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780
1781화 말도 안 되는 소리!
남자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젠장, 이 녀석은 뭘 믿고 이렇게 큰소리치는 거지?’
남자는 직감적으로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하지만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다.
이때, 엽현이 웃으며 말을 건넸다.
“이봐, 강도 짓을 하려면 좀 더 흉악해야 하는 거 아냐? 왜 주저하고 그래?”
남자가 주춤대며 대답했다.
“혹시 무슨 비장의 수라도 숨겨놓고 있는 건가? 그럼 일단 뭔지 꺼내 봐. 어쩌면 친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어때?”
엽현이 엄지를 치켜들었다.
“너 정말 뻔뻔하구나?”
“하하, 나도 손해 보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해야지.”
“…넌 절진경인가?”
엽현이 남자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묻자,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절진경 치곤 꽤나 괜찮은 물건을 두르고 있구나.”
엽현의 이 한 마디에, 남자가 경계의 눈초리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혹시 역으로 자신을 털어먹을 생각인 걸까?
바로 이때, 남자의 오른편에서 음성이 울려 퍼졌다.
“무슨 말이 그리 많아! 그냥 죽이고 뺐으면 그만이지!”
이 말과 함께, 갑자기 거한 하나가 나타나 엽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거한은 바로 젊은 남자에게 가로막히고 말았다.
거한이 남자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이에 남자가 엽현을 쳐다보며 대답했다.
“신계 영생원천은… 포기한다.”
“왜?”
거한이 어이가 없어 하며 따지려는 순간, 남자가 거한의 뺨을 후려치며 소리쳤다.
“왜는 왜야? 네가 대장이냐? 네가 대장이냐고!”
“…대장은 너지.”
거한이 우물쭈물 대답했다.
이때, 엽현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난 아무것도 안 했는데 왜 벌써 꼬리를 내리는 거지?”
이 말에 남자가 웃으며 대답했다.
“등천경에 불과하지만 기운이 두터운 걸 보면 평범한 절진경 강자로는 상대하기 쉽지 않을 거다. 그러니 우리는 물러나겠다. 그럼 이만!”
남자가 돌아서려는 이때,
“멈춰!”
엽현이 남자를 향해 소리쳤다.
남자가 엽현을 쳐다보자, 엽현이 웃으며 말했다.
“강도 짓, 너희가 안 할 거면 내가 한다! 자, 가진 거 있으면 다 내놔!”
이에, 거한이 엽현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기생오라비 같은 녀석아! 보자 보자 하니 건방지구나! 한 번 혼쭐이 나 볼 테냐!”
기생오라비?
엽현이 인상을 찡그리며 도일을 쳐다보았다.
“나 기생오라비처럼 생겼어?”
도일이 엽현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씩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 잘 생겼어.”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가면 갈수록 더 뻔뻔해지는구나.”
이때, 거한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
“둘이서 뭘 시시덕거리고 있는 게냐! 네놈들 눈엔 우리 형제가 보이지도 않는단 말이냐!”
말을 마침과 동시에, 거한이 번쩍 뛰어오르더니, 들고 있던 거대한 추로 엽현의 머리를 겨냥해 내리쳤다.
절진경 절정!
평범한 절진경과는 차원이 다른 정순한 기운이 휘몰아쳤다.
이를 보자, 엽현은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매우 평범해 보이는 일검이었다.
쾅-!
순간, 거한이 원래 있던 자리로 튕겨져 나갔다.
지면에 착지한 이때, 그의 거대한 추(錘)가 산산이 조각나 흩어졌다.
이 모습을 보자, 곁에 있던 젊은 남자의 눈이 가늘어졌다.
“검수!”
거한 역시 다소 놀란 표정으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네 놈은 검수였구나!”
무인들에게 있어 가장 까다로운 상대는 다름 아닌 검수들이었다.
‘싸움에 환장한 미친놈들’
이게 바로 검수들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였다.
“하하, 그래. 난 검수다.”
엽현이 웃으며 말했다.
이에, 남자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대우(大牛), 너 먼저 가라!”
대우라 불린 거한이 고개를 저었다.
“가긴 개뿔! 나 대우가 어디 형제를 두고 도망치는 사람인가? 혼자선 절대 못 가지!”
남자가 대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럼 네가 막아. 나는 도망갈 테니.”
“뭐, 뭐?”
대우는 불신의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혀, 형.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그럼 지금 이 상황에 거짓말 하겠냐?”
“…알았어. 그럼 형이 남아. 형수는 내가 잘 돌봐 줄 테니 걱정 말고!”
이 말과 동시에 대우가 뒤로 돌아 달려 나갔다.
순간, 남자의 표정이 검게 그을렸다.
이때, 엽현이 남자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너희 둘만 온 건 아닐 테지?”
이에 남자가 마찬가지로 미소를 지으며 엽현을 돌아보았다.
“확실히 그렇다. 하지만 다소 섣부른 결정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군. 그러니 이쯤에서 서로 그만 두는 게 어떨까?”
“하하… 왜 갑자기 포기하려는 거지? 무슨 이유로?”
“왜냐하면, 이길 수 없으니까.”
이길 수 없다!
엽현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아직 싸워보지도 않았잖아?”
남자가 고개를 저었다.
“네 실력은 당초 우리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우리가 합심해서 죽인다 해도 그 대가는 적지 않을 터, 그러니 이쯤에서 포기하고 물러나려는 거지.”
“…훗. 그래, 가 봐.”
남자가 엽현을 빤히 쳐다보더니, 가볍게 포권을 취했다.
“고맙군.”
이 말을 끝으로 남자는 돌아섰다.
이때, 남자가 걸음을 멈추고 다시 돌아섰다.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우린 이렇게 포기하지만, 다른 자들은 결코 널 가만히 두지 않을 테니까.”
“말해 줘서 고맙다.”
“한데, 내가 어느 세력에서 온 건지 궁금하지 않은 건가?”
남자의 물음에 엽현이 가볍게 소매를 펄럭이며 대답했다.
“성인 이하는 내 적수가 아니고, 성인 이상이라면 서로 목숨을 걸어야 하지. 내가 굳이 적이 어디서 왔는지 알 필요가 있을까?”
“…허풍 치는 실력이 참 대단하군. 등천경만 아니었으면 깜빡 속아 넘어갈 뻔했어.”
이 말을 끝으로 남자는 길을 따라 사라졌다.
엽현은 잠시 길을 응시하고는 도일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가자, 대령신궁까지 바래다줄게!”
도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노이가 삐걱대며 황급히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 * *
엽현 등 세 사람이 사라진 후, 남자와 대우가 다시 그 자리에 나타났다.
이번에는 검은 옷을 입은 여인도 함께였다.
“형! 하지만 신계 영생원천이잖아! 그걸 포기한단 말이야?”
대우가 소리치자, 남자가 타이르듯 말했다.
“목숨이 더 중요하다.”
“그 말은…….”
순간, 남자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방금 전의 그 검은 대충 아무렇게 휘두른 것에 불과했다. 아무렇게나…….”
이때, 남자의 주먹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그는 분명 제 실력을 숨기고 있다. 저런 자를 상대하려면 우리도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게다가, 감히 대놓고 천요국의 소국주를 사칭한다는 것이 뭘 의미할까? 그건 천요국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뜻이겠지. 여러모로 봤을 때, 우리가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자는 아니야.”
“그래도 아까워!”
대우의 말에 남자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도 아쉽긴 해. 하마터면 참지 못하고 출수할 뻔했지. 그래도 목숨이 더 중요하니 어쩔 수 없지.”
사실 남자는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신계 영생원천이라면 그들 형제뿐 아니라, 가족 전체의 운명마저 바꿔 놓기에 충분한 것이니까.
신계 영생원천!
이는 무인이라면 참을 수 없는 유혹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인내해야만 했다.
엽현과 마주했을 때,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걸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자신의 직감을 믿었다.
이때, 흑의여인이 입을 열었다.
“저들이 움직이려 해.”
이에 남자가 먼 곳을 쳐다보더니, 웃으며 중얼거렸다.
“자, 내 직감이 옳았는지 어디 확인해 볼까?”
* * *
“그런데 신계 영생원천은 어떻게 얻은 거야?”
대령신궁으로 향하는 도중 도일이 문득 질문을 던졌다.
이에 엽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친구가 줬어.”
순간, 도일이 커다래진 눈으로 엽현을 쳐다보았다.
“그 친구는 그걸 어떻게 얻은 건데?”
“아버지의 도움으로.”
“…….”
이때, 앞서가던 노이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엽 공자, 조금만 더 가면 대령신궁입니다. 이 앞쪽으로는 금무구(禁武區)인데, 이곳까지만 가면 누구도 우릴 건드릴 수 없습니다.”
“금무구? 그건 또 무엇이오?”
노이가 빠르게 설명했다.
“말 그대로 싸움을 금지하는 구역이라는 뜻으로, 대령신궁에서 규칙으로 정해 놓은 곳입니다. 이곳에서 다툼을 벌이는 건 곧 대령신궁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 됩니다.”
“달리 말하면 안전지대란 것이구려!”
노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보셨습니다.”
“하하, 그럼 조금 더 서두릅시다!”
노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가 말하려 하는 이때, 웬 노인 하나가 세 사람 앞을 막아섰다.
절진경 절정의 고수!
노인의 출현과 함께, 세 사람 주변으로 십여 명의 흑의인까지 등장했다.
이들은 모두 절진경의 강자들이었다.
노인이 엽현을 향해 운을 뗐다.
“신계 영생원천을…….”
노인이 채 말을 마치기도 전, 엽현이 가볍게 한 걸음을 내딛었다.
이 한 걸음과 함께, 한 자루 검이 갑작스레 노인의 미간을 관통했다.
푸욱-!
구멍이 난 노인의 미간으로부터 선혈이 사방으로 튀어 나왔다.
초살(秒殺)!
이 장면을 목격한 순간, 나머지 무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도일 역시 표정에 불신의 기색이 가득했다.
엽현이 이미 절진경 강자를 단숨에 죽여 버릴 정도의 실력을 갖췄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엽현은 노인 앞으로 다가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너무 약해.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엽현은 능숙한 솜씨로 노인의 손가락에서 납계를 벗겨냈다.
납계 안에는 무려 수백만 개에 달하는 영생성정이 들어 있었다.
횡재했다!
엽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때, 엽현이 나머지 흑의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 순간, 흑의인들이 대경실색하여 순식간에 뿔뿔이 흩어졌다.
도망쳐야 해!
일검에 절진경 강자를 죽이다니!
이게 어찌 등천경일 수 있단 말인가!
시공경이라 해도 믿을 정도의 실력이 아닌가!
엽현은 씩 웃으며 도일을 향해 돌아섰다.
“가자!”
도일은 여전히 놀란 표정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강해질 수가 있어?”
“하하, 그냥 뭐 보통이지!”
“…….”
세 사람은 다시 길을 나섰다.
도일은 길을 가는 내내 엽현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여전히 믿을 수가 없었다.
헤어지고 나서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에 이렇게나 강해진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도대체 어떤 수련을 했기에 이런 성취를 얻을 수 있었단 말인가?
도일이 생각하기에 이건 절대적으로 일어날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세 사람이 막 금무구에 진입하려는 이때, 엽현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영초를 소환해 냈다.
“금무구에 들어가면 더는 기회가 없을 텐데? 지금 나오지 않으면 늦어!”
“…….”
거리는 고요했다.
엽현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다시 소리쳤다.
“정말 이대로 포기 할 건가? 신계 영생원천이라구!”
하지만 여전히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진짜로 안 나오면 그냥 간다! 너희 잘 생각해야 해! 날이면 날마다 오는 영생원천이 아니야! 오늘 지나면 더는 기회가 없어! 알지?”
엽현을 쳐다보는 노이의 표정이 점점 기이하게 변해갔다.
이자는 도대체 뭘 하려는 걸까?
한편, 아무도 대답이 없자 엽현은 버럭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이 멍청한 놈들아! 빨리 아무나 와서 훔쳐 가! 난 겨우 등천경에다 지켜주는 사람도 없어! 이렇게 완벽한 먹잇감이 어디 있냐고! 입에 떠먹여 줘도 뱉어낼래? 엉?”
잠시 침묵이 흐른 후, 길 끝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뻥 치시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