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784
1785화 불쌍한 처지
소복의 여인!
소동천은 두 명의 절정고수를 잃었다.
하나는 반보 성인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준(準) 성인이었다.
여기서 준 성인이라함은 바로 이현청을 뜻하는 것이다.
이현청.
시공경에서는 적수를 찾아볼 수 없었던 고수였다.
살아만 있었다면, 그가 성인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나 다름없었다.
그런 그가 살해를 당했다.
이현청 뿐 아니라, 그의 사부 역시 죽임을 당했다.
바로 그 소복을 입은 여인 하나에게!
소동천의 입장에서 이는 그야말로 선전포고와 다름없는 일이었다.
이때, 흑의인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동주, 그 여인은 어쩌면 대성인일지도 모릅니다. 아니, 그 이상일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최소 대성인!
“대성인이 뭐 어쨌단 말이냐?”
노인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소동천에게 대성인은 그리 두려워할 만한 존재는 아니었다.
소동천 내에도 대성인 급의 강자는 있었다.
뿐만 아니라, 소동천의 선조는 현존 우주의 지고법칙과도 인연이 있었다.
고신성역과 천요국이 소동천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데에는 바로 이러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다.
지고법칙이 뒤에 버티고 있는데 감히 누가 함부로 건드릴 수 있을까?
“찾아라. 반드시 찾아야만 한다!”
흑의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전력을 다해 추적에 나섰습니다. 조만간 소식이 들려올 것입니다. 한데…….”
흑의인이 다소 뜸을 들이며 말했다.
“엽현이란 놈이 대령신궁에 있는 것 같습니다.”
대령신궁!
노인의 표정이 확연히 일그러졌다.
“놈이 대령신궁에 들어갔단 말이냐?”
흑의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소복의 여인과 각별한 사이입니다. 놈을 붙잡을 수만 있다면, 그 여자를 유인해 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대령신궁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점이 큰 걸림돌입니다.”
소동천은 대령신궁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령신궁의 영역에서 함부로 출수하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자칫 둘 사이에 전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다려 보자꾸나. 놈은 결국 밖으로 나오게 돼 있다.”
흑의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분부대로 거행하겠습니다.”
이 말을 끝으로 흑의인이 홀연히 사라졌다.
노인은 등받이에 등을 기댄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
“감히 우리 소동천을 건드렸다면, 죗값을 치러야겠지.”
* * *
수련성역.
어느덧 시간이 흘러, 엽현은 이미 열 개의 시간장하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그는 시공간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핵심은 바로 시간과 공간이 반드시 결합 돼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가 만들어 낸 시간장하는 양과 질 모두 큰 진전을 이룬 상태였다.
이와 함께, 시간장하에 대한 엽현의 이해도 점점 깊어져 갔다.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엽현의 발검술 중첩이 최대 삼백팔십 개로 늘어났다는 사실이었다.
사실 청현검으로 발검술을 시험 해 보고 싶었지만, 감히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 위력이 얼마나 될지 짐작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발검술은 차치하고, 청현검 자체만으로도 엽현이 두려움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는 함부로 청현검을 사용할 수 없었다.
검의 위력이 자신의 통제 범위를 벗어날까 두려웠던 것이다.
시간은 조금씩 흘러 어느덧 두 달이 지났다.
이날 하루는 도일이 엽현의 수련성역을 방문했다.
도일의 깜짝 방문에 엽현이 수련을 멈추고 돌아섰다.
“나랑 어디 좀 갈까?”
도일의 말에 엽현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같이 어딜 가자고?”
도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 내문 장로 한 분의 강연이 있을 거야. 관심 있으면 같이 듣지 않을래?”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관심 없어.”
“…그냥 같이 가 주기만 하면 안 될까?”
도일의 말에 엽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야기가 달라지지!”
이 말에 도일은 조금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렇게 두 사람은 수련성역을 떠나 어느 연무장으로 향했다.
사방의 길이가 거의 천 장에 달하는 거대한 연무장이었다.
두 사람이 도착하니, 연무장 위에는 이미 많은 제자들이 모여 있었다. 대부분 외문제자로 그 수가 수백에 달했다.
“음, 실력이 썩 나쁘진 않네.”
엽현이 외문제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에 도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외문제자라지만, 실력이 결코 약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밖에서는 하나같이 천재 소리를 들을 존재들이었다.
이때, 엽현이 문득 물었다.
“도일, 아명이나 다른 도칙들은 뭐 하고 있어?”
“…그 아이들은 강변의 대나무집에서 지내고 있어.”
엽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아명 등은 여전히 엽신을 놓고 있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도일이 엽현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그 아이들은 널 미워하지 않아. 그래 본 적도 없고.”
“하하, 그렇다면 다행이네.”
도일이 무어라 말하려는 이때, 장내에 음성이 울려 퍼졌다.
“저기! 뒷문으로 들어온 녀석이 나타났다!”
뒷문으로 들어온 녀석!
이 말 한마디에 무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엽현에게 향했다.
뒷문!
엽현은 사방에서 날아오는 시선을 느꼈다. 경멸이 가득 담긴 눈빛이었다.
엽현이 곁에 있는 도일을 쳐다보았다.
“우리가 부정하게 들어온 거라는데?”
“음, 정확히는 우리가 아니라 ‘너’지.”
“…….”
“신경 쓸 거 없어.”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남자 하나가 다가오더니 엽현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넌 우리와 함께 있을 자격이 없다!”
“그럼 절로 가던가!”
엽현이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짜악-!
경쾌한 타구성과 함께, 남자가 수십 장 멀리 날아가 지면에 처박혔다.
무인들은 당황해서 엽현을 쳐다보았다.
마음에 안 든다고 바로 손을 쓰다니!
이때, 엽현이 외문 제자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또 문제 있는 사람 있나?”
무인들의 표정에 경계의 기색이 드러났다.
조금 전 엽현에게 맞고 날아간 자는 자신들 중에서도 강한 축에 드는 무인이었다.
그런데 그런 자를 가볍게 날려버리다니!
무인들은 엽현이 보기보다 실력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인들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엽현 역시 웃으며 손을 거뒀다.
이때, 장내에 노인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노인이 등장하자, 무인들이 황급히 노인을 향해 예를 차려 인사했다.
“장로를 뵙습니다!”
내문 장로!
엽현은 노인을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과연, 몸에서 풍기는 기운이 고청 등과는 다소 차이가 날 정도로 강했다.
노인은 무인들을 본체만체, 곧장 자리에 앉더니 책 한 권을 꺼내 들고 읽기 시작했다.
“무도란 고신(古神)으로부터 전래 된 것으로…….”
외문의 제자들은 빠르게 착석하여 진지하게 강독을 청취했다.
엽현 또한 도일과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엽현은 처음에는 노인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흘려보냈지만, 점점 그의 말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노인의 강의가 꽤나 수준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무도의 기본이론에 대해서는 꽤나 자세히 다뤄 주었다.
다른 외문 제자들 역시 매우 열정적으로 귀를 기울였다. 내문의 고수에게서 강의를 받을 기회는 고작 석 달에 한 번뿐이기 때문이었다.
원래는 한 달의 한 번이었지만, 외문이 몰락하고 난 뒤 얼마 전부터는 세 달에 한 번으로 강의 횟수가 줄어들었다. 이마저도 언제 없어질지 모를 일이었다.
대략 반 시진이 흘렀을 때, 노인이 책을 덮고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대로 걸음을 옮기려 했다.
이때, 제자 중 하나가 소리쳤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노인이 걸음을 멈추고 질문을 한 제자를 향해 돌아섰다.
이에 제자가 황급히 예를 갖추며 말했다.
“제자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무도란 정신이 중요하다 하셨는데, 여기서 정신이란…….”
이때, 노인이 제자의 말을 날카롭게 잘라냈다.
“이런 간단한 것조차 알지 못하다니, 이런 기초적인 질문에 내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
이 말에 질문을 한 제자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아니,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은 나머지 제자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내문 장로는 이 수업을 마치 무료 봉사 정도로 여겼던 것이다.
노인은 긴말하지 않고, 서둘러 자리를 빠져나갔다.
장내에 남은 무인들은 표정이 더더욱 어두워졌다.
무시당했다는 생각이 이들의 마음속을 지배했다.
이때, 장내에 고청이 나타났다.
“그가 왜 너희를 무시하는지 아느냐?”
고청의 말에 무인들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바로… 그는 내문이고 너희는 외문이기 때문이다. 만약, 의무가 아니었더라면 이곳까지 와서 강의를 하려 하지도 않았을 거다.”
이때, 외문 제자 하나가 억울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장로, 하지만 우리 역시 대령신궁의 무인 아닙니까?”
고청의 시선이 방금 말을 한 무인에게로 향했다.
“네 말이 맞다. 우리 모두는 대령신궁의 무인들이지. 하지만 대령신궁은 엄연히 내문과 외문으로 구분된다. 비단 대령신궁뿐 아니라, 그 어느 곳을 가든지 실력이 있어야만 존중을 받을 수 있다. 즉, 너희가 인정을 받고자 한다면 내문으로 들어가면 되는 것이다.”
내문으로 들어간다!
이 말에 외문 제자들의 안색이 어둡게 변했다.
이는 마치 모래사장에서 구슬 찾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힘들다는 뜻이다.
외문 제자들은 절망감에 하나둘 고개를 숙였다.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자신들은 평생토록 가망이 없다는 것을.
이때, 고청이 외쳤다.
“엽현, 이수연 그리고 도일만 남고 나머지는 해산한다!”
이 말에 외문 제자들이 서로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보고는 썰물처럼 자리를 빠져나갔다.
잠시 후, 넓은 연무장엔 고청과 이수연, 엽현 그리고 도일만 남게 됐다.
고청이 엽현과 이수연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자신 있느냐?”
“육 할 정도라 생각합니다.”
고청의 시선이 엽현에게로 향했다.
“장로, 내문의 들어갈 확률을 묻는 것입니까?”
고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내문에 들어가는 게 그렇게나 힘든 일입니까?”
고청이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에 엽현이 씩 하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럼 그때가 되면 알 수 있겠군요.”
고청이 엽현을 응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너희 셋은 임랑각(琳瑯閣)에 다녀오거라.”
이 말에 이수연이 반응했다.
“임랑각을…….”
“그렇다. 힘들게 부탁해서 겨우 세 자리를 구했다.”
이때, 엽현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임랑각이란 게 무엇입니까?”
이 말에 이수연이 놀라서 엽현을 쳐다보았다.
“그런 것도 모른단 말이오?”
“하하, 이해해 주시오. 여기 온 지 얼마 안 돼서 그렇소.”
이수연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구려. 임랑각은 오래전 대령신궁의 직전제자가 지은 곳으로, 이곳에서 일 년에 한 번 고수들 간의 회합이 있소. 오직 실력자에게만 참가 자격이 주어지는데, 내문 제자들조차도 참석하기가 어려울 정도요.”
“거기서 뭘 하는 거요?”
이수연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음주가무, 그리고 젊은 영웅 간의 사교 아니겠소?”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뭔지 알 것 같소.”
이때, 고청이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는 너희도 참여하도록 하거라.”
“하지만 장로, 우리 외문의 무인들은 그곳에 참여할 자격이 안 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찌…….”
이수연이 우려 섞인 표정으로 말하자, 고청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우리 세 장로가 각자 사부의 이름을 팔아 어렵사리 마련한 자리다. 그러니 이번 기회를 소중히 여기고, 가능한 많은 내문 제자들을 사귀도록 하거라.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말이다!”
엽현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외부인인 그가 보아도 외문의 처지는 정말이지 처절하기 짝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