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786
1787화 죽어라!
초대장 위조!
이 말이 흘러나온 순간, 임랑각 내부에 있던 무인들의 시선이 엽현 일행에게로 쏠렸다.
엽현은 남자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상대 역시 대령신궁의 무인이었다. 다만, 외문이 아닌 내문의 제자였다.
이때, 여인 하나가 대전 안으로 들어왔다.
조금 전 엽현 일행을 영접했던 바로 그 여인이었다.
여인을 보자, 남자가 재빨리 엽현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아막(阿莫) 소저, 임랑각에 오기 위해 초대장을 위조 한 자들이오. 철저히 조사해서 처벌해야 하오!”
아막이라 불린 여인이 남자를 향해 말했다.
“왕수(王修) 공자, 초대장이 위조 됐다는 말씀입니까?”
왕수라 불린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이 셋은 대령신궁의 외문제자로, 절대 임랑각에 들어올 자격이 없는 자들이오. 그들이 쥐고 있는 초대장은 완전히 가짜요!”
아막이 엽현 일행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때, 엽현이 왕수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왕 형, 같은 대령신궁 사람끼리 왜 이러는 거요?”
왕수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소매를 털어냈다.
“흥! 너희 외문의 떨거지들이 어찌 대령신궁이라 할 수 있겠느냐!”
“음? 우리가 대령신궁 사람이 아니면 뭐란 말이오? 그대 입으로 말 해 보시오.”
“…….”
엽현은 진지한 투로 몰아붙였다.
“왕 형, 외문을 대령신궁으로 인정하지 않는 건 상당히 위험한 발상…….”
이때, 왕수가 비꼬듯이 소리쳤다.
“그래서? 감히 너희 외문제자들이 나와 입씨름이라도 하려는 건가?”
“하하… 그런 게 아니라 내 말은 내문이든 외문이든 모두 대령신궁의 사람이라는 것이오.”
“그 말이 옳소!”
이때, 근처에서 듣고 있던 한 남자가 끼어들었다.
“그가 한 말은 틀리지 않았소.”
엽현이 방금 말을 한 남자를 향해 돌아섰다.
그러자 남자가 웃으며 자신을 소개했다.
“나는 내문의 묵야(墨也)라 하오.”
“묵 형, 만나서 반갑소.”
엽현이 미소로 화답하자, 묵야가 웃으며 왕수를 향해 말했다.
“왕 형, 외문이든 내문이든 대령신궁의 사람인 것은 마찬가지요. 보는 눈이 많으니 이쯤에서 그만 두시구려.”
이 말에 왕수가 냉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만 두라고? 어찌 그럴 수 있소? 외문 역시 대령신궁의 무인인 건 나도 알고 있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자격도 없는 녀석들이 왜 임령각에 와 있느냐는 것이오.”
이때, 엽현이 웃으며 말했다.
“자격이 있고 없고를 그대가 판단하는 거요?”
왕수가 엽현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외문 주제에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순간, 엽현이 눈을 깜빡이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이게 건방지다고? 세상에… 하하하…….”
이때, 엽현 곁에 조용히 있던 이수연이 조심스레 나섰다.
“왕수 사형, 저희는 초청장을 위조한 것이 아닙니다. 이건 사부께서 구해다 주신 것…”
여기까지 말했을 때, 장내가 다소 술렁였다.
엽현 역시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이수연의 대처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어찌 보면 엽현 등 세 사람이 이 자리에 온 것은 정상적인 방법을 통한 것이 아니었다. 초대장은 원래부터 이들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대장을 검사한 것이 누구인가?
다름 아닌 아막이라는 여인이었다.
왕수는 아막이 등장한 뒤에도 초대장이 위조되었다는 말을 했는데, 이는 누가 보기에도 생떼를 쓰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이때, 왕수가 돌연 웃음을 터트렸다.
“너희 사부가 대신 구해다 준 거였구나! 이제 알겠군! 아니, 그럼 그렇다고 처음부터 이야기를 했어야지! 하하하!”
이 말을 듣자, 이수연의 표정이 다소 머쓱해졌다.
뿐만 아니라, 장내에 있던 몇몇 무인들의 안색이 기이하게 변했다.
사실, 가문의 어른이 후손을 위해 초대장을 얻어다 주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었다. 다만, 서로 쉬쉬하며 들춰내지 않았을 뿐.
하지만 왕수는 굳이 이 일을 밝힘으로써, 엽현 등에게 고의로 모욕을 안겨주려 한 것이었다.
이때, 왕수가 엽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등천경… 내 추측이 맞다면 너는 막 외문에 들어온 엽현이란 놈이겠지?”
“그렇소.”
엽현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에 왕수가 웃음을 터트렸다.
“역시… 네가 그 더러운 수법으로 외문제자가 됐다는 엽현이었군!”
왕수가 주변 사람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여러분은 아직 잘 모를 것이오. 여기 이 녀석은 외문제자가 될 자격조차 없었지만, 뒷구멍을 통해 간신히 입궁한 녀석이오. 내가 아무 이유 없이 이러는 것이 아니오. 나 왕수는 정말이지 이런 더러운 녀석을 보면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소!”
이 말을 듣자, 엽현을 향한 눈빛이 다소 차갑게 변했다.
뒷문을 통해 외문제자가 된 자라니!
한쪽에 있던 묵야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결국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그 역시 엽현에 관한 소문을 들은 터였다.
만약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입궁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매우 수치스러운 일이 분명했다.
이때, 갑자기 이수연이 나섰다.
“왕 사형, 엽 형 정도의 실력이라면 외문제자가 되기에 차고 넘칩니다. 절대 부정한 방법을 쓴 게 아닙니다!”
이수연은 앞서 엽현의 실력을 보았기에 왕수의 말에 동의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 말에 왕수가 웃음을 터트렸다.
“웃기는 소리! 부정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등천경이 어떻게 외문에 들어올 수 있단 말이냐!”
왕수가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역시 외문이야. 너희는 날 실망시키지 않는구나. 실력도 형편없는 놈들이 뻔뻔하기까지 하다니!”
이수연은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그가 막 반박을 하려는 이때, 엽현이 그를 가로막았다.
“여, 엽 형…….”
“이 형, 맡겨 주시오. 저런 놈을 처리하는 건 내가 전문이오.”
엽현은 웃으며 왕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무래도 내게 모욕을 주기 위해 작정하고 나선 것 같군.”
“하하, 모욕? 넌 그럴 자격도 없다! 난 그저 순수하게 네가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다! 왜, 너도 내가 마음에 들지 않나? 그럼 어디 한 번 덤벼 보든가!”
이 순간, 엽현이 정말로 자리에서 사라졌다.
쉭-!
아무도 반응하지 못한 이때, 검광이 번뜩이더니, 왕수의 머리가 높이 솟구쳤다.
푸확-!
순간, 선혈이 낭자했다.
이를 본 무인들은 당황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살인!
임랑각에서 살인을 저지르다니!
임랑각에선 싸울 수 없다는 규칙을 모른단 말인가!
사실, 조금 전 왕수는 고의로 엽현을 자극한 것이었다.
하지만 엽현이 정말로 출수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었다.
왕수뿐 아니라, 장내에 있던 무인들 전부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심지어 왕수의 경지는 절진경이었다.
그것도 내문에서 중상의 전투력을 인정받는 강자였다.
그런 그를 단번에 죽였단 말인가?
대령신궁 내문의 무인들은 다소 겁먹은 표정으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한편, 왕수는 아직 죽은 것이 아니었다.
육신이 파괴됐지만, 영혼은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내 한 줄기 검광이 날아와 그의 영혼을 감쌌다.
왕수는 표정으로 두려움을 드러냈다. 사실 방금 전 상황에서 그는 엽현이 출수할 것을 대비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어하는데 실패한 것이었다.
일검.
단 일검도 받아낼 수 없었다!
한편, 한쪽에 서 있던 아막이 차가운 눈으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막 무어라 말하려는 이때, 엽현이 가볍게 손가락을 까딱였다.
순간,
쾅-!
왕수의 영혼과 의식이 허무로 변해 사라졌다.
이 세상에서 완전히 제거된 것이었다.
이 장면을 보자, 아막이 결국 살기를 드러냈다.
“엽 공자, 임랑각에선 살초를 펼쳐선 안 된다는 걸 모르시오?”
엽현이 몰랐다는 표정으로 눈을 깜빡였다.
“아, 안 되는 거였소?”
“…….”
“하하, 미안하게 됐소. 첫 방문이라 이곳의 규칙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구려! 용서하시오, 낭자!”
엽현은 점잖게 사과했다.
아막은 순간 고민에 빠졌다.
엽현의 빠른 사과에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헷갈렸던 것이다.
이때, 장내에 있던 내문 제자 하나가 소리쳤다.
“엽현! 네가 미쳤구나! 감히 동문을 살해하다니!”
이에 엽현이 말을 한 남자를 보며 따지듯 대답했다.
“아니, 먼저 덤비라고 한 사람은 왕수였소. 그대도 똑똑히 듣지 않았소? 이래도 내가 잘못 한 거요?”
“…….”
“나는 정말이지 그가 진짜로 덤비라고 한 줄 알았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잘못한 건 아닌 거 같은데?”
“너, 너!”
내문 제자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이에 엽현이 상대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물었다.
“왜? 그대도 내가 덤벼 주길 바라는 거요?”
“…….”
이 말을 듣자, 내문 제자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방금 전, 엽현이 펼쳤던 검은 너무나도 위력적이어서, 도저히 받아 낼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침묵이 흐르고, 장내 분위기는 점점 어색해져 갔다.
이때, 엽현이 무인들을 돌아보며 말을 꺼냈다.
“그럼 본론으로 돌아가서, 조금 전 왕수가 나를 두고 불공정한 방법으로 대령신궁의 제자가 되었다고 했는데…….”
엽현이 살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지금쯤 모두들 그 말이 사실이 아니란 걸 눈치챘을 것이오. 다음으로 왕수의 죽음에 대해서는… 모두 알다시피, 저자가 먼저 덤비라기에 출수한 것뿐이오. 세상에 여태껏 살면서 죽여 달라고 애원한 사람은 나도 처음 이었소.”
“…….”
이때, 바깥쪽에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람을 죽여 놓고도 상대 탓을 하다니, 대단하구나!”
이 음성과 함께, 한 남자가 장내로 걸어 들어왔다.
이때, 남자를 알아본 무인 하나가 소리쳤다.
“내문지방(內門地榜) 서열 육위 허염(虛厭)!”
내문지방!?
이수연이 엽현에게 속삭였다.
“내문 안에 무인들의 서열을 분류한 지방이라는 것이 존재하오. 여기에 이름을 올렸다는 건 천재 중의 천재란 소리요. 부디 조심하시오.”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소.”
허염이 모습을 드러내자, 내문의 제자들이 그를 향해 황급히 포권을 취하며 아는 체를 했다.
허염은 여유 있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엽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네가 바로 엽현이로구나!”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그 엽현이오.”
“흥! 동문 사이의 일을 이리도 극단적으로 처리하다니, 게다가 영혼과 의식까지 소멸시켜? 그 수단이 참으로 악랄하구나!”
“난 잘못 없소. 해 달라는 대로 한 것뿐이오.”
순간, 허염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이제 보니 질이 아주 좋지 않군. 이유야 어찌 됐든 살인은 임랑각의 규칙에 어긋난 일이다. 오늘 이곳에서 무사히 돌아간다 하더라도 우리 대령신궁의 법 집행관이 널 가만두지 않을 게다.”
허염은 아막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아막 낭자, 임랑각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졌소. 이건 녀석이 임랑각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는 뜻이 틀림없소. 그런데도 가만히 서서 지켜볼 작정이오? 만약 이대로 넘어간다면 앞으로 누가 임랑각의 규율을 따르려 하겠소? 또, 임랑 소저의 체면은 어찌 되는 것이오?”
허염의 말에 아막이 난처한 듯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이때, 엽현이 혀를 찼다.
“쯧쯧, 외부사람을 구슬러서 동문을 처리하려 하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군!”
허염이 엽현을 쳐다보자, 엽현이 애통한 표정으로 가슴을 부여잡으며 말했다.
“우린 다 같은 대령신궁 사람 아닌가! 아무리 갈등이 있더라도 우리끼리 해결해야지, 어찌하여 외부인을 끌어들인단 말인가! 이건 엄밀히 말해 소인배나 하는 짓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