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811
1812화 진짜 나쁜 놈
초살!
무인들은 돌처럼 굳었다.
대령신궁의 임강을 포함해 모두가 멍한 표정으로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었다.
모허가 누구인가?
소동천이라는 거대 세력의 동주 아닌가!
그것도 대성인 절정의 강자!
거품이 전혀 없는 대성인이 엽현의 일검에 사라져 버렸다?
임강 등은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사실 놀란 것은 엽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가 청현검을 제대로 사용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 위력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굉장했다.
고신 급 신물을 박살낸데 이어 대성인까지 단숨에 살해해 버리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파괴력이었다!
게다가 방금 전은 아무런 초식도 없이 되는 대로 휘둘렀을 뿐이었다.
만약 발검정생사나 비검술을 사용했더라면 그 위력은 차원이 다를 것이 분명했다.
특히, 청현검은 시공의 검보다도 더 비검에 적합한 검이었다.
바로 이때, 아직 완전히 죽지 않은 모허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이건 불가능해…….”
이에 엽현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거 봐. 외물 같은 건 쓰고 싶지 않다고 했잖아. 굳이 쓰라고 해서 쓰긴 했는데 후회스럽군. 싸우자마자 끝이 나는 바람에 흥이 깨져버렸잖아!”
“네 놈의 검은 도대체…….”
엽현은 모허의 말을 잘라냈다.
“아, 시시한 대화를 이어나갈 생각은 없어. 죽기 전에 조사나 불러내 봐!”
조사!
순간, 무인들의 표정이 암담해졌다.
동주를 죽인 것도 모자라 소동천의 조사까지 노린단 말인가!
하지만 소동천의 조사라면 대성인이 아닌 최소 고신(古神) 급의 강자가 아닌가!
이때, 소임랑의 전음이 엽현에게로 날아들었다.
[엽 공자, 소동천의 조사는 고신경의 강자요! 대성인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존재이거늘 너무 성급한 것 아니오?]엽현이 소임랑이 있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걱정해 줘서 고맙소. 하지만 어차피 이후로는 고신경 급 강자가 나서게 될 것이오. 무슨 말인지 알겠소?”
소임랑은 엽현의 말을 이해했다.
대성인 급의 강자라 할지라도 지금의 엽현에게는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다.
심지어, 엽현이 청현검을 사용한다면 일 초도 받아내지 못하고 죽을 게 분명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상대측에서는 최소 고신경 이상의 강자를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 이하라면 의미가 없을 테니까.
“조사를 부르지 않아도 좋다! 대신 내가 소동천을 어떻게 멸하는지 똑똑히 지켜보도록!”
말을 마친 엽현이 한 걸음 앞으로 내딛었다.
그의 발이 지면에 닿은 순간, 십여 개의 비검이 소동천을 향해 날아갔다.
파파파팟-!
찰나의 순간, 십여 개의 머리가 피를 흩뿌리며 허공으로 솟구쳤다.
도살!
이 모습을 보자 무인들의 표정이 크게 변했다.
엽현이 소동천을 멸망시키겠다고 한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었던 것이다!
게다가 엽현은 일검에 소동천을 멸하는 대신, 소동천의 모든 무인을 주살할 셈이었다!
소동천의 무인들이 어찌 엽현의 비검을 막을 수 있겠는가?
엽현이 살심을 품은 순간, 소동천 내의 무수히 많은 무인이 죽어 나갔다.
이를 보자, 모허는 격노할 수밖에 없었다.
“엽현! 네 놈이 감히!”
엽현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걸음을 옮겨 나갔다.
그때마다 예외 없이 비검이 소동천 안으로 날아들었다.
쉭-!
또 한 번, 십여 명의 무인이 목이 잘려 죽음을 맞이했다.
소동천 내부, 무인들은 비검을 막기는커녕 피할 수조차 없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순순히 죽음을 맞이하는 것뿐이었다.
바로 이때, 소동천 깊은 곳에서 거대한 빛기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빛기둥은 그대로 엽현을 향해 날아들었다.
진법!?
진법은 하나가 아니었다. 십여 개의 진법이 동시에 작동하더니, 십여 개의 빛기둥이 여러 각도에서 엽현을 향해 화살처럼 날아들었다.
하지만 빛기둥은 엽현 근처에 도달하기도 전에 비검에 의해 사라졌다.
빛기둥을 제거한 비검들은 그대로 소동천 무인들을 향해 날아갔다.
엽현 혼자서 소동천 전체를 참살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무인들은 도무지 경악을 금할 길이 없었다.
저게 정녕 등천경의 실력이란 말인가!
살육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엽현은 계속 걸음을 옮겼고, 이에 박자를 맞춰 피 묻은 머리들이 허공에 솟구쳤다.
지금 엽현을 막을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어둠 속, 대령신궁의 궁주는 주먹을 불끈 쥔 채, 엽현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두려움을 느낀 한편, 안도감이 들었다.
만약, 대령신궁이 엽현을 놓아주지 않았다면, 이 꼴을 당할 것은 자신들이었을지도 모른다!
과연 누가 엽현을 막을 수 있을까?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은 고신경 급의 강자뿐이리라!
대성인이란 존재는 엽현 앞에서는 그저 개미와 다를 바가 없었다.
한편, 엽현을 주시하고 있는 소임랑은 복잡한 감정을 숨길 길이 없었다.
엽현의 실력이 이 정도로 강할 줄은 그녀조차 몰랐던 것이다.
그녀는 문득 청삼남에 대해 궁금해졌다.
엽현이 청삼남의 아들이기 때문이었다.
소임랑은 청삼남을 만나본 적이 있긴 하지만 살짝 스쳐 지나간 정도에 불과할 뿐, 그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
다만, 청삼남이 대단히 강하리라는 것은 짐작으로도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엽현 같은 괴물을 키워낼 수 있었을까?
이때, 모허가 악에 받쳐 소리쳤다.
“엽현!”
이 소리에 엽현이 걸음을 멈추고 모허를 바라보았다.
“엽현! 어찌 이리도 극단적이란 말이냐! 정녕 끝을 볼 셈이더냐!”
“극단적?”
엽현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먼저 날 죽이려 한 건 너희 아니었나? 이제 와서 상황이 불리해지니 괜히 헛소리를 하는군!”
“그만 두거라! 이 정도 죽였으면 충분하지 않느냐!”
“하하하! 충분하다고? 글쎄, 하나도 충분하지 않은 것 같은 걸!”
엽현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나 엽현은 누가 먼저 건드리지 않는 한 절대 남을 해치지 않는다! 하지만 날 죽이려 했다면 그게 누구든 반드시 죽는다! 그리고 오늘 소동천이 멸망당할 거라는 사실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말을 마친 순간, 또다시 십여 개의 검광이 장내에 번뜩였다.
그렇게 십여 명의 무인이 재차 목숨을 잃었다.
모허의 눈빛은 이미 반쯤 미쳐 있었다.
“정 원한다면 끝을 보자꾸나!”
모허의 시선이 소동천 깊은 곳으로 향했다.
“조사 소환!”
조사 소환!
음성이 울려 퍼진 순간, 소동천 깊은 곳에서부터 한 줄기 백광이 기둥처럼 솟구쳤다.
쾅-!
하늘 끝, 거대한 검은 회오리가 등장하더니, 장내에 엄청난 압력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 순간, 천지가 무너질 듯 요동쳤다.
고신경 강자!
지상에서 이를 지켜보는 무인들의 표정은 하나 같이 딱딱해져 있었다.
고신경 강자의 등장은 이들에게는 공포나 다름없었다!
엽현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회오리를 바라보았다.
이때, 회오리 안에서 노인 하나가 걸어 나왔다.
노인의 발이 허공에 닿는 순간, 주변의 천지가 금방이라도 소멸할 듯 희미해졌다.
이곳의 공간은 노인의 기운을 담아내기엔 너무나 허약했다.
무인들의 표정엔 곧 두려움이 자리를 잡았다.
이때, 소동천의 강자들이 노인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조사를 뵈옵니다!”
아직 목숨이 붙어 있던 모허 역시 정성스레 예를 갖췄다.
사실 그는 되도록 조사를 소환해 내고 싶진 않았다.
조사는 소동천이 가진 비장의 무기이기 때문이었다.
일회성에 불과한 조사의 영을 이런 식으로 소모하는 것은 대단히 아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소동천은 정말로 엽현의 손에 멸망당하고 말 테니까!
검은 회오리에서 완전히 빠져나온 노인은 주변을 둘러보며 아련한 시선을 보냈다.
이렇게 세상을 마주하는 것이 얼마만이던가!
한 줌의 혼백에 불과한 그는 기억마저 흐릿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인의 눈빛이 또렷해졌고, 그의 시선은 아래쪽의 소동천에서 멈췄다.
“소동천에 위기가 찾아 왔는가?”
“그렇습니다, 조사!”
모허가 황급히 읍을 하며 소리쳤다.
그는 곧장 엽현을 가리키며 노기 띤 음성으로 말했다.
“저기 저자가 소동천을 멸하려 합니다!”
노인이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엽현에게로 향한 순간, 노인의 표정에 의아한 기색이 떠올랐다.
“등천경?”
등천경!
순간, 모허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등천경이긴 하나 실력이 보통이 아닌 놈입니다. 하여…….”
모허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노인의 시선은 잠시 엽현의 얼굴에 머물러 있었다.
“이쯤에서 멈출 순 없는 건가?”
엽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불가능하오.”
노인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없지. 오너라!”
말을 마친 순간, 노인이 앞으로 한 발을 내딛었다.
이 순간, 강대한 기세가 엽현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와 동시에 노인의 발이 닿은 곳으로부터 각인(腳印) 하나가 엽현의 머리 위쪽으로 뚝 떨어졌다. 각인이 닿은 곳은 예외 없이 허무로 변해 사라졌다.
노인의 이 한 수는 그야말로 멸천의 위력을 담고 있었다!
이를 본 무인들은 표정이 크게 변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의 경지는 다름 아닌 고신경!
이는 대성인 따위는 결코 올려다볼 수조차 없는 경지였다.
한 줌의 분신이라 할지라도 감히 비교 대상이 아니었다!
이런 강자를 엽현이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순간, 장내에 있던 모든 시선이 일제히 엽현에게로 향했다.
한편, 엽현은 눈앞에 떨어지는 각인을 보며 흥분에 휩싸였다.
강자!
이게 얼마 만에 만나는 진정한 고수란 말인가!
대성인?
그건 애들 장난에 불과했다.
엽현은 아주 오래전부터 눈앞의 노인과 같은 강자와 붙어보길 원했던 것이다.
엽현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간다!”
고성과 함께, 엽현이 일보 전진하며 검을 뽑아 들었다.
발검정생사(拔劍定生死)!
일검이 방출된 순간, 날카로운 검명소리가 구름 위로 솟구쳤다.
쾅-!
모든 이가 지켜보는 가운데, 엽현의 검이 각인 위에 떨어졌다.
무려 사백 개의 발검정생사가 중첩된 일검이었다!
콰쾅-!
각인이 폭발함과 동시에 엽현이 순식간에 만 장 가까이 뒤로 튕겨 날아갔다.
겨우 자리에 멈춘 엽현은 이미 입가에 붉은 선혈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엽현의 패배인가?
무인들의 시선이 쏠린 이때, 엽현이 입가의 피를 슥 닦아내더니, 노인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시 간다!”
말을 마치기 무섭게, 엽현의 손이 검집을 훑었다.
발검정생사(拔劍定生死)!
순간, 그의 눈 속에 존재하던 살의가 풍랑이 되어 천지를 휩쓸었다.
그가 사용하는 것은 청현검이 아니라, 여전히 검허이었다.
검이 공간을 가르는 순간, 천지가 두 부분으로 크게 나뉘었다.
이를 본 노인은 다소 당황한 기색을 비쳤다.
검의 위력이 예상보다 훨씬 더 강했던 것이다.
이게 정녕 등천경이 발현할 수 있는 위력이란 말인가!
생각할 틈도 없이, 노인은 한 걸음 크게 내딛으며 검광을 향해 주먹으로 내질렀다.
콰쾅-!
노인 앞의 공간이 움푹 들어가면서 검을 포함한 모든 것이 가루로 변해 사라졌다.
하지만 이때, 십여 개의 비검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날아들었다.
노인은 가볍게 소매를 펄럭였다.
쾅-!
맹렬하게 날아오던 비검 역시 허무로 변해 사라졌다.
엽현의 비검이 처음으로 막힌 순간이었다.
공격을 막아 낸 노인은 근엄한 표정으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군. 하지만 그 정도로는 노부의 상대가 될 수 없다!”
“정말 그럴까?”
엽현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노인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이 순간, 엽현의 몸속의 혈맥이 들끓기 시작했다.
혈맥지력!
쾅-!
혈맥이 활성화된 순간, 엽현이 쥐고 있던 검허가 진동하더니, 점점 붉은색으로 변해갔다.
이때, 검허가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와… 이런 지독한 살의라니! 예상은 했지만 넌 보통 나쁜 놈이 아니었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