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782
1783화 이렇게 강한 줄 몰랐어!
대령신궁의 외문제자가 된다?
엽현은 다소 어이가 없었다.
대령신궁의 무인이 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종문 안에서의 생활은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속박을 좋아하지 않는 엽현으로서는 받아들일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대령신궁에 자신의 검도를 봐 줄 만한 검수가 있다고 생각하기도 어려웠다.
가장 중요한 건 돌아가는 상황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었다.
이 사람들이 왜 갑자기 자신을 끌어들이려는 걸까?
이때, 도일이 엽현의 옷깃을 끌어당겼다.
“같이 하자!”
엽현이 얼떨떨하게 고개를 돌리자, 도일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아는 사람 있으면 심심하지 않고 좋잖아? 혹시 알아? 너도 배울 거리가 있을지!”
엽현은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며칠만 머물러 볼까?”
“헤헤, 좋았어!”
엽현은 고청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제자가 되겠습니다!”
“…잘 생각했다. 두 사람 모두 날 따라오너라!”
고청은 엽현을 흘끗 쳐다보고는 앞장서서 걸어갔다.
이때, 엽현이 문득 노이를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납계 하나가 노이를 향해 날아갔다.
납계 안에는 무려 십만 개가 넘는 영생원정이 들어 있었다.
납계를 살펴본 노이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엽 공자…….”
“앞으로는 바른 일을 하면서 살아가시오.”
마지막으로 씩 웃어 보인 엽현은 도일과 함께 대문으로 들어갔다.
노이는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
잠시 후, 그는 웃는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리를 떠났다.
엽현과 도일이 대문 안으로 사라지자, 이를 보고 있던 무인들은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엽현이 불공정한 방법을 썼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사기!
천하의 대령신궁이 이런 사기를 칠 줄이야!
곧, 많은 수의 무인이 대문 앞으로 몰려들어 항의하기 시작했다.
“등천경에 불과한 녀석이 무슨 근거로 통과한단 말입니까! 도대체 무슨 근거로!”
“옳소! 저런 약해빠진 녀석도 합격한다면, 나도 진작 합격해야 하는 거 아니오!”
대문 앞, 한 젊은 남자가 엽현 등 세 사람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건 흑막이 분명하오! 천하의 대령신궁에 이런 뒷구멍이 존재할 줄이야! 수치스럽구려! 대령신궁은 부끄러움도 없는 건가!”
“여보시오. 그대는 저 남자와 상관없이 이미 탈락한 거 아니었소?”
누군가 묻자, 남자가 벌컥 화를 내며 소리쳤다.
“나한테서 신경 끄시오!”
“…….”
대문 앞, 항의는 점점 더 거세져 갔다.
부정 입학!
이는 문제가 될 소지가 상당했다.
대령신궁의 제자가 되는 기준은 상당히 엄격했다.
한 달에 한 명 정도가 겨우 합격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려 두 명을 받아들였다.
바로 엽현과 도일이었다.
두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조리 불합격 처리된 상태였다.
탈락자들의 분노는 극심했다.
자신들이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다 여긴 것이다.
이미 탈락한 자를 합격 시킨 것은 이들이 볼 때 너무나도 억울한 일이었다.
항의는 점점 거칠어져 갔다.
이 소식은 이내 대령신궁 내부에까지 전해졌다.
한편, 고청을 따라나선 엽현과 도일은 어느 산봉우리 위에 도착했다.
이곳은 대령신궁의 영수산(靈秀山)으로, 주로 외문제자들이 기거하는 장소였다.
이곳에 발을 디딘 순간, 엽현은 놀람을 금치 못했다.
대령신궁 무인들 중 가장 약한 자의 경지가 무려 등천경에 달했던 것이다.
그것도 무늬만 그럴싸한 것이 아닌, 기운이 농후한 진짜 등천경이었다.
대령신궁 안에는 정말이지 약자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때, 엽현은 문득 소동천을 떠올렸다.
소동천은 대령신궁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대 세력으로, 그 실력이 대령신궁보다 절대 약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엽현은 과거 소동천을 상대로 자신감을 보였던 발언은 무지에서 온 실수였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고청은 엽현과 도일을 데리고 어느 장원 앞에 멈췄다.
“앞으로 이곳에서 머물도록 해라.”
이 말과 함께 고청이 돌아섰다.
이때,
“고 장로!”
엽현의 부름에 고청이 고개를 돌려 엽현을 바라보았다.
“고 장로, 알려 주십시오. 왜 저를 받아들인 겁니까?”
고청이 무덤덤하게 대꾸했다.
“등천의 경지로 절진경을 죽이는 걸 봤는데 돌려보낸단 말이냐?”
고청은 돌아서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과연, 대령신궁은 엽현이 다른 무인들과 싸움을 벌였던 일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꺼림칙한 거라도 있어?”
도일이 다가와 묻자,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엽현은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경치가 좋긴 하네. 이참에 나도 조용히 수련이나 해야겠다!”
등천경!
엽현이 원하는 것은 등천경을 무한까지 끌어 올리는 것이었다.
마치 청아처럼.
청아와의 대화 이후, 엽현은 어떤 경지라도 극한에 이르러야만 의미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만약, 등천경을 무한까지 수련해 낼 수만 있다면, 시공경이나 소성인은 결코 그의 적수가 아닐 게 분명했다.
어떤 일이든 끝을 본 사람은 대단히 무서울 수밖에 없으니까.
“난 주변을 좀 돌아보고 올게. 넌 여기서 수련하고 있어.”
“알았어!”
도일이 떠나자, 엽현은 장원 한복판에 가부좌를 틀고서 천천히 눈을 감았다.
곧, 그의 앞에 한 줄기 시간장하가 나타났다.
평범한 시간장하에 비해 크기가 작은 축소판이었다.
이때부터 엽현은 시차원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는 시간과 공간이 서로 붙어있다는 이론의 토대 위에서 이뤄졌다.
달리 말하면, 시간지력을 따로 떼어 연구하는 것이 아닌, 시간과 공간의 결합을 신경 쓰는 작업이었다.
엽현은 점점 주변을 잊고 연구에 집중했다.
자신이 대령신궁의 제자가 된 사정이 대령신궁 내에 새로운 불씨를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 * *
영수전(靈秀殿).
외문장로(外門長老)들이 회의실로 이용하는 이곳에 세 명의 외문장로들이 모여 있다.
고청 역시 이들 중 하나였다.
“일이 점점 커져 가고 있소!”
외문을 총괄하는 대장로가 고청을 향해 말했다.
고청이 무덤덤한 태도로 대답했다.
“마음대로 지껄이게 내버려 두십시오.”
“고 장로, 등천경이 절진경을 살해하는 일은 종종 있어 왔소. 적어도 우리 외문의 제자 중 몇몇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오!”
“…대장로, 아무리 그들이라 해도 절진경을 파리 잡듯이 죽이진 못합니다.”
고청의 이 말에 대장로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절진경을 파리 잡듯이 잡는 등천경 고수가 있다?
이는 확실히 보기 드문 일이 틀림없다!
이때, 대장로 곁에 있던 중년 남자가 웃으며 대화에 참여했다.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 아이는 신계 영생원천을 지니고 있다 합니다. 게다가, 스스로를 천요국의 소국주라 칭하고 다녔다 하더군요.”
“우리 대령신궁은 오직 재능을 살필 뿐, 사람의 내력을 보는 법이 없소. 이 점을 잊은 거요?”
고청의 말에 중년인이 고개를 저었다.
“고청, 기분을 상하게 할 의도는 없소. 다만,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접근한 건 아닌지 걱정이 되는 것뿐이오.”
“…기림(紀霖),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오. 우리에게 필요한 건 특출난 인재를 발굴하는 것이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외문은 조만간 사라지고 말 것이오!”
이 말에, 나머지 두 사람의 안색이 지극히 어두워졌다.
외부에는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사실 이들 외문은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상태였다.
무려 오십 년 동안이나 내문(內門)으로 승급한 제자를 배출해 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됐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충분한 자격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외부인이 대령신궁의 제자가 되는 일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외문제자가 내문제자가 되는 일은 개천에서 용이 나는 일과 비견 될 정도였다.
오십 년!
장장 오십 년 동안 영수봉은 단 한 명의 내문제자도 배출해 내지 못했다.
이요야의 경우는 입궁하자마자 외문과 내문, 그리고 직전제자의 단계를 넘어, 곧바로 궁주의 입실(入室) 제자가 되었다.
그는 외문제자라 할 수 없는 경우였다.
이런 이유로, 외문은 대단히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난처한 것은 수련 자원을 쌓아두는 창고 역시 마찬가지였다.
왜냐하면, 상부에서 외문으로 가는 자원을 계속해서 줄여나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는 상부에서 더 이상 외문제자에게 기대하는 바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외문장로들에 대한 지원과 대우도 해가 거듭할수록 크게 줄어들었다.
물론,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바로 이미 바닥까지 떨어진 체면이었다.
해마다 열리는 종문 회합에서, 외문장로들과 제자들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나 다름없었다.
달리 말하자면, 외부인과 다를 바 없는 취급을 받는 것이었다.
외문장로들과 외문제자들은 종문 전체에게 무시 받는 작금의 상황이 너무나 괴로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아이가 할 수 있겠소?”
대장로의 우려 섞인 질문에 고청이 심각하게 대답했다.
“기운이 정순하고 두터울 뿐만 아니라, 제 앞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과 달리 우리 대령신궁에 대해 일말의 경외심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결코 평범한 내력의 소유자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점에 대해선 우리가 신경 쓸 바가 아닙니다. 제가 말하려 하는 것은 녀석이 제 실력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내문시험에 통과할지 여부는 장담할 수 없으나, 적어도 시도는 해 봄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흠, 내가 그 아이를 직접 만나봐야겠소. 만약, 그대 말대로 떡잎이 보이는 아이라면, 전력을 다해 키워야 할 것이오. 내문시험까지는 고작 석 달밖에 남지 않았으니 말이오!”
대장로는 말을 마치고서 곧장 대전을 빠져나갔다.
고청과 기림 역시 자리에서 사라졌다.
장원 안.
엽현은 여전히 자리를 지킨 채, 시차원 연구에 여념이 없었다.
이때, 웬 남자 하나가 장내에 나타났다. 강아지풀을 입에 문 남자는 팔짱을 낀 채, 다소 건들거리는 모양새였다.
엽현이 천천히 남자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무슨 일이지?”
“…네가 더러운 방법으로 대련신궁에 들어왔다는 그 녀석인가?”
더러운 방법?
“하하… 난 정정당당하게 대문을 통해서 들어 온 건데?”
“…….”
이때, 남자가 엽현 곁으로 다가오더니, 무시하는 듯한 눈빛으로 엽현을 내려다보았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부류가 누군지 아나? 바로 너처럼 실력도 없으면서 부정을 일삼는 자들이지.”
“이봐, 너랑 노닥거릴 시간 없으니, 볼 일 없으면 이만 사라져주면 안 될까?”
“사라져?”
남자의 표정이 점점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후후, 아니면 같이 생사대에 올라 가 보던가. 제 실력으로 제자가 된 것이라면 생사결 따위는 두렵지 않겠지?”
바로 이때, 엽현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남자가 깜짝 놀라며 출수하려는 순간, 차가운 검 끝이 그의 미간에 닿았다.
남자는 시체처럼 꼼짝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 검이 날아오는 궤적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후후, 생사결이라고 했나? 갑자기 흥미가 생기는걸?”
이 순간, 남자는 안색이 하얗게 질려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저, 저기… 너는 왜 이리 강한 거지?”
“하하, 왜? 의외였나? 내가 생각보다 강해서 놀란 모양이지?”
남자가 조심스레 표정을 바꾸며 대답했다.
“미안하다. 네가 이렇게 강한 줄은 미쳐…….”
“시끄럽고, 생사대로 가자고 하지 않았나? 지금 바로 가 볼까?”
남자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미, 미안해! 정말로 네가 이렇게 강한 줄 몰랐어! 너는 뒷구멍이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제자가 된 게 확실해! 이제 알았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