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810
1811화 정 원한다면!
소동천을 멸하러 왔다!
이 말을 듣자 노인이 광분하며 무언가 말하려 했다.
바로 이때, 한 줄기 검광이 그의 목을 꿰뚫고 지나갔다.
푸확-!
손 쓸 새도 없이, 노인의 머리가 선혈을 흩날리며 날아갔다.
초살!
노인을 제거한 엽현은 소동천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때, 강대한 기운이 사방에서 쏘아지듯 날아왔다.
엽현은 표정 변화 없이 전진할 뿐이었다.
다만, 그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피 묻은 머리가 하나씩 지면을 굴렀다.
한걸음에 비검이 날고, 비검이 날면 머리가 떨어졌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장내에는 십여 개의 머리가 바닥을 뒹굴었다.
이들은 대부분 소성인이었지만, 비명 한 번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죽임을 당했다.
그 누구도 엽현의 비검을 막을 수 없었다.
이 장면을 보자, 어둠 속에 숨어 있던 무인들은 헛숨을 들이켰다.
그야말로 공포라는 말로밖에 형용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아직 모르는 사실은 아무리 대성인이라 할지라도 엽현의 비검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장내에 도착해 있던 대령신궁 궁주 임강의 시선은 엽현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비검이 어찌 이정도까지 빠를 수 있는 거지?”
“저도 그게 의문입니다.”
곁에 있던 염희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임강의 눈빛은 점점 더 무거워져 갔다.
엽현의 비검은 실로 대단히 위협적인 것이었다.
엽현은 이미 정면에 있던 커다란 산봉우리 정면까지 이동한 상태였다.
이 동안 엽현의 앞을 막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엽현이 막 걸음이 멈춘 이때, 중년인 하나가 영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가개(柯介)!”
구경꾼 중 하나가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가개!
이는 소동천의 수호자로 알려진 강자였다.
장내에 있는 무인들 중 가개의 등장을 예견한 이는 없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만한 대목이었다.
평범한 무인으로는 절대 엽현의 비검을 상대할 수 없을 테니까.
“멸문을 시키겠다고?”
가개가 엽현을 똑바로 쳐다보며 먼저 말을 꺼냈다.
엽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이의 있나?”
“기고만장 하는군. 어디 그럴 실력이 있는지 볼까?”
노인이 말을 마친 순간, 기다렸다는 듯 비검이 비상했다.
이와 함께 가개가 오른팔을 들었다.
쾅-!
검광이 폭발하면서 가개가 백 장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건 가개가 엽현의 비검을 막아 냈다는 사실이었다.
엽현은 가개의 오른팔을 유심이 바라보았다.
과연, 소매 밑으로 검은 보호구가 보였다.
신물이었다.
엽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는 너처럼 외물에 의지하는 자를 가장 역겹다고 생각한다.”
순간, 엽현 몸 안에 있던 작은탑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가개 역시 자신의 팔을 살펴보고 있었다.
보호대 위에는 선명하게 깊은 검자국이 남아 있었다.
이를 보자, 가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만약, 보호대가 아니었다면 자신의 팔은 그대로 잘려 나갔으리라!
이때, 엽현이 또다시 한 걸음을 내딛었다.
이에 가개가 즉시 팔을 들어 올렸다.
쾅-!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날아온 검광에 가개가 백 장 가까이 밀려났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쾅-!
이렇게 엽현이 매번 일보 전진할 때마다 가개는 백 장씩 계속해서 후퇴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무인들의 표정은 점점 딱딱하게 굳어갔다.
공포!
가개는 대성인, 그것도 이미 수만 년 전에 대성인의 길에 오른 무인이었다.
대성인 가운데는 거품이 전혀 없는 진정한 고수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강자조차 엽현의 상대가 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이들이 보는 광경은 마치 엽현이 가개의 양손을 묶어 놓고 두들겨 패는 것과 같았다.
결국, 엽현이 십 보째를 걸었을 때, 가개의 팔에 감겨있던 보호대는 가루가 되고 말았다. 순간, 기다렸다는 듯 비검이 날아들었다.
이를 본 가개가 눈을 부릅뜨면서 맹렬히 발을 굴렀다.
“응(凝)!”
음성이 떨어지자, 가개를 감싸고 있던 공간이 순식간에 응축되어 하나의 장벽을 만들어냈다. 이는 시차원으로 가공한 것이었다.
이 순간, 가개가 서 있는 공간은 그야말로 철옹성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엽현의 검은 그대로 가개의 오른팔을 꿰뚫고 지나갔다.
서걱-!
가개의 팔이 힘없이 허공을 날았다.
엽현의 검 앞에서 시공의 장벽은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장면을 목격한 무인들은 눈을 의심했다.
비검이 무슨 수로 시간과 공간을 무시한단 말인가!
가개의 표정 역시 불신으로 가득했다.
“이건 도대체…….”
바로 이때, 다시 한번 비검이 날아들었다.
가개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검은 이미 머리를 베고 있었다.
쾅-!
가개가 수백 장 뒤로 튕겨 날아갔다.
하지만 죽은 것은 아니었다.
마지막 순간에 나타난 암금색 광막이 비검을 가까스로 막아냈던 것이다.
이에 엽현은 불쾌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또 외물을 사용하다니, 소동천의 무인은 부끄러움이란 것도 모르는 건가?”
개가는 죽어라고 엽현을 노려보았다.
그의 눈동자 속의 거리낌은 어느새 두려움으로 변해 있었다.
엽현의 비검은 공포라는 단어로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바로 이때, 엽현이 한 발을 내딛었다.
개가가 화들짝 놀라 일권을 내질렀으나 역시나 이미 늦은 상태였다.
비검은 그대로 개가의 머리를 가격했다.
쾅-!
검광이 흩어지고 개가는 수백 장 뒤로 밀려났다. 이 와중에 비검이 숨 쉴 틈도 없이 날아들었다.
콰콰콰쾅…….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개가는 폭퇴를 거듭했다. 무려 만 장을 밀려났을 때, 전신을 뒤덮고 있던 암금색 광막은 완전히 소멸했다. 이와 거의 동시에 한 자루 검이 날카롭게 개가의 미간을 파고들었다.
푹-!
개가의 육신이 순식간에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구경꾼들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이것으로 끝이었다.
한 명의 대성인이 너무나도 허무하게 엽현에게 제압을 당해버린 것이다!
“너는 도대체 누구냐!”
아직 숨이 붙어 있는 개가가 핏발 선 눈으로 노려보며 소리쳤다.
개가는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엽현을 얕잡아 보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치명적인 실수였다.
이전에 엽현을 죽이려고 절진경 강자를 보냈던 일을 떠올리니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엽현은 개가의 앞으로 다가가 그를 똑바로 보고 섰다.
“내가 바로 엽현이다!”
엽현은 청현검을 그대로 개가의 몸속 깊이 박아 넣었다.
쾅-!
청현검이 몸 안으로 들어온 순간, 개가의 안색이 급변하면서, 눈동자에 알 수 없는 두려움의 기색이 드러났다. 개가는 거칠게 소동천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가 입을 벌려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청현검이 그의 영혼을 빨아들였다.
그리고 끝이었다.
개가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없었다.
청현검을 거둬들인 엽현은 다시 원래 길을 가기 시작했다.
바로 이때, 또 다른 노인 하나가 엽현의 길을 가로막았다.
쾅-!
순간적으로 엽현 주변의 공간에 시뻘건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엽현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그대로 검을 뽑아 휘둘렀다.
검광이 번뜩인 순간, 화염은 소멸됐지만, 엽현 또한 수백 장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자리에 멈춘 엽현은 눈을 들어 정면의 노인을 바라보았다. 이때, 소임랑의 음성이 귓가에 들려왔다.
[조심하시오! 저자가 바로 소동천의 동주 모허(暮虛)요! 이미 십만 년 전에 대성인이 된 자로, 지금은 그 경지가 어느 정도인지 아는 사람이 없소!]‘드디어 대장이 등장했군!’
엽현은 모허를 향해 웃으며 말을 걸었다.
“나를 못 잡아먹어서 그렇게 안달이 났다며?”
모허는 차갑게 엽현을 노려보았다.
“인정하지. 널 과소평가했다.”
“하하하! 너희 소동천과 원한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만 너희는 날 죽이려고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니…….”
엽현의 입꼬리가 슬며시 말려 올라갔다.
“더 이상 날 찾아오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돼. 내가 이렇게 왔으니까! 자, 너희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엽현이 여기 있다! 어서 와서 죽여 보거라!”
죽여봐!
청천벽력같은 한 마디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누가 감히 소동천 앞에서 죽음을 갈구하는가!
모허의 눈빛이 순간 붉게 변했다.
“정 원한다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모허가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 순간, 한 자루 비검이 모허를 향해 날아들었다.
모허는 피하는 대신 비검이 자신을 때리도록 내버려 두었다.
쿵-!
둔탁한 소리와 함께 천지가 요동쳤지만, 모허는 아무 일도 없었다.
오히려 엽현을 향해 더욱 속력을 끌어올리더니, 맹렬한 일권을 내질렀다.
일권일 펼쳐진 순간, 주변 공간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엽현 역시 피하지 않고, 훌쩍 날아오르는 동시에 검을 뽑았다.
발검정생사(拔劍定生死)!
검을 뽑은 순간, 한 줄기 검광이 마치 달빛처럼 검집으로부터 튀어 나왔다.
콰쾅-!
하늘이 무너지는 굉음과 함께 엽현과 모허가 동시에 뒤로 밀려났다.
이 와중에도 여러 개의 비검이 모허의 급소를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검에 적중되고도 모허는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이었다.
자리에 멈춰 선 엽현은 모허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순간, 모허 가슴에 붙어 있는 손바닥만 한 검은 거울이 시야에 들어왔다.
비검을 막은 것은 바로 저 거울이었던 것이다!
이때, 소임랑의 음성이 들려왔다.
[동천경(洞天鏡)! 그 안에 동천(洞天)이 있다 하여 동천경으로 불리는 물건이오! 소동천 제일의 지보일 뿐 아니라, 고신 급의 신물이오!]신물!
이 말을 듣자, 엽현이 분노하며 모허를 향해 소리쳤다.
“정말 뻔뻔하기 그지없는 놈들이군! 약자를 괴롭히는 데다 그런 신물까지 사용하다니! 네놈들에겐 양심이란 게 없는 거냐!”
엽현이 주변을 둘러보며 소리쳤다.
“그대들이 보기에 이게 정정당당한 것 같소?”
“…….”
모허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그 역시 알고 있었다. 정정당당하지 않다는 것을.
그렇지만 엽현의 비검은 너무나 빨라서 모허조차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가장 두려운 점은 엽현은 이런 힘도 들이지 않고 몇 개든 쏘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하나는 막는다 쳐도, 그다음 두 번째, 세 번째는 어찌한단 말인가?
모허가 신물을 들고 온 것은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었다!
“겁쟁이 같으니! 외물을 쓰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붙어 볼 생각은 없는 거냐!”
엽현의 도발에 모허가 살기를 드러냈다.
“그게 어쨌다는 거지? 쓰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느냐?”
“빌어먹을! 나는 고작 등천경이다! 그런데 너는? 무려 대성인 아니냐! 몇 단계나 차이가 나는 상대와 싸우면서 외물까지 사용한다니, 도대체 양심이 있긴 한 거냐!”
모허의 표정이 극히 일그러졌다.
그야말로 누가 손으로 건들기만 해도 폭발할 것만 같은 얼굴이었다.
등천경!
대성인도 단숨에 죽여 버리는 등천경?
세상에 어느 등천경이 이게 가능하단 말인가!
이런 걸 두고 정녕 등천경이라 부를 수 있단 말인가?
엽현은 확실히 등천경이 맞았다.
하지만 자신이 아는 등천경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모허뿐 아니라, 다른 무인들 또한 엽현의 경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몇 개의 경지를 뛰어넘어 상대를 제압하는 게 말이 되는 걸까?
“엽현! 쓸데없는 말 지껄이지 마라! 억울하면 너도 외물을 사용하든가!”
“외물 따위는 사용하고 싶지 않다!”
엽현이 모허를 노려보며 대꾸했다.
이에 모허가 차갑게 내뱉었다.
“공평하게 싸우고 싶다며? 네가 외물을 써야 공평한 거 아니냐? 자, 어서 뭐라도 꺼내 보거라!”
“…아무리 생각해도 외물을 사용하는 건 정정당당한 결투와는 거리가 먼 것 같은데.”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공정한 싸움을 하고 싶다면 사용해야지!”
이에 엽현이 못 이긴 척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없지. 그렇게 원한다면야!”
순간, 엽현이 쥐고 있던 검이 청현검으로 바뀌었다. 엽현은 두말없이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순간, 한 줄기 검광이 모허의 가슴에 날아가 박혔다.
쾅-!
검광은 동천경을 파괴하고 모허의 육신마저 부숴버렸다.
검광이 흩어졌을 때, 청현검은 모허의 영혼 한복판에 박혀 있었다.
이 장면을 보고 있던 무인들은 순간 입이 떡 벌어졌다.
모허의 표정 역시 넋을 잃은 것처럼 멍해졌다.
“왜… 왜… 네 놈의 외물은 이렇게나 강한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