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824
1825화 저기엔 또 무슨 보물이 묻혀 있는 거지?
작은탑 내부.
엽현은 가부좌를 튼 채로 비검술과 제두술의 결합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비검제두(飛劍提頭)!
탑 안에서 몇 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후, 엽현은 마침내 두 검기를 융합하는 데 성공했다.
위력이 어떠한지는 알 수 없었다. 이것으로 고신경 강자를 상대할 수 있는지도 짐작이 가지 않았다.
필경, 고신경 강자 역시 시정잡배는 아니니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비검제두의 융합을 마무리 지은 엽현은 부친이 남긴 검도각인의 두 번째 봉인을 열었다.
막 봉인을 해제한 순간, 네 개의 글자가 엽현의 머릿속에 박혔다.
:무적검역(無敵劍域).
무적검역!
엽현은 멈칫했다.
이건 검역에 관한 것일까?
이러는 사이 점점 더 많은 정보가 머릿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동시에 엽현의 표정도 딱딱하게 굳어갔다.
무적검역!
이는 일문의 검기였다.
특별한 점이 있다면 이는 무적검역의 상반부로, 주로 수비에 관해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수비!
엽현은 곧바로 무적검역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청삼남이 남긴 것인 이상 평범한 검기일 리가 만무했다.
게다가 엽현은 마침 수비와 관련된 검기가 부족한 상태였다.
무적검역은 그의 필요에 딱 들어맞는 것이었다.
무적검역을 수련하려면 먼저 검역을 깨달아야 했다. 다행인 점은 엽현은 이미 검역에 대한 이해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지금까지 검역은 계륵이나 마찬가지였다. 즉, 전투에 직접적으로 쓸 일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청삼남이 남긴 검역을 연구하면서 엽현은 이와 같은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검역의 진짜 위력은 그의 상상을 초월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검역!
말 그대로 검으로 역을 형성하는 것으로, 검역 안에서는 독립된 시간과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우주의 시공간에서 분리되는 것이다.
물론 완전히 우주로부터 독립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다만, 엽현에게는 연구와 수련을 위한 시간이 충분했다.
작은탑 안에서의 십 년은 외부의 하루에 지나지 않으니까!
작은탑의 이러한 기능은 정말이지 도가 지나친 것이었다.
한 마디로 사기였다.
하지만 엽현은 다행히도 사기를 좋아하는 성격이었다.
남들보다 우월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큼 짜릿한 것이 있을까?
문득 엽현이 타락한 듯한 웃음을 터트렸다.
기분이 좋아진 엽현은 계속해서 수련에 박차를 가했다.
* * *
어느 구름 위, 여인 하나가 구름바다 한가운데 자리를 잡은 채, 마치 천지와 하나가 된 듯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다.
여인은 다름 아닌 지고법칙이었다.
바로 이때, 구름이 양쪽으로 갈라지면서 또 다른 여인이 그 사이로 천천히 걸어왔다.
여인은 신지묘지의 뒤를 봐 주고 있는 지존이었다.
잠시 후, 지고법칙이 천천히 눈을 뜨고서 여인을 바라보았다.
“타일(朶一)… 네 부하들이 신지묘지를 빠져나왔더구나.”
타일이라 불린 여인이 콧방귀를 뀌며 대꾸했다.
“그래? 난 모르는 일인데?”
“…그들은 분명 그 녀석을 노리고 있었어.”
“하하, 인간들이 서로 치고받는 게 어디 하루 이틀 일인가?”
“혹시라도 내 사람을 건드린다면…….”
이 말에 타일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짐작이 사실이었군! 네가 놈의 배후였어!”
“그래. 불만 있으면 날 찾아오면 될 일이지, 왜 애꿎은 사람을 괴롭히는 거지? 그것도 어린아이를?”
“어린아이?”
타일의 미소가 차갑게 빛났다.
“번타(繁朵), 정말이지 재밌구나. 그 어린아이가 내 부하를 몇이나 죽였는지 알고 있나?”
“……아무튼 녀석을 노리는 건 그만 둬.”
번타의 말에 타일의 입꼬리가 슬며시 말려 올라갔다.
“싫다면?”
이때, 번타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타일 앞에 똑바로 섰다.
“아까도 말했듯이 우리 사이의 원한에 다른 이가 휘말리는 건 용납하지 않아. 만약 계속해서 그 아이를 노린다면 나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거다.”
“후후, 보아하니 진심으로 녀석을 걱정하는 거로군. 좋아… 그럴수록 나는 더 기분이 좋아지는 걸! 하하하!”
이 말을 끝으로 타일은 자리를 떠나갔다.
번타는 타일의 뒷모습을 응시하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수틀리면 아무리 너라도 죽여 버릴 테니까!”
* * *
작은탑 안, 엽현은 수련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탑 안에서의 시간은 이미 몇 년이 흐른 상태였다.
수련이 진행될수록 시간은 점점 빠르게만 흘러갔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엽현의 검은 멈추는 법이 없었다.
이 기간 동안, 엽현은 새로운 경지를 공고히 했을 뿐 아니라, 팔백이십여 개의 발검정생사를 중첩해 내는 데 성공했다.
팔백이십 회 중첩!
극한이라 할 수 있을 만한 숫자였다.
사실 원래 목표는 천 회였다.
다만 현재 상태에서 이보다 더 많은 중첩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게다가 팔백이십 회 중첩은 검허가 견딜 수 있는 한계치이기도 했다.
그 이상으로 중첩하기 위해선 검허의 승급이 선행되어야만 했다.
이밖에, 엽현은 비검제두의 속도도 극한까지 올리고자 했다.
하지만 여전히 고신경 강자를 초살해 낼 자신은 없었다.
앞서 목존과의 결투에서도 청현검을 꺼내기 전까지는 열세에 처했던 엽현이었다.
물론, 청현검을 사용한다면 구 할의 가능성으로 고신경 강자를 벨 자신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꺼림칙할 수밖에 없었다.
청현검이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은 자신의 힘이 아니기 때문이다.
외물!
예전의 그는 외물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심경과 실제 실력 방면의 성장이 더뎠던 적이 있었다.
이와 같은 과오를 다시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는 뭐든 스스로 해결하려는 자세가 중요했다.
물론 다른 이가 먼저 외물을 꺼내 든다면 그땐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발검정생사와 비검제두 이외에도 엽현은 무적검역의 수련을 이미 완료한 상태였다.
역수(域守)!
검으로 역을 생성하는, 최강의 방어용 검기였다.
이론적으로, 검역 안에서는 엽현은 무적 상태가 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무적검역의 후반부를 익히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무적검역의 후반부는 공격에 관한 것이었다.
이는 엽현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밖에 없었다.
무릇, 최고의 수비는 강력한 공격에 있는 법이니까.
잠시 후, 엽현은 ‘형님’이 남긴 검도각인도 해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바로 이때, 엽현이 갑자기 멈칫하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탑을 나섰다.
엽현이 탑 밖으로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앞에 허영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존!
엽현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신기하네… 도대체 매번 내 위치는 어떻게 알아내는 거지?”
“흥, 그게 우리에게 어려운 일 같더냐?”
엽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 됐고! 본체로 온 게 아닌 거로 보아 싸우려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무슨 꿍꿍이로 날 찾은 거지? 화해라도 하려는 건가?”
“화해?”
우존이 옅은 미소를 띠었다.
“아직 날이 밝은데 꿈을 꾸는 게냐?”
“하하, 하긴…….”
엽현이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쉭-!
이 한 번의 손짓으로 우존의 모습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엽현이 막 탑 안으로 돌아가려는 이때, 그의 머리 위 공간이 갑자기 떨리기 시작했다. 뒤이어, 공간이 쩍 갈라지더니, 거대한 검은 거울 하나가 불쑥 튀어 나왔다.
검은 거울은 곧장 엽현을 비추고 있었다.
엽현이 미간을 찌푸린 이때, 그의 주변 공간이 갑자기 희미해지기 시작하더니, 정신을 차렸을 땐 어느 묘지 앞으로 이동한 상태였다.
신지묘지!?
엽현의 안색이 순간적으로 어둡게 변했다.
강제로 신지묘지로 납치 돼 버린 것이다!
엽현이 고개를 들자, 검은 거울이 여전히 머리 위에 존재하는 것이 보였다.
이때, 우존이 엽현 앞에 나타났다. 우존의 곁에는 중년 남자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다.
다름 아닌 좌존이었다.
두 명의 고신경 강자들!
좌존은 잠시 엽현을 뚫어져라 살펴보더니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시공경…….”
엽현이 정말로 시공경일 줄은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엽현은 재빨리 주변을 돌아보며 상황을 살폈다. 잿빛으로 가득 찬 하늘은 가슴을 짓누르듯 답답한 느낌을 전달했다.
좌존과 우존의 뒤쪽으로는 묘지가 늘어서 있었다.
묘지를 발견한 엽현은 호기심 어린 눈빛을 발했다.
“저기엔 또 무슨 보물이 묻혀 있는 거지?”
이 말에 우존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아직까진 침착하구나!”
엽현이 우존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대들 둘이서 나 하나를 죽일 생각인가?”
우존이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아니다!”
이 말에 엽현이 안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양심은 남아 있군. 그럼 누가 먼저…….”
“우리 둘이 아니라 다섯이다!”
이때, 엽현의 뒤쪽에 세 명의 노인이 자리를 잡았다.
마찬가지로, 고신경의 강자들이었다.
이를 보자, 엽현이 벌컥 소리를 질렀다.
“한 명을 상대로 다섯이 덤비다니! 도대체 양심이라곤 찾아볼 수 없군! 신지묘지는 원래 이렇게 쩨쩨한 곳이었나!”
이 말에 우존이 웃으며 대꾸했다.
“그래, 쩨쩨하다. 어쩔 테냐?”
이때, 엽현이 갑자기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가 있던 곳에는 웃음소리만 남아 있었다.
사라졌다!?
우존 등은 당황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렇게 많은 이의 눈을 피해 달아나는 게 가능하단 말인가!
이 시각, 엽현은 이미 신지묘지를 빠져나온 상태였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청현검이 들려 있었다.
청현검의 시공을 무시하는 기능은 살인 이외에, 도망칠 때도 활용할 수 있었다.
그가 도망치기로 결심한다면 잡을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얼마 되지 않으리라!
엽현은 등 뒤로 보이는 신지묘지 입구를 돌아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신지묘지 내부의 세계를 직접 보았으니, 앞으로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순간이동으로 들어갔다 나올 수 있었다.
물론, 긴장을 늦출 순 없었다.
제아무리 엽현이라 할지라도 다섯 고신경 강자를 한 번에 상대하는 일은 꽤나 골치 아플 테니까.
다만, 이길 순 없어도 도망칠 순 있었다.
엽현이 싸워주지 않는 한, 고신경 강자가 다섯이 아니라 오십이라 할지라도 아무 의미가 없었다.
* * *
신지묘지 내부.
우존 등은 황당할 따름이었다.
다 잡은 먹이라고 생각했건만, 엽현이 눈앞에서 보기 좋게 사라져 버린 것이다!
심각한 건, 엽현이 어디로 어떻게 도망쳤는지조차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방심했군!”
좌존이 탄식하듯 내뱉었다.
이에 우존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도망쳤단 말이오? 신지묘지와 외부 세계는 결계가 존재하지 않소? 헌데 놈은 결계를 무시하는 듯이 도망쳐 버렸으니…….”
“흠, 아무래도 단순한 공간이 아닌 시공을 통해 달아난 것 같소. 만약 그렇다면 놈을 붙잡아 두는 것은 대단히 요원한 일이 될 수밖에 없소.”
이 말을 하며 좌존은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엽현의 시공에 대한 이해가 이 정도로 깊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