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81
181화 청룡도를 대령하라!(1)
‘함정?’
엽현이 작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오 총관이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숨겨둔 패라도 있는 것인가?’
“죽여라!”
순식간에 일곱 명의 흑의인들이 엽현에게 달려들었다.
하나 같이 절정의 살수들이었다. 게다가 이 흑의인들은 진법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때였다.
퍼퍼퍼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흑의인들이 재빨리 뒤로 신형을 물렸다.
오 총관이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엽현의 앞에 어느 순간 다섯 명의 금인이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이들 금인들은 결코 진법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있었다.
다섯 금인의 몸속에 설치된 진법은 오 총관이 설치한 금령진보다 훨씬 더 고등 진법이었던 것이다.
흑의인들을 물리친 다섯 금인이 별안간 진법이 설치된 진법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이 장면을 본 오 총관이 눈썹을 치켜뜨며 소리쳤다.
“퇴각한다!”
곧 오 총관과 무인들이 냅다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들로서는 이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다. 만약 진법이 깨진다면 결코 엽현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아직 멀리 도망치지 못했을 때, 등 뒤에서 무언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진법이 깨진 것이다.
오 총관이 뜨악하는 심정으로 속도를 더 올렸다. 바로 이때, 그의 눈앞으로 한 자루의 검이 나타나더니 순식간의 그의 미간을 꿰뚫었다.
그와 동시에 그의 곁에 있던 흑의인들 또한 동시에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그리고 그들의 미간엔 한 자루씩의 칼이 꽂혀 있었다.
천천히 그들의 시체 쪽으로 다가온 엽현이 혀를 찼다.
“쓸데없이 내 영석을 낭비하게 하다니!”
그가 손을 까딱이자 순식간에 검들이 그의 손으로 회수됐다.
전리품을 챙기기 위해 시체를 뒤적이던 엽현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들은 하나같이 개털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서 나온 것을 다 해봐야 황금 오천만 냥도 되지 않았고, 영석 또한 몇 개 지니고 있지 않았다.
이때 엽현이 문득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눈에 아주 익은 두 사람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막청현과 암주였다.
사실 엽현이 강국을 떠날 때부터 창목학원과 암계는 엽현의 뒤를 밟고 있었다.
그리고 엽현이 대운제국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들은 매우 당황했다.
항상 방어의 위치에만 있던 엽현이 반격을 하러 나오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들이 만법경 강자를 낼 수 없는 지금 이 상황에서 과연 누가 엽현을 막을 것인가?
막을 방법이 없었다.
만약 엽현에게 검선이라는 배후가 없었더라면, 두 세력은 가벼운 마음으로 엽현을 찍어 누를 수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녀가 어법경 강자마저 닭목 비틀 듯이 죽여 버리는 초고수라는 사실이었다. 이 사실 때문에 그들은 여전히 만법경 강자들을 보내는데 주저하고 있었다.
억울하고 애통하다.
이것이 바로 막청현과 암주가 느끼는 심정이었다.
엽현을 죽일 수 있는 자들은 나설 수 없고, 싸울 수 있는 자들은 엽현을 죽이지 못한다. 이 얼마나 답답한 것인가!
엽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와 저들 사이에는 어떤 대화도 불필요했다.
이때, 막청현이 엽현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화해의 가능성은 없는 것인가?”
‘화해?’
엽현이 피식 웃었다.
“지금까지 눈에 불을 켜고 나를 죽이려 하던 자가 마음이 바뀌기라도 했나?”
막청현이 담담한 어투로 대답했다.
“정말 이 전쟁의 승리자가 네가 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냐? 결국 우리 둘 다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고 말 것이…….”
엽현이 고개를 저으며 막청현의 말을 끊었다.
“쓸데없는 소리 좀 작작 하지? 나는 그만둘 마음도 없어. 결국엔 너희 모두를 죽여 버릴 테니까!”
말을 마친 엽현이 막청현의 어깨를 밀치며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몇 걸음 걷지 않았을 때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참, 창목학원이 어느 쪽인지 좀 알려 주겠나?”
“…….”
“하하…….”
그렇게 엽현은 웃음소리와 함께 장내에서 모습을 감췄다.
엽현이 떠난 후, 막청현은 마음을 다스리려는 듯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런 그의 곁에 암주가 다가왔다.
“화해하자고 말한 것은 단지 시간 끌기 용이었소?”
막청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황성에 도착하면 대운제국의 창목학원이나 암계나 똑같이 저 놈을 막을 수 없소. 이 일은 필시 중토신주 본원이 나서야만 하오. 하지만 본원의 지원이 도착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기에 시간을 좀 끌어보려 했으나…… 놈은 어째서인지 바로 내 의도를 간파한 것 같소.”
암주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이제 어쩌면 좋겠소?”
막청현이 눈을 뜨고는 먼 곳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저 놈이 황성에 들어가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하오. 그렇지 않으면 창목학원과 암계는 큰 화를 면하지 못할 것이오. 가서 고산왕을 만나봐야겠소!”
그렇게 두 사람은 황성을 향해 떠났다.
한편, 창목학원을 찾은 엽현은 살짝 당황한 모습이었다. 학원엔 이미 단 한 명의 학생도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그들은 값나가는 물건들은 모두 챙겨간 상태였다.
“으아아아악! 치사한 놈들-!”
엽현은 먼 길에서 온 손님을 빈손으로 돌려보내는 상황에 대단히 서운해했지만,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어쨌든 그의 목표는 따로 있었으니까.
바로 대운제국 황성이었다.
* * *
대운제국의 황궁.
한 여인이 연못 안에 발을 담그고 앉아 있다. 여인이 물 안에서 발을 휘젓자 그 주위로 작은 물고기들이 몰려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하얀 발을 물고기들이 앙증맞게 깨무는 것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싱긋 웃고 있었다.
이때, 갑옷 차림의 한 남자가 허리에는 검을 찬 채로 여인에게 다가왔다. 가볍게 고개를 숙인 남자가 입을 열었다.
“주군, 막 원장과 암주가 왔습니다.”
여인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들라 하라!”
남자가 떠나고 얼마 되지 않아 막청현과 암주가 여인이 앉아 있는 곳으로 다가와서는 허리를 굽혀 예를 올렸다.
“연 낭자!”
지극히 공손한 모습이었다.
이는 당연한 것이었다.
현재의 대운제국이 전성기에서 어느 정도 내려온 것은 사실이지만 한 때 청주의 패자로 군림하던 그 저력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게다가 눈앞에 이 연만리라는 여인은 창목학원과 암계로서도 그 진정한 실력을 알 수 없는 신비로운 자였다.
연만리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의 앞까지 다가왔다.
“두 분께서는 엽현 때문에 오신 것이겠군요.”
막청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저희 두 사람은 연 소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이에 연만리가 가볍게 웃었다.
“창목학원과 암계는 우리 대운제국과 한배를 탄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응당 그래야겠지요. 어디, 흑염기병 오십 기 정도면 되겠습니까?”
막청현이 반색하며 황급히 대답했다.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다행이군요. 하지만 조정의 저 고집불통 늙은이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체면치레가 필요할 것입니다. 최상급 영석 천만 개 정도면 어떠신지요?”
막청현과 암주가 잠시 망설였다.
그러자 연만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
“흑염군 오십 기가 그 정도 가치도 안 된다고 보시는지요?”
이에 막청현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럴 리야 있겠습니까. 그럼 곧 영석을 준비하겠습니다.”
그러자 연만리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시원해서 좋군요. 확실히 그 엽현이란 자는 간단한 상대가 아닙니다. 흑염군 오십 기로는 부족할 수 있으니, 제국 내의 여러 세가들에게도 소집령을 내리겠습니다. 비록 그의 실력이 대단하고는 하나 대운제국 강자들이 손을 잡는다면 일이 생각보다 쉽게 풀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막청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엽현은 더 이상 두렵지 않을 것입니다!”
“단지…….”
연만리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들 세가가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하하하! 걱정 마십시오. 우리들의 결정을 감히 그들이 거역할 수 있겠습니까?”
연만리가 표정을 풀고 활짝 웃었다.
“그렇겠지요? 제가 괜한 걱정을 했군요.”
그렇게 막청현과 암주는 연만리에게 사의를 표한 후 자리를 떠났다.
두 사람이 떠난 후, 연만리가 고개를 흔들며 성난 목소리로 외쳤다.
“창목학원과 암계… 저런 거대 세력들이 고작 한 사람을 못 괴롭혀 안달이 난 꼴이라니. 정말 눈 뜨고는 못 봐주겠군. 여봐라! 본왕의 청룡도를 가져 오너라! 화가 나서 안 되겠다! 내 이 청룡도로 당장…… 배라도 깎아 먹자꾸나.”
“…….”
* * *
대운제국. 황성.
엽현을 태운 운선은 남명성을 떠나 대운제국 황성으로 향했다.
운선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엽현에게 한 명의 취선루 총관이 찾아와 고개를 숙였다.
“엽 공자, 우리 취선루에서 이미 오 총관에 대한 조사를 마쳤습니다. 그는 창목학원이 오래전 취선루에 심어 두었던 밀정이었습니다. 엽 공자께 불편을 드린 점, 취선루를 대표해서 사과드리겠습니다!”
엽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별일 아니었소.”
총관이 다시 포권을 취했다.
“우리 취선루에서 이미 황성에 첩자를 보내 두었습니다. 그쪽에서 무슨 동향이 발견되는 즉시 엽 공자께 알려 드리겠습니다.”
“나야 고마운 일이구려.”
“그럼, 필요한 것이 있으면 바로 저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총관이 떠나고 잠시 후, 두 명의 여인이 과일이 수북이 쌓인 쟁반을 들고 엽현 뒤에 나타났다. 두 여인은 부끄러운 듯 볼이 빨간 상태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엽현이 몸을 돌려 두 여인을 바라본 순간,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이 두 여인은 예전에 창란학원으로 돌아가던 운선 안에서 자신에게 약이라도 탈까라며 농담을 하던 소녀들이었다.
엽현이 태연히 과일을 하나 집어 들고는 웃으며 말했다.
“분명 약은 없겠지?”
그 말에 두 여인은 더욱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붉혔다.
그 모습이 재밌었는지 엽현은 이내 하하 소리 내어 웃었다.
이때 왼편에 있던 시녀가 용기를 내어 엽현에게 물었다.
“고, 공자는 정말로 검주이십니까?”
엽현이 웃었다.
“당연하지. 왜, 멋있어?”
시녀가 잠시 엽현을 쳐다보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소녀, 이렇게 낯짝이 두꺼운 검주는 처음입니다.”
“…….”
이에 그녀 곁에 있던 다른 시녀가 당황한 듯 소매를 끌어당기며 작게 소리쳤다.
“동동(彤彤)! 너 미쳤어!?”
이에 동동이라 불린 시녀가 눈을 두어 번 깜빡였다.
“호, 혹시 화나셨습니까?”
그 말에 엽현이 고의로 굳은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글쎄, 화가 났을까 안 났을까?”
그러자 동동이 새하얀 이를 드러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화 안 나신 거 다 알아요. 왜냐하면 공자는 좋은 사람이니까요! 소녀도 귀가 있어서 공자께서 개양성에서 하신 일을 모두 들었답니다.”
동동이 재빨리 자신의 곁에 있던 소녀의 팔을 끌어당기며 개구진 말투로 말했다.
“얘가 지난번 공자에게 약을 타려 한 단단(丹丹)이란 아이랍니다!”
“호오… 그래서, 무슨 약을 타려 했느냐?”
엽현의 말에 단단이라는 소녀의 얼굴이 이제는 터질 듯이 빨갛게 변했다. 결국 소녀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엽현은 두 소녀의 모습을 보고 분명 좋은 약은 아니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휴…….”
엽현이 크게 한 숨을 내쉬었다. 이 한숨은 자신이 너무 잘난 탓에 이 어린 소녀들을 죄악에 빠뜨릴 뻔한 자신을 책망하는 것이었다.
이때 동동이란 소녀가 슬쩍 엽현의 곁에 다가와서는 개구지게 웃었다.
“이건 비밀인데요, 단단이는 검수한테 시집가는 게 꿈이래요.”
“야, 너 죽을래!?”
단단이 황급히 동동의 입을 막으려 했지만, 동동은 이미 멀찌감치 도망친 상태였다. 그렇게 두 소녀는 티격태격하며 엽현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엽현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 그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자, 한 줄기 가벼운 바람이 불어와 그의 몸을 따듯하게 덮었다.
바로 이때, 먼 하늘에 웬 하얀 점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손톱만 하던 것이 눈 깜빡할 사이에 거대해져 운선을 향해 날아왔다.
엽현이 소스라치듯 놀라며 몸을 돌려 갑판 위에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조심해!”
엽현의 신형이 흐릿해지더니 어느 순간 수 장 거리에 있던 동동의 허리를 낚아챘다. 그리고 곧바로 몇 발자국 앞의 단단을 향해 손을 뻗는 순간이었다.
쾅-!
한 줄기의 거대한 빛이 운선을 강타하자 운선이 그대로 두 동강 나며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