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822
1823화 어떻게든 놈을 이곳으로 유인해야 하오
“하하하! 시공경 따위로 나와 대적해 볼 생각이었단 말이냐! 꿈도 야무지구나!”
목존이 출수하려는 이때, 엽현이 또다시 손을 번쩍 들었다.
“기다려 보시오. 아직 한 발 남았소!”
쾅-!
말을 마치자마자, 엽현의 몸 안에서 다시 한번 강대한 기운이 폭발하듯 흘러나왔다.
목존은 이를 보고 말문이 턱 막혔다.
“아니,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도대체…….”
목존은 황당했다.
사람이 어떻게 연속해서 경지를 돌파할 수 있단 말인가?
평범한 사람의 모습을 하고서 이런 게 가능하단 말인가!
이때, 엽현의 기운은 순식간에 소성인까지 불어나 있었다.
목존은 죽어라 엽현을 노려보았다. 그의 눈동자 속에는 꺼림칙한 기색이 깃들어 있었다.
목존이 참지 못하고 살수를 펼치려는 이때, 그의 주변에 갑자기 위험해 보이는 붉은 부문이 나타났다.
이를 본 목존은 깜짝 놀라서 황급히 목패를 꺼내 들었다. 목패는 이미 반쯤 사라져 있는 상태였다.
시간이 끝나간다!
목존은 다른 것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황망히 자리를 박차고 사라졌다.
우주법칙의 금제는 무시하기에는 너무나도 두려운 존재였다.
한편, 목존이 떠나는 모습을 본 엽현은 불쾌한 얼굴로 표정을 찡그렸다.
왜 잘 싸우다가 갑자기 도망친단 말인가?
‘기껏 재밌어졌는데…….’
엽현은 양손을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폭증하던 그의 기운이 빠르게 잠잠해졌다.
소성인이 되기 직전에 돌아선 것이었다.
두 개의 경지를 한 번에 뛰어넘은 엽현은 경지의 기초가 상당히 약해져 있는 상태였다. 소성인이 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경지의 불안정화로 인해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었다.
엽현이 해야 할 일은 경지의 돌파가 아닌 안정화였다.
한숨 돌린 엽현은 몸을 살펴보았다. 그의 육신은 이미 군데군데 균열이 인 상태였다.
방금 전 싸움은 누가 보아도 엽현의 참패였다.
물론 나쁜 것만은 아니다.
고신경 강자와의 대결에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성인과 고신경의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이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잠시 후, 엽현은 작은탑 안으로 진입했다.
엽현은 탑 안에서 한 시진 가량을 보내며 부상당한 몸을 돌보았다.
얼추 회복을 마친 엽현은 손을 펼쳐 검허를 꺼내 들었다.
잠시 뭔가 생각하던 그는 갑자기 어느 죽어버린 성역을 찾아와 다짜고짜 검을 휘둘렀다.
전력을 다한 일검이었다.
이때, 그가 중첩한 발검술은 무려 칠백이십 회에 달했다.
검이 떨어진 순간, 성역 전체가 층층이 쪼개지기 시작했다.
발검술 칠백이십 회!
이는 엽현의 극한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혈맥지력을 운용한다면 더 강력한 발검술을 펼칠 수도 있다.
하지만 혈맥지력이든 청현검이든 웬만해서는 사용하지 않으려 했다.
외물에 의존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엽현은 자리에 앉아 눈을 감았다.
바로 이때, 무수히 많은 정보가 그의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이는 당시 청삼남이 그의 체내에 남겨놓았던 검도각인이었다.
검도각인은 엽현이 절진경에만 도달해도 열리게 설정돼 있었다.
엽현은 매우 궁금했다.
부친과 형님은 이 검도각인에 도대체 무엇을 남겨놓은 것일까?
‘뭐가 있을까?’
잠시 후, 엽현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청삼남이 남긴 것은 하나의 검기였다.
제두술(提頭術)!
원래 무기였던 이 기술은 청삼남의 손을 거친 후, 검기로 재탄생 된 것이었다.
일검제도(一劍提頭)!
엽현은 무척이나 기뻤다.
일검제도와 비검술은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물론 위력은 일검제도 쪽이 더 강하긴 했지만. 어쨌든, 이 두 개의 검기가 결합 된다면 그 위력은 엄청날 것이 분명했다.
왜냐하면 두 검기 모두 속도를 주안점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일검제도는 비검보다도 시공에 대한 더 높은 이해도를 요구한다는 사실이었다.
엽현은 우선 이 새로 얻은 제두술을 수련하기로 결정했다.
형님이 남겨 둔 것은 살펴보지 않았다.
한 번에 욕심이 과하면 안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작은탑 안에 있는 한 수련할 시간은 차고 넘쳤다.
사실 엽현에게 가장 충격을 안겨 준 것은 역시나 작은탑이었다.
외부에서의 하루가 탑 안에서 십 년이라는 점은 그야말로 사기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청아는 도대체 탑에게 무슨 짓을 한 걸까?
* * *
신지묘지.
신지묘지로 돌아온 목존은 내내 표정이 좋지 않았다.
엽현의 실력이 상상 이상으로 강하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더욱 두려운 점은 엽현은 경지 돌파를 밥 먹듯이 한다는 사실이었다.
묘지 앞, 우존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대조차 실패했단 말이오?”
“놈의 실력이 생각보다 대단… 아니, 우리가 방심했소.”
“지고법칙이 선택한 무인이 어찌 평범할 수 있겠소?”
“어쨌거나 놈은 반드시 제거해야만 하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신지묘지의 큰 재앙이 될 것이오.”
이 말에 우존의 안색이 어둡게 변했다.
“어떻게든 놈을 이곳으로 유인해야 하오.”
목존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놈은 절대 멍청하지 않소. 이곳으로 유인하는 일은 절대 쉽지 않을 것이오.”
목존 역시 엽현이 신지묘지 안으로 들어오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신지묘지 안에서라면 엽현을 죽일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엽현은 자신들의 유인에 걸려들 정도로 어리석진 않았다.
이때, 목존이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놈은 새로운 경지에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았소. 틀림없이 경지가 불안정한 상태일 테니, 놈을 죽이려면 지금이 가장 적기라 할 수 있소! 일단 놈의 경지가 안정화 되면 놈을 제거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오!”
이 말에 우존이 미간을 찌푸렸다.
“놈이 그 정도로 위협적이란 말이오?”
“보통 위험한 것이 아니오!”
목존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우존이 잠시 생각 끝에 입을 열었다.
“함께 지존을 뵈러 갑시다!”
“좋은 생각이오!”
묘지를 떠난 두 사람은 대전에 이르렀다. 대전 안에는 언제나처럼 여인의 조각상이 근엄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지존을 뵈옵니다!”
두 노인이 공손히 예를 차렸다.
잠시 후, 여인이 천천히 눈을 떴다.
여인의 시선이 닿자, 두 사람은 머리를 더욱 조아렸다.
“……실패했느냐?”
목존이 황송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놈의 실력이 상상외로 뛰어난지라…….”
“흥! 그 여자가 선택한 인물이 평범할 리 있겠느냐? 내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문제는 저희가 외부에 오래 머무를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번에도 조금의 시간만 더 있었더라면…….”
이때, 여인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목패 하나가 목존의 발치에 떨어졌다.
“지존… 혹시 이런 목패를 몇 개만 더 하사해 주실 순 없습니까? 저희가 한꺼번에 몰려간다면, 놈의 목숨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목존은 자신 있었다. 자신과 비슷한 경지의 무인 두어 명만 더 데리고 가도 반드시 엽현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때, 여인이 목존을 향해 대답했다.
“너희가 수련한 것은 외부 세계와 상극인 것이다. 너희가 단체로 바깥으로 나간다면 우주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지도 모르지. 일단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 여자는 물론 다른 몇몇 지존들의 불만을 사게 될 것이다. 게다가 지나치게 많은 수가 동시에 나타난다면 위기감을 느낀 그들이 너희를 제거할 가능성이 높다.”
이 말을 듣자 목존은 낮게 탄식을 흘렸다.
이때, 우존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지존, 혹시 다른 지존들과 어떤 협약이 있었던 것입니까?”
이 질문에 여인의 눈빛이 일순 차갑게 변했다.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여인에게서 살기를 감지한 우존이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실례했습니다, 지존!”
“아무리 평범한 무인이 아니라고는 하나 등천경 하나 당해내지 못하다니, 쓸모없는 놈들!”
이 말을 끝으로 여인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내 여인은 조각상으로 돌아갔고, 모든 것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우존과 목존은 재빨리 대전을 빠져나왔다.
대전 밖, 두 사람은 쓴웃음을 지었다.
특히 목존은 대단히 억울했다.
그는 처음에만 해도 자신이 나서면 모든 것이 해결될 거로 생각하고 있었다.
제아무리 날뛰어 봐야 고작 등천경이 아닌가!
하지만 엽현은 그의 상상과는 달리 훨씬 더 괴물이었다.
게다가 등천경이었던 건 옛날이야기고, 지금은 소성인으로 승급한 상태다.
등천경이었을 때보다 상대하기가 더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다.
목존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실력으로는 엽현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이때, 우존이 말을 꺼냈다.
“다시 한번 해 봅시다!”
우존의 말에 목존이 말없이 고개를 들었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방심하지 않고 전력을 다하는 것이오!”
“…….”
“목존, 그대 말대로 놈은 막 승급을 마친 터라 경지가 불안정해져 있을 것이오. 지금과 같은 기회를 놓칠 순 없소! 게다가 시간을 더 끌게 되면 지존께서도 언짢아하실 것이오!”
목존이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그러려면 한 가지 물건이 필요하오.”
“무슨 물건?”
“신지(神紙)!”
신지!
이 말을 듣자 우존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 물건만 있으면 구 할의 확률로 놈을 죽일 수 있소!”
“…….”
“우존, 신지를 넘겨주기 싫다면 그대가 직접 해결하시오!”
“신지를 사용해야 할 만큼… 대단한 녀석이란 말이오?”
목존이 낮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절대로 놈을 얕보지 마시오! 사자도 토끼를 사냥할 때 최선을 다하는 법! 계속해서 과소평가를 한다면 놈은 머지않아 우리를 놀라게 할 만큼 성장할 것이오! 그때 가서 놈을 죽이려고 하면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르오!”
잠시 침묵이 흐르고, 우존이 무언가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기다리시오. 신지를 가져오겠소!”
말을 마친 우존은 어디론가로 향했다.
우존이 떠나고, 홀로 남은 목존은 먼 성공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의 표정은 불안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이미 엽현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실력 이외에 무슨 패를 숨기고 있을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소동천을 위해 엽현과 적이 된 것이 뼈아프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미 되돌리기엔 늦은 상황이었다.
기왕 적이 되었다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해치우는 수밖에!
* * *
작은탑 내부, 엽현은 여전히 제두술, 정확히는 일검제두를 연구하고 있었다.
주안점은 일검제두와 비검술을 결합하는 일이었다.
어렵진 않았다.
왜냐하면 이미 시간에 대한 이해가 있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검술을 연마하면서도 엽현은 경지를 안정화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렀을 즈음, 엽현이 갑자기 수련을 멈추더니 불쾌한 표정으로 탑을 빠져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탑 밖으로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목존이 엽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