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797
1798화 아버지의 의지!
엽현은 다소 어이가 없었다.
눈앞의 여인이 청검의 주인일 줄이야!
‘이제 어쩌지?’
여인이 엽현을 노려보며 말했다.
“왜 검을 빌리고도 안 돌려 줬지?”
“하하… 소저, 뭔가 오해가 있나 본데…….”
“오해?”
여인의 눈매가 오뉴월 서리처럼 매서워졌다.
“내가 찾으러 오지 않았으면 영영 모른 척할 생각이었겠지? 아냐?”
엽현이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저, 절대 그런 생각은 없었소!”
“흥! 그럴 생각이 없다고 하기엔 이미 너무 그러고 있었거든?”
“…….”
여인이 검을 거두며 말했다.
“검맹의 무인인가?”
이 말에 엽현이 여인을 위아래로 유심히 살펴보았다.
“혹시… 그대가 검심심?”
여인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날 알아?”
“오! 역시 그랬군요! 사저, 안녕하십니까! 저는 엽현이라 합니다! 검맹에 가입한지 얼마 되지 않아 미처 몰라 뵀습니다!”
여인의 눈길이 엽현의 몸속 깊은 곳을 훑기 시작했다. 이내, 그녀의 표정이 기이하게 변했다.
“이 혈맥은…….”
여인이 엽현에게 바짝 다가서더니, 한 손으로 엽현의 어깨를 붙들었다.
쾅-!
찰나의 순간, 엽현의 체내에 있던 혈맥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이에 여인이 놀란 눈으로 엽현을 쳐다보았다.
“검주의 아들이었군요!”
이에 엽현이 근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알아보았다니 다행이구려. 이제 오해가 좀 풀렸소?”
엽현이 웃으며 말하자 검심심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번에도 빌리 실 물건이 있다면 미리 말씀해 주십시오.”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겠소!”
“그럼 별다른 일이 없다면 저는 이만…….”
이때, 엽현이 돌아서려는 검심심을 불러 세웠다.
“소저, 혹시 우리와 함께 북애검허에 가 볼 생각이 있소?”
검심심이 돌아서서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북애검허에 가실 생각입니까?”
“그렇소!”
이에 검심심이 고개를 저었다.
“너무 위험한 곳이라 추천하진 않습니다.”
“하하, 그냥 가볍게 구경만 좀 할 생각이오.”
검심심이 잠시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함께 가 드리지요.”
“좋은 생각이오!”
검심심의 시선이 곁에 있던 소임랑에게로 향했다.
“임랑 소저.”
소임랑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심심 소저, 오랜만이오.”
“잠깐. 두 사람이 서로 아는 사이오?”
엽현이 의아해하며 묻자 소임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 한 번 임랑각의 객으로 모신 적이 있었소.”
“아, 그런 일이 있었구려!”
“그럼, 바로 출발합시다!”
소임랑의 말에 세 사람은 나란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반 시진 후.
일행은 마침내 북애검허의 경계에 도착했다.
검허는 그들이 서 있는 절벽 바로 아래에 위치했는데, 절벽 밑으로는 까마득한 어둠이 존재했고, 그 위로는 운무가 짙게 깔려 신비로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소임랑이 절벽 밑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 아래가 바로 검허의 땅이오. 저기 보이는 운무 가운데 강력한 검진이 있어 대성인조차 감히 접근하지 못한다 하오.”
“아마도 강력한 세력이 존재했을 것 같소.”
엽현의 말에 소임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검수 종문이었을 가능성도 높소. 어쨌든 검기가 너무나 거세니 우리 실력으로는 진입할 수가 없소.”
검기가 거세다…?
엽현이 문득 소임랑을 쳐다보았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오?”
소임랑이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나는 감히 도전해 볼 생각도 들지 않소.”
이 말에 엽현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지 않는 게 무엇인가?
바로 검기 아니겠는가?
무적검체(無敵劍體)!
육신을 재건한 이후, 더 이상 육신에 대한 수련은 하고 있지 않지만, 무적검체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게다가 검도조예가 높아진 탓에 무적검체 역시 보통 강한 것이 아니었다.
청성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는 단 한 번도 무적검체를 버리고자 한 적이 없었다.
왜냐하면 무적검체는 청아가 처음으로 가르쳐준 것이기 때문이었다.
무적검체를 상기한 엽현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여러 고민 하지 않고 곧장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엽현이 몸을 날리자, 소임랑이 화들짝 놀라며 엽현을 붙잡으려 손을 뻗었다.
바로 이때, 운무 안쪽에서 기괴한 검명이 울려 퍼졌다.
쉭-!
뒤이어 한 줄기 검광이 번뜩이더니 공간이 찢겨 나갔다.
소임랑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검진이 발동했소! 저 검진은 침입자가 있을 시 자동으로 발동하게 돼 있소! 그 위력은 대성인조차 감당할 수 없는 것이…….”
순간, 소임랑이 말을 멈추고 미간을 찌푸렸다.
절벽 밑에 존재하던 검진이 갑자기 사라진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소 소저, 우리도 가 봅시다!”
검심심이 곧바로 신형을 날렸다.
잠시 멍하니 서 있던 소임랑은 황급히 검심심의 뒤를 쫓았다.
절벽 밑.
두 여인이 절벽 밑에 도착했을 때, 엽현은 가부좌를 틀고 잠잠히 앉은 상태였다. 그의 전신에선 예측할 수 없는 강성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오?”
“나도 모르겠소.”
소임랑의 질문에 검심심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엽현의 상태를 살피던 소임랑의 눈빛이 점점 무거워졌다.
“기운이… 전보다 더 증가한 것 같소.”
검심심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검주만큼이나 신비로운 사람이오.”
“검주?”
소임랑이 고개를 돌려 검심심을 쳐다보았다.
이에 검심심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사실 소임랑은 청삼남을 만난 적이 있었다.
다만 그것이 검맹의 검주인 줄은 알지 못했다.
“검 소저, 두 사람은 같은 곳에서 온 것이었소?”
검심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볼 수 있소.”
“이곳에서 굉장히 먼 곳이 아니오?”
검심심이 옅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무슨 질문이 하고 싶은 거요?”
“하하… 단순한 호기심이오.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엽 공자나 검 소저 같은 천재를 배출해낼 수 있는지 매우 궁금하오.”
검심심은 엽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저 사람은 고작 등천경에 불과할 뿐이오.”
이 말에 소임랑이 웃으며 대꾸했다.
“그대는 아마 모르겠지만, 엽 공자는 소성인을 일격에 죽일 수 있는 실력자요. 설령 대성인이라 할지라도 그와 겨뤄 승리를 장담할 수가 없소.”
“뭐? 그 말이 사실이오?”
검심심의 음성엔 경악의 기색이 서려 있었다.
소임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어쩌면 내가 말한 것보다 훨씬 더 강할지도 모르오.”
바로 이때, 엽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크게 호흡을 가져갔다.
찰나의 순간, 강대한 기운이 그의 전신에서 방출되면서, 절벽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듯 크게 흔들렸다!
잠시 후, 장내가 진정되자 소임랑이 엽현을 향해 다가갔다.
“엽 공자, 방금 전 그대가 진법을 파괴한 것이었소?”
엽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다고 해 둡시다.”
소임랑은 다소 어이가 없었지만, 이내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엽 공자는 내 생각보다 더 신비로운 사람이구려.”
“하하, 일단 더 안쪽으로 이동해 봅시다!”
소임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세 사람은 정면에 나 있는 길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엽현이 고개를 들어 정면을 쳐다보았다.
멀리, 길이 끝나는 곳에는 거대한 산이 우뚝 솟아 있었다.
그 끝이 검은 안개에 가려진 산은 보는 것만으로도 모종의 위압감을 형성했다.
엽현은 문득 산속 깊은 곳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강렬한 검도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검도의지!
엽현은 문득 자신의 몸 안에 있는 청삼남의 검도의지를 떠올렸다.
실력이 늘어날수록, 엽현은 청아와 부친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청삼남의 검도의지는 마치 우주공간처럼 그 끝을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 두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걸까?
현재로서는 모든 것이 수수께끼였다.
엽현은 문득 실소가 흘러나왔다.
청삼남과 청아를 뛰어넘는다는 것은 정말이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엽현은 최선을 다하고자 했다.
자신이 강해지지 않으면 언젠가 부친과 청아가 서로를 향해 검을 휘두르는 모습을 볼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이 비극을 막으려면 오직 자신이 그들보다 더 강해지는 방법뿐이었다.
“엽 공자,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시오?”
소임랑이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생각을 거둔 엽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오.”
이렇게 말한 엽현은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세 사람은 가는 길 내내 적지 않은 수의 시체를 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깊은 곳으로 향할수록 검도의지 역시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바로 이때, 갑작스레 한 줄기 검광이 쏘아지듯 날아들었다.
이를 발견한 소임랑이 출수하려는 이때, 엽현이 갑자기 앞으로 이동하더니 가슴을 활짝 열었다.
쾅-!
놀랍게도 검기는 엽현의 몸 안으로 즉시 흡수되고 말았다!
이 장면을 보자 소임랑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흡수…했다?
엽현은 아무 일 없다는 듯 크게 심호흡을 들이킬 뿐이었다.
대단히 정순한 검기였다. 이런 검기를 몇 개만 더 흡수할 수 있다면, 절진경에 이르는 일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나 마찬가지이리라!
“엽 공자, 검기를 흡수할 수 있었구려!”
소임랑이 놀라서 소리쳤다.
이에 엽현이 웃으며 소임랑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렇소.”
“마, 말도 안 돼… 세상에 이런 체질이 존재하다니…….”
“하하, 일단 시간이 없으니 앞쪽으로 계속 가 봅시다!”
엽현은 도망치듯 걸음을 옮겼다.
이후로도 때때로 검기가 날아들었지만, 모두 엽현에게 흡수될 뿐이었다.
이 검기들은 오래전에 만들어진 주인 없는 검기들로, 의식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위력만큼은 여전히 막강해서 시공경 급 강자라도 막아내기 어려운 것이었다.
엽현을 곁에서 보는 소임랑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져 갔다.
검기를 흡수할 때마다 엽현의 기운이 계속해서 강해지는 것을 봐왔기 때문이었다.
그의 기운은 이미 등천경을 한참 뛰어넘은 것이었다.
사실 엽현은 이미 절진경에 도달한 상태였다.
하지만 강제로 기운이 폭발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아직은 절진경이 될 때가 아니었다.
작금의 목표는 절진경이 아닌 등천경의 무한이기 때문이었다.
대략 반 시진 후, 세 사람은 마침내 산 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때, 소임랑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대령신궁의 무인들은 항상 이곳에서 돌아서야만 했소.”
“어째서 말이오?”
엽현의 질문에 소임랑이 깊은 숲속을 응시하며 대답했다.
“저 안쪽에 무시무시한 검도의지와 검기가 존재하기 때문이오. 너무나도 강력해서 감히 진입할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다고 들었소.”
엽현은 소임랑이 말한 숲속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과연, 한 줄기 강대한 검도의지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검도의지!
검도의지라면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아니, 검에 관한 것이라면 어떤 것도 두렵지 않았다.
물론, 상대의 검도가 청삼남 정도로 강하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예전에도 청삼남의 검기를 흡수하려다가 죽을 뻔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부친과 같은 검수가 세상에 여럿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 그런 일이 재발할 가능성은 극도로 적었다.
“들어가 봅시다!”
엽현이 웃으며 숲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소임랑은 무거운 표정으로 엽현의 뒤를 쫓았다.
일이 생기면 엽현을 방패 삼아 바로 도망칠 생각이었다.
그렇게 숲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숲속이 크게 흔들리더니, 강대한 검도의지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쾅-!
한순간, 사방의 공간에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검도의지가 뿜어내는 기운을 견디지 못한 까닭이었다!
이 모습에 엽현은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켰다.
‘제기랄 이 정도로 강한 검도의지라면 흡수하는 건 불가능해!’
엽현은 주저하지 않고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의 손안에 청삼남이 남겨 두고 간 검도의지가 나타났다.
엽현은 청삼남의 검도의지를 높이 치켜들며 크게 소리쳤다.
“아버지의 의지 앞에서 누가 감히 방자하게 구는가!”
쾅-!
찰나의 순간, 장내를 모두 불태울 것 같던 신비한 검도의지가 잠잠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