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790
1791화 그자는 정말 대단했소
어느 깊은 산맥.
커다란 나무 위에 좌선하고 있던 여인이 갑자기 미간을 찌푸렸다. 눈을 뜨자, 발밑에 놓여 있는 자신의 검이 심하게 떨리는 것이 보였다.
“누군가 내 검을 부르고 있어.”
여인은 불쾌한 표정으로 하늘을 쳐다보았다.
“누구지? 누가 검을 부르는 걸까?”
여인의 검은 여전히 몸을 떨고 있었다.
“흠… 설마 검맹은 아니겠지?”
긴 침묵이 있은 후, 여인이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다녀오너라.”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검이 기다렸다는 듯한 줄기 청광으로 변해 순식간에 하늘 끝으로 사라졌다.
성공, 무수한 검광이 마치 유성처럼 한 점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이 점의 끝은 다름 아닌 엽현의 머리 위쪽이었다.
한순간, 무려 십여만 자루에 달하는 검이 한자리에 모여들었다.
이 모습을 보자, 장내에 있던 무인들은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최상급 검수!
엽현의 정면, 엄례의 표정이 점점 딱딱하게 굳어갔다.
소임랑의 안색도 이미 갈색빛으로 변한 상태였다.
과소평가!
그녀는 이제야 자신이 엽현을 과소평가하고 있었음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유야의 표정은 평온했다.
이때, 엽현이 성공을 향해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의 눈빛이 검 사이를 훑기를 잠시, 마침내 한 자루 검이 그의 손으로 떨어졌다.
길이 약 사척, 손가락 한 마디가량의 너비를 가진 검은 검신이 바다처럼 푸르렀고, 검 끝은 마치 피가 흐른 자국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다.
순간, 엽현의 표정에 변화가 일었다.
분명 주인이 있는 검이다!
이 정도 검을 다루는 자라면 필시 보통 강자가 아닐 터!
그런데 왜 검이 자신에게 오도록 허락한 걸까?
수많은 질문을 뒤로 한 채, 엽현은 손을 뻗어 검병을 잡았다.
이 검을 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머리 위에 빽빽하게 모인 검 중에서 최고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발검정생사를 견뎌낼 수 있을지는 직접 휘둘러 봐야 알 수 있으리라!
검은 한 자루면 충분했다.
“수고했다. 돌아가!”
이 한 마디에, 성공에 산처럼 쌓여 있던 검들이 원래 있던 곳으로 순식간에 흩어졌다.
엽현의 시선은 다시 엄례에게로 향했다.
“이번엔 제대로 가겠습니다.”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엽현이 검을 높이 들고서 돌진했다.
쉭-!
찰나의 순간, 한 줄기 검광이 눈에 잘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번뜩였다.
엽현의 정면, 엄례가 진지한 표정으로 한 발을 앞으로 내딛었다.
이와 동시에, 그의 주먹에서 앞서와 같은 일권이 방출됐다.
콰쾅-!
엄청난 폭음이 고요한 성공 한복판에 크게 울려 퍼졌다.
검광이 찢겨 나가고 엽현과 엄례 두 사람은 동시에 뒤로 밀려났다.
두 사람은 똑같이 수천 장 거리를 후퇴했다.
이때, 엄례의 오른팔이 쩍 갈라지더니 조금씩 소멸하기 시작했다.
반대편, 엽현 역시 입가에 붉은 핏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자, 장내의 무인들은 감히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엽현이 소성인의 팔을 잘라냈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일까?
이게 정말로 등천경의 실력이란 말인가!
무인들의 눈동자는 금세 의혹으로 가득 찼다.
그들이 아는 등천경은 절대 이 정도로 강할 리가 없었다.
심지어 두 사람 사이에는 극심할 정도의 경지 차이가 존재하지 않은가!
“여전히 널 얕보고 있었구나.”
이 말을 하는 엄례의 표정은 대단히 어두워져 있었다.
이에 엽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엄 장로, 계속하시겠습니까? 원하신다면 이번에는 생사를 걸고 대결하고 싶군요.”
생사결!
무인들의 눈이 다시 한번 휘둥그레졌다.
엽현이 주제를 모르는 걸까?
그건 절대 아니었다.
지금 상황으로 보아선 충분히 소성인과 생사결을 펼칠 자격이 있었다.
심지어 죽는 것이 엄례일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 없었다.
엄례가 엽현을 보며 말했다.
“내가 널 제압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집법전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네 능력으로 집법전과 대령신궁 모든 무인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뜻은 없습니다. 저는 그저 무시당하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허면 왕수가 널 모욕했을 때 왜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느냐?”
“훗, 그게 소용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엄례가 침묵했다.
엽현이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을 이어갔다.
“엄 장로, 이만 가 보십시오.”
“…….”
엄례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대로 돌아섰다.
혼자만으로는 엽현을 압송할 수 없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가 생각하기에 집법전 내에서 엽현을 당해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두 명의 대성인뿐이었다.
하지만 이 중 하나는 폐관 중이고 나머지 하나는 대령신궁 내에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엽현을 잡기 위해서는 궁주에게 보고할 수밖에 없었다.
집법전으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대령신궁의 법 질서를 수호하는 그들이 외문 제자 하나 때문에 쩔쩔매는 꼴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엄례가 떠난 후, 장항 역시 엽현을 흘끔 쳐다보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엄례가 할 수 없는 것인데.
그라고 가능할 리가 없었다.
장항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얼른 내문 제자들에게 앞으로 엽현을 건들지 말라고 교육하는 것뿐이었다.
장항의 눈에 비친 엽현은 그야말로 괴물이었다.
상황이 정리되자 엽현이 웃으며 고청을 향해 돌아섰다.
“고 장로, 괜찮습니까?”
“…괜찮을 리가 있겠느냐?”
이 대답에 엽현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사람을 죽인 건 저입니다. 그러니 이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후, 그러려무나.”
엽현은 이수연과 도일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아직 임랑각 집회에 관심이 있소?”
“난 상관없어!”
도일이 웃으며 말했다.
이수연도 조심스레 대답했다.
“이쯤에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소.”
이수연은 더 이상 임랑각에 머무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자신들은 확실히 임랑각에 초대받은 손님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엽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령신궁으로 돌아갑시다!”
세 사람이 막 걸음을 옮기려는 이때, 음성이 그들의 발길을 가로막았다.
“엽 공자, 잠시 기다리시오!”
엽현이 돌아서자, 여인 하나가 천천히 다가왔다.
“엽 형, 저 사람이 바로 임랑 소저요!”
이수연이 놀란 표정으로 소리쳤다.
소임랑!
엽현 앞에 멈춘 소임랑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엽 공자, 먼 걸음을 하셨는데 이렇게 돌아가서야 되겠소?”
“하하, 선의는 고맙소만 우리는 이만 돌아가려 하오.”
이때, 소임랑이 엽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공자께서는 ‘검절’에 대해 관심이 있는 것 같은데… 내 말이 맞소?”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정도는 흥미가 있소.”
“후후, 그렇다면 잠시 그것에 대해 이야기해 보는 건 어떻소?”
엽현이 고민 끝에 청검을 갈무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도록 합시다!”
“좋소. 그럼 세 분 모두 날 따라오시오.”
소임랑은 엽현 등 삼인을 데리고서 어디론가로 자리를 옮겼다.
한편, 나무 위의 여인은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연신 허공을 쳐다보았다.
“다 썼으면 돌려줘야지, 왜 안 돌려주는 거야? 이게 무슨 경우냐!”
말을 마친 순간, 여인이 나무 위에서 사라졌다.
소임랑과 엽현이 도착한 곳은 전각의 내전(內殿)이었다.
소임랑이 주변을 돌아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여기 있는 것들은 다소 볼품이 없소. 다른 곳으로 안내하겠소.”
소임랑은 한쪽 벽으로 다가가더니, 가볍게 벽의 어느 부분을 두드렸다.
그 순간, 벽이 사라지고 또 다른 소전(小殿)이 모습을 드러냈다.
일행은 소전 안으로 들어섰다.
이 안에는 오직 여섯 개의 수정관뿐이었다.
소임랑이 그 중 어느 수정관 앞으로 다가가더니 가볍게 손을 뻗었다.
그러자 수정관 위에 있던 검은 책 한 권이 그녀의 손안으로 날아들었다.
소임랑은 책을 들고서 엽현을 향해 다가왔다.
“이건 고신(古神) 급 검수가 남긴 훼손된 검기(劍技)요.”
엽현의 시선이 검은 책으로 향했다.
“훼손된 검기?”
소임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용 중 일부분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날아가 버렸소. 하지만 고신경 강자가 남긴 것이니 그 가치는 실로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요.”
“흠… 성인 다음의 경지가 고신이오?”
소임랑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소.”
엽현은 잠시 책을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임랑 소저께서는 무얼 원하시오?”
순간, 소임랑의 눈빛이 반짝였다.
“공자가 조금 전에 펼친 그 발검술에 흥미가 있소.”
발검술!
엽현이 웃음을 터트렸다.
“소저께서 안목이 꽤나 높으시구려!”
“하하, 교환하시겠소?”
엽현이 다시 한번 검은 책을 응시하더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 검기의 위력은 그대도 이미 보아서 알고 있을 것이오. 하지만 나는 그대가 제시한 검기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오. 게다가 훼손된 검기를 수련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소. 그렇지 않소?”
“하지만 이 책은 고신의 전승이오.”
엽현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되물었다.
“그럼 그대는 내 검기가 누구의 것인지 알고 있소?”
“후후, 설마 고신 급 고수라도 된단 말이오?”
엽현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고신?
고신이든 저신이든 감히 부친과 필적할 수 있을까?
“임랑 소저, 이 거래는 없던 걸로 합시다. 설령 검기가 완전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내 쪽이 손해인 장사인 것 같소.”
“…보아하니, 공자의 내력은 내 생각보다 더 대단한 것 같구려.”
소임랑은 할 수 없이 책을 집어넣었다.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으니, 정전(正殿)으로 가십시다. 지금쯤 사람들이 다 모였을 테니, 차나 한잔하면서 논도라도 나눕시다.”
“임랑 소저, 검기가 불완전하다 하지 않았소?”
엽현의 물음에 소임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만?”
“하하, 다름이 아니라, 내가 완전하게 고칠 수 있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오.”
소임랑이 의아해하며 엽현을 쳐다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그 검기를 가지고 연구해서 완전하게 만들겠다는 소리요. 만약 정말로 성공한다면 지금보다는 열 배 이상 가치가 올라가지 않겠소? 설령, 실패한다 하더라도 그대는 손해 보는 게 없으니, 도전해 볼 만하지 않소?”
이에 소임랑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엽 공자, 검기를 날로 먹으려는 속셈 아니오?”
엽현이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장담컨대, 이 세상에 나보다 더 뛰어난 검수는 존재하지 않소. 내가 하지 못한다면 그 검기를 고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확신하오!”
이때, 작은탑이 전음으로 말했다.
[소주, 너 미쳤어? 주인하고 천명이 버젓이 살아 있는데 무슨 헛소리를…….] [넌 좀 닥쳐!] […….]소임랑이 엽현을 빤히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엽 공자, 그대가 최고의 검수라는 말… 진심으로 하는 소리요?”
엽현이 정색하며 대답했다.
“태어나서 나보다 더 강한 검수를 본 적 있소?”
“…아마 있었던 것 같소.”
“…….”
“그자는 정말로 대단했소.”
이에 엽현이 웃음을 터트렸다.
“임랑 소저는 아직 나에 대해 무지하시구려. 내가 전력을 다하면 어떤 검수가 살아남을 수 있겠소?”
“…그는 정말로 강했소.”
“그? 그게 누구요? 지금 당장 나와서 내 검을 받아 보라 하시오! 만약 일검에 승부를 내지 못한다면 내가 진 걸로 하겠소!”
소임랑이 고개를 저었다.
“그의 이름은 알지 못하오. 다만… 청색 장포를 입었던 것과 그 옆에 머리에 뿔이 난 소녀와 온 몸이 하얀 생명체가 같이 있었던 기억 뿐…….”
“…….”
순간, 엽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음? 공자의 표정을 보니 어째 아는 사람인 것 같소? 그대가 보기에 그 사람이 그대의 일검을 막아 낼 수 있겠소?”
이 질문을 받자, 엽현의 표정이 대단히 부자연스러워졌다.
“하하… 그건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