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76
176화 천계검이 나타났다
‘최상급 영석 이천오백만 개라고!?’
엽현은 거의 정신을 잃을 뻔했다.
그가 초국과 월국에서 가져온 최상급 영석을 다 합쳐도 이백만 개가 조금 넘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뭐? 이천오백만 개라고?
이건 엽현이 몸뚱이를 팔아도 마련 못 하는 큰돈인 것이다.
오 루주가 엽현의 생각을 알고 있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그대가 알지 모르겠지만, 진계(真階)급 영기는 청주뿐만 아니라 중토신주에서도 엄청나게 희귀한 물건이네. 특히 검수가 쓰는 진계 영기라면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값이 매겨지지.”
엽현이 손을 휘휘 저었다.
“저는 그런 큰돈이 없습니다!”
“하하, 나도 알고 있네.”
“그런데 루주께서는 어찌 그 물건을 가져오셨습니까……?”
엽현은 약간 어이가 없었다. 그럼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왜 이런 물건을 가져온 것일까?
오 루주가 말없이 웃고만 있자 이내 엽현이 그 의도를 알아차렸다.
“혹시 다른 방법이 있습니까?”
오 루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굳이 한 번에 모든 비용을 치를 필요 없네. 돈이 부족하다면 조금씩 분할에서 내는 방법도 있으니 말이네.”
‘분할납부라고?’
엽현의 눈이 반짝였다.
“정말 그래도 되는 겁니까”?
“다른 사람은 안 되지만, 내 특별히 그대를 해서 그리 해 줄 수 있네. 만약 이 물건이 필요하다면 매월 최소 최상급 영석 이십오만 개씩 이상을 내면 된다네. 그렇게 해서 삼 년 이내에 취선루에 총 이천오백만 개를 완납해야 하네. 사정이 좋은 달에는 매월 지급액을 늘리면 되는 거라네. 이 정도가 우리 취선루에서 제안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조건일세.”
‘삼 년이라고?’
엽현이 곰곰이 생각해 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오 루주가 검갑을 엽현 앞에 놓았다.
“이름은 ‘장봉(藏锋)’이라 하네. 이 검갑이 있음으로 해서 그대의 어검술의 위력은 삼할 이상 강해질 걸세. 그렇게 된다면 중토신주의 몇몇 천재들을 제외한 만법경 이하의 무인들 중에 자네의 일 검을 받아낼 자는 존재하지 않을 걸세!”
‘만법경 이하에서 최강이라고?’
엽현은 조심스럽게 검집을 들어 올렸다. 얼음처럼 차가운 검신에는 황금색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엽현이 가볍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러자 상자 안에 있던 다섯 자루의 검이 공중에 둥실 떠오르더니, 그중 한 자루가 검갑 안으로 들어왔다.
순간 엽현이 손가락으로 방문 밖을 가리켰다.
쉬익-!
다섯 자루의 검이 오십 장 밖에 떨어져 있던 커다란 나무에 질서정연하게 박혔다!
순간 엽현의 표정에 동요가 일었다. 오 루주의 말대로 검의 속도가 예전에 비해 삼 할 이상 빨라진 것이었다. 과연 이 정도 속도라면 만법경과 몇몇 최절정 무인들을 제외하면 상대는 반응도 하기 전에 목이 날아갈 것이다.
엽현이 가볍게 손 안의 검갑을 쓰다듬었다. 확실히 쉽게 구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단지 조금 비싼 것이 흠이었지만.
엽현에게서 먼저 영석 이십오만 개를 받은 오 루주는 오래 머물지 않고 창란학원을 떠났다.
엽현은 검갑을 들고 한적한 대나무 숲으로 들어왔다. 빽빽이 솟아 있는 대나무들 사이에서 엽현은 고요함 속에 자신을 묻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숲속으로 바람이 불어오고, 바람에 맞은 죽엽들이 팔랑거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바로 그때, 엽현의 손이 가볍게 움직였다.
쉬쉬쉬쉬쉬쉬쉿-!
찰나의 순간, 일곱 개의 검광이 마치 봄날의 나비와 같이 숲 사이를 유유히 헤엄치더니 일곱 개의 검으로 변해 엽현의 곁으로 돌아왔다.
각각의 검신에는 몇 장씩의 나뭇잎이 달려 있었다.
이때, 공중에서 한 장의 대나무 잎이 천천히 떨어져 내려왔다.
그와 동시에 엽현이 몸을 돌려 숲을 떠났다.
여전히 공중에 머무르고 있던 대나무 잎이 막 지면에 떨어지려는 순간, 한 자루의 검이 나뭇잎을 꿰뚫고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한편, 엽현은 한동안 미친 듯이 수련하는 것 외에도, 창란학원 재건 사업에도 신경을 썼다.
현재 창란학원은 명실상부 강국 제일의 세력이었다. 그들의 재정은 강국 황실의 일 년 치 세수를 압도할 정도로 엄청난 성장을 이룬 상태였다.
이렇게 창란학원이 고속 발전을 하고 있을 때, 청주에서는 큰 사건이 터졌다.
* * *
청주 최남단, 어느 인적 드문 황무지. 어느 날 한 줄기의 검광이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검광이 구름을 통과하는 순간, 주변 수백 리 하늘의 구름층이 모두 파괴되었다. 검광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았다.
이 사건으로 청주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순식간에 청주 남쪽에서 천계(天階) 영기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온 청주에 퍼진 것이다. 게다가 이 영기는 바로 검이었다.
그것도 천계검이었다.
진계(真階) 영기만 해도 청주에서 극히 보기 드문 것인데, 그보다 상위인 천계검이 나타난 것이다. 이는 중토신주에서도 희소한 것이었다.
이로 인해 현재 청주는 온통 이 검에 대한 이야기뿐이었으며,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앞다퉈 청주 남쪽을 향했다. 심지어 창란학원과 중토신주에서도 사람을 급파했다.
천계급 영기는 누구라도 탐낼만한 것이었다.
한편, 창란전 내.
찻잔을 내려놓은 엽현이 운을 뗐다.
“청주 남쪽에 나타난 검에 대해서 들었지?”
곁에 있던 묵운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뭔가 좀 수상해…….”
“뭐가?”
“몰라, 그냥 느낌이 그래.”
“모르면 그냥 가만히 있어.”
“…….”
이때, 한쪽에서 육구가가 입을 열었다.
“나도 그런 느낌이 들어. 이 일은 어쩌면 창목학원 등이 꾸민 계략일지도 몰라.”
그 말을 들은 엽현 등이 육구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육구가가 옅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청주에서 천계 영기가 나타난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 설령 진짜라고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요란스럽게 나타난 것이 조금 수상해. 마치 누굴 유인하려는 듯이 말이지. 이 일은 누군가 고의로 꾸민 짓이라는 생각이 들어!”
순간 묵운기 등이 엽현의 얼굴을 쳐다봤다.
만약 육구가의 추측이 옳다면 이는 틀림없이 엽현을 노린 것이다.
“그래서, 저들이 나를 혼자 불러내려고 꾸민 짓이란 말인가?”
엽현의 말에 육구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가능성이 높지. 저들이 너를 위해 특별히 준비해 놓은 판이라고 봐야 옳을 거야.”
“흠… 그렇다면 저들이 무슨 근거로 내가 그리로 갈 거라고 생각한 거지?”
“내 예상대로라면 그 검은 진짜야. 검수인 네가 저 검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으리라고 판단한 거겠지. 일종의 도박이라고 볼 수 있을까…….”
“하하! 그럼 그 도박은 성공하지 못하겠군!”
천계의 검, 마음이 동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함정인걸 알면서도 제 발로 걸어 들어갈 정도로 엽현은 어리석지 않았다.
“왜 안가?”
육구가의 목소리에 모두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건 함정이기도 하지만 일종의 기회가 될 수도 있어. 게다가 너는 저들의 도발을 피할 수도 없어. 왜냐하면 이미 창란학원은 많은 사업과 사람들에 연루되어 있거든. 네가 이번 한 번 피한다고 해서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지!”
가만히 듣고 있던 검초초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육 소저의 말이 맞소. 이번 검을 피한다고 해도 반드시 다음 검이 날아올 것이오. 그대와 저들의 원한은 결코 쉽게 풀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강구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지만 엽현의 실력을 알고 있는 저들이 보통 준비를 하진 않았을 텐데, 그런 곳에 경솔히 갔다가 만약…….”
육구가가 웃으며 말했다.
“무엇을 두려워하십니까?”
모두의 시선이 또다시 육구가에게로 쏠렸다. 이 여인은 나이에 맞지 않게 침착하기 그지없었다.
“저들이 판을 짰으니, 우리도 거기에 맞춰 반격을 하면 될 것입니다.”
“어떻게?”
강구의 말에 육구가가 찻잔을 내려놓고는 엽현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이목이 엽 원장의 손에 죽은 것이 불과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저들은 섣불리 만법경이나 어법경 강자를 내지 못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중토신주 등에서 다른 무인들을 끌어들여 차도살인(借刀殺人)을 펼치는 것. 둘째, 진법이나 결계를 설치해 놓고 엽 원장이 힘을 쓰지 못하는 틈을 타 공격하는 것.”
“세 번째는?”
강구가 재촉하듯 물자 육구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 번째는 바로 검으로 하여금 엽 원장을 죽이게 하는 것!”
순간 엽현이 눈을 치켜떴다.
“검이 날 죽이도록 한다고? 그게 가능한가?”
“가능하오!”
대답한 사람은 검초초였다.
“천계급 검 정도면 이미 천지조화를 몸에 입은 영지(灵智)를 갖춘 존재요. 소위 검령(劍靈)이라는 것이지. 만약 검이 가짜로 그대를 주인으로 섬기는 척하다가 불시에 습격하면 그대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소.”
‘천계검이라….’
엽현의 안색이 일순간 어둡게 변했다.
그의 영수검은 현재로서는 천계 급의 검을 흡수할 수 없었다. 만약 시도해 본다 하더라도 천계검이 영수검을 공격하기라도 한다면 막을 길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천계 검을 흡수할 필요는 없었다. 힘으로 제압해 버리면 될 일이다.
진계검 한 자루의 거치는 황금 수억 냥에 달한다. 그렇다면 천계검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모르긴 몰라도 천문학적 액수일 것은 분명했다.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면 거짓이리라. 그러나 상대 역시 이런 보물을 내어놓으면서 아무 장치도 하지 않았을 리가 만무했다.
이때 육구가가 말했다.
“앞서 말했듯이 이건 기회가 될 수 있다. 만약 네가 도전에 성공한다면 천계 검을 얻는 것은 물론이고, 창란학원 학생들과 도병이 훈련할 시간을 벌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육구가가 엽현의 눈을 마주쳤다.
“혹여 만법경 강자가 나선다고 해도 네 실력과 네게 있는 열두 금인의 힘으로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만법경 이하의 중토신주 무인이 나선다면 결코 널 죽일 수 없을 것이고.”
강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래도 위험한 건 마찬가지야.”
육구가가 계속 말을 하려는 차에 엽현이 웃으며 말했다.
“육 국사, 한 가지 질문이 있는데….”
육구가가 자신을 바라보자 엽현이 웃었다.
“우리가 언제까지 저들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녀야 하는 거지?”
육구가가 엽현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웃음을 머금고 고개를 저었다.
“모두 내 탓이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그 반대의 상황을 연출할 수도 있지.”
“지금 무슨 말들을 하는 거야?”
가만있던 묵운기가 잘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물었다.
이에 육구가가 웃으며 대답했다.
“책 좀 읽어.”
묵운기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
“지금 이거 날 바보 취급 하는 거 맞지?”
이때 그의 곁에 있던 백택이 묵운기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운기, 가만있으면 중간은 가는 거야. 날 좀 봐, 한 마디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으니까 내가 바본 줄 모르잖아!”
“…….”
강구 등의 황당한 표정을 하자 백택이 어리둥절해 하며 되물었다.
“왜? 내 말이 틀렸어?”
이에 모두가 말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자 묵운기가 동정의 눈빛을 보내며 백택의 어깨를 토닥였다.
“…….”
잠시 후, 땅거미가 바닥에 내려앉자, 엽현이 창란학원을 떠나 어딘가로 향했다.
그 순간, 밤하늘의 구름이 사방으로 빠르게 퍼졌다.
* * *
대운경, 창목학원.
호연전 앞에 나와 있는 막청현이 현판에 박힌 녹색 엽검(葉劍)을 응시하고 있다.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그의 뒤편으로 한 흑의인 한 명이 나타났다.
“원장, 엽현이 창란학원을 떠났습니다. 방향으로 볼 때 청주 남부로 간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그 후의 행적이 묘연합니다. 아무래도 놈을 놓친 것 같습니다.”
막청현이 천천히 눈을 감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검주의 뒤를 밟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걱정하지 마라. 어차피 놈의 목적지는 천계 검이 있는 곳이다. 그럼 슬슬 시작하자꾸나. 대운제국과 암계에 기별을 넣어라!”
엽현이 남부로 향했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청주 전역에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의 목표는 천계검일 것이 분명했다.
이제 청주 각지에서는 과연 엽현이 검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로 의견이 분분했다.
그렇게 모두가 엽현의 행선지를 청주 남부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검갑을 등에 맨 한 흑포인이 조용히 대운경 안으로 들어섰다.
귀신도 모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