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783
1784화 되도록 산 채로 끌고 올 것!
바로 이때, 외문의 장로 삼인방에 장내에 나타났다.
대장로 등을 보자, 엽현 앞의 남자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조금 전에 엽현에게서 살기를 느꼈던 것이다.
“너는 그만 가 보도록 해라!”
외문 대장로의 말에 남자는 재빨리 예를 차린 후, 황급히 자리를 빠져나갔다.
엽현은 말없이 대장로 일행을 바라보았다.
대장로 역시 엽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입을 열었다.
“실력을 숨기고 있구나.”
엽현이 당황한 척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일개 등천경일 뿐입니다!”
이에 외문 대장로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등천경이지만, 전투력은 이미 그것을 초월했지.”
“하하… 아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매우 솔직한 사람입니다. 기왕 마주하게 되었으니, 모두 터놓고 대화하는 게 어떻습니까?”
외문 대장로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꾸나!”
“그럼 제가 먼저 묻겠습니다. 저를 왜 대령신궁에 들이신 겁니까?”
엽현이 똑바로 쳐다보며 묻자, 외문 대장로가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왜냐하면 네가 천재기 때문이다.”
“고작 그 이유가 전부입니까?”
외문 대장로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우리가 네 신계 영생원천을 노리고 있다고 생각했을 테지?”
이번에는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그리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하, 그렇다면 안심해도 좋다. 우리는 영생원천 따위엔 흥미 없으니까.”
“어째서 말입니까?”
엽현이 의아해하자 외문 대장로가 웃으며 대답했다.
“세상에 신계 영생원천이 있다는 걸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는 놈이 몇이나 된단 말이냐? 그런 자가 있다면 필시 멍청이거나, 지킬 자신이 있다는 뜻일 게다. 설령 네게서 영생원천을 빼앗는데 성공한다 하더라도, 우리 세 사람은 지킬 자신이 없구나.”
“그럼 제게서 무얼 노린 겁니까?”
이 질문에 외문 대장로가 미소를 보였다.
“너의 재능과 실력!”
문득, 엽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이때, 고청이 나섰다.
“우리는 네가 내문에 들어가길 원한다.”
엽현이 의외라는 듯 눈을 깜빡였다.
“대령신궁의 내문 말씀입니까?”
고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외문은 이미 오십 년 넘게 내문으로 승급한 무인을 배출해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에게 주어지는 혜택도 매년 줄어드는 실정이지. 앞으로도 계속 이런 상태라면 우리 외문은…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그럼 그런 이유 때문에…….”
고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이 이유 때문이다.”
“제게는 무슨 보상이 있습니까?”
엽현이 웃으며 물었다.
보상!
세 사람의 표정이 기이하게 변했다.
엽현이 보상을 이야기할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고청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내문제자가 되면 더 많은 수련 자원을 획득할 게다.”
이 말에 엽현이 씩 웃어 보였다.
“제게 수련 자원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대장로 등은 일순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신계 영생원천을 지니고 다니는 무인이 수련 자원이 부족하다면 이것도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흥미로운 보상이 없다면 이만 가 보겠습니다.”
엽현은 곧바로 돌아섰다.
사실 일찍부터 이곳을 빠져나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대령신궁 내부의 시비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바로 이때!
“잠깐, 기다려!”
고청의 외침에 엽현이 자리에 멈추고 돌아섰다.
고청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천재들을 만나보고 싶지 않으냐?”
“…….”
“내문에는 천재들이 구름처럼 모여 있다. 한 사람의 무인으로서 견식하고 싶지 않느냔 말이다.”
“…어느 정도입니까?”
고청이 웃으며 대답했다.
“내문에서 제일 약한 자도 절진경은 된다. 대부분 평범한 절진경 강자는 손쉽게 죽일 수 있고, 그중 뛰어난 자들은 한 번에 둘을 상대할 수 있으며, 심지어 시공경을 압도하기까지 하지. 내문의 직전제자들은 이보다 더 강하다고 보면 된다.”
“직전제자? 얼마나 강합니까?”
이 질문에 고청이 옅은 미소를 띠며 되물었다.
“이요야라고 들어 보았느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령신궁 역사상 최고의 천재라 들었습니다.”
“음, 그 말이 사실이다. 약관의 나이도 되기 전에 소성인이 되었으니! 지금은 어느 경지에 이르렀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의 실력은 마치 깊은 우주처럼 헤아릴 수조차 없을 정도니까.”
이때, 외문 대장로가 나섰다.
“이요야 뿐만 아니라, 직전제자 중에서는 약자가 단 하나도 없다. 전부 천재 중의 천재들이지!”
외문 대장로가 엽현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흥미가 생기지 않느냐?”
“음, 확실히 그렇군요.”
엽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엽현이 고신성역에 온 이유는 바로 이곳의 천재들을 만나보기 위함이었다.
청삼남은 일찍이 고신성역으로 가면 현존하는 경지의 최강자들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엽현 또한 한 사람의 무인으로서 자연히 이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지금까지 스스로를 젊은 무인 중 최강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천외천이라는 말의 의미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주는 넓고 무인은 많으니, 최강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더 강한 자만이 있을 뿐.
물론, 그렇다 해서 그가 누구를 두려워할 일은 없었다.
엽현의 대답을 듣자, 외문 대장로 등 삼인은 미소를 드러냈다.
비록 엽현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태도를 볼 때 실력에 자신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
이때, 대장로가 웃으며 말했다.
“내문 시험까지는 앞으로 세 달가량이 남아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세 달, 이 세 달 안에 우리가 책임지고 널 절진경으로 만들어 주마!”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저는 경지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경지에는 관심이 없다?
세 장로가 동시에 눈썹을 치켜세웠다.
“하하, 말 그대로입니다. 저는 경지를 중요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고 싶은 대로 하거라!”
기림이 무슨 말을 하려는 이때, 고청이 먼저 대답했다.
기림이 불만 어린 표정으로 고청을 바라보았지만, 고청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앞으로 세 달 동안 원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우리에게 말하거라. 능력이 닿는 범위 내에서라면 최선을 다해 돕도록 하겠다!”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조용히 수련할 공간이 필요합니다.”
“날 따라오너라!”
고청이 가볍게 소매를 펄럭이자, 고청과 엽현 두 사람이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졌다.
두 사람이 다시 나타난 곳은 어느 우주 공간이었다.
엽현이 안광을 높여 주변을 살폈으나,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고청이 웃으며 말했다.
“이곳은 대령신궁이 수련을 위해 개발한 공간이다. 각각의 성공은 독립적인 시공성역(時空星域)으로 존재한다. 생명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니 파괴하든 불을 지르든 상관없다. 뿐만 아니라, 매 수련성역마다 영맥이 존재하며, 심지어 직전제자들의 수련지에는 성계 영생원천이 딸려있다.”
“엄청나군요! 그렇다면 많은 이들이 직전제자가 되고 싶어 하겠군요.”
고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직전제자가 되기 위해 미쳐있지. 직전제자가 되었을 때 주어지는 수련자원은 네가 상상할 수조차 없을 정도다. 직전제자가 되면 개인용 수련성역에서 수련할 권리 외에도 많은 혜택이 주어진다, 예를 들어, 해마다 일정량의 영생신정을 얻을 수 있고, 원할 때면 신무각(神武閣)에 들어가 선대 강자들의 심득을 열람할 수 있으며, 종문에서 수발을 위해 강자들을 붙여주기까지 한다. 그밖에도 알려지지 않은 혜택이 무궁무진하지.”
“대령신궁의 강자를 부릴 수 있단 말입니까?”
고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알기론 그렇다.”
“호오… 직전제자는 몇이나 됩니까?”
“여섯!”
“여섯? 그렇게나 적습니까?”
고청이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직전제자는 아무나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직전제자가 되기 위한 난이도는 끔찍할 정도지. 앞으로 기회가 생긴다면 그게 어느 정도로 어려운지 알 수 있을 게다.”
직전제자!
엽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청의 말은 사실 매우 충격적이었다.
엽현은 자신이 대령신궁을 과소평가했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과연, 우주 최강의 세력 중 하나가 아닐 수 없었다.
엽현은 문득 자신이 진짜 ‘큰물’에 들어왔음을 어렴풋이 느꼈다.
“여하튼, 앞으로 너는 이곳에서 수련하게 될 거다. 특별히 좋은 곳은 아닐지라도 부족함은 없을 게다. 또한, 수련하는 동안 아무도 널 귀찮게 하지 못하도록 손을 써 두겠다. 하지만 세달 후에 있을 내문 시험 날에는 반드시 나타나야 한다. 알겠느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명심하겠습니다.”
“음, 그럼 수련에 집중하도록 하거라. 무슨 일이 있거든 날 찾는 걸 잊지 말고!”
이 말을 끝으로 고청은 자리를 떠났다.
잠시 주변을 살핀 엽현은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순간, 네 줄기의 시간장하가 눈앞에 나타났다.
이때의 그는 이미 네 줄기의 시간장하를 운용할 수 있는 상태였다.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시공간의 핵심에 천천히 근접하는 중이었다.
엽현은 확신했다.
이대로 나아간다면 청아가 보여준 무한의 영역에 도달할 수 있음을.
* * *
영수봉.
“녀석의 내력을 알아냈소?”
외문 대장로가 마주 보고 있는 고청에게 물었다.
이에 고청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스스로 천요국의 소국주라 칭하고 있기는 하나, 제가 아는 한 천요국의 소국주는 여자입니다. 심지어 그 이름이 진짜인지조차 확신할 수 없습니다. 들어 본 적이 없으니까요.”
신분이 불분명하다!
외문 대장로는 그늘진 표정으로 말이 없었다.
대령신궁의 정보력으로도 상대의 내력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외문 대장로에게는 매우 심각한 일이었다.
물론, 이는 엽현이 단순히 매우 먼 곳에서 왔기 때문이었지만.
이때, 기림이 말했다.
“일단 그 부분은 신경 쓰지 않아도 좋을 것입니다. 어쨌든 현재 그는 우리 대령신궁 사람이지 않습니까? 게다가 그는 검수이니 크게 걱정할 일은 없을 것입니다.”
검수!
검수 중에서도 악당은 엄연히 존재했다. 하지만 그 수가 극히 적었다.
모름지기 검수들은 인품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검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기림의 말에 외문 대장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긴 하지.”
이때, 외문 대장로가 문득 기림에게 물었다.
“이수연(李修然)은 어찌하고 있소?”
“얼마 전 절진경에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경지를 안정시키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절진경!
외문 대장로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외문이 기대할 수 있는 건 수란과 엽현 두 아이뿐이오.”
“반드시 해내야만 합니다. 이번에도 내문에 무인을 배출해 내지 못한다면 우리 외문은…….”
고청의 말에 다른 두 사람의 안색이 지극히 어둡게 변했다.
고청이 말을 맺지 않았지만, 무슨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
* * *
소동천.
어느 대나무집 앞, 노인 하나가 냇가에 앉아 편안한 얼굴로 눈을 감고 흥얼거린다. 한 손에는 낚싯대를 쥐고 있었다.
바로 이때, 흑의인 하나가 노인 앞에 나타나 깍듯하게 예를 차리며 말했다.
“동주(洞主), 이미 우주를 샅샅이 뒤졌지만, 소복의 여인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노인이 입을 열었다.
“계속 찾아라. 살아 있다면 사람을 데려오고, 이미 죽었다면 시체라도 끌고 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