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766
1767화 그녀의 의지
청아!
엽현은 어리둥절했다.
갑자기 청아가 왜 여기 나타난단 말인가!
예상치 못한 재회에 엽현은 오히려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청아! 여긴 어떻게 온 거야?”
어느새 엽현 앞으로 다가온 청아가 엽현의 뺨을 쓰다듬었다.
“보고 싶어서.”
보고 싶어서?
엽현은 마음이 따듯해져, 청아의 손을 덥석 잡았다.
“나도 보고 싶었어! 근데 어디 있는지 찾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
청아는 엽현의 손을 마주 잡았다.
엽현을 잠시 훑어본 그녀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많이 발전했네.”
“물론이지! 이제 절진경 강자 정도는 쉽게 처리할 수 있어!”
“절진경?”
청아가 당황한 듯 눈을 깜빡였다.
“청아, 혹시 절진경이라는 경지가 있다는 건 알아?”
엽현이 의구심을 표하자 청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그럼 절진경이 얼마나 강한지도 알겠네?”
“…….”
청아가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는 이때, 미고가 경계심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청아에게 소리쳤다.
“시주는 누구시오?”
신묘의 절정 급 고수답게, 미고는 눈앞의 여인이 강하다는 걸 인식한 상태였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는 상대의 기운을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미고의 눈빛이 무거운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청아는 미고를 안중에도 두지 않은 채 엽현의 손을 잡고 말을 이어갔다.
“오빠, 있잖아…….”
이때, 미고가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소리쳤다.
“감히 본승을 무시하다니, 감히…….”
순간, 청아의 소매가 가볍게 펄럭였다.
푸확-!
미고가 채 말을 끝내지도 못한 이때, 한 줄기 검광이 미고의 이마를 관통했다.
이 모습을 보자, 무인들은 단체로 잠시 넋을 잃었다.
임해와 여목의 표정 또한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어갔다.
청아는 바다처럼 평온한 눈으로 미고를 바라보았다.
“너는 너무 약해서 무시 받을 자격조차 되지 않는구나.”
무시 받을 자격조차 되지 않는다!
“그, 그대는 도대체 누구요?”
미고가 청아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물었다.
이에 청아가 손가락으로 엽현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이 사람 동생이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
“…….”
이때, 여목이 놀란 음성으로 소리쳤다.
“그대가… 일검정생사를 만든 사람인가?”
청아가 여목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그대에게 한 수 가르침을 받고 싶소.”
여목이 진지하게 말했다.
그러자 청아가 여목을 아래로 내려다보며 대답했다.
“너 같은 쓰레기가… 그럴 자격이 된다고 생각하나?”
“그럼 시작하겠소!”
말을 마치기 무섭게, 여목의 몸 주위로 강대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녀의 기운은 이미 절진경을 뛰어넘은 상태였다.
이를 느낀 무인들은 놀란 표정으로 일제히 여목을 쳐다보았다.
이렇게 젊은 나이에 절진경을 돌파하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는 순간이었다.
바로 이때, 청아가 가볍게 한 걸음을 내딛었다. 순간, 한 줄기 검광이 번뜩이는가 싶더니, 아무도 반응하지 못하는 사이 검광이 여목의 미간을 관통했다.
순간, 모든 무인들이 돌처럼 자리에 굳었다.
여목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스스로가 상대의 일검조차 받아내지 못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청아는 시시하다는 눈빛으로 여목을 응시하고 있었다.
“천재? 본녀 앞에선 천재란 존재하지 않는다. 죄다 쓰레기일 뿐이지.”
청아가 문득 엽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오빠도 마찬가지야.”
“…….”
이때, 여목이 청아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어째서! 그대 같은 강자가 있다는 걸 들어보지 못한 거지?”
이에 청아가 다시 여목에게로 시선을 고정시키며 대답했다.
“네가 약하니까.”
“…광오하군! 그대는 하늘 위에 또 하늘이 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나?”
이 말을 듣자, 청아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어느덧 여목 앞에 멈춰 선 그녀는 여목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천외천? 미안하지만 내 위에는 아무도 없다. 사람도, 하늘도.”
문득, 청아의 얼굴 전체에 깔보는 듯한 기색이 드러났다.
“세상의 모든 하늘이 한데 모이면, 내 검을 한 번이라도 막아낼 수 있을까?”
“흥! 이 광활한 우주에서 누가 감히 무적을 논한단 말이오? 설렁 지금은 그럴지 몰라도, 미래에도 무적이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소!”
이때, 청아가 갑자기 여목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더니 말했다.
“사람을 불러라.”
“…….”
“어서!”
청아가 윽박지른 이때, 여목 뒤편의 공간에 균열이 일더니, 강대한 기운이 휘몰아쳐 나왔다.
이윽고 모두의 시선이 모아진 가운데, 중년 남자 하나가 공간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중년인은 소매가 넓은 장포를 걸치고 있었는데, 동물 가죽으로 지은 듯한 장포의 가슴 부분에는 한 마리 검은 용이 수놓아져 있었다.
중년인이 등장하자, 요왕과 수왕이 깜짝 놀라 황급히 예를 차렸다.
“수요신(獸妖神)을 뵙습니다!”
수요신!
이 말을 들은 순간, 장내의 모든 무인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눈앞의 중년인은 다름 아닌 요족과 수족을 일통한 전설적인 인물이었던 것이다!
상대의 신분을 확인한 순간, 요수들이 하늘을 향해 포효하기 시작했다.
“수요신!”
“수요신!”
한 순간, 수요신의 이름이 천둥처럼 하늘 전체에 울려 퍼졌다.
“시끄러워…….”
청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가볍게 손을 저었다.
순간,
쉭-!
한 줄기 검광이 번뜩이면서, 장내를 메우던 함성 소리가 거짓말처럼 뚝 끊겼다.
뒤이어, 수십만에 달하는 요수들의 머리가 갸우뚱하며 지면으로 쏟아졌다.
순간, 엄청난 양의 피가 대지를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본 순간, 살아남은 자들은 머리에 벼락을 맞은 듯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죽어 나간 요수 중에는 백 명 이상의 절진경 강자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이들 중 누구도 청아의 검을 받아내지 못했다.
수십만 요수의 몰살!
순간, 엽현은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놀란 것은 청아의 실력이 아닌 그녀의 살심이었다.
청아는 이들을 죽이면서 눈 한 번 깜짝이지 않았다.
실로 지독한 살심이 아닐 수 없었다.
이때, 요수신 역시 청아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 속에는 이미 지독한 두려움이 깃들어 있었다.
여목 역시 청아를 보며 머릿속이 텅 빈 상태였다.
일검에 수십만의 요수를 살해했다?
이게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한편, 검에 미간이 꿰뚫린 채 살아있던 미고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의 눈에 비친 청아는 이미 사람이 아닌 신이었다.
이때, 요수신이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여목, 천죄지도에게 어서 구원을 요청…….”
바로 이때, 청아가 요수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에 화들짝 놀란 요수신은 갑자기 정면을 향해 일권을 내질렀다.
그가 주먹을 휘두른 순간, 천지간에 엄청난 폭음이 울려 퍼졌다.
천지구전(天地懼顫)!
주먹에 담긴 힘은 말 그대로 천지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이 순간, 모두의 표정이 크게 변했다.
하지만, 다시 한번 검광이 번뜩이자, 이 힘은 눈처럼 녹아 없어졌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모두의 시선에 요수신의 머리가 떨어지는 장면이 들어왔다.
초살(秒殺)!
이 광경을 본 순간, 장내가 무덤가처럼 고요해졌다.
요왕과 수왕은 이미 다리가 풀려 제대로 서 있기조차 어려웠다.
요수신의 실력은 자신들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절진경 절정인 자신들이 힘을 합친다 해도, 요수신의 일격조차 막아낼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요수신조차 여인의 일검을 막아내지 못했다.
도대체 어디서 떨어진 괴물이란 말인가!
요왕과 수왕 외에도 여목은 이미 공포심이 극에 달해있었다.
여인이 요수신보다 강하리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단칼에 요수신의 머리를 베어 버릴 줄은 전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다.
저 여자의 실력은 도대체 어느 정도란 말인가!
이때, 청아가 여목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천죄지도가 어디지?”
“그, 그건 왜 물으시오?”
여목이 불안한 눈초리로 물었다.
“죽이려고.”
죽인다!
청아의 평온한 이 한 마디는 여목의 마음속을 폭풍처럼 뒤집어 놓았다.
여목이 무어라 대답하려는 이때, 야원이 먼저 소리쳤다.
“천죄지도의 위치는 제가 알고 있습니다!”
“방향.”
청아의 물음에 야원이 황급히 손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이리로 성역 십만 개가량 지나치면 바로 천죄지도가 나옵니다!”
청아가 말없이 손을 펼쳤다. 순간, 한 자루 검이 그녀의 손을 빠져나갔다.
“안 돼!”
여목이 눈을 부릅뜨며 소리를 질렀다.
“안 돼…….”
청아가 여목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누구라도 오빠를 건드리면 죽음으로 사죄해야 한다.”
이 말에 여목이 황급히 엽현을 향해 소리쳤다.
“엽 공자! 잘못했소! 이번 일은 모두 우리가 잘못한 일이오! 그러니 제발…….”
“모든 일이 사과로 해결된다면, 뭐 하러 검을 익혔겠느냐?”
청아가 엽현을 보며 물었다.
“오빠도 그렇게 생각하지?”
“…….”
엽현은 대답이 없었다.
“오빠가 하지 말라고 하면 이쯤에서 멈출게.”
이 말에 엽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상관없어. 난 언제나 네 선택을 지지해.”
순간, 청아의 입꼬리가 가볍게 올라갔다.
흔치 않은 그녀의 미소는 주변을 환히 밝힐 만큼 아름다웠다.
한편, 여목의 표정은 백지처럼 창백해져만 갔다.
이때, 청아의 시선이 갑자기 임해에게로 향했다.
임해는 날카롭게 소리쳤다.
“강하긴 하지만, 무적이라고까진 생각하진 않는다!”
말과 동시에 임해가 청아를 향해 손을 뻗었다.
순간, 그의 손아귀에서 한 폭의 그림이 흘러나와 순식간에 청아의 머리 위로 이동했다. 뒤이어 그림에서 하얀빛이 쏟아져 나와 청아를 뒤덮었다.
하지만, 청아는 한 치의 미동도 없었다.
이를 보자, 임해의 얼굴에 불신의 기색이 떠올랐다.
“어, 어떻게 이런…….”
이때, 청아가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쉭-!
한 줄기 검광이 임해의 미간을 꿰뚫었다. 임해는 몸이 굳어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장내에 모인 무인들은 청아를 보며 마치 괴물을 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넌 도대체 누구냐! 어디서 온 세력이냐!”
청아는 감정이 없는 눈으로 임해를 향해 말했다.
“사람을 불러라.”
“…세상에 무적이 존재할 리가 없어!”
말을 마치기 무섭게, 임해의 손바닥 안에서 부적 한 장이 빠져나와 허공으로 솟구쳤다.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세상에 무적이란 게 정말로 있을까?
적어도 임해는 이를 믿지 않았다.
청아는 다시 덜덜 떨고 있는 여목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넌 부를 필요 없다.”
청아가 먼 성공을 응시하며 말했다.
“이미 도착했으니까.”
도착!
이 시각, 머나먼 성역 너머에 있는 천죄지도.
평온하던 천죄지도 상공에 돌연 한 자루 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행도검(行道劍)!
검이 출현함과 함께, 강대한 검세가 천죄지도 전체를 뒤덮었다.
이때, 천죄지도 깊은 곳에서 노기 띤 음성이 흘러나왔다.
“누가 감히 겁도 없이 천죄지도를…….”
이 순간, 행도검이 지상으로 떨어졌다.
쾅-!
일순간.
음성이 뚝 끊기면서 천죄지도 전체가 허무로 변해 사라졌다.
일검도성(一劍屠城)!
천죄지도의 멸망, 이는 청아의 의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