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761
1762화 그냥 좋습니다
사실 엽현은 자신이 일검에 우주를 멸망시킬 정도는 아니라는 걸 설명하고 싶었다.
자신이 청아도 아닌데 그럴 순 없는 법이었다.
하지만 야화는 이미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을 게 분명했다.
이 점이 엽현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이때, 야화가 말했다.
“소주, 제가 듣기로 요수족을 일통한 그 사람은 정말로 대단하다고 합니다. 소주의 실력을 의심하는 바는 아니지만, 조금은 주의를 기울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겠소!”
“그럼 수련에 방해하지 않도록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그러시오, 야화 소저.”
이 대화를 끝으로 야화는 퇴장했다.
이때, 작은탑이 문득 말을 걸어왔다.
“소주, 주인을 따르는 세력 중, 신묘보다도 더 강한 자들이 있어. 누군지 알아?”
“신묘보다 강하다고? 너는 알아?”
“히히, 당연하지!”
순간, 엽현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 그게 누군데?”
“하하하! 안 가르쳐 주지!”
“…….”
밝았던 엽현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젠장, 저걸 어떻게 팔아넘기든가 해야지…….’
엽현은 더는 신경 쓰지 않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쾅-!
이 순간, 강대한 검세가 엽현의 전신으로부터 휘몰아쳐 나왔다.
엽현은 조금 전 원청과의 대결에서 한 가지 깨달은 바가 있었다.
일검정생사(一劍定生死)!
그는 이제까지 청아의 검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왔다는 것을 발견했다.
일검정생사란 무엇을 뜻하는가?
간단히 말해 일검에 상대의 생사를 결정한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렇게 이해하는 것은 결코 틀린 게 아니었다.
하지만 해석이 그렇다고 해서 정말로 검만 휘둘러도 상대가 죽어 나가는 꿈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세(勢)!
이 초식의 핵심은 다름 아닌 세에 있었다.
그것도 단순한 검세가 아닌 살세(殺勢)였다.
지금까지는 청아의 이 초식이 검세에 관한 것이라 여겼지만, 실제로는 살세가 핵심이었다.
검에는 크게 살검(殺劍)과 활검(活劍)이 있다.
아마도 일검정생사는 오직 상대를 죽이기 위한 목적으로만 만들어졌을 것이다.
아니, 청아가 휘두르는 모든 초식은 살검이었다.
어쨌든, 일검정생사가 살세를 중시하는 초식인 만큼, 살세를 더할수록 위력은 강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살세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살심(殺心)과 살념(殺念)이다.
원청을 앞에 두고 검을 휘둘렀던 그 순간, 엽현의 살념은 더없이 강했다. 바로 이 때문에 일검정생사의 위력이 그토록 강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단지, 살세가 가미 되었을 뿐인데 등천경 강자는 감히 막을 엄두도 내지 못할 강력한 초식으로 변모했던 것이다.
엽현은 문득, 여기에 풍마혈맥을 더하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졌다.
생각과 실행은 동시에 이뤄졌다.
쾅-!
한 순간, 엽현의 전신이 피를 뒤집어 쓴 것처럼 붉게 변했다.
엽현이 한 발 내딛자, 강대한 살세가 손 안의 검으로부터 휘몰아쳐 나갔다.
콰쾅-!
엽현 주변의 강화된 공간이 조금씩 소멸되기 시작했다.
엽현은 검을 잡은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그러자 살세가 더욱 강력해지더니, 주변의 공간이 미친 듯이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이때, 장내에 야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소, 소주…….”
엽현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휙 돌아섰다. 이때, 그의 눈은 온통 붉게 번뜩이고 있었다.
야원은 엽현의 눈을 통해 이제껏 느껴보지 못했던 강대한 살의와 살세를 경험했다.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강렬한 기운이었다.
이때, 휘몰아치던 살세가 갑자기 잠잠해지고, 엽현의 모습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잠시 후, 엽현이 스르르 눈을 뜨고서 손안의 검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더할 나위 없이 무거웠다.
조금 전 상황에서 그는 한 가지 문제를 발견한 상태였다. 일검정생사에 살의를 더했을 때, 마치 풍마혈맥에 잠식된 것처럼 이성이 희미해진다는 사실이었다.
엽현은 문득 예전의 청아는 좋은 사람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검정생사는 살인을 위한 검이었다.
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살념과 살심을 주입해야 하는데, 이 부작용이 보통이 아니었던 것이다.
“소탑, 예전에 청아는 어떤 사람이었어?”
작은탑은 말이 없었다.
이에 엽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왜 말이 없어?”
“…아무리 나라고 해도 함부로 천명에 대해 말할 수 없어.”
“그냥 말해. 내가 지켜 줄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작은탑이 낮게 한숨을 쉬며 말을 꺼냈다.
“천명은… 한마디로 말해 반인륜적, 아니, 반우주적이라 할 수 있어. 그녀에게서 받은 개인적인 느낌은 생명을 아주 하찮게 여긴다는 거야. 물론 너는 아니지. 너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웃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아. 심지어 주인조차 그녀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 노력해야만 했지.”
“어째서?”
“…일단 수틀리면 우주를 멸망시켜버릴 수도 있거든.”
“…….”
“어쨌든 그녀는 주인 너를 대할 땐 평범한 사람의 모습이지만, 다른 사람 앞에서는 잔혹한 신으로 비쳐지지. 아니, 어쩌면 신보다 두려운 존재일지도…….”
신보다 두려운 존재!
엽현은 옅은 미소를 띠며 청아를 떠올렸다.
지금쯤 어디를 지나고 있을까?
엽현은 문득 이번 일이 마무리되는 대로 청아를 찾아가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때,
“소주?”
야원의 음성에 엽현이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미안하오, 시끄럽게 했구려.”
“하하… 제가 소주의 실력을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다른 수련장으로 모셔다드리겠습니다.”
“그거 좋은 생각이군.”
야원은 엽현을 데리고 어느 고요한 성역에 도착했다.
주변에는 죽은 별만 둥둥 떠다닐 뿐, 생명의 기척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소주, 이곳이라면 마음 편히 수련하셔도 될 겁니다.”
“음, 나도 이곳이 마음에 드오.”
“그럼 이만 물러갈 테니, 필요하신 것이 있으면 불러만 주십시오!”
야원은 가볍게 포권을 취한 후, 자리를 떠나갔다.
엽현은 그렇게 죽어버린 우주 한가운데 홀로 남겨졌다.
주변을 확인한 엽현은 가볍게 한 발을 내딛었다. 순간, 그의 몸 안에서 풍마혈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의 입가에 흉악한 미소가 떠오른 이때, 검이 검집을 빠져나왔다.
검 끝에 피처럼 붉은 검광이 응집된 순간.
쾅-!
고요했던 성공이 크게 요동치면서 조금씩 소멸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그 어떤 예외도 허용되지 않았다.
엽현은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그는 그렇게 주변의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황홀해지는 순간이었다.
일검에 모든 것이 파괴되다니…….
엽현은 자신이 마치 신이 된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이때, 엽현은 또 다른 사실을 발견했다.
청아의 일검정생사는 한 사람의 생사를 결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의 세계, 나아가 우주 전체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엽현은 청아의 강함이 마치 이 거대한 우주처럼 끝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엽현은 문득 청아가 두려워졌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금까지는 아무렇지 않았지만, 그녀의 강함을 실감한 후로 두려운 마음이 생겼다.
청아의 검도는 어떤 면에서는 이 우주보다 더 거대한 것이었다!
엽현은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청아를 따라잡으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물론 좌절할 필요는 없었다.
청아가 강할수록 오빠인 자신도 덕을 보는 것이니까.
어쨌든 남매는 하나가 아닌가!
“하하하!”
엽현은 괜히 기분이 좋아져,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엽현은 본격적으로 일검정생사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그의 일검정생사는 점점 질적인 변화를 보였다.
이미 그는 발검술 없이 일검정생사만으로 등천경 강자를 죽일 수 있었고, 절진경 강자에게는 큰 타격을 줄 수 있었다.
발검술까지 가미한다면 그 위력은 일검정생사만 사용했을 때보다 두 배 이상 올라갔다.
최후의 수단으로 혈맥지력을 동원한다면, 그때는 엽현조차 상상하기 어려운 위력이 발생할 것이 분명했다.
* * *
야족의 대전 안.
대전 안에 모여 있는 무인들의 입가엔 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조금 전, 원족이 영생원천을 보내 왔기 때문이었다.
이로서 야족이 보유한 영생원천의 수는 넷!
이는 하늘이 내린 선물이나 다름없었다.
이때, 야원이 입을 열었다.
“이 영생원천은 소주께 선물할 것이다.”
순간, 웅성거림이 사라지고 시선이 야원에게 쏠렸다.
선물?
영생원천을?
이때, 장로 중 한 명이 나섰다.
“족장, 하지만 그건 영생원천입니다!”
“나도 알고 있다!”
야원이 근엄한 표정으로 무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가 이 영생원천을 얻은 것은 누구 때문일까?”
“…….”
“이건 소주가 직접 쟁취한 것이다. 물론, 나 역시도 아쉽다. 하지만 우리가 영생원천을 하나 더 갖는 게 정말 좋은 일이라 생각하는가?”
“…….”
야원은 침묵하는 무인들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비록 약속을 지킨 것이긴 하지만, 원족 내부의 많은 무인들은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야 요수족 때문에 함부로 나서지 못하겠지만, 전쟁이 끝나면 그때도 원족이 가만히 있을까? 게다가, 요수족이 노리는 건 영생원천인 만큼 우리 야족이 가장 큰 표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야원은 차를 한 모금 들이킨 후, 다소 진정된 음성으로 말을 이어갔다.
“우리가 갖기엔 과분한 물건이다. 기왕 꿀꺽할 수 없는 물건이라면, 소주에게 선물해 호의를 사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대전엔 침묵이 맴돌았다.
당연히 아쉬웠다.
다른 것도 아니고 영생원천을 내놓는다는데 아쉽지 않을 순 없었다.
“아직도 아깝다는 생각을 하는 건가?”
이때, 야원 곁에 서 있던 장로 하나가 발언했다.
“소주에게 보내는 것이 옳다고 사료 됩니다.”
무인들의 시선이 장로에게로 향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소주는 평범한 무인이 아닙니다. 영생원천을 통해 좋은 인연을 만들어 놓는다면, 우리 야족으로서는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닐 것입니다.”
다른 장로들은 여전히 주저하는 표정이었다.
이를 본 야원이 웃으며 야화를 쳐다보았다.
“야화, 너는 어찌 생각하느냐?”
야화가 눈알을 떼구르르 굴리며 대답했다.
“전 좋은 것 같아요! 다른 거 다 필요 없이, 전 그냥 이 사람이 좋아요!”
이 말을 들은 순간, 무인들의 표정이 멍해졌다.
이때, 야원이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다른 무인들 그제야 야원이 뭘 의도하는지 정확히 알아차렸다.
잠시 후, 야원이 웃음기 띤 얼굴로 무인들을 돌아보았다.
“내가 왜 이러는지 알겠지?”
“확실히 알겠습니다!”
장로 하나가 외치자, 나머지 무인들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영생원천을 내 주고 엽현을 야족 사람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호박이 넝쿨째 들어온 것이 아니겠는가!
모두가 만족스러워하는 이 순간, 야화만은 영문도 모른 채 고개를 갸우뚱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