한번 붙어 봅시다!”
무인들이 일제히 원청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원청이 엽현을 향해 씩 웃어 보였다.
“영생원천 두 개를 걸고!”
이에 엽현이 미소로 화답했다.
“좋은 생각이오!”
이때, 원구가 원청 곁에 나타났다.
그러자 원청이 잠시 원구의 팔을 가볍게 붙들었다.
둘 사이에는 아무런 대화도 없었다. 하지만 원구의 눈빛이 돌연 움츠러들더니, 얼굴에 불신의 기색이 떠올랐다. 하지만 순식간에 정상으로 돌아왔다.
원구가 엽현을 향해 돌아서며 소리쳤다.
“원족은 제안을 받아들인다!”
제안을 받아들인다!
원구가 이 말을 한순간, 야족 무인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때, 원청이 엽현에게 말했다.
“엽 공자, 방금 전의 검술은 정말이지 대단했소. 한 번 더 보여 줄 수 있겠소?”
엽현이 가볍게 웃고는, 고개를 돌려 근심 어린 표정으로 있는 야원을 향해 미소를 보였다.
“야 족장 걱정 마시오. 지지 않을 테니!”
야원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소주를 믿습니다!”
엽현이 다시 원청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오시오!”
원청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순간, 천지가 갑자기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엽현은 검집을 단단히 쥔 채 전의를 불태웠다.
사실 몸이 근질근질했다. 그동안 무척이나 싸우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원하는 상대는 허무나 등천이 아닌 절진경의 강자였다.
그것도 거품이 전혀 없는 진정한 절진경!
평범한 절진경 강자는 엽현에게 어떤 위협도 되지 않았다.
진정한 절진경 강자라야만이 싸움에 의미가 있을 터였다.
하지만 엽현은 눈앞의 원청에 대해서 전혀 얕보지 않았다. 조금 전의 일검을 보고도 도전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방증일 테니.
물론, 겁이 나진 않았다.
젊은 무인 중 엽현이 두려워할 상대는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
덤비는 자는 무조건 받아 준다!
엽현은 호쾌한 웃음과 함께 검을 쥐고서 천천히 원청을 향해 나아갔다.
순간, 엄청난 검세가 장내에 휘몰아쳤다.
쾅-!
이 순간, 협곡 전체가 마치 큰 파도가 치듯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보자 장내에 모인 무인들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이토록 강력한 검세라니!
엽현의 검세 안에는 또 다른 기운이 깃들어 있었다.
일검정생사(一劍定生死)!
청아의 일검정생사는 엽현의 검세에 가장 근간이 되는 요소였다.
검을 뽑으면 반드시 상대를 죽인다!
살세(殺勢)!
청아의 일검정생사만이 가지고 있는 검세는 다름 아닌 살세였다.
지금 이 순간, 엽현은 원청을 응시하며 단 한 가지 생각만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었다.
일검살(一劍殺)!
단 일검에 끝낸다.
그 이상은 없다!
엽현의 자신감이 커질수록 검세는 더욱더 맹렬하게 휘몰아쳤다.
많은 등천경 강자들이 검세를 견디지 못해 뒷걸음질 쳤고, 일부 절진경 강자들 또한 힘겨운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엽현의 검세는 끝을 모르고 강성해졌다.
원구는 이 장면을 바라보며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엽현을 앞에 둔 원청은 마치 폭우가 쏟아지는 바다 한복판에 떠 있는 작은 배처럼 여겨졌다. 엽현의 살세는 그만큼 무서웠다.
한편, 원청의 얼굴에선 예전의 여유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눈빛은 무겁게 내려앉은 상태.
이때, 엽현이 걸음을 빨리했다. 일순, 천지를 잠식하고 있던 검세가 순식간에 엽현의 체내로 빨려 들어가면서, 엽현 손에 있던 검이 요란하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 문득, 날카로운 검명이 구름을 뚫고 높이 솟구친다.
엽현이 검을 뽑으려는 바로 이 순간, 갑자기 그림자 하나가 엽현 앞을 막아섰다.
다름 아닌 소족 족장, 소림이었다.
“젊은이, 비무를 다른 날로 미룰 수 없겠나?”
소림의 말에 엽현이 웃음을 터트렸다.
“좋소! 하지만 내 검은 이미 멈출 수가 없소!”
말을 뱉은 순간, 엽현이 맹렬히 검을 뽑아 휘둘렀다.
일검정생사(一劍定生死)!
순간, 발검술이 제외된 일검정생사가 펼쳐졌다.
엽현이 출수하자 소림의 눈빛이 움츠러들었다.
피하기는 이미 늦은 상황.
소림은 어쩔 수 없이 정면으로 일권을 내질렀다.
콰쾅-!
두 사람 사이에서 검광이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 다음 장면에서 소림은 힘없이 뒤로 튕겨 날아갔다. 무려 천 장 가까이 날아 지면에 도착한 그는 오른팔이 어딘가로 사라진 상태였다.
뿐만 아니라, 몸 전체가 금방이라도 소멸할 듯 투명해져 있었다.
일검에 육신을 거의 파괴할 뻔한 것이다!
장내 무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 남자가 누군가?
소림!
원계를 대표하는 세 명의 초고수 중 일인 아닌가!
원구는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엽현이 펼친 검의 위력은 그의 상상을 크게 뛰어넘은 것이었다!
원구뿐 아니라, 야원을 포함한 야족도 표정 관리를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겨우 약관에 불과한 검수가 이런 위력을 내다니.
이게 정녕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하지만 이 중에서도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당사자인 소림이었다. 그는 비술을 사용해서 겨우 육신을 지탱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상은 피할 길이 없었다.
조금 전의 일검은 육신은커녕, 자칫 영혼마저 파괴할 정도로 강력했다.
물론 의식만 남은 상태로도 계속해서 살아갈 순 있지만, 영혼이 사라진다는 것은 무인에게는 엄청난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
소림이 엽현을 막은 것은 대국을 위해서였다.
이 싸움은 엽현이 이기든, 원청이 이기든 득 될 것이 전혀 없었다.
당초 세 부족이 한데 모인 이유가 무엇이었던가?
요수족을 몰아내기 위함이었다.
그렇다면 요수족을 몰아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영생원천을 지키기 위함이다.
그런데 엽현과 원청 중 한쪽이 패배해서 영생원천을 잃게 되는 상황이 온다면?
영생원천을 잃은 쪽은 싸워야 할 이유를 잃고 말 것이다.
설령 승부가 나더라도, 패배한 쪽에서 영생원천을 순순히 내주지 않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그땐 서로 간의 갈등이 조장 되면서 내부로부터 분열이 일 것이 분명하다.
이 때문에 엽현을 막아야 했던 것이다.
문제는 엽현의 검이 자신의 목숨을 위협할 정도로 강할 줄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점이지만.
“소 족장, 괜찮으시오?”
소림은 태연하게 자신을 걱정하는 엽현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널, 과소평가했구나.”
과소평가!
모든 무인이 엽현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이곳에 있는 모두가 엽현의 실력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아니, 제대로 본 사람이 단 한 사람 있긴 했다.
다름 아닌 야화였다.
야화는 처음부터 엽현을 믿었고, 그가 다칠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엽현이 전력을 다하는 일이 생겨, 천산장성이 무너질까 염려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다행히도 엽현은 전력을 다하진 않았다.
이때, 야화가 엽현을 향해 물었다.
“소주, 방금 전에는 몇 성의 공력을 사용한 것입니까?”
엽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오 성 정도요.”
오 성!
이 말에 무인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소림의 표정에도 기이한 기색이 흘렀다.
오 성의 공력!
방금 그 일격이 겨우 오 성의 위력이었단 말인가!
그렇다면 만약 전력을 다했더라면…….
소림는 순간, 등줄기가 서늘해짐을 느꼈다.
엽현이 검을 거두고 돌아서려는 이때, 아직 제 자리에 서 있던 원청이 물었다.
“엽 공자, 방금 전 그 검기는 무엇이었소?”
엽현이 걸음을 멈추고 원청을 향해 돌아선 후, 웃으며 대답했다.
“일검정생사!”
“일검정생사…….”
원청이 작게 중얼거렸다.
“일검에 생사를 가른다라… 대단한 검기였소.”
“내가 창안한 검법이 마음에 드시오?”
내가 창안한 검법!?
순간, 원청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이때, 엽현 안에 있던 작은탑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또 거짓말치네! 이건 천명이 만든 거잖아!]엽현이 속으로 대꾸했다.
[거짓말이라니? 청아는 내 사람이니까, 청아의 검기는 내 거나 마찬가지지. 안 그래?] […대놓고 뻔뻔하게 나오니까 정말이지 할 말이 없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