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791
1792화 하라면 해야지!
엽현은 당황스러웠다.
이 여자가 어떻게 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을까?
설마 이곳 고신성역에도 그를 따르는 세력이 있는 걸까?
‘잠깐!’
엽현은 청삼남이 신묘나 검맹보다도 더 강한 세력이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었다.
알려진 바로는 고신성역에는 두 개의 초강대 세력이 존재했다.
하나는 대령신궁, 다른 하나는 전각이었다.
‘설마 전각이?’
“엽 공자, 내가 말한 그 검수가 누군지 알고 있소?”
소임랑의 말에 엽현이 빠르게 생각을 거두고는 웃으며 대답했다.
“알다마다. 그것도 아주 가까운 사이요!”
“으음? 과연, 그대의 검도가 강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구려!”
“하하! 우리 본론으로 다시 돌아갑시다. 우선 내게 훼손된 검기를 한 번 보여 주면 어떻소? 만약 내가 복원해 낸다면 그대에게도 좋은 일 아니오?”
“음… 그렇게 합시다!”
소임랑이 엽현에게 검은 책을 건넸다.
엽현이 검은 책을 펼치는 순간, 한 줄기 묵광이 그의 미간을 향해 쏘아졌다.
순간, 엄청난 양의 정보가 머릿속으로 흘러들어 왔다.
무명검결(無名劍訣).
이 검기는 이름이 없었다.
잠시 후, 엽현이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이 검결은 가운데 부분만 있었을 뿐, 앞부분과 뒷부분의 내용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래도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세 부분으로 나뉜 듯했다.
“엽 공자 어떻소?”
소임랑의 질문에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일단 시간을 들여 연구해봐야 할 것 같소.”
“음, 그렇게 하시오.”
이때, 방 안으로 아막이 들어왔다.
아막은 곧장 소임랑에게로 다가와 속삭였다.
“사람이 모두 모였습니다.”
“후후, 그럼 시작하시오.”
소임랑은 엽현을 향해서도 말했다.
“엽 공자, 같이 가시겠소?”
엽현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갑시다!”
소전을 떠난 일행은 곧 정전에 도착했다. 장내에는 이미 육십여 명의 무인이 모여 있었다.
엽현은 이들의 면면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도일을 제외하면 최소 절세경의 강자들이었다.
게다가 두터운 기운으로 보았을 때, 거품이 전혀 끼지 않은 자들이었다.
이들 중에는 시공경 절정에 이른 무인도 무려 두 명이나 있었다.
단상 근처에 앉아 있는 이 두 사람은 모두 대령신궁의 무인들이었다.
이때, 엽현 곁에 있던 이수연이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저기 저 남자와 여자가 보이시오? 모두 대령신궁의 직전제자들이오. 남자는 관란봉(觀瀾峰)의 진과(陈戈), 여자는 삼청봉(三清峰)의 목령(牧靈)이라 하오.”
직전제자!
엽현의 시선이 단상 아래의 두 남녀에게로 향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때, 사방에서 내문 제자들이 몰려와 두 사람을 향해 예를 차렸다.
“엽 형, 규율에 따르면 외문과 내문제자들은 직전제자를 만나면 예를 차려야…….”
“인사는 생략하겠소.”
이수연이 불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꽤나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 굳이 찾아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알아차리진 못하리라.
한편, 몇몇 내문제자들은 이미 엽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조금 전에 벌어졌던 일이 이미 그들에게도 전해진 게 분명했다.
이때, 소임랑이 단상 위로 올라섰다. 주변을 둘러본 그녀는 웃으며 운을 뗐다.
“오늘 이렇게 임랑각을 찾아 주어 고맙게 생각하오. 지금부터 다과와 논도가 진행될 것이니 모두 참여해주기 바라오!”
소임랑이 가볍게 손뼉을 치자, 대기하고 있던 시녀들이 일일이 돌아다니며 무인들의 찻잔을 채우기 시작했다.
엽현 역시 차를 받아 든 순간, 잠시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렇게 정순한 기운이!’
엽현은 고개를 숙여 찻잔 안을 들여다보았다. 과연 수정처럼 맑은 것이 보기에도 좋아 보였다.
이때, 이수연이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성품(聖品) 영차(靈茶)요! 성품!”
엽현이 호기심에 물었다.
“그렇게 좋은 거요?”
이수연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물론이오! 비록 한 잔에 불과하지만 몇 년의 수련을 한 것 이상의 효과가 있소! 대령신궁에서도 오직 몇몇 내전 제자 이상만이 이런 차를 마실 수 있다 하오!”
이수연은 참을 수 없다는 듯 뜨거운 차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영차를 마신 후, 이수연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얼굴에 도취 된 표정을 드러냈다.
엽현은 궁금했다.
이 차가 그렇게나 좋은 걸까?
엽현은 더 고민하는 대신 영차를 한 모금 입에 물었다.
순간, 따듯한 기운이 전신을 타고 흘러내려 가는 게 느껴졌다.
‘좋은 기분…….’
영차에 대한 엽현의 감상이었다.
그리고 이때, 엽현은 몸 안에서 어떤 변화를 감지했다.
‘수위가 증가했다!’
그랬다. 차 한 잔을 마시는 것만으로 무공 수위가 향상됐던 것이다.
엽현은 눈앞의 찻잔을 바라보며 낮게 탄식했다. 역시, 무도에는 돈이 중요했다.
돈이 많다고 꼭 강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강한 무인이 되기 위해선 많은 자원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다만, 엽현이 돈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것은 기본적으로 돈이 부족해 본 적 없기 때문이었다.
청성 시절엔 몰라도 지금은 그렇다.
수련자원?
신계 영생원천 하나만 해도 평생 쓰고도 남을 정도다.
무공?
그는 이미 최강의 검술인 발검술과 일검정생사를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때로는 두 개를 합쳐 쓰기도 한다.
인맥?
동생이 청아고, 아버지가 청삼남이다.
게다가 그가 형님으로 모시는 검수 역시 무적에 가까운 존재다.
엽현에게 자원이니 인맥이니 하는 것은 아무런 걱정거리도 아니었다.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엽현은 다른 무인들 보기가 다소 민망해졌다.
소설에나 존재하는 금수저가 바로 자신이었던 것이다!
이때, 소임랑이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자, 차를 다 마셨으면… 누가 먼저 시작하겠소?”
아무도 반응하는 이가 없었다.
이에 소임랑이 재차 말을 하려는 찰나, 남자 하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엽현을 쳐다보며 웃으며 말했다.
“등천의 경지로 소성인과 싸울 수 있는 엽 공자가 먼저 발언하는 게 어떨까 싶소!”
이 말을 들은 순간, 소임랑의 눈초리가 매섭게 변했다.
자신의 영역에서 수작을 부리려는 속셈을 간파했던 것이다.
이때, 이수연이 엽현에게 속삭였다.
“엽 형, 저자는 내문 지방 서열 이 위인 가연(柯然)이오!”
지방 서열 이 위!
내문 제자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엽현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때, 엽현이 가연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가 형, 내문과의 일은 이미 끝난 걸로 생각했소만?”
가연이 ‘하하’ 웃으며 대꾸했다.
“사람을 죽였는데 끝이라니, 가당치도 않은 소릴 하는구나!”
“음… 이곳은 임랑 소저의 영역이니, 이곳에서 소란을 피우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소.”
이 말에 가연이 소임랑을 향해 돌아서더니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임랑 소저를 기분 나쁘게 할 의도는 전혀 없소! 다만 마음이 불편하여 도저히 참을 수가 없구려!”
이에 소임랑이 웃으며 대답했다.
“가 공자가 정 참을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지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보시오.”
“이해해주어서 고맙소!”
가연은 예를 차린 후, 엽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엽현, 감히 내문 사람을 상하게 하고서 이대로 끝날 줄 알았느냐? 집법전이 널 잡아가는데 실패했지만, 우리 내문은 절대 널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네가 죽지 않는 한 내문은 끝까지 네 죄를 묻을 것이다!”
엽현은 남은 찻물을 목구멍에 털어 넣은 후 의자 위에 탁 내려놓았다.
“그래서? 떼로 덤빌 텐가? 아니면 혼자서 덤빌 텐가? 만약 원한다면 나 혼자 너희 전체를 상대해주지!”
와-!
순간, 장내가 술렁였다.
혼자서 내문 전체를 상대하겠다!
이 얼마나 방자하고 대담한 태도인가!
내문제자들의 표정이 삽시간에 썩어들어 갔다.
바로 이때, 앞쪽에 앉아 있던 직전제자 진과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엽현을 향해 말했다.
“요즘 외문제자는 이렇게 버릇이 없나?”
엽현이 진과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알고 보니 그대를 믿고서 설친 것이었군.”
진과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엽현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 멈춰 섰다.
그의 시선이 엽현에 얼굴에 똑바로 날아와 박혔다.
“듣자 하니, 내문제자든 직전제자든 외문을 무시하면 죽이겠다고 떠들고 다녔다던데, 사실인가?”
엽현이 고민도 해 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진과의 입가에 조소가 흘렀다.
“나는 언제나 외문을 버러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 와서 날 죽여라!”
순간, 장내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누군가의 침 넘기는 소리가 얼어붙은 공기를 뚫고 파문을 일으켰다.
진과는 아예 두어 발자국 더 엽현을 향해 다가갔다.
“나도 너희 외문을 무시하는 사람이니, 죽여야겠지. 안 그런가?”
엽현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엽현의 검이 검집을 벗어났다.
발검정생사(拔劍定生死)!
일검이 방출된 순간, 모든 무인들의 안색이 새하얗게 변했다. 이때, 진과가 눈으로 독기를 내뿜으며 일권을 내질렀다.
“천겁붕멸(天極崩滅)!”
신계 절정의 무기!
장내는 또 한 번 뒤집어졌다.
신계 절정의 무기보다 더 놀라운 것은 진과의 경지가 시공경이 아닌 소성인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이 순간, 무인들은 왜 진과가 엽현을 자신 있게 도발할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바로 경지에 있어 엽현을 압도하기 때문이었다!
‘과연, 직전제자는 결코 만만하지 않구나!’
바로 이때, 엽현의 검이 번뜩였다.
쾅-!
굉음과 함께, 임랑각 전체가 순식간에 쑥대밭으로 변했다.
엽현과 진과는 서로 반대쪽으로 튕겨 나갔다.
이때, 엽현이 날아가는 와중에 다시 검을 휘둘렀다.
평범한 발검술이 아닌, 발검정생사였다!
엽현의 검을 본 순간, 진과가 눈을 부릅뜨며 황급히 양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어수천지(禦守天地)!”
쾅-!
진과의 눈앞에 시간장하로 이뤄진 장벽이 생성됐다. 이는 평범한 시간장하와 달리, 겉면이 반딧불처럼 반짝였고, 사방에 기이한 황금 부적들이 붙어있었다.
성인지력(聖人之力)!
이는 오직 성인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신비한 힘이었다!
주목할 점은 진과가 성인지력을 공격이 아닌 수비를 위해 사용했다는 사실이었다.
모든 이의 시선이 집중된 순간, 엽현의 검이 도달했다.
쾅-!
검이 떨어지자, 장벽이 요동치더니 결국 산산 조각나 사방으로 흩어졌고, 이 충격에 진과가 수천 장 밖으로 튕겨 나갔다.
진과가 자리에 멈춰 선 순간, 그의 육신이 곧바로 터져 나갔다.
일격에 소성인의 육신을 파괴했다!
이 모습을 보자, 소임랑의 안색이 급격히 어둡게 가라앉았다.
이 순간, 그녀는 엽현의 발검술이 두 가지라는 점을 알아냈다.
첫 번째는 단순한 발검술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같은 발검술에 어떤 위력적인 기운을 담아낸 것이었다.
두 번째 발검술은 첫 번째와는 차원이 다른 위력을 선사했다.
그 위력이 심지어 성인 급의 강자조차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진과의 육신이 허물어진 것을 목격하자, 무인들은 아예 넋이 나가버렸다.
소성인의 진과조차 엽현이 휘두른 검을 막지 못한단 말인가!
엽현은 진과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손안에서 울고 있는 청검의 떨림이 느껴졌다.
방금 전 상황에서, 이 청검이 아니었더라면 검기의 제 위력을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발검정생사를 펼치기 위한 조건은 매우 까다로운 편이었다.
때문에 평범한 검으로는 그 위력을 전부 뽑아내기가 어려웠다.
심지어 청검조차도 검기에 깃든 위력을 완전히 발휘한 것은 아니었다.
필경 청아와 다닌 시간 동안 엽현 역시 놀고만 있던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엽현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그 누구라도 청아에게 지도를 받는다면 전혀 다른 무인으로 변할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특히 발검정생사는 청아와 청삼남의 검기를 합친 것이기에 그 위력이 더욱 대단했다.
만약 이 검기를 막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보통 실력자가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바로 이때, 엽현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다음 순간, 한 자루 검이 진과의 영혼 바로 앞에 멈췄다.
그리고 이 순간, 성공 깊은 곳에서 노기 어린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해 보거라! 어떻게 되는지!”
이 말에 엽현의 입꼬리가 흉악하게 말려 올라갔다.
“하라면 해야지.”
말을 마침과 동시에, 엽현이 검을 휘둘렀다.
쉭-!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진과의 영혼이 허무로 변해 사라졌다.
영혼은 물론 의식조차 깨끗이 소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